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 승자와 패자
“우와아아아아아아!!!!”
한 달 전 방영이 끝난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환호성이 상혁의 고막을 세차게 때렸다.
지금까지 여기에 투입한 100억 원 이상의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 타임라인에 간섭하면서까지 원작의 성공을 끌어당긴 장본인이 아니라, 순수하게 원작을 사랑했던 한 사람의 팬으로서 상혁은 곧이어 시작된 시연 영상을 보며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같은 영상인데 왜······.’
원준이 속으로 생각했다.
상혁이 이번에 준비한 영상은, 이전 공개 시연에 썼던 것과 같은 음악, 같은 연출 시퀀스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의 캐릭터가 달랐고, 배경이 달랐으며, 그래픽이 달랐다.
원본 유즈맵이 맵 제한 해제 패치를 통해 퀄리티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느낌이었다면, 이번 시연 영상은 ‘전쟁 크래프트3’라는 족쇄마저 벗어던진 채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 게임 같은 그래픽으로 보는 이를 홀리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기존 게임에 스킨만 씌운 거라면···.’
페○트 애니메이션은 원준도 몇 번이고 봤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애당초 라이센스 제의 자체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원준이 기억하는 페이트의 원작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확실하게 상혁이 만들었던 유즈맵의 플레이와는 차이가 있었다.
같은 컨셉을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느낌의 게임.
단순히 원작에 나오는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그 감각의 간격을 메울 수 없을 거라고, 원준은 생각했다.
순간, 이전과 같은 시퀀스로 재생되던 영상이 페이즈 아웃되며, 익숙한 주제가와 함께 화면에 새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준은, 입을 쩍 벌린 채 자신의 마지막 희망마저 가져가버리는 상혁의 신규 모드 소개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아야만 했다.
-신규 모드 추가 : 원작 모드-
-최대 16플레이어 참전 가능-
-원작자 검수를 받아 제작한 미공개 서번트와 마스터, 50개체 이상 참전-
-향후 ‘페○트’IP에서 나오는 모든 캐릭터 참전 예정-
게임 화면과 함께 이어지는 시스템 설명을 보며, 원준은 상혁이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게임을 캐쥬얼하게 잘 다듬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이어지면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압축하여 템포를 조절하고, 원작에서 마스터를 찾기 위해 탐색을 하는 부분이나, 서번트에 따라 함정을 파고, 진지를 구축하는 개념이 적용되기도 하는 등.
‘서번트를 데리고 싸우는 마스터’ 라는 기본 개념은 배틀로얄 유즈맵과 똑같이 가져가면서도, 묘하게 원작에서 나왔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빠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원준아, 우리 좆된 거 아니냐?”
옆에서 걱정스러운 말투로 형민이 말하자, 원준은 애써 표정을 풀면서 힘겹게 대답했다.
“그래도 저쪽은 월정액, 아니면 패키지 판매라는 단점이 있어요. 꾸준히 캐릭터를 키워야하는 MMORPG장르가 아닌 이상, 월 정액제 MO게임은 무조건 한계가 있죠. 게다가 시작할 때 공짜로 풀어주는 구간까지 감안하면 6개월 안에 절대 저희 매출을 이길 순 없을 겁니다.”
원준이 형민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형민의 눈길은 정면의 화면으로 향해 있었다.
“저건 그럼 어떻게 설명할거야?”
“예?”
잠시 영상에서 눈을 돌렸던 원준이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원준은 동공을 크게 확장시키며 주먹으로 의자 팔걸이를 꽉 쥐고 말았다.
-Free to play-
“부분유료화라고!?!”
결국 원준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크게 소리 지르자, 관객들의 시선이 원준에게로 확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자 상혁은 영상의 재생을 멈추고 조명을 켜 실내 밝기를 올린뒤, 진행요원에게 눈짓을 보내 원준에게 마이크를 쥐어주었다.
“혹시 하실 말씀이라도?”
“분명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부분 유료화 모델은 사용하지 않기로!”
“그런데요?”
“그런데요 라뇨? 방금 화면에 부분 유료화라고 쓰여 있었잖습니까!”
“정확히 말하죠. 제가 한번이라도 게임을 정액제나 패키지로 판매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상혁은 BM에 대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단지 아이템 유료판매나 랜덤박스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을 뿐.
“그렇게 말하지는 않으셨지만, 부분 유료화 모델인 아이템 유료판매와 랜덤박스는 안 팔겠다고 확언을 해 주셨습니다.”
“팔 생각 없습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매출을 내겠다는 겁니까?”
