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 티타임(teatime)
상혁은 오랜만에 게임부 부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연을 그쪽으로 불렀기 때문에.
접속자가 수십만 명이나 되는 게임을 라이브로 운영하게 되면서 상혁은 작업 장소를 별도의 공간으로 옮겼다. 그래서 현재 게임부 부실은 거의 창업 멤버들의 휴식공간 같은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물론 틈만 나면 현주가 가서 쓸고 닦았기에 부실 내부는 여전히 사람이 쓰고 있는 것처럼 깨끗했지만, 상혁은 비어있는 부실을 보며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운영방식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적어도 라이브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기 전 까지는, 아마 이 방에 멤버들을 모아놓고 신작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상혁은 조용히 커피 머신을 예열하기 시작했다.
‘서연이가 좋아하던 커피가 아마 약배전 커피였지.’
커피는 로스팅 하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상혁은 바쁠 때는 몰라도 시간이 있으면 항상 팀원들의 취향에 맞춰서 커피를 뽑아주곤 했었다.
서연이 좋아하는 커피는, 쓴맛보다는 신맛이 조금 더 강하게 나는, 조금 부족한 듯 볶은 느낌의 원두였다.
마치 고등학교에서 있을 때처럼, 상혁은 그라인더의 분쇄도를 조정하고, 원두를 갈아 에스프레소 머신에 넣었다.
기분 좋은 향이 부실을 채우자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정성들여 거품을 내 카푸치노를 만든다.
서연이 방에 들어왔을 때, 좋아하는 커피향을 마음껏 맡을 수 있도록.
“오, 좋다. 이 냄새. 오랜만이네요?”
“냄새가 아니라 향기라고 해야지.”
상혁의 말에 서연이 배시시 웃어보였지만, 상혁은 그 안에 담긴 피곤함을 읽을 수 있었다.
상혁이 대답대신 조용히 잔을 들어 넘겨주자, 서연은 잔을 받아들고 두 손으로 감싸 쥐며 한 모금 살짝 마시고는 웃으며 말했다.
“맛있다. 히히.”
“내 커피는 비싸. 나중에 다 청구할거야.”
“엥? 지금도 그래서 열심히 일 하고 있잖아요.”
“예전엔 그랬었지.”
그렇게 말하며, 상혁이 프린트한 일러스트를 내밀었다.
“너도 이게 뭐가 문제일지 알 텐데, 왜 컨펌 올렸어?”
“그게···.”
직접 일러스트를 그려서 상혁에게 올릴 때는, 이제까지 한 번도 뭐라고 한 적이 없었기에, 서연의 목소리가 모기가 기어들어가는 것처럼 작아졌다.
그러자, 상혁이 상냥한 목소리로 서연을 위로하듯 말했다.
“경력자들 상대하기 어렵지?”
“···네···.”
“뭐, 자연스러운 거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팀원들이 아무리 너보다 경력이 뛰어나고 실력이 좋아도, AD는 너니까. 네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쳐 내야지.”
“그게 부담스럽다는 거예요.”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서연은 상혁은 서연에게 바로 AD(Art Director)의 역할을 맡겼다.
단순히 원화 파트만 아니라, 게임에 삽입되는 모든 3D모델링과 이펙트, 애니메이션과 배경 오프젝트같은 결과물을 확인하고 방향을 지정해야하는 중요한 역할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긴 이유는, 상혁이 서연을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언젠가 서연 본인이 넘어야할 벽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저한텐 너무 큰 짐이에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연이 아무리 상혁과 고등학생 때부터 게임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엄밀히 말하면 동인 시절 경력을 합쳐서 이제 겨우 5년차 정도 되는 원화가였다.
게다가 이제 겨우 대학생이 된지 얼마 안 된 나이.
웬만한 회사의 신입도 대부분 서연보다는 나이가 많은 상황에서 AD의 책무는 절대 수행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막 몰려와서 ‘왜 AD가 그런 것도 모르세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겁니다.’ 이러면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잖아요. 모르는 게 맞으니까.”
