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91화 (92/485)

091. 사내 콘테스트

1. Joy 1st, Money 2nd.

2. 표절 금지

3. 완성도, 그래픽은 평가 대상이 아님.(냅킨에 그린 메모라도 제출 가능. 오직 게임이 유저에게 주고자하는 재미만을 평가함)

상혁이 공지 페이지에 3개의 규칙을 적은 뒤,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이번 콘테스트 규칙은 3가지입니다.”

“혹시 그럼 19금 게임도 되나?”

“이번 콘테스트 규칙은 4가지입니다.”

성연의 질문에 상혁이 대답하며 페이지에 ‘4. 19금 금지’라고 적었다.

“여러분이 직접 아이디어를 뽑아도 좋고, 아니면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들의 서포트를 해도 좋아요. 알파 버전이든 컨셉 디자인이든 냅킨에 끄적인 아이디어든 뭐든 좋으니까 ‘재미’를 찾아서 가져 오세요. 그리고 그걸 가지고 사내 투표를 해서 가장 ‘재미있어 보인다.’고 평가받는 게임을 차기작으로 삼겠습니다.”

“상혁이 니가 심사하는 게 아니라?”

“그럼 팀원을 제외한 직원들이 불리하죠. 여러분들은 제 취향을 잘 아시잖아요?”

“취향이야 알지. 그 취향에 맞출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아, 그리고 민준이도 참가안합니다. 서포트 멤버로 데려다 쓰거나 조언을 받는 정도는 괜찮지만, 민준이한테 아이디어 달라고 하지 마세요.”

“민준이는 왜?”

“쟤도 나랑 비슷한 치트 캐릭터라 서요.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지만.”

어디까지나 이번 콘테스트의 목적은 팀원들이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상혁은 민준의 참여에 제한을 두었다.

민준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래 게임에 대한 지식이 많은 편이고, 애당초 그 경력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치트라고 부를만한 멤버였기 때문에.

현재 주 5일로 운영 중인 회사를 주 4일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상혁은 추가 인력을 뽑았다.

원래 상혁의 의도는, 4일을 열심히 일하고 하루를 쉬거나 혹은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 일주일에 하루정도 작업하라고 시간을 준 것이었다.

하지만 콘테스트 소식에 열광한 직원들이 주말에도 출근하면서 상혁은 ‘콘테스트 참여를 위한 야근 및 주말 출근 시 해당 시간 특근 수당 지급’ 이라는 방침을 내려 직원들의 열정에 불을 붙였다.

굳이 프로그래머가 없어도 좋다.

멋지고 재미있어 보이는 컨셉아트 한 장이라도, 그것을 게임으로 만들었을 때의 재미가 느껴진다면 참가가 가능하다.

프로그래밍도, 그림도 못한다면 펜을 들어 글을 써라.

어색하고 난해한 문장이라도 그 안에 뽑아낼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면 투자하겠다.

뭘 해야 할지 모른다면? 주변 인물에게 물어보아라.

회사 안은 능력 있는 경력자들로 넘치고 있으니까.

물론 최종 결정은 투표로 진행되기에, 직원들은 가급적이면 글보다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알파버전이 유리하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천하대 미래관에 빈 강의실은 많았고, 직원들은 삼삼오오 방에 모여 노트북을 들고 게임 아이디어를 토론했다.

그리고 거기엔 상혁이 1등에게 내건 10억원의 상금 및 개발 핵심 참여권 등의 포상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PTW는 모두가 게임에 미쳐 돌아가는 회사, 무엇이 재미있을지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팀을 짜서 게임을 만드는 분위기의 회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

팀원들이나 직원들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고 재미있게 신작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지만, 반대로 이 사태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상혁은 업무 과다로 쓰러질 수준에 처해 있었다.

경영 관리 업무 외에도, 아직도 협업중인 타이프-문과의 업무 협력이나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업데이트 방향을 결정하고, 팀원들을 통해 올라온 각 결과물들의 퀄리티를 검수하고 최종 승인을 내는 것이 모두 상혁의 업무였기 때문에.

거기에 원준과 했던 내기의 결과에 대한 처리도 필요했다.

‘아 씨. 수상식이고 뭐고 바빠 죽겠는데 그냥 트로피 만들어서 퀵으로 부치라고 할까···.’

상혁은 얼마 전 원준에게 받은 메일을 떠올렸다.

[최종 결과는 저의 승리 같습니다 하하하] 라는 이름으로 된 메일을 열어보니, 거기엔 원준이 2달 동안 매출을 얼마나 땡겼는지 동접이 걸레짝이 되면서도 기어이 상혁이 발표한 매출을 넘어서는 수치를 첨부해 놓은 파일이 있었다.