“지금부터의 영상이 그걸 설명하려는 거였는데, 중간에 누가 소리를 질러서 방해하더라고요.”
원준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자리에 앉았다.
“방금 원준 씨가 말한 대로, 저희는 누구나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게임을 공짜로 개방하겠지만, 그렇다고 코스튬이나 무기, 아이템을 돈 받고 판다던가, 랜덤박스로 파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저희 팀의, 아니 저희 회사의 이름이 Play to win이니까요. 그러나 이번 작품은 최대한 많은 유저 분들이 즐겁게 플레이하시길 원하기 때문에, 패키지 대신 다른 형태의 BM을 준비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영상을 통해, 저희의 새로운 BM, ‘배틀패스’가 무엇인지 눈으로 확인 부탁드립니다!”
다시 어두워지는 조명과 함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하며, 화면에 당시로써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배틀패스’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플레이는 무료.-
-기본 도전 과제 달성 시 캐릭터 스킨이나 성유물 지급-
-매 시즌마다 목표가 주어지며, 목표 달성 시 보상 제공-
-시즌 완료시 랭킹에 따라 별도 보상 지급-
-배틀 패스 구매자는 추가 보상 지급-
부분 유료화가 자리를 잡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상혁이 선보인 배틀패스란 유료화 모델은 충분히 충격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몇몇 관객들 사이에서 ‘차라리 돈을 지불하면 바로 지급받는게 편하지 않나?’라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같은 기획자인 원준은 상혁이 가져온 모델이 얼마나 파괴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건 확실히 한 세대 위의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이득보다는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이다.
이는 간단한 실험으로도 입증된 사실인데, 참가자들에게 2만원을 지급한 뒤에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2만원을 가져가고, 뒷면이 나오면 3만원을 추가로 더해 5만원을 주겠다고 내기를 걸면, 대부분의 참가자는 이를 거절한다.
3만원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2만원을 잃었을 때의 손해가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엔 반대로 5만원을 주고 3만원을 가져간 뒤, 같은 내용의 내기를 걸면 대부분의 참가자가 내기에 응하게 된다.
3만원을 추가적인 ‘이득’이 아니라 잃어버린 ‘손해’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손실회피(Loss Aversion)라고 하며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이 실험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가 있었다.
상혁이 가져온 배틀패스도, 얼핏 보면 돈을 내고 추가적인 보상을 받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유저는 자신이 같은 게임을 했음에도 배틀패스가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상에서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똑같이 한 달을 게임에 투자했는데, 배틀패스가 있는 친구는 추가 스킨과 성유물 등의 아이템을 더 받고, 나는 무료 유저라 받지 못한다면 그것 자체가 손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배틀패스 모델 하에서, 유저는 무료라는 낮은 진입 장벽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길 때마다 배틀패스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원준의 눈엔 저 모델이 돈을 내지 않으면 게임을 아예 하지 못하는 월 정액제보다 훨씬 위력적인 과금모델처럼 보이고 있었다.
‘유일한 메리트가 사라졌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몰라도, 저 괴물 같은 IP를 확보해온 상혁은 원준이 준비한 부분 유료화모델에 꿀리지 않는 과금 모델까지 갖춰서 오늘 행사에 나타났다.
슬슬 마무리 되어가는 게임 소개 영상을 보며, 원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졌다. 완벽하게.
자신의 게임이 절대 못만든 게임은 아니었다. 지금도 같은 장르의 다른 MMO랑 비교하면 적어도 10위권에는 들 수 있는 퀄리티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이 알기로는, 상혁의 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는 지금 현재 세상의 어떤 게임도 줄 수 없을 것이다.
군계일학(群鷄一鶴:닭떼 속에 있는 한 마리의 학)과 유일무이(唯一無二:오직 하나뿐이고 둘은 없음)의 차이.
심지어 자신이 불러온 기자들까지 뭔가에 홀린듯한 눈으로 시연 영상을 보는 모습을 보며, 원준은 이를 악물었다.
‘개 자식’
아마도 페○트 원작 애니메이션의 ‘수상하게 돈이 많은 제작위원회 멤버’는 상혁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돈을 얼마를 제시해도 죄다 거절하던 원작자에게 라이센스를 따 올 수 없었을 테니.
자신에게 게임은 ‘잘 만들면 장땡’인 물건이었으나, 상혁이 게임을 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랐다.
유저가 최종적으로 느끼는 경험, 그리고 느낌.