서연이 속마음을 털어놓자 상혁이 피식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어? 오빠? 저는 진지한데 지금 웃으시는 거예요?”
“푸흡······. 아냐···. 네가 아저씨 말투 흉내 내는 게 너무 귀여워서 그랬다. 미안. 그럼 그 옷도 무시 안당하려고 입은 거야?”
상혁이 아는 서연은, 오히려 귀찮다며 부실에서 체육복으로 돌아다닐 때가 더 많은 타입이지 절대 명품이나 이쁜 옷에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서연은 마치 회사원처럼 보이면서도 한눈에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평소 잘 하지 않던 화장도 한 채로.
‘워낙 예쁘니까 이것도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상혁의 지적에 서연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하아···. 혹시 몰라서 입어본건데 역시 역효과였을까요?”
“아냐. 예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겠지만.”
“후···. 저 그냥 오빠 옆에서 그림 그릴 때가 더 좋았던 거 같아요. AD같은 거 싫어···. 다른 사람이 해 줬으면 좋겠어요.”
어린 상급자가 윗자리에 앉으면 왕왕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상혁은 웃으며 서연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오늘 하루는 쉬어. 내가 그래픽 팀원들을 상대할게.”
“쉰다고 나아질 것 같지는···.”
“아니,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라고. 서연이 니가 일본 간 동안, 그래픽 팀원들 상대한건 나였으니까.”
“아···.”
이전까지는 서연이 컨셉 아트를 그리면 그걸 가지고 상혁이 모델러나 이펙터들과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서연은 직접적으로 그래픽 담당자들을 상대하지는 않았었다.
“좋아요. 재밌을 것 같아.”
문득, 상혁이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컨펌을 하는지 궁금해진 서연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상혁은 웃으며 서연을 데리고 자신이 작업하는 기획팀 부실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상혁의 자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 있는 파티션에 서연을 앉히고는, 아까 보여준 프린트를 들고 그래픽팀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예. 컨펌 문제 때문에요.”
“아, 저도 그것 때문에 드릴 말씀이 많았는데 마침 잘됐습니다. 사장님, 차라리 예전처럼 다이렉트로 컨펌 올리면 안 될까요? 지금 AD님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대화하기 갑갑한데···.”
“예전처럼 이라는 건 서연이가 돌아오기 전을 이야기 하시는 거죠?”
“맞습니다.”
“글쎄요. 일단 1차로 저희 AD가 지적한 부분을 보면, 아마 저한테 바로 올리셨어도 제가 지적했을만한 부분입니다. 그걸 왜 굳이 고집을 부려서 억지로 올리시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요.”
상혁의 말에 담당자는 입을 다물었지만 상혁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AD가 어리니까, 경력이 본인보다 적으니까 잘 아는 본인이 맞는다고 생각하시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게 딱히 나쁜 건 아니에요. 윗사람이라도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부분은 지적하고 고칠 수 있어야죠. 그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평관계니까요.”
면접 때도 상혁이 했던 말이었기에,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죠. 저도 경력자로써 사장님께서 부탁하신 것처럼 아직 경험이 부족한 AD분을 잘 가르쳐···.”
“제가 가르쳐주셨으면 했던 건 지식을 이야기하는 거지, 감각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한 게 아닙니다.”
옆에서 몰래 듣고 있던 서연이 숨을 삼켰다.
상혁이 상대의 말을 끊으며 이야기 하는 것을 별로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결과물은 경험에 맞고 상식에 맞는 그런 결과물이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건, 제가 좋아할 수 있는 결과물이죠. 그건 지식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감각을 가장 잘 캐치하고 있기 때문에 서연 씨를 AD로 임명한 겁니다.”
“그게 틀린 길이라 하더라도요?”
“그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직책이기 때문에 Director라고 부르는 겁니다. 올바른 결정이 모두 맞는 결정은 아니죠. 때로는 고증을 무시하고, 때로는 이성과 논리를 무시해서라도 감각을 따라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작업자가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어요.”
