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05화 (106/485)

105. 심리의 맹점

자리에 돌아온 혁찬은 콧노래를 부르며 ‘포수가 회귀를 숨김’을 기동 시켰다.

잠시 후 익숙한 메모지 스킨에 텍스트가 등장하며, 혁찬이 최근에 플레이하던 경기의 한 장면이 출력되었다.

“5회 말 경기는 2:2 동점의 팽팽한 접전. 양키즈 선발투수인 맨디 존슨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감독은 경기를 계속 맡길 생각인 것 같습니다.”

“5회 말에 2실점이면 그리 나쁘지 않으니까요. 이번 시즌 전설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는 신인 포수를 상대로 잘 막아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말씀 드리는 순간 관객의 환호성 속에서 필리스의 신인 포수 황 빈이 등장합니다. 원정 경기임에도 엄청난 환호성이네요.”

“최근 필리스 팬들이 원정 경기 티켓을 무더기로 사서 응원을 온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기록한 2점의 득점 중, 절반이 내가 한 것이다.

그 말은 루키 인 내가 이 괴물 같은 투수에게 이미 1개의 타점을 따 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리그를 주름 잡는 에이스, 그것도 리그 최강자의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던 명문팀의 에이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투수가, 올해 데뷔한 신인에게 홈런을 먹었을 때, 투수는 무슨 생각을 할까.

맨디 존슨 - [뚝심] [인간 대포] [배트 절단기] [슬라이더 장인] [절대자]

키워드만 봐도 인간이 아닌 스펙이다.

특히 [인간 대포]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인간들에게 붙는 키워드.

리그 역사를 통틀어 역대 2위로 평가받는 슬라이더 역시 공포 그 자체다.

알고도 못 치는 투수.

그리고 그것에 대한 믿음이 강한 투수.

아마도 이번엔···.

[1. 아까 내가 날려버린 것과 같은 강속구가 올 것이다.]

[2. 내 노림수를 읽고 일부러 볼을 던질 것이다]

[3. 슬라이더다. 가장 자신 있는 공을 가장 꺼림칙한 상대에게 꽂아 넣을 것이다.]

혁찬은 텍스트를 찬찬히 읽으며, 게임이 주는 힌트를 찾기 시작했다.

우선 볼은 제외다.

시스템은 일부러 [인간 대포] 키워드와 [슬라이더 장인]에 대한 언급을 했으니 던질 공은 그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거기서 뭐가 나올지는 이제 순수히 플레이어의 경험에 따른다.

‘실제 맨디 존슨이라면 여기서 슬라이더일 것 같은데···.’

혁찬은 거기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당연히 상혁이 수정한 엔트리는 아마도 실제 MLB선수들의 성적을 고려해서 키워드와 능력치를 분배했겠지만, 그 마음 까지는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슬라이더 장인] 키워드가 있으면 그 선수가 슬라이더를 던질 비율은 확실히 늘어난다.

하지만 저렇게 [인간 대포]와 [배트 절단기] 키워드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경우 상대가 무엇을 던질지는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결정하게 된다.

앞선 경기의 흐름과, 투수가 플레이어의 성적을 얼마나 의식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팀 사기와 적 팀의 사기를 고려하는 스마트한 투수인지, 아니면 맷돼지같이 저돌적으로 자존심을 중심으로 한 피칭을 하는 투수인지.

상혁이 설계하고 민준이 구현한 게임 알고리즘은 한없이 복잡하다.

어느 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사항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정도로.

그리고 그것은 ‘맨디 존슨’이라는 투수와 하는 심리싸움이 아닌,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과의 심리 싸움에 가깝다.

그러니까 역으로, 실제 선수에 대한 이미지가 게임 플레이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그 상황에서 실제 선수가 어떻게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아니라, 현재까지의 게임 데이터를 가지고 다음에 AI가 무슨 공을 던질까를 맞추는 것이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혁찬은, 언급된 힌트 중 [키워드]의 비중이 더 높은 것을 고려하여 1번을 골랐다.

자신이 아는 맨디 존슨이라면 3번이겠지만, 이제까지의 플레이 경험이 1번이라고 외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템도 써야지.’

혁찬은 단축키를 눌러 아이템 창을 호출했다.

기본적으로 ‘포수가 회귀를 숨김’의 인터페이스는 옵션에서 활성화를 안 하면 메뉴가 숨어있게 되어있었지만, 특정 단축키를 눌러 메시지 창 옆에 작은 버튼들을 띄울 수 있었다.

