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84화 (85/485)

084. 한 사람을 위한 게임

성격상 민준은 팀원들과 기획 회의를 하거나, 상혁과 단 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상혁의 의견에 대놓고 반대를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민준은 상혁이 나슈의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도, 단지 속으로만 비명을 질렀을 뿐 상혁을 제지하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미팅이 끝나자마자 상혁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며 상혁에게 소리를 질렀을 뿐이었다.

“야 이놈아! 어쩌자고 그걸 받아!”

“어~으~그~마안~~흔~들~어~~.”

상혁의 말을 들은 민준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상혁을 노려보자, 상혁이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받은 건데, 민준이 네가 보기엔 무리야?”

“무리지. 나도 물론 원작 팬이긴 한데 원작 페이스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기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MO게임에서 그렇게 며칠씩 실시간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 있긴 한가?”

“지뢰 크래프트 랑 러○트. 그리고 코난 엑○일 같은 경우는 아예 호스트 권한을 팔잖아.”

상혁의 말대로, 유저가 직접 호스트 서버 역할을 하며 다른 유저와 실시간으로 며칠 동안 멀티를 하는 개념은 2020년대 기준으로는 그리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다.

그러나 민준은 상혁이 언급한 3게임 모두, ‘자원 수집’과 ‘건축’이 메인 컨텐츠임을 지적했다.

“니가 말한 게임들은 전부 건축을 위해 자원 채취하는 게 메인이잖아. 그러니 하루 종일 게임을 해도 할 게 많겠지. 근데 페○트 원작은 그런 식이 아니잖아? 그건 어떻게 해결하게?”

“아니, 그쪽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건 아냐. 원작에서 강조하는 재미는 그쪽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상혁은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민준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혁이 설명하는 동안, 민준은 때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때로는 무릎을 치기도 하며 상혁의 설명에 깊게 빠져들었다.

“숨바꼭질?”

“어. 원작 플롯의 핵심 재미가 그거니까.”

상혁은 들고 있는 노트에 동그라미를 빼곡하게 그렸다.

“대충 50명이라고 할게. 50명의 NPC가 맵 곳곳에서 움직이는 거야. 그중에 플레이어는 랜덤하게 한명의 캐릭터를 조작하게 되는 거고.”

“누가 플레이어고 누가 NPC인지 모르겠네?”

“맞아. 그리고 기존 게임시스템과 같이 서번트를 소환해서 데리고 다니는 거지.”

“그럼 기존 배틀로얄 모드와의 차이점은 NPC뿐이야?”

민준의 질문에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일단 배틀로얄 모드에 비해서 마스터의 마력이 차는 속도를 느리게 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잡는 게 NPC든, 플레이어든, 한번 전투를 하면 연속 전투는 불가능하게. 그리고 전투를 하면 마력 방출의 여파 때문에 미니맵에 위치가 노출돼.”

“함부로 전투를 했다가는 위험하겠군. 뒤통수를 맞을 수 있으니까.”

“맞아. 그리고 배틀로얄 모드와 다르게, 이 모드에서는 임의 동맹이 가능한 거지.”

“NPC도 모두 서번트를 소환해?”

“그게 핵심이야. 이 모드에서는 서번트의 영체화가 가능하게 할 거야. 그러니까 저기 뛰어가는 NPC가 서번트를 영체화 한 상태로 도망가는 플레이어인지, 아니면 서번트를 멀리 파견 보내고 쉬고 있는 플레이어인지, 아니면 NPC인지 알 수 없지.”

“서번트의 존재 여부 자체도 모른 다라···. 재밌네. 또?”

“나머지는 원작에 충실하지. 기본적으로 서번트가 결계를 펼쳐서 안전지대를 만들거나, 특정 지역 안에서는 전투 불가 규정이 있어서 거기 캐릭을 가져다놓고 자고 온다던가 하는 것도 가능하고, 서번트가 좋아하는 것을 파밍해서 제공함으로써 서번트를 성장하는 것도 가능하고.”

“성장이면 어떤 거?”

“예를 들어 캐스터 계열의 어떤 서번트는 맵 일정 넓이 구간에 필드를 펼쳐서 그 안에 들어온 NPC 와 플레이어의 생명력을 경험치로 전환 가능하다던가 하는 거지. 대신 그 안에 들어온 플레이어는 근처에 캐스터를 서번트로 다루는 플레이어나 NPC가 있음을 알게 되는 거고.”

“서번트의 종류나 클래스에 따라 NPC의 행동 방식이 달라져야 겠네···.”

잠시 생각하던 민준이 고개를 들며 상혁에게 말했다.

“확실히 그 방법이면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에서도 약간만 변형하면 구현 가능할거 같다.”