“그게 뭡니까?”
“회사를 관두는 거죠.”
실제로 회귀전의 상혁은 윗선의 결정에 반대하다 회사를 그만둔 적이 있었다.
회사는 최대한의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상혁은 거기에 따라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결정.
그러나 자신의 퇴사가 정당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상혁은 자신에 대한 회사의 징계도 정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려면 자신이 회사를 차리던가, 아니면 방향이 같은 회사에 들어가던가, 둘 중 하나 말고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 말은 잘못 들으면 의견제시를 하예 하지 말라는 말로 들리겠는데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정도 의미는 충분히 파악하실 수 있는 분이니까요.”
“압니다. 무슨 의미로 하시는 말씀인지. 제가 오해했네요. 저는 계속 ‘최선의 결과물’을 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장님께서 바라는 건 ‘최선’이 아니라 ‘최적의 결과물’이었군요. 서연 씨가 왜 이 부분들을 지적했는지 이제 이해가 가네요.”
“물론 서연 씨가 모든 분야의 천재는 아니니, 나중에 다른 게임을 만들 때 가 되면 새로 AD를 뽑을 수도 있겠죠. 혁진 씨는 아마 메카닉이 주특기셨죠?”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SF 로봇을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든다면 그때는 혁진 씨를 중심으로 한 그래픽 팀이 꾸려질지도 모르겠네요.”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지금은 서연 씨의 감각이 필요하시다는 거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당초 상혁이 인원을 충원할 때부터, 상혁은 단순히 경력이나 실력보다는 ‘일 전체를 이해하는 넓은 시야’를 중점적으로 채용 기준으로 삼았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지금의 회사에 ‘경력이 많은데 왜 내말을 무시해?’라고 할 만한 사람은 뽑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상혁의 설명을 들은 담당자는 서연에게 이야기할 때와는 다르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살짝 미소까지 띄우면서.
그리고 상혁은, 담당자가 돌아간 뒤 서연을 앉혀둔 파티션 뒤에서 끅끅대며 우는 서연의 목소리를 들었다.
“뭐야, 너 울어?”
“흐흐흑···. 오빠···.”
기껏 힘줘서 화장한 얼굴이 망가지고 있었지만 서연은 개의치 않고 비싼 옷을 눈가에 문질러 댔다.
그리고는 숨을 히끅이며 상혁에게 말했다.
“나···. 상혁오빠가 그 정도로 나를 믿고 있다고는 생각 안 했어요···”
“뭐, 네가 독심술사도 아닌데 내 맘을 어떻게 알겠니. 말해준적이 없으니 당연히 몰랐겠지.”
“솔직히 일본에 가서 타케우지 씨한테 AD에 대한 걸 배우라고 했을 때도 반쯤은 이해 못했거든요···. ‘왜 나보다 그림 못 그리는 사람한테 뭘 배우라는 거지?’ 하고요. 근데 이제 알겠네요.”
상혁은 말없이 자신의 책상에서 크리넥스 티슈를 가져와 서연에게 내밀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닦고 있는 서연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AD 자리가 아직도 부담스러워?”
그러자 잠시 고민하던 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서연이는 다른 사람한테 그림 올려서 그 사람이 나한테 확인 받았으면 좋겠어?”
잠시 생각하던 서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싫어요.”
“나도 너 말고는 다른 AD는 싫어. 그리고 그건 서연이 니가 세상에서 제일 그림을 잘 그려서 그러는 게 아냐. 내가 만들려는 게임을 가장 잘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형태로 비쥬얼을 가장 잘 뽑아줄 수 있으니까 그런 거지.”
“열심히 할게요! 저, 지금보다 훨씬 노력해서 그림 실력이든 캐릭터 디자인이든 누구도 반박 못할 최강자가 될 거에요! 그리고 메카닉이든 SF든 죄다 마스터할거야! AD자리는 누구한테도 넘기지 않을 거라고요! 프로그래밍 팀에서 아무도 뭐라고 못하는 민준 오빠처럼!”