숨겨 놓았을 때에는 영락없이 멀쩡한 메모지 프로그램처럼 보이도록.

혁찬은 아이템 창 호출 단축키인 ctrl+i 키를 눌러 아이템용 메모지 창을 띄웠다.

그리고 거기서 배트 내구도 강화 아이템인 [부러지지 않는 의지]를 사용했다.

그러자 메인 게임이 떠 있는 메모지 창에 텍스트가 등장해 아이템 사용이 되었음을 알리는 문장이 출력되었다.

상대에게 [배트 절단기] 키워드가 있다면, 그것을 무력하는 아이템을 쓰면 그만이다.

나는 조용히 인벤토리 창을 호출해 배트 내구도를 올리는 아이템[부러지지 않는 의지]를 사용했다.

아이템을 사용하자 배트가 환하게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 빛은 나에게만 보이는 빛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면 배트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으로 보일 뿐이겠지.

하지만 이걸로, 이 배트는 탱크가 화서 밟더라도 부러지지 않는 절대 내구도를 가지게 되었다.

다시 타석에 선 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며···.

[1. 아까 내가 날려버린 것과 같은 강속구가 올 것이다.]

혁찬은 1번을 눌렀다.

자신이 아는 맨디 존슨이라면 100%슬라이더가 올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일단 게임 경험상 이런 경우는 무조건 강속구가 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혁찬이 1번을 고르자, 메모지 창에 새로운 문장이 출력되며 선택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포수가 보내는 사인은 ‘슬라이더’였다.

그러나 나는 그 사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망치라고? 내가 겨우 저런 1년차 애송이에게?’

내 강속구는 알고도 막기 힘든 공이다.

수많은 타자들의 배트를 부러트렸던 바로 그 공이니까.

에이스라면 승부처에서 강하게 누르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법이기에 난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메이저 에이스가 가진 공의 무게를 알려주지. 네 배트로 직접 체험하도록.’

다리를 높게 들며 허리를 튼다.

인간이 팔 근육만으로 낼 수 있는근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기에.

온몸의 근육 하나하나의 힘을 공에 실을 수 있도록.

그리고 나는, 공이 손끝에서 떠나기 직전, 타석에 서 있는 건방진 루키의 눈을 보면서, 저 녀석이 내가 던지려는 공을 대놓고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보던가!”

이미 마음이 정해졌다면, 흔들림은 실투의 원인이 되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상대에게 투구를 읽혔다고 해서 흔들릴 정도의 투수는 아니었다.

메이저 최강팀의 에이스란 자리는, 그 정도로 무거운 것이니까.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공.

온 힘을 다해 던진 공이었지만 내 공은 루키의 배트를 부러트리지 못했다.

아니, 역으로 무슨 강철로 만든 배트라도 되는 것처럼, 루키의 배트가 힘차게, 마치 대포알처럼 나의 강속구를 하늘 저 멀리 날려 보냈다.

그리고 그 궤적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호선은, 방금 MLB최강 팀인 양키즈의 에이스 투수가, 데뷔 1년차인 루키에게 한 게임에서 두 번 연속으로 홈런을 맞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혁찬은 계속 게임을 플레이 했다.

그리고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이전에 가상의 선수들을 상대로 하던 플레이와 지금의 실제 선수 이름이 적용된 플레이 사이에 있는 묘한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실제 선수 이름이 들어간 편이 더 재미있어야하는데?”

논리적으로는 그러하다.

스포츠 게임에서 실제 유명 선수들을 상대로 할 수 있다는 것만큼 짜릿한 건 없을 테니까.

그러나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느껴지는 재미는 정 반대의 결과를 혁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저기, 잠깐 모여서 이야기 좀 하죠.”

결국,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테스트 플레이를 하던 혁찬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실제 MLB선수 엔트리를 적용해달라고 상혁에게 시위하던 스크립트 팀 멤버들을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다른 스크립터들도, 자신과 같은 위화감을 느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게도 모두가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내가 아는 선수 성격이랑 AI가 제시하는 문장이랑 차이가 좀 있어.”

“그러게. 가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선수가 쫄보처럼 군다던가.”

“흠, 얘가 이럴 애가 아닌데? 같은 느낌도 좀 자주 들고.”