“그렇겠지?”

“어. 물론 완전히 실시간 페이스로 잡으면 게임이 너무 지루해질 테니 압축된 시간 선을 써야겠지만, 한판에 4~8시간 게임으로 잡고 만들면 원작 느낌도 그럭저럭 주면서 긴장감도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혁에게 말했다.

“가자.”

“어딜?”

“한국 가야지. 빨리 기획서 내놔. 난 개인적으로 배틀로얄보다 방금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

***

상혁이 민준과 함께 나슈가 요구한 ‘원작 모드’의 알파판을 완성한 것은 서연과 지수가 졸업식을 마치고 무사히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고 나서 4달가량이 흐른 후였다.

계절은 어느새 완전히 여름으로 접어들어 부실에도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지 않으면 컴퓨터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순식간에 사우나가 되는 7월이 되었다.

그 기간 동안, 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우선 가장 큰 변화로는 인력이 이전보다 대폭 충원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었다.

기존에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잡은 자리배치를 더 이상 쓸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인력 때문에, 상혁은 학교의 허가를 받아 추가로 몇 개의 부실을 더 사용했다.

그리고 기존에 부실의 ‘외부 인력’자리에 있던 인원들을 이동시켜 ‘팀원들’이 있는 부실과 ‘직원들’이 있는 부실을 나누어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상혁을 놀라게 했던 것은, 원작에서 7명밖에 등장하지 않았던 마스터 역할의 캐릭터를 추가로 50명 수준으로 요구한 상혁의 요청을, 나슈가 며칠 만에 상세 설정까지 달린 리스트로 제공한 것이었다.

각 가문의 배경과 함께 인물의 능력과 기술 등까지 상세히 정리된 기획서는 상혁이 캐릭터 작업을 진행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아마도 이건 나슈가 이야기한 걸 지수가 정리한 거겠지.’

기본적으로 ‘소설’이나 ‘이야기’를 게임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설정으로 바꾸는 기술은 상혁이 지수에게 가르친 것이었다.

원래부터 머리가 좋았던 지수는, 상혁이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금세 파악하고 거기 맞는 내용을 꼼꼼하게 작성하여 상혁에게 보내왔다.

그리고 나슈는, 그중에 1/3정도는 자신의 검수를 받아 지수가 만들었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상혁을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내용적으로는 누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어서.

아마 지수도 상혁의 의도대로 착실히 타이프-문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모양이었기에, 상혁은 진행 상황에 만족하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상혁이 걱정하는 쪽은 지수가 아니라 오히려 서연 쪽이었는데, 빈말로 하더라도 당시의 타케우지는 절대 그림실력이 서연보다 뛰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혁이 서연을 굳이 파견한 것은, 어린 나이에 혼자 일본이라는 타국에서 지내야 하는 지수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타케우지에게 ‘캐릭터를 프로듀싱 하는 방법’을 배우기를 원해서였다.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상혁이나 지수가 의뢰한 캐릭터를 디자인 해온 서연이 가진 재능이 ‘캐릭터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재능이었다면, 원래 남성캐릭터였던 세○버를 히로인으로 바꾼 것처럼, 자칫 매니악 해 질 수 있는 작업자들의 결과물을 대중성이란 기준 아래 유저들이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로 끌어갈 수 있는, 그 특유의 ‘프로듀싱 능력’을 서연이 배우길 원했던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서연이 단순한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수많은 그래픽 작업자들의 결과물을 스스로 판단하여 올바른 길로 끌고 갈 수 있는 AD(Art director)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되기를, 상혁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서연은 상혁의 그런 의도에 충실하게 타케우지의 곁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림이나 디자인에 대한 조언보다는, 타케우지의 판단이 어떤 사고 하에서 이루어 진 것인지, 어떤 기준을 가지고 결정된 것인지를 물어보면서.

상혁이 그렇게 일본에 나가 있는 팀원들과 새로 뽑은 직원들을 관리하고 있는 사이, 민준도 정신없이 업무에 파묻혀 있는 나날이 계속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상혁이 추가로 투입한 인원의 대부분이 ‘중2병 배틀러’를 작업하면서 민준과 함께 손발을 맞춰보았던 컴공과 대학원생들이었다는 점이었다.

민준은 그 인원들을 민솔을 중심으로 하는 클라팀과 자신이 맡은 서버팀으로 나누어 작업을 분배하고, 서로의 코드가 충돌하지 않도록 작업파트를 관리하며 자신 역시도 하루 종일 코드를 붙잡고 게임을 완성하는데 온 힘을 다했다.

그렇게, 무리까지는 아니어도 모두가 열정을 다해 만든 데모를 플레이 하게 된 것이 바로 오늘.