캐릭터가 생소하다면 수십억을 투자해 원작 IP를 아예 새로 띄울 정도의 미친 판단.
그것은 분명, 일반적인 상리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미친 듯이 비효율적인 행동이었으니까.
‘원작 저작권도 본인이 가져가는 게 아닌데 저기다 수십억을 태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혁의 투자는, 적어도 지금으로써는 그 정도 가치가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생각하는 방식이 너무 달라서 아예 인간으로 취급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적어도 제가 아는 개발자 중에 저런 미친 짓을 하는 놈은 없습니다.”
원준은 이를 갈며 형민에게 그렇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더 못 있겠어요. 애당초 이 싸움 자체를 건 게 잘못이었습니다. 난 개발자의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 새끼는 처음부터 제 판에 들어올 생각이 없던 놈이에요.”
“그래도 기자회견이 있는데···.”
“대신 좀 부탁드려요. 저 여기 더 있다간 미칠 것 같아서···.”
신입사원 때부터 보아온 형민은 원준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행사 도중에 가버리겠다는 무책임한 이야기를 할 존재는 아니었기 때문에.
제지하려던 형민은 너무 꽉 쥔 나머지 하얗게 색이 변해버린 원준의 주먹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
그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원준을 보내주었다.
기자회견에는 자신이 대신 남기로 하고.
그리고 잠시 후, 회장을 울리는 시연 영상의 음악을 뚫고, 바깥에서 누군가가 벽을 차며 괴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아아!!! 개새끼야아아!!!”
뒤편에 앉아있던 일부 참가자들이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들도 이내 고개를 다시 돌려 시연 영상에 집중했다.
지금은 저 매력적인 신작 게임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담고 싶어서.
그리고 그런 관객들의 시선 끝에는, 무대에 서서 원준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 짓던 상혁이 있었다.
‘이건 뭐 압승 정도가 아니네.’
앞서 있었던 원준의 시연 내용이 싹 지워질 만큼의 임펙트.
우포테이블에서 무료로 제작 및 편집을 해준 극장판 퀄리티의 시연 영상.
회사가 가진 자금력의 안전 범위를 아득하게 넘어서는 과감한 투자였지만 상혁은 그로 인해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거의 반쯤 빌다시피 팀원들을 설득한 보람이 있었군.’
겨우 체험판만 나온 IP에 제작사도 검증이 되지 않은 신생 제작사.
심지어 테스트를 위해 맡긴 PV영상이 하이퀄리티를 넘어 울트라 퀄리티 수준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80억이란 제작비는 팀원들이 쉽사리 납득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해야만 했다.
자신이 만든 BM모델은 진입 장벽이 낮은 월 정액제 모델과 비슷한 형태였고, 그것으로 부분 유료화 모델을 이기려면 압도적인 유저수가 필요했기 때문에.
물론 기본적인 유저수는 프로토타입을 유즈맵으로 발매함으로써 확보할 수 있었지만, 상혁은 그것으로 확실한 승리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혁이 내놓은 결론이 지금의 결과물이었다.
‘열광할 IP가 없으면, 만들어서 내놓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애니, 원작의 캐릭터들이 신작 게임에 등장하고, 원작의 느낌까지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다면 그것에 흥분하지 않을 유저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PTW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최대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 만들어진 게임은 굳이 페○트 IP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확신하지만, IP가 얹어지면 수십 수백 배로 재미있어지는 게임이었으니까.
상혁은 이걸로 동접에서 원준의 게임이 PTW의 게임을 이길 가능성은 제로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원준은 아마도 본인이 유일하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매출부분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상혁은 이미 그 부분에 대한 대응책도 생각해 두었기 때문에, 원준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단지, 조금이라도 더 이 순간에 시연 영상을 보는 유저들의 기쁨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그것은 분명, 승부를 떠나서 자신이 유저들에게 줄 수 있는 궁극의 엔터테인먼트였기 때문에.
‘좀 더 열광해라. 좀 더 즐거워해라. 우리 게임을 사랑하는 모든 유저들아.’
상혁이 작게 중얼거렸다.
“너희는 그걸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
게임 개발에서 가장 바쁜 시기가 오픈 직전과 오픈 직후다.
물론 패키지 게임 같은 경우야 데이원 패치 같은 긴급 패치 배포를 하지 않는 이상은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상혁은 매번 런칭 때마다 묘하게 발로 뛰어야하는 상황이 많았기에 패키지 발매 시에도 항상 바쁘게 움직이곤 했었다.