그것을 본 상혁은 조용히 준비해놓은 PC방 매출을 합산한 수치를 메일로 보냈고, 잠시 후 원준이 [원하는 상 이름과 수여할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라는 힘없는 메일을 보내 승부의 결과는 맥없이 종료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너무 바쁜 상혁은 승리자의 권리를 누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지금 상혁의 머릿속에는, 원준이란 개발자의 존재는 아웃 오브 안중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이거 언제 다 답장하지.”

메일함에 쌓인, 적어도 100통은 넘는 문의 메일을 보며, 상혁이 한숨을 쉬었다.

고객들이 보낸 문의 메일은 아니다.

그건 고객센터 라인에서 처리하게 해 놓았으니까, 심각한 문제나 버그 이슈 등이 아니면 상혁의 선까지 올라오는 메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혁의 메일함을 가득 채우고 있는 메일들의 정체는, 바로 콘테스트에 참여한 직원들이 상혁에게 보낸 문의 메일이었다.

“쿠쿡. 바보 같은 녀석. 나같이 미리 준비를 했었어야지.”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민준이 상혁을 약 올렸다.

“준비? 뭘 준비해?”

“난 이미 우리 회사 에서 쓰는 IDE(통합 개발 환경: 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를 뜯어서 안에 공개적으로 문의 답변 하는 플러그인을 넣어놨다고. 사내에서 쓸 수 있는 스택 오버플로우 플러그인 버전 같은 건데 우리 프로그래머들은 이미 코드에 문제생기면 지들끼리 알아서 답변해주고 있지.”

“우리 회사 프로그래머들은 벌써 자신들을 칼라로 연결하기 시작한 건가···. 무서운 통합 지능 사념체 같으니···. 설마 ‘우주 크래프트’의 ‘프로○스’종족은 프로그래머를 줄인 말이었던 것인가!?!”

“사람을 외계인 취급하지 마라 망할 기획자 녀석아. 억울하면 너도 해보지 그래? 기획자들끼리 머리 모아서 서로 질문 답변 같은 거 해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기획은 취향에 의존하는 측면이 많아서 그랬다간 순식간에 배틀 벌어진다. 누군가한텐 갓겜이, 누군가한텐 똥겜이라는 걸 항상 명심해야한다고.”

“그런 거 치고는 너한테 헬프가 많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민준이 상혁의 앞에 있는 모니터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민준의 말처럼 상혁의 메일함에는 QA부터 회계까지, 부서를 초월하여 게임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아이디어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는 메일이 가득 차 있었다.

“뭐, 멘토는 사내에서 아무나 골라도 된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우리 회사는 우리 회사 게임을 좋아해서 입사한 사람들 비율이 엄청나게 높고, 그 게임을 대부분 내가 디자인했으니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겠지.”

“답변 해 줄 거야?”

민준의 말에 상혁이 메일을 열며 말했다.

“이런 건 일단 기각.”

상혁이 연 메일의 내용은 상혁이 좋아하는 게임 스타일에 대해 묻는 내용이었다.

상혁은 그 메일에 [죄송하지만 제 취향을 묻는 질문은 콘테스트 취지와 관련 없으므로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라고 답변한 뒤 메일을 닫았다.

“이런 건 답변해주고.”

그 다음으로 연 메일은 자신이 최근에 좋아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는데, 그것을 게임으로 만든다면 어떤 식으로 구현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적혀있었다.

상혁은 최근 야영하며 야외 취사를 하는 것에 빠졌다는 문의 메일에 ‘본인이 재미를 느낀 부분이 야영 도구를 가지고 뭔가를 해내는 달성감인지, 아니면 그냥 자연 속에서 힐링을 느끼는 부분인지 고민해보세요’라고 답신을 보내고는 메일을 닫았다.

“흐음···. 기획쪽은 그런 식의 문의가 오는구나. 근데 의외다? 그래도 명색이 사장인데, 직원들이 되게 편하게 질문을 하는 게.”

“난 사장이전에 기획자니까. 기획자는 가장 앞에 서서 가장 낮게 걸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상혁이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들어 민준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엔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깨끗한 사탕 봉지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먹이로 길들였구나.”

“아침마다 한 바퀴씩 돌면서 뿌리고 있지. 맘 같아서는 커피를 타주고 싶은데, 전 직원 커피를 취향대로 다 타주려면 내가 일을 못할거 같아서.”

“하긴 니 커피가 겁나게 맛있긴 하지.”

상혁의 말에 민준이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는 문득 뭔가 생각난 것처럼, 상혁을 보며 물었다.

“아, 뭐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

“어.”

“혹시 내가 어떤 로봇물을 보고 그 재미를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너라면 어떤 식으로 구현할 것 같아?”

그것은 민준이 평소에 거의 하지 않는 유형의 질문이었기에, 상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로봇물?”

“어.”

