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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갓겜 제작법-81화 (82/485)

081. 판을 짜다

회귀자와 천재 개발자의 역사적인 미팅 이후에, 상혁을 따라 나온 민준이 상혁에게 물었다.

“정말로 애니메이션도 제작할거야?”

“그쪽이랑 추가 협의를 거쳐야겠지만, 아마도?”

“비용이 장난 아닐 텐데.”

“뭐, 그렇겠지. 중요한건 거기 드는 비용보다, ‘우리가 뭘 얻을 수 있느냐’지. 원작 출시에 맞춰서 애니메이션도 발매할 수 있다면, 홍보효과도 장난 아닐 테고, 좀 더 많은 팬들이 빠르게 형성되겠지. 그리고 그렇게 손해만 보는 것도 아냐. 한국에서의 페○트 유통권한을 우리한테 달라고 하면, 어느 정도 손해는 보전 될 테니까.”

“그쪽까지 계산한 건가···.”

“뭐, 그걸로 번 돈은 죄다 페○트 마케팅 하는데 쓸 거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민준의 질문에 상혁이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라면 ‘그쪽이 우리 게임 IP에 더 홍보효과가 있을테니까’라고 답했겠지만, 민준이 바라는 대답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혁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상혁은 한숨을 쉬며 자신이 페○트의 IP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털어놓았다.

“뭐, 결국 돈이지.”

“돈? 원래 넌 돈에 관심 없었잖아.”

“내가 벌돈 말고, 게임에 쓸 돈.”

“아···.”

“나이츠 어셈블이 내 예상보다 크게 성공하면서, 회사에 돈이 많이 생겼는데, 이걸 굴려서 회사에 안정적인 캐쉬 카우를 하나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게 이번에 개발하는 배틀로얄이다?”

“맞아. 일단 이번에 자리를 잡으면, IP확장은 타입문에서 알아서 해줄 거고, 우린 캐릭터랑 게임모드정도만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주면 되겠지. 리그 오브 레전설처럼.”

상혁의 말에 민준은 ‘리그 오브 레전설’을 떠올렸다.

확실히 중간에 여러 게임모드를 추가하긴 했지만, 리그 오브 레전설은 초창기 나왔던 게임모드가 가장 인기가 많았고 또 굉장히 긴 수명을 가진 게임이었다.

“그럼 차라리 지분을 달라고 하지 그랬어?”

“타케우지 씨가 그런 거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거든.”

애당초 페○트의 IP 소유권을 가진 주체는, 올해 타케우지가 설립할 유한회사 노츠였다.

주식회사와는 다르게 유한 회사는 해당 회사의 지정된 직원들만이 지분을 가질 수 있었고, 타케우지는 적어도 상혁이 아는 바로는 설립 이후로 그 지분을 판적이 없었다.

“원래 본인이 가진 것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은 함부로 미래를 남에게 넘기지 않는 법이지.”

“그래서 캐릭터 IP정도에서 타협을 본거다?”

“맞아, 아마 오늘 금액의 2배를 불렀어도 그게 독점권한이었다면 타케우지는 안 받아들였을 거야.”

“납득했어.”

고개를 끄덕이던 민준이 질문이 남았는지 상혁에게 물었다.

“근데 나는 왜 데려 온 거야?”

“어? 너 좀 쉬라고.”

“쉬라고??”

“어. ‘쉴 거야?’ 라고 물어봤으면 아예 안 쉬었을 거 아냐. 온천 여관 예약해뒀으니까 좀 쉬었다 가자고.”

“난 안 쉬어도 되는데.”

“너 이 새끼 얼마 전에 코딩하다가 ‘흐흐흐 나는 방금 C언어의 모든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미 존 스킷을 넘어선 존재란 말인가···.’ 라고 중얼거린 거 다 들었거든? 내가 아는 지식대로라면, 프로그래머가 그런 소리하면 무조건 쉬어야 돼.”

아마도 연속으로 철야를 하는 도중에 혼미한 정신상태에서 한 헛소리를 상혁이 들은 것 같았다.

결국 자신을 걱정해서 강제로 끌 고왔다는 말에 민준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혁의 말대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던 것도 사실이니까.

상혁이 나슈와 타케우지를 만난지 며칠이 지났지만, 상혁은 아직 민준과 일본에 체류하고 있었다.

만난 당일 구두 협약을 진행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서류 준비에도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민준은 상혁의 의도대로 프로그래밍과 완전히 거리를 둔 채 먹고 자고 관광도 다니며 리프레쉬를 하는데 집중했다.

중간에 문득 ‘지금 이 순간에도 상대측에서 열심히 개발 중일 텐데.’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상혁은 그런 민준의 걱정을 듣고는 콧방귀를 뀌며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쪽에서 뭔 개짓을 하던 내가 이겨.’ 라고 하면서.