‘민준이처럼 하려면 지금까지의 네 인생보다 두 배는 살아야하는데.’
상혁의 머릿속에 순간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상혁은 그것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상혁은, 평소처럼 여동생을 대하는 듯한 상냥한 목소리로 서연에게 물었다.
“커피 한 잔 더 타줄까?”
상혁의 말을 들은 서연이 배시시 웃었다.
아까 부실에 와서 상혁의 커피를 받아 들었을 때와는 다르게, 완전히 의욕으로 가득 찬 표정을 하면서.
“카푸치노로요!”
***
“팀장님, 이번 달 매출 보고 올렸습니다.”
사무실에 앉아있던 원준이 심각한 표정으로 메일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나쁘지 않다.
분명 나쁘지는 않았다.
신규 기업이 이정도 실적을 낸 것도 사실 어찌 보면 기적이라고 볼 정도로, 매출은 정말 좋은 편이었다.
물론 행사에서 심적으로 거의 멘탈 붕괴 수준의 데미지를 입긴 했지만, 두 사람이 애당초 기획했던 마케팅 효과 자체는 진짜 넘치도록 얻고 있었으니까.
아직도 대부분의 언론 기사에서, PTW 의 신작을 언급할 때마다 상대인 자사 게임의 이야기도 함께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양 게임의 유저 타겟층이 달랐기 때문에, 상혁이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MMORPG를 좋아하는 많은 유저들은 ‘웨이브 스토리’를 하기 위해 접속 하고 있었다.
다만 원준에게 불리한 점은, 상혁은 지금 아예 무주공산인 MOBA장르 시장을 혼자 먹고 있다는 점이었고, 자신은 경쟁상대가 엄청나게 많은 MMORPG시장에서 싸워나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원준은 한숨을 쉬었다.
게임을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상혁과의 내기가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잠시 후 잠시 고개를 책상에 파묻고 있던 원준이 자신에게 말을 건 사업부 직원에게 물었다.
“저쪽 매출은 어떻지?”
“대놓고 동접이랑 매출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수치만 놓고 보면 저희의 딱 5배 정도 됩니다.”
“시발···.”
“저희도 공개해야하지 않을까요?”
“나도 알아···. 근데 일단은···. 좀 더 두고 보자고. 여기서 매출까지 공개하면 완전 패배자 이미지가 박혀버리니까.”
“언젠가는 해야 할 텐데요.”
“나도 안다고···.”
약속한 6개월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두 달 남짓.
지금 5배 차이 나는 매출도, 초반엔 수십 배 차이였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아이템에 돈부터 쏟아 붓는 유저는 당시로써는 그리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발 진짜로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였군. 내기 상대를 완전히 잘못 골랐어.”
마이너한 취향의 게임만 만들기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 시작한 내기가, 지금은 매일 먹은 것을 토하게 만들 정도로 심적 부담을 주고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지금의 지표는 절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상혁이 거의 압도적으로 많은 유저수를 확보하고 있어서 매출이 높을 뿐이지, 유저 1인당 매출은 ‘웨이브 스토리’가 압도적으로 높았으니까.
그런데도 지고 있는 현재 상황이, 원준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사람에게 100만원을 뜯어내는 것이, 100사람에게 만원을 뜯어내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쉬운 게 게임 판이니까.
원준이 ‘게임 시장의 미래가 여기 있다’고 생각할 만큼, 부분 유료화 모델은 엄청난 포텐셜을 지니고 있을 터였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혹시 더 뜯어낼 수 있는데 내가 못하고 있는 건가?’
그때, 원준의 머릿속에 상혁과 있었던 최초의 내기가 떠올랐다.
상혁이 ‘극단적’이라고 말하며 비판했던, 듣던 당시에는 원준조차 ‘누가 저런데 돈을 쓰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했던 수익모델이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차트.
그 차트는 원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뜯어내도 유저는 감수할 수 있다.’ 라고.
“경미 씨.”
원준이 말했다.
“지금 1번 회의실로 개발팀 팀장급 전원 소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