게임 제작 중 구현 요소 확인을 위해 팀 내에서 가장 테스트를 많이 한 상혁은 오늘 플레이 멤버에서 빠져 있었다.

대신 원작을 잘 아는 민준을 중심으로 성연과 현주, 그리고 나머지 대학원생 4명을 포함한 7명이 플레이 인원으로 잡혔다.

배틀로얄 모드와 원작모드, 둘 다를 플레이하는 조건으로.

그렇게 플레이한 내부 테스트는, 상혁의 예상과는 크게 다른 결과를 내 놓았다.

“이거 원작모드가 훨씬 재미있는데요?”

오히려 대중성이 없을 거라 판단한 원작모드가 더 재미있다는 평가에, 상혁은 원인을 찾기 위해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이유를 파악하고는 테스트 그룹을 교체했다.

이번엔 ‘배틀로얄 유즈맵’을 평소에 많이 플레이한 인원들로.

그러자 이번엔 반대로 배틀로얄 모드가 더 재미있다는 평가가 나왔고, 그로서 상혁은 왜 그렇게 평가가 갈렸는지에 대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원작 모드 쪽이 템포가 느리니 게임을 파악하기 쉬워서 그렇구나.’

애당초 한쪽은 배틀로얄, 한쪽은 숨바꼭질이 들어간 일종의 마피아 게임 같은 느낌이라 두 모드 모두 각각의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

“민준이 니가 보기엔 어때? 실제로 해본 감상은?”

아무래도 자신을 제외하면 원작을 해본 유일한 인원이 민준이었기에, 상혁은 민준이 팬으로써 신규 모드를 마음에 들어 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혁에게 민준이 내어준 대답은···.

“완벽해.”

솔직히, 놀라웠다.

설명만 들어도 재미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상혁이 게임 안에 넣은 요소가 밸런스 있게 지루함과 복잡함의 중앙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나슈 씨도 만족할까?”

“불만을 표하면 내가 일본 가서 두들겨 패줄게.”

적어도 민준이 보기에 이 이상 원작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기에, 민준은 가슴을 치며 상혁에게 호언장담했다.

결국 민준의 적극적인 푸쉬로 상혁은 그대로 1차 테스트를 종료하고 개발 버전과 기획서를 의뢰인인 나슈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답변을 기다리면서, 지금껏 게임을 만들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감정을 느꼈다.

‘진짜로 한 사람을 위한 게임을 만들어버렸네.’

원작자가 부탁한 소망.

자신이 만든 세계를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그 간절한 부탁에서 탄생한 게임을 그 세계의 원작자에게 보여주는 것은, 게임 업계에서 오랜 시간 일한 상혁으로써도 처음 겪는 생소한 감정이었다.

‘롤랑에게 해리버터 영화를 보여주는 감독이 이런 기분이었을지도.’

그리고 신기하게도, 의뢰인인 나슈 키오코는 민준과 똑같은 답변을 보내 상혁의 마음을 부푼 풍선처럼 기쁨으로 벅차게 만들었다.

[re: パーフェクトです(완벽합니다.)]

***

2월에 공개행사를 가진지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상혁이 현재 가진 카드는 총 3가지라 할 수 있었다.

화 당 3억이라는 무지막지한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극장판에 준하는 퀄리티로 제작중인 애니메이션.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발매 예정인, 비쥬얼 노블계에 전설이 될 기록을 세울 원작 게임.

마지막으로 상혁이 그 원작의 재미를 유저에게 전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게임, ‘아레나 워즈’.

그 3개의 카드를 최대한의 임팩트로 활용하기 위해, 상혁이 결정 한 것은 다음 공개 시연을 페○트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발매일 이후로 미루는 것이었다.

우선 원 IP가 힘을 받아야 그것을 받아서 만든 아레나 워즈도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흠···. 어찌됐건 추후 공개 일정 자체는 조율해서 결정하기로 한 거니까, 아예 출시시점에 맞춰서 공개하자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 상혁이 원준에게 전화 했을 때, 원준은 그 제안을 의외로 기쁜 듯한 목소리로 받아들여 상혁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희야 환영입니다. 대신 원래 마케팅을 위해서 양사가 대결 형식으로 공개행사를 진행했던 것인 만큼, 출시 시점에 맞춰서 공개를 하실 계획이시면 저희가 중간에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상혁이 신규 모드를 개발하는데 전념했던 5개월 동안, PTW는 공식적으로 유즈맵의 버전업 외에는 별다른 대외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원준은 상혁 측에서 공개 행사를 미루자고 제안한 만큼, 나머지 기간 동안 자신이 별도로 마케팅을 진행해도 되겠냐고 물은 것이었다.