정작 그렇게 말하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쪽은 상혁이었다.

민준이 피로를 푸는 동안, 상혁은 나츠의 도움을 받아 계약진행에 대한 추진과 함께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내용도 조율해야했다.

‘타임라인에 개입하는 느낌이라 나비효과가 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스튜뒨 버전보다는 나은 게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상혁은 원래의 타임라인에서 페○트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스튜디오 뒨’대신, 이후 실력을 인정받아 페○트의 애니메이션 대부분을 맡게 된 애니메이션 제작사 ‘우포테이블’에 접촉했다.

그것도 나슈나 타케우지와의 협의 없이 상혁의 독단으로.

그도 그럴게 2000년 설립 이후로 출시한 애니메이션이 단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재능을 밑고 맡겨보자’라고 설득하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데모를 기깔나게 뽑아서 보여주면 한방에 반할 것이라고, 상혁은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우포테이블은 생긴지 얼마 안 된 신생회사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상혁이 뜬금없이 미팅을 제안한 후 데모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의뢰했을 때, 우포테이블의 대표 ‘콘노 이카루’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무슨 종류의 신종 사기인가?’

그러나 대표의 비전과 직원들의 포텐셜을 밑고 대형 프로젝트를 맡기고 싶다는 상혁의 설득에 콘노는 결국 데모 애니메이션 계약을 받아들였고 상혁은 그 자리에서 선금으로 같은 시간 분량의 데모를 제작하는 데 드는 대금의 3배를 지급하며 상대를 놀라게 만들었다.

상혁이 의뢰한 분량은 페○트의 여주인공과 등장인물중 하나인 ‘창잽이’와의 배틀 씬.

회귀 전 보았던 극장판의 전투씬을 기반으로 한 상혁의 전투 묘사를 자세히 들은 콘노는 지금 이 제안이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데모가 통과돼서 정식 계약을 하면 제작비만큼은 섭섭지 않게 줄 것 같다.’

신생 업체가 거부하기엔 너무나 달콤한 제안으로 계약을 따낸 상혁은 다음으로 타케우지를 만나 추가 협의에 들어갔다.

조건은 이전에 구두로 협약한 것과 동일한 2억엔으로. 그 댓가로 상혁이 받는 것은 이후 페○트 IP로 발매되는 모든 설정 및 캐릭터의 비독점 활용권한이었다.

회귀전 지식으로 이게 나중에 돈주고 사려고 해도 절대 살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상혁과 다르게, 그것을 모르는 타케우지는 상혁이 로얄티를 지불할 테니 한국에서의 공식 유통 권한을 달라고 했을 때도 흔쾌히 상혁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해외 유통도 알아서 해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오히려 로얄티 조건을 따져 봐도, 애니메이션 제작비를 전부 대갰다는 상혁의 제안을 따져 봐도, 그리고 선불로 지급하는 2억엔의 로얄티를 따져 봐도 상혁의 제안은 거의 호구처럼 보일정도로 무른 면이 있었다.

오히려 상혁이 너무 일방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생길정도라, 타케우지는 혹여나 자신이 상혁에게 해줄만한 것이 없는지 물었고, 상혁은 그런 타케우지가 드디어 미끼를 물었구나 하고 재빨리 자신의 원래 계획중 마지막 계획을 들이 밀었다.

“저희 팀에서 두 사람 정도를 파견 직원으로 써주셨으면 합니다.”

“파견 직원으로요?”

“어차피 지금 상태라면 저희 쪽 게임과 그쪽 게임은 병행 개발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검수를 받아야할 것도 많을 텐데 한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직원이 중간에 있어야 서로 소통이 편해지겠지요.”

“흠···. 어느 파트의 직원인가요?”

“기획 1명, 그래픽 1명입니다. 기획은 나슈 씨가 시나리오 보조로 쓰셔도 될 만큼 문장력이나 언어학 면에서 뛰어난 아이죠.”

“언어학이라···.”

“그래픽도 재능 있는 팀원입니다. 타케우지 씨가 옆에 두고 가르쳐 주시면 금세 두세 사람 몫은 가볍게 할 녀석이죠.”

“그런 인력이라면 저희 쪽에서 부탁드려야겠네요.”

상혁이 내세운 표면상의 이유는 PTW측에서 기획 보조와 채색 보조를 지원한다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시나리오와 설정에 강점이 있는 나슈 키오코에게 지수를, 캐릭터 디자인과 프로듀싱에 강점이 있는 타케우지에게 서연을 붙여 두사람의 노하우를 배우게 만드는 것이 상혁의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두 사람에게 협업을 하게 되었을 경우 어떤 식으로 질문을 하고 어떤 것을 배워야 할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지수에게는 주로 나슈가 시나리오나 설정을 짤 때 어떤 사고방식으로 작업하는지를, 서연에게는 타케우지가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 왜 그렇게 하는지를 물어보도록 철저하게 주입식 교육을 한 상혁은 두사람을 일본에 놓고는 민준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기존에 만들었던 유즈맵에 들어간 캐릭터를 죄다 미리 만들어둔 페○트캐릭터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

“다, 다 된 건가?···.”