“그게 뭘 보고 그런 거냐에 따라서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기동 전사 간담에서 느껴지는 재미랑 에반게리봉에서 느껴지는 재미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으니까. 중요한 건 작품마다 가지고 있는 재미의 본질이지. 그걸 어떻게 게이머가 느끼게 하느냐가 시스템인거고.”

상혁이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간담 같은 경우는 이미 주인공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정리하러 들어가는 느낌이잖아. 광활한 우주에 가득 찬 폭발, 사방으로 난무하는 빔과 미사일. 그 안에 뛰어들어 핵심적인 임무를 해야 하는 파일럿의 긴장감 같은걸 살리는 방향으로 가겠지.”

“에반게리봉은?”

“그건 반대로 이쪽이 방어하는 쪽이고 적이 주기적으로 쳐들어오는 전개잖아. 플레이어가 인류 최후의 보루고 최종 저지선이니까 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겠지. 굳이 게임으로 비교하면 간담은 시원한 대규모 액션이 가능한 무쌍류 게임에 잘 어울리고 에반게리봉은 하나의 강력한 적을 상대로 싸우는 다○소울 같은 느낌의 게임이 어울린다고 봐야지. 액션의 느낌은 다르겠지만, 느껴지는 난이도의 체감은 그 정도가 원작 재현에 적절할거야.”

“오케이. 조언 고맙다.”

“잠깐만, 넌 참가 불가잖아.”

“멘토는 할 수 있잖아. 프로그래밍 팀에 로봇물 도전중인 애가 있어서 옆에서 조언 좀 해주려고. 커피 잘 마셨다.”

민준이 웃으며 상혁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방향을 틀어, 자신의 자리 옆에서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는 프로그래머에게 말을 걸었다.

“민솔아, 작업은 잘 되가?”

민준이 말을 건 상대는, 민준을 너무 동경해 PTW에 합류했지만, 지금까지는 계속 그림자처럼 민준의 보좌만을 해오던 소녀. 민솔이었다.

“그래픽 팀에 메카닉이 특기인 분이 있어서 모델링 빌려왔어요. 보실래요?”

민솔이 데모를 돌리자 제법 그럴싸한 모양새의 로봇이 액션을 취하는 모습이 보였다.

민준은 그 모습을 보다 피식 웃으며 민솔에게 말했다.

“괜찮은데?”

“민준 오빠, 딴 사람한테는 몰라도 저한테는 항상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미안. 그냥 모델링이 움직이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렇죠.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민솔이 만들고 있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1999년에 국내에서 방영되었던 ‘사자왕 가오가○거’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하게 용자로봇 특유의 스타일을 지닌 메카가 괴물 로봇과 대전하는 형식의 게임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에, 단순히 스킨이 바뀐 3d 대전 액션 같은 느낌이 강한 상태였다.

민준은 잠시 민솔이 만들던 게임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상혁에게 들었던 조언을 전달해 주었다.

“조금 더 네가 좋아하는 작품의 본질적인 재미에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던···. 아니 같아···.”

“본질이요?”

“나도 그 애니메이션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용자계열 로봇애니메이션하고 다르게, 그 작품은 좀 특이했잖아? 클리셰 파괴적인 부분도 좀 많았고.”

“맞아요. 합체할 때 방해하는 씬도 있고···. 도시 파괴를 막으려고 장비를 쓰는 그런 기믹도 있고···.”

“그럼 그 작품이 재미있는 이유는 리얼해서 그런 건가?”

“그런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진짜로 GGG본부가 존재하는 것처럼 설정되어있는 그런 부분들이···. 아!”

“뭔가 감이 와?”

“감사합니다. 저 잠깐 그래픽 팀에 다녀올게요!”

자신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민솔을 보면서, 민준이 작게 미소 지었다.

“이게 상혁이 말하던 ‘작업’이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는 개발이라는 건가. 나쁘지 않네.”

처음 민솔이 상담을 청해왔을 때만 해도, 민준은 속으로 꽤나 놀라워했었다.

평소 말없이 작업만 하고, 항상 자신이 작성한 코드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던 내성적인 소녀였기에.

그러나 지금 회사가 움직이는 상황을 보면, 상혁이 말한 것이 정확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들도 개발자니까.’

상혁은 게임회사라는 직종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자칫 공장처럼 흘러갈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180도 바꿔놓았다.

그리고 그 목적은 오직 하나.

‘재미있는 게임은 개발 자체도 즐거워야한다’ 라는 상혁의 평소 지론 때문이었다.

“30년을 넘게 함께 했는데 아직도 걔 생각은 알 수가 없네.”

민준은 웃으며 회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IDE인 VS(Visual Studio)를 열었다.

직원들이 올려놓은 코드에 대한 문의를 처리하기 위해서.