대부분의 스크립터들이 의견을 내자, 혁찬이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저도 비슷해요. 이상하게 실제 선수들이랑 매칭이 잘 안되더라고요. 혹시 우리가 미리 만들어둔 문장이 각 선수 이미지에 안 맞아서 그런 걸까요? 당연히 이것도 스포츠 게임이니까 실제 선수가 등장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게 실제 선수와의 갭을 상상하게 해서 몰입감이 떨어지네요?”

그때, 혁찬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어쩔 수 없는 ‘가짜’와 ‘진짜’의 차이니까.”

마침 퇴근 시간에 각 개발팀을 돌아보던 상혁이 부실 앞에 서 있었다.

그러자 상혁의 말을 들은 혁찬이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상혁에게 물었다.

“원래 쓰던 가상의 선수 엔트리가 ‘가짜’였잖아요. 그걸 ‘진짜’선수 목록으로 바꿨는데 그 차이가 몰입 감을 해치는 거라고요?”

“아니, 반대로 해석한 거 같은데, 내가 말한 ‘가짜’는 실제 선수 목록을 말하는 거야. 그리고 ‘진짜’가 가상 선수 목록을 말하는 거고.”

사실 실제 선수 엔트리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혁도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적용된 엔트리가 그 결과물이기도 했고.

그러나 혁찬이 합류하기 전 기초 개발 단계에서 이미 해당 사항을 테스트 했던 상혁의 결론은, ‘적용 불가’였다.

“이걸 일반적인 스포츠게임하고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면 안 돼. 다른 스포츠 게임은 실제 선수의 모양이나 모션을 본 따서 보여주지만, 우리 게임은 선수의 ‘심리’를 묘사하는 게임이잖아.”

상혁의 설명이 이어졌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심리묘사이기에 실제 선수가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생각하는지 리얼하게 만들기 어렵고, 그것 때문에 실제 선수와의 이미지와 갭이 생기는 문제에 대해.

그건 마치 미리 만들어 둔 수많은 모션 중에 하나를 적당히 비슷한 모션의 선수에게 가져다 붙인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낳는다.

“비슷한 거랑 똑같은 건 꽤 큰 차이지. 아마 MLB에 정통한 사람일수록 크게 느낄 거야.

모션이야 모션 캡처 같은 걸로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다 쳐도, 사람의 심리나 말투까지는 완벽하게 복제하기 어려우니까.”

“그래도 싱크로가 어느 정도 맞기만 하더라도 만족감은 꽤 되는 거 같던데요.”

“그것도 맞지. 그래서 우리 게임은 출시 때 가상 선수 엔트리를 기반으로 출시할 거지만, 선수 엔트리 변경 기능은 따로 넣어 줄 거야. 삼국지 게임에서 커스텀 장수를 등록 하거나 기존 장수 능력치를 바꿀 수 있는 것처럼.”

“그건 이질감이 안 생겨요?”

혁찬의 질문에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안 생겨. 우리가 공식적으로 ‘이 선수는 이런 선수입니다.’ 라고 하는 건 갭을 불러일으키지만, 유저가 직접 특정 선수의 이름을 바꾸면 그건 유저가 만든 또 다른 진짜처럼 느껴질 테니까.”

“무슨 뜻이에요?”

“예를 들어 원래 엔트리에서 지미 영으로 되어 있는 선수를 우리가 공식적으로 맨디 존슨으로 바꾸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어? 맨디 존슨은 이렇지 않은데?’

“하지만 반대로 그걸 유저가 바꾸게 하면, 그 선수는 유저가 맨디 존슨이라 이름붙인 제 3의 선수가 되는거야. 그럼 어느 정도 실제 선수랑 갭이 있어도 괜찮게 느껴진다는 거지. 뭣보다···.”

상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제 선수 목록은 매년 갱신하기 무지하게 빡세지만 그걸 유저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해주면 관리가 편해지지. 누군가 게임 내 선수들하고 비슷한 선수들로 엔트리를 짜서 인터넷에 올려주면, 다른 유저들은 그걸 받아서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편하게 실제 선수 이름이 적용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다고. 우린 라이센스 비도 안내는데 말이지.”

어차피 매년 라이센스 갱신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며 100% 실제 선수의 성격을 구현할 수 없다면, 차라리 데이터 수정의 편의성을 올려 유저 손에 맡기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게 상혁의 생각이었다.

