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9. 도전자(Challenger)
‘멋짐’이란 주관적인 개념이다.
누군가에겐 SF틱한 미래적 디자인이 멋스럽다고 생각되는 크리스 벡터의 디자인이, 누군가에겐 광어나 넙치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취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이에게 어필하는 디자인이란 참으로 관념적인 개념일 수밖에 없다.
그건 마치 ‘심플하면서 화려하고’, ‘모던 하면서 클래식한’ 그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메카디자인계의 거장인 가토키와 오오가와라, 두 사람에게 배운 서연의 그림은, 마치 그 관념적인 느낌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디테일하면서 심플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이네.’
침대에 엎어져 잠든 서연을 보면서, 상혁이 살짝 미소 지었다.
서연이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달라고 어리광을 부리기에 거절하려 했지만, 자신을 붙잡는 서연의 손목이 퉁퉁 불어있는 모습을 보자 차마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넉넉하게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개발 진도가 너무 나가서 갈아 엎어야할 양도 늘어난다.
두 달이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애당초 두 달 안에 가능해야 했던 것.
그 말도 안 되는 일정 안에 기어이 자신이 바라는 수준에 도달해버린 어린 소녀를 보면서, 상혁은 작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
문득 상혁은, 자신들과 함께 하는 팀원들이 행복하게 게임을 만들고 있을까? 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그것은 알 수 없다.
어쩌면 자신같이 괴팍한 기획자보다는 차라리 다른 회사에서 더 재능을 꽃 피웠을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자신이 아니라면 그냥 평범하게 게임 회사에서 톱니바퀴의 일원이 되어 무난한 게임을 만들다 은퇴하고 치킨집 사장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혁이 하나 알 수 있었던 것은, 서연이 자신의 몸을 망가트리면서까지 자신에게 인정받으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만큼은 어떤 이유로도 부정 할 수 없었다.
‘넌 이제 할 만큼 했다. 이제 내 차례구나.’
서연이 가져온 디자인을 다시 보면서, 상혁이 중얼거렸다.
서연이 가져온 디자인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멋진 결과물로 만드는 것. 그것이 기획자인 자신의 역할이었으니까.
***
서연에게 강제로 한 달 정도의 휴식을 명령한 상혁이 한 것은, 서연의 디자인을 가지고 변신 시퀀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에 혁진이 만든 모델링을 기반으로 한 변신 시퀀스와, 서연이 디자인한 로봇의 변신 시퀀스.
그 두 개를 비교해야 공평한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 상혁이 모델러에게 서연이 그린 디자인을 가져가자, PTW의 모델러인 마셜 에릭슨이 그림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평소에 보던 디자인이랑 다른데요? 혁진 씨 약 빨았대요?”
“아니, 이건 다른 사람 디자인이에요.”
“아항. 멋지다는 표현 말고는 따로 표현이 필요가 없겠네요. 이걸 모델링하면 되나요?”
“이번엔 거절 안하세요?”
상혁이 일부러 미국까지 가서 설득 끝에 데려온 마셜은 현재 팀 내 3D모델러 중에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은 무지막지하게 느리게 하는 걸로 팀에서 악명이 높았다.
다만 속도가 느리던 빠르던 퀄리티 자체는 압도적으로 뽑아내는 사람이라 상혁은 애당초 일정이 넉넉하게 여유 있는 작업이나, 마셜이 마음에 들어 하는 작업만 그에게 맡기고 있었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른 만큼 사람을 잘 쓰는 법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면서.
그리고 이번에 맡긴 의뢰는 아무래도 마샬의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었다.
“No problem. 이건 빨리 해보고 싶네요. 안 보이는 부분은 제가 채워도 되죠?”
“그렇게 해 주세요.”
“릭! 릭! 이리 와봐!”
바로 앞에 사장인 상혁이 있는데도 마셜은 저 멀리 있는 자신의 친구를 큰소리로 불렀다.
대체로 북미에서 데려온 직원들이 이런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상혁은 그런 마셜의 모습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늘어진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배를 벅벅 긁으며 수염투성이인 한 남자가 걸어왔다.
“뭐야?”
“이거 좀 봐봐.”
“별거 아니면 오늘 네 점심을···. 우와, 이거 뭐야. 엄청난데?”
“이거 모레까지 내가 모델링 잡아주면 변신 애니메이션 잡는데 얼마나 걸려?”
“움직이는 부속 수 따라 다른데 일단 디자인만 봤을 때 3일?”
“O.K. 사장님. 들으셨죠? 일주일 정도 걸릴 겁니다.”
“잠깐만, 시간이 그렇게 걸린다는 거고 지금 작업이 밀려서 그렇게는 안 된다고.”
릭이 말했지만 마셜은 듣지 않았다. 마셜은 오히려 목소리를 키우며, 릭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릭에게 따발총같은 속도로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릭, 릭, 릭. 이 멋진 디자인을 봐. 지금 네가 이걸 보고 다른 작업을 다 미루지 않는다면, 넌 로봇 팬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거야. 릭, 릭, 이걸 보라고. 이 개 쩌는 디자인을 보라고. 넌 다른 멍청이랑 다르잖아. 릭, 릭, 이게 얼마나 멋진지 상상이 가지 않는 거야?”