***

한편, 그래픽 팀의 서연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갑작스레 상혁이 내준 난제와 열심히 씨름하고 있었다.

영감을 받기 위해서 그래픽 팀 직원들과 회의도 해보고, 나름 개인 상금을 걸고 아이디어 공모도 했는데, 마땅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서였다.

“차라리 상혁 오빠한테 헬프 쳐볼까?”

그렇게도 생각했지만, 왠지 이번 일은 자신의 힘으로 생각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게임···게임···. 나는 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지?’

고민하던 서연이 주목한 것은, 초심이었다.

중학생 시절, 자신이 그래픽 아티스트로써 게임 개발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

매일 밤을 새며 그림 연습을 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그것.

어느새 타블렛 위로 간 서연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

자신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계를,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렇게 팀원뿐만이 아니라 직원들을 포함해서 수십 개의 그룹이 게임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중구난방으로 난립하던 개발팀은 자연스레 정리되었다.

평범한 아이디어는 더 좋은 아이디어에 흡수당하고, 때로는 아이디어 구체화에 실패해서 그룹이 해산되거나 의견 충돌로 인해 팀이 찢어지기도 한다.

결국은 수많은 팀이 ‘쉬워 보이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벽을 느끼며 참전을 포기하게 되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상혁이 건 기간인 세달 중 첫 달이 조금 넘었을 때, 50개가 넘는 팀 중 단 6개의 팀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팀이 해산되거나 아이디어를 포기한 직원들은 자연스레 자신이 재미있어 보이는 팀의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회사는 초반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어느 정도 정돈된 분위기로 바뀌게 되었다.

대신 경쟁을 하고 있는 그룹이 대치할 때 벌어지는 특유의 긴장감이 묘하게 PTW 내부를 채우고 있었다.

그 모든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상혁은,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기획자로써의 본격적인 자신의 차례는, 아마도 내부 콘테스트가 끝난 이후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런 상혁의 뒷모습을, 민준이 커피를 홀짝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또 야?”

“뭐가?”

“이번엔 뭘 물어보러 온 건데?”

상혁이 묻자 민준이 딴청을 피웠다.

“난 그냥 커피 마시러 온 건데.”

“그럼 커피 들고 너희 팀가면 되지 왜 굳이 내 뒤에서 홀짝이면서 마시는 거냐. 그리고 항상 그러다가 로봇 게임에 대해서 물어보잖아.”

“그냥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야, 이정도 되면 네가 어느 한명 찍어서 도와주고 있다는 건 다 눈치 채거든? 그리고 난 이번에 너무 심하게 개입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질문에 대한 답변은 거절한다.”

“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민준이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자, 상혁은 깊게 한숨을 쉬며 그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요즘 계속 그랬던 것처럼, 민준의 질문에 대해 기획자의 시선에서 답변해주었다.

“이번엔 뭐가 궁금한데?”

“게이머가 게임을 하면서 용자 로봇 파일럿 같은 느낌을 받게 할 수 있는 게임 시스템?”

“로봇 어느 거.”

“사자왕 가오가○거”

민준의 말에 상혁이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서랍에서 한 뭉치의 종이를 꺼내 민준에게 내밀었다.

“대충 진짜 뼈대만 잡아놓은 거니까 나머지 디테일은 개발자가 직접 채워야 할 거야. 이거보다 더 알려달라고 하면 그건 진짜 거절할거다.”

상혁의 말에 민준이 프린트를 넘기며 씨익 웃었다.

“고맙다. 친구야.”

“솔직히 네 부탁 아니었으면 누구 부탁이어도 거기까지는 안 도와 줬을 거라는 거 알지?”

“나는 너 아니었으면 게임회사 시작도 안했어. 그걸로 쌤쌤인 걸로 하자고.”

떠나는 민준의 뒷모습을 보던 상혁이 메일함을 열었다.

그리고는 현주에게 온 메일을 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팀원 중에서 3개. 직원 중에 3개인가···.”

지수와 성연이 지금 QA와 기획자를 중심으로 꾸려진 팀에 각각 들어가 있고, 서연을 중심으로 한 그래픽 팀이 1팀, 그리고 민준이 뒤를 봐주는 수수께끼의 누군가가 1팀.

그 외에 순수 직원만 포함된 팀이 1팀에 놀랍게도 현주가 꾸린 팀이 최종 엔트리에 섞여 있었다.

그리고 현재로써는, 상혁이 보기에 현주가 짠 팀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 할 수 있었다.

“뭐, 선생님이야 워낙 게임을 좋아하시던 분이었으니까. 그래도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에 참여해달라고 해볼걸.”

상혁은 메일을 열고 현주가 보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작성해서 보냈다.

게임 전공도 아니고, 개발에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똑같이 중요한 팀원의 한명인 현주에게, 약간의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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