도쿄에 있는 우포테이블 본사.

사장인 콘노 이카루는 감격에 찬 표정으로 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캐릭터 둘이 화려하게 싸우던 장면이 재생되던 그 화면을.

그리고 그 장면은, 적어도 콘노가 알기로는 상혁이 요구한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극장판을 포함한 모든 애니메이션을 넘어서는 전투씬을 만들어주세요.’

물론 그렇다고 80년대 버블시절에 트럭으로 돈을 쏟아 부어 만든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랑 비교하기는 좀 어려울지 몰라도, 순수하게 액션의 연출이나 작화, 시퀀스적인 측면에서는 ‘멋지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데모 씬이었다.

비록 퀄리티를 너무 높이느라 중간에 작업 지연이 있을 뻔했지만, 작업 지연을 이야기하는 자신에게 ‘그럼 돈을 더 드리죠. 사람을 더 뽑으세요’ 라고 말하는 인간은 콘노가 알기로는 상혁이란 괴짜뿐이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지금의 데모.

콘노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혁에게 파일을 전송했다.

그리고 잠시 후, 상혁이 메일을 바로 확인했는지 짧은 답신을 보내왔다.

-ok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으아아아아!!!!”

도쿄에서 콘노의 단말마가 건물에 울려 퍼지고 있을 때, 한국에 있는 상혁도 모니터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상혁의 옆에서, 마찬가지로 모니터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민준과 함께.

“엄청난데? 지금 이정도가 가능하다고?”

“원래 애니메이션이란 게 능력 있는 제작사에 제작비만 잘 부으면 퀄리티가 올라가는 돈 싸움이라 그래. 넷플릭스가 증명했잖아.”

상혁의 말 대로, 웬만한 극장 판보다 짧은 분량에 훨씬 많은 자금이 투입돼서 그런지, 데모임에도 전투씬 퀄리티에서 장엄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 이거 가지고 일본 가겠네?”

“그래야지. 이정도면 그쪽에서도 납득할 테니까.”

“납득은 둘째 치고 이거 제작비는 어쩔 건데. 이 퀄리티로 제작하려면 회당 제작비가 얼마가 들지 상상도 안 가는데?”

“그건 괜찮아. 어차피 갓 애니가 될 거라서 광고비로 어느 정도는 회수 가능할 테니까.”

“아, 그 방법이 있었군.”

“그래도 너무 제작비가 클 거라 아마 반 정도는 날아간다고 봐야지.”

“그래도 괜찮아?”

민준이 묻자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역대 최고급의 퀄리티로 페○트 에니메이션이 나오고, 그 뒤를 따라서 우리 게임이 발매될 거야. 그 멋진 애니에 나온 캐릭터를 직접 쓸 수 있다고. 그걸로 벌게 될 돈을 생각하면,  제작비쯤이야 푼돈이지.”

“뭐 네 말이 맞다. 솔직히 나도 이정도 퀄리티로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안 빨 수가 없을 것 같다.”

“이쪽에서 이렇게 부스트를 걸었으니 타케우지 쪽에서도 원작 퀄리티를 좀 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겠지. 결과적으로 애니 제작사, 원작 제작사, 우리. 3개 회사가 하나의 IP로 동시에 성장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팔을 머리 뒤로 올리며, 미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민준에게 말했다.

“이제 다음 공개 시연 때는 아예 애니메이션 PV를 들고 가서 원준을 아닥하게 만들어야지.”

이전 승부에서 원준은 ‘개발력’싸움을 ‘독창성’의 승부로 끌고 간 상혁에게 말려 망신을 당했었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승부의 무대가 개발력 대결로 이어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상혁은 아예 그렇게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애당초 상혁은 지금도 본게임 제작을 여유로운 일정으로 느긋하게 진행하고 있었으니까.

“저쪽은 우리가 유즈맵 뜯어고쳐서 다음 공개행사 때 뭔가 보여줄 거라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지난번에 보여준 유즈맵에서 더 발전할 여지가 안보이니까 다음엔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고.”

“근데 넌 다음에 유즈맵은 메인이 아니라며.”

“굳이 상대가 생각한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잖아?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다음에도 원준은 내가 짠 무대 위에서 싸우게 될 거야.”

상혁이 말했다.

“다음에 우리가 가져갈건, 게임이 아니라 IP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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