“난 로봇 팬이지 너같이 크레이지 싸이코가 아니라고.”
“릭, 릭, 릭. 사장님이 직접 의뢰하신거야. 그건 다른 작업을 다 미루어도 된다는 소리지. 릭, 릭, 당장 나랑 같이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니 점심 샌드위치에 새똥을 집어넣을 거라고.”
“사장님 도와주세요!”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가 상혁에게 핼프를 청하자,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3주 드릴게요.”
“엑? 사장님,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작업 아니에요? 설마 릭 말대로 다른 작업 다 끝나면 작업하라는 건 아니죠? 그게 정말이면 전 기다리는 동안 아무작업도 손에 잡히지 않을 거라고요.”
상혁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바로 작업을 시작하는 대신, 3주짜리 퀄리티로 뽑아달라는 말입니다.”
“오, 맙소사. 젠장. 내가 이 회사를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릭?릭? 어때. 내말이 맞지? 이 회사 사장님도 나같이 크레이지 가이라고 했었잖아.”
“켁. 사장님 듣고 계시는데?”
“괜찮아. 우리 사장님은 그런 거 신경 안 쓰시는 분이니까. 그렇죠?”
마셜이 말했을 때, 상혁은 이미 두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중이었다.
입가에 미소를 잔뜩 띤 상태로.
***
일주일 후, 마셜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부실 문을 발로 차며 들어왔을 때, 상혁은 별로 놀라지 않은 표정으로 마셜을 맞이했다.
보통 뭔가 의뢰를 맡길 때 자기 마음에 드는 작업이 있으면, 파일을 메일로 보내놓고 상혁이 있는 곳으로 뛰어 들어오는 게 마셜의 행동 패턴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방금 전 메일로 첨부된 결과물을 보자마자, 상혁은 마셜이 자신에게 뛰어오리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사장님!”
“아이 깜짝이야!”
갑자기 쾅하고 열리는 문소리에 민솔이 놀라 소리쳤지만, 마셜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긴 다리를 성큼성큼 놀려 상혁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상혁에게 말했다.
“어떻습니까, 장난 아니죠?”
마셜은 당연히 상혁이 자신이 보낸 결과물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상혁의 칭찬을 들을 기대에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마셜에게 돌아온 상혁의 반응은, 칭찬이 아니라 부정의 의미가 담긴 행동이었다.
“엥? 왜 고개를 저으시나요? 한국에서는 그게 ‘엄청 뛰어나다’라는 의미의 제스처인가요?”
“미국이랑 의미가 같을 겁니다. 마셜 에릭슨 씨.”
“엑?! 이게 마음에 안 드신다고요? 완벽하잖아요! 누구도 이 결과물에 흠을 잡을 수 없다고요!”
마셜이 항변했지만 상혁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너무 장난감 같아요.”
“그냥 장난감이 아니라, 개 멋지고 쿨 한 장난감이죠!”
“저는 이것 이상을 원합니다.”
상혁이 말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게 장난감으로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아, 진짜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로봇이구나’ 라고 느껴졌으면 한다는 거죠. 그래서 3주를 드렸던 거고요.”
“그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삐진 듯한 말투로 마셜이 말하자, 상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셜 씨랑 릭 씨는 ILM출신이었죠? 원래 헐리우드에서 특수효과 하시던 분들이었으니까요.”
“그렇죠.”
“그럼 거기서 작업할 때, 만화 원작을 만화 그대로 옮기려고 작업하시나요?”
“아···!”
“지금 만들어주신 변신 시퀀스는, 진짜 멋진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애니메이션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가상의 존재를 현실로 끌어 내렸을 때 그것을 보는 사람이 느끼는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림으로만 보던 공룡이 눈 앞에 있을 때 느껴지던, ‘백악기 공원’을 볼 때 느껴지는 그 느낌이요.”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군요.”
그렇게 말한 마셜이 뭔가 굳은 의지를 불태우며 돌아가려는데, 상혁이 뒤에서 한마디를 던졌다.
“마셜 씨.”
“예?”
“변신 장면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든 부속이 다 남아 있을 필요는 없어요.”
“I understood.(이해했습니다.)”
마셜이 웃으며 부실을 나가자, 민솔이 상혁에게 물었다.
대체 상혁이 뭘 바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저도 변신 시퀀스 받아봤는데 그 이상 없을 정도로 훌륭하던데요? 오빠는 뭘 생각하시는 거예요?”
“로봇 애니메이션 그 이상의 것.”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회귀 전에 좋아하던 영화를 떠올렸다.
2007년 개봉한 영화 트○스 포머.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상혁도 변신이란 기존에 있는 부속을 적절히 재배치하고, 이동시키면서 하나의 형태를 다른 형태로 변형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이 멋이 없다고 판단한 감독은 과감하게 변형 전의 모델과 변형 후의 모델에 변화를 가했다.