오히려 패키지 게임 시절에는 민준이 발매 직전이나 직후에 좀 한가한 편이었는데, 최종 결과물을 CD프레스 업체에 맡기고 나면 다음 개발이 시작될 때 까지는 한가한 편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매하는 게임은 패키지 게임이 아닌 온라인 게임이었고, 덕분에 민준은 오랜만에 회귀 전처럼 바쁜 오픈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어떻게, 가능할거 같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민준을 보며 상혁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묻자, 민준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 일단 동접 제한 카운트로 막아놓긴 했는데, 최대한 빨리 서버 증설 안하면 서버가 터지거나 내 머리가 터지거나 둘 중에 하나가 되겠지.”
“주문은 이미 넣어놨으니까, 금방 오겠지.”
“온다고 끝이냐? 아오, 예상한 거보다 유저가 너무 많이 몰렸어.”
“그런 거 치고는 렉이나 핑 문제는 거의 보고 안 되던데.”
“누가 짠 코드인데 당연하지.”
그때, 열심히 서버 장비를 옮기고 있던 금발머리의 외국인이 민준에게 물었다.
“Hey, Minjun. Do you have any problems?(민준씨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it's nothing. Go back to work.(없어요. 가서 일이나 해요).”
그 모습을 보던 상혁이 민준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야?”
“MS 직원.”
“너 참 MS 파견 간 거 알뜰하게 써먹는구나?”
“너만 하겠냐.”
그날의 행사 이후로, 상혁은 온갖 매체에 광고를 실으며 원작 IP인 ‘페○트’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했다.
마치 뽕이라도 뽑을 기세로.
“뭐, 쓴 돈이 있으니까. 돈값은 해 줘야지.”
“지금까지 들어온 것만으로도 본전은 이미 치고도 남지 않았나?”
“뭐 그렇지.”
행사 바로 다음날 게임을 오픈한 직후부터 미친 듯이 결제 유저가 늘어나더니 한 달쯤 지난 지금은 그 수가 30만 명 을 넘어서고 있었다.
문제는 결제유저 숫자만 그 정도라는 것.
실제 액티브 유저 숫자는 그것을 아득히 초월했기 때문에 민준은 지금 갑자기 늘어난 접속인원을 처리하기 위해 한 달째 미친 듯이 야근을 하고 있었다.
“원래 초반에 빡 몰리다가 떨어지는 법이니까 좀만 버텨줘.”
상혁의 말을 들은 민준은 피곤에 절어있는 얼굴을 하면서도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싫다. 차라리 계속 오르는 게 좋지.”
“어? 그래? 힘들지 않아?”
“이 상황에서도 안 터지는 서버를 구축한 이 몸의 대단함을 세상이 알아야한다고.”
민준의 말대로, 민준이 미리 세팅해 놓은 게임서버는 첫날 최대 예상인원의 3배에 해당하는 유저가 몰렸음에도 게임을 원활하게 소화해냈었다.
물론 그날 바로 민준이 비명을 지르며 상혁을 끌고 가 서버 장비를 조달하던 업체의 창고를 싹 비우면서 증설작업에 들어가긴 했었지만.
어찌됐건 지금도 접속 제한을 뚫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뚫기만 하면 게임 자체는 그럭저럭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고, 덕분에 유저들은 랙이나 핑에 대해 불평하는 대신 서버 증설 요구만 줄기차게 해대고 있었다.
“네 대단함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괜찮아.
그리고 민준이 네 실력이 세상에 너무 알려지면 내가 곤란하다고.
혹시 대기업에서 스카웃 제의라도 하면 어떡해?”
상혁의 농담 섞인 말에 민준은 웃음 대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상혁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어? 갑자기 진지하게 그게 무슨 말이야?”
“넌 내가 회귀 전에 다른 대기업 입사제안 안 받아 봤을 것 같냐?”
“아마도 받았겠지?”
사실 민준이 말한 것은 상혁에게도 미스터리였다.
자신과 다르게 훨씬 좋은 대기업에 얼마든지 갈 수 있었던 민준이, 어째서 자신과 함께 과로사하는 순간까지 함께 한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회귀 이후에도 매일 밤을 새가면서 자신의 곁에 남아 게임을 만드는 것인지.
민준은 상혁의 표정을 보고는 자신이 곁에 있는 이유를 상혁이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회귀 전까지 합치면 30년을 넘게 함께한, 게임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친우에게, 자신이 상혁의 곁에서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두 사람이 회귀하기 전, 함께 게임회사에 입사한지 3년쯤 지난 애송이 개발자 시절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