상혁의 설명을 들은 혁찬도 상혁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혁의 말 대로 유저가 직접 엔트리를 마음껏 수정할 수 있다면, 예를 들어 시대를 초월한 드림팀을 만든다거나, 각 구단별로 영구 결번 선수를 모두 적용시켜 레전드 급 슈퍼리그를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

확실히 회사에서 실제 엔트리를 적용하고 수정을 막아놓는 것보다는 그것이 나아보였다.

그러나 그때, 혁찬의 머릿속에 의문이 하나 생겼다.

“그럼 밸런스 문제는 어쩌실 거예요? 선수 엔트리가 마음껏 수정 가능하면, 애당초 우리 팀 빼고 나머지 팀 선수들의 키워드를 전부 안 좋은 것 만 준다던가, 오버롤(능력치 평균)을 전부 걸레짝으로 만들 수도 있잖아요.”

“그건 유저 선택이지.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멀티가 되는 게임도 아니니까.”

애당초 삼국지도 매 시리즈마다 PK에서 지원하는 기능이었기에, 상혁은 그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 게임의 과금 모델은, 2만자를 출력할 때마다 100원씩 받는 특이한 과금 모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유저가 먼치킨 플레이를 즐기던, 아니면 초 하드모드로 플레이를 하던, 실제 MLB선수들의 능력치를 그대로 따와서 플레이 하던,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어떻게 가지고 놀던 즐겁게 즐긴만큼 돈을 받을 수 있는 과금 모델이니까. 원하는 대로 즐겁게 즐길 수 있으면 그게 좋은 거지.”

결국 혁찬은 상혁이 왜 실제 선수가 아닌 가상 선수들을 기반으로 엔트리를 짰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형 말이 맞네요. 그런 거라면 실제 엔트리 적용에 대한 건의는 철회할게요. 다들 괜찮죠?”

혁찬이 묻자 다른 스크립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원하는 대로 수정이 가능하다면, 굳이 회사에서 실제 엔트리 적용을 해주지 않아도 불만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상혁이 말한 방향이, 누군가 귀찮음을 감수해 엔트리만 만들어준다면 훨씬 좋은 생각처럼 보였다.

“그래도 전체 MLB선수들의 실제 경기 성적을 전부 입력하는 건 꽤 큰일일 텐데.”

“아, 그것도 괜찮아요. MLB.COM에서 선수 데이터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해도 저희 게임 데이터로 변경 가능한 기능도 같이 배포할거니까요. 물론 수동으로 일일이 부여하는 것보다는 선수 성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지만.”

“그거 안 걸려요?”

혁찬이 묻자 상혁이 미소 지었다.

“웹에 공개된 데이터를 유저가 직접 복사 붙여넣기 하는데 저작권은 안 걸리지. 그리고 우리는 단지 선수를 편집할 수 있는 에디터를 제공할 뿐이고. 그리고 완성된 엔트리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파일로 뽑아서 공유할 수 있으니까. 누군가 조금만 노가다해서 인터넷에 뿌리면 금방 퍼질 거야. 2D 미소녀 캐릭터 버전 삼국지 장수 목록 같은 거지”

어차피 보이는 건 텍스트로 표현된 이름뿐이니까, 상혁은 여러 가지 버전의 엔트리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 버전 엔트리라던가, 만화 캐릭터 버전 엔트리 같은.

“그러니까 여러분은 최대한 다양한 성격의 선수를 가정해서 문장 작업을 해 주시면 됩니다. 유저들이 즐겁게,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선수의 이름이 들어간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아, 그리고 선수 목록은 다시 원래대로 롤백 해 놓을게요.”

그렇게 말한 상혁이 돌아가자, MLB선수 라이센스를 따자고 상혁에게 주장했던 기획팀 팀원들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뭔가의 의욕에 찬 눈빛을 교환하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들었지? 선수 에디터도 넣어준단다.”

“으···. 지금도 게임 테스트 핑계대고 일과 시간 절반은 게임하는데 쓰는데···. 앞으로 더 못하겠네···. 지금 버전보다 두 배는 재미있어질 것 같은데?”

그렇게 의견을 나누던 팀원들의 시선이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방금 전까지 ‘포수가 회귀를 숨김’을 플레이 하고 있었던, 자신의 작업용 컴퓨터 방향으로.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팀원들을 바라보던 혁찬이 조용히 입을 열어 팀원들에게 물었다.

비록 혁찬의 입에서 나오긴 했지만, 모두가 동시에 생각하던 질문을.

“이거, 출시되면 대체 얼마나 벌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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