“좋습니다. 저희는 당분간은 개발에 집중해야할 것 같으니까요. 그쪽에서 별도 마케팅이 필요하시다고 판단하시면 편하신 대로 하시죠.”

“감사합니다. 그럼 개발일정은 어떻게 맞출까요?”

“저희 쪽 개발이 마무리 되는 때가 내년 6월이니 그 이후로는 아무 때나 상관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침 저희도 그때 오픈 가능할 것 같네요. 그 전에 양사 모두 개발 마무리 짓고, 같은 날 오픈하는 걸로 하시죠.”

전화를 끊자마자, 원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는 형민을 향해 소리 질렀다.

“형님! 형님! 됐습니다! 됐다고요!”

“어? 뭐?! 뭐가?”

“이번엔 저희가 이긴 거나 다름이 없다는 말입니다!”

“아까 전화 내용이랑 관련된 거야?”

“네!”

힘차게 대답하며, 원준이 설명을 시작했다.

“갑자기 상혁측에서 연락이 오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공개 일정을 개발 완료 이후 런칭 때로 잡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휴, 갑갑하시네. 지난번 행사 기억 안 나세요? 그놈은 쇼에 미친놈이에요! 그런 놈이 중간 공개를 피한다? 그건 분명히 보여줄게 없다는 의미죠!”

“그···. 그런가?”

“그게 아니면 중간 공개를 피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지난번에 유즈맵 공개 때도 그렇지만, 이번일로 확신을 얻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원준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 녀석은 지난번에 보여준 그게 전부였던 겁니다. 그걸 그냥 그대로 유즈맵에서 자체 게임으로 옮기려는 거죠.”

“그게 우리한테 호재라는 말이지?”

형민이 묻자 원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녀석은 처음에 가진 카드를 너무 빠르게 써버렸어요. 정말 잘 만든 유즈맵으로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만들었지만, 그게 그거죠. 어차피 비슷한 플레이가 가능하면 굳이 풀 프라이스 주고 게임을 옮기겠어요? 유즈맵으로도 충분히 플레이 가능 할 텐데?”

“그걸 그쪽에서도 모르는 게 아닐 텐데?”

“오히려 그래서 연기한 거죠. 이미 게임플레이의 90%이상이 공개된 상태에서, 패키지 판매나 월정액 말고는 나머지 BM은 막혀있고, 뭔가 더공개 하려 해도 캐릭터 추가 말고는 딱히 할 것도 없을 거고요.”

“이미 플레이가 완성된 게임이니까?”

“그렇죠.”

“그걸 해결하려고 늦춰달라 는거 아냐?”

“지금 답 없는 게 시간지난다고 답이 나오겠습니까?  제가 장담하는데, 다음 공개행사 때 저 녀석들이 공개할 버전은 그냥 지금 유즈맵에서 그래픽 좀 좋아지고 매칭 시스템정도만 달려있는, 그런 업그레이드 버전일겁니다. 그것도 월 정액제로요.”

“그럼, 우리가 이기겠군?”

“그렇죠. 지금 저희가 할 건 딱 하나에요.”

“말만해. 바로 준비할 테니.”

의욕으로 불타는 눈빛을 한 형민을 보며, 원준이 섬뜩한 표정으로 말했다.

“판을 최대한 벌립시다.”

원준은 바로 다음날부터 게임 잡지 인터뷰 등에 출연하며 지난번 행사 때 상혁의 퍼포먼스를 비난하는 늬앙스의 기사를 올렸다.

프로토타입을 유즈맵으로 공개한 것은 정말 기발했지만, 역으로 기발함을 너무 추구하다 자기 무덤을 판 격이라는 식으로.

그리고 정작 게임이 오픈될 즈음에는 자신이 만든 유즈맵에 자신이 묻히게 될 거라며, 이 모든 것이 팀장이자 CEO인 상혁의 지나친 쇼맨십에서 유발되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 기사를 본 상혁이 자신이 공개행사에서 느꼈던 치욕과 초조함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정작 상혁은 원준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를 손에 들고서도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있을 뿐이었다.

“이래주면 나야 진짜 고마운데.”

저쪽에서 자발적으로 광고비까지 써가며 대결을 홍보해준다니, 상혁으로써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결국 상혁의 계획대로 페○트 원작의 IP가 회귀 전 타임라인보다 훨씬 빠르고 크게 성장한다면, 결국 공개 행사에서 치욕을 당하는 쪽은 원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나는 저쪽에서 삽질하는 동안 극장판 퀄리티로 공개될 애니메이션 방영계획이나 세워야겠다.”

상혁은 수화기를 들었다.

방금 말한 ‘극장판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고 있을 제작사, 우포테이블과 한일 동시 방영 계획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