없던 부속이 생겨나기도 하고, 있던 부속이 사라지기도 하면서.
그런 종류의 ‘변신’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혁에게, 뒷골목에서 불꽃이 새겨진 거대한 트럭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그만큼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건 좀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 느꼈던 충격을 게임으로 전달 해 보고 싶다.’
게임 안의 존재지만, 유저들이 게임안의 로봇들을 ‘있을 법한’ 존재로 느끼게 만드는 것.
그것이 상혁이 바라는 결과물이었다.
상혁은 그 이후에 메일로 마셜에게 자신이 원하는 시퀀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다시 보냈다.
그리고 몇 번의 심도 깊은 미팅과 스스로 마셜 앞에서 ‘윙 치킹’하는 소리를 내며 온몸으로 변신을 표현하는 해프닝을 거치면서, 자신이 바라는 바를 마셜에게 완전히 이해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상혁이 대체 뭘 말하는 건지 제대로 이해한 마셜이, 입을 헤 벌린 채로 상혁을 바라보며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 정신이세요?”
상혁이 웃어보였다.
아마 폼이 안 난다는 이유로 범○비의 원 모델을 폭스바겐에서 카마로로 변경한 마이클 베이도 비슷한 눈빛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상혁이 말한 3주를 다 쓰고도 1주일이 넘게 작업한 끝에, 마셜은 상혁이 요구한 ‘진짜 변신’영상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은 공교롭게도 서연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복귀한 날과 같은 날이었다.
“오늘 두 분께 중대 발표를 하겠습니다.”
상혁이 혁진과 서연을 나란히 대형 모니터 앞에 앉혀두고 말했다.
“혁진 씨. 제가 계속 말했죠? AD로써의 자질은 그림을 최고로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어울리는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요.”
“좋은 결과물이 게임의 퀄리티를 올리는 거죠.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도 맞죠.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의견 충돌이 있어왔고, 서로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발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그건 인정합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도 팀장님이 고치라고 한 부분들이 마음에 안 들거든요.”
“뭐 그 부분에 대한 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 했으니까 사실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지금 하려는 건 다른 이야기니까요.”
“뭡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혁진 씨가 만든 로봇의 변신 시퀀스와, 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변신 시퀀스를 영상으로 비교할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서, 로봇 디자인을 전담하는 AD를 교체할 생각입니다.”
“잠깐만요, 지금 회사 직원 중에 메카닉 디자인이 가능한건 저밖에 없을 텐데요?”
“없었었죠.”
상혁이 혁진의 말을 정정했다.
“지금은 한명 더 있어요.”
상혁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혁진은 옆에 앉아 있는 서연을 보았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서연 씨가 재능 있는 원화가라는 건 알지만 메카닉 디자인이란 건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쉽게 배운 적 없습니다.”
상혁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손목이 부을 정도로, 손에 굳은살이 몇 번이고 벗겨질 정도로 노력해서 얻어낸 걸 ‘쉽게’라는 말로 매도하지 마세요. 적어도 지금의 서연은 제가 인정할 정도로 완벽하게 저희 게임에 어울리는 메카닉을 디자인 할 실력이 있는 AD입니다.”
상혁이 말하자 혁찬이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좋습니다. 비교죠?”
“예.”
“그럼 제 어떤 변신하고 비교하실 겁니까?”
“제가 수정한 버전이 아니라, 애당초 혁진 씨가 100%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 초기 변신 샘플입니다.”
“그거라면 인정하겠습니다. 그거보다 멋지다면, 그때는 제가 AD 자리를 스스로 물러나겠습니다.”
그러자 상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AD를 그만두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에요. 제가 도시 방어 유닛이나 전차, 미사일 디자인 같은데서 혁진 씨와 충돌한 적이 있나요?”
“그럼 로봇 디자인만 제가 하지 않는다는 거군요.”
“맞아요. 로봇을 제외한 나머지 오브젝트는 계속 혁진 씨가 작업해주시길 바랍니다.”
혁진은 곰곰이 생각했다.
사실 상혁이 자기 취향의 로봇을 너무 그리지 못하게 하자, 전차라는 이름으로 4족 보행 로봇을 집어넣거나 도시 복구 유닛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로봇 디자인을 몇 번 끼워 넣은 적이 있었는데, 상혁은 그것에 대해서 한 번도 지적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칭찬을 하며 더 리얼하게 디자인해달라고 할 정도로.
‘생각해보면 의견 충돌이 있는 쪽은 변신이나 합체가 있는 로봇디자인 쪽 뿐이었지.’
차라리 지금처럼 간섭을 받는 것 보다는 AD자리를 서연에게 넘기고 속 편하게 맘대로 방어 유닛 디자인을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변신이나 합체 기믹이 있는 용자로봇은 혁진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카닉 디자인의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하던 서연이 3달 만에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납득이 안가면 넘길 수는 없지.’
혁진이 정면을 바라보자 상혁이 뒤쪽에 있는 지수에게 신호를 보냈고, 곧 방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서연은 긴장된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고 밝아지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변신 시퀀스가, 제발 혁진의 것보다 멋지기를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