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73화 (74/485)

073. 배틀패스

강연을 마치고 강당을 나선 원준은 형민을 보며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형, 보셨어요? 저 애송이가 넙죽 받아넘기는 거?”

“어···. 보긴 했는데···. 대체 무슨 생각일까? 무료 게임에서 랜덤 박스나 아이템 유료판매를 안 한다니. 그러고도 돈이 되나?”

“안 되죠.”

“그런데도 내기를 받은 거잖아. 넌 그게 찝찝하지 않냐?”

“어차피 같은 기획자니까 상혁이란 녀석이 생각할 건 뻔해요. 월 정액제로 눌러버리겠다. 이런 거겠죠.”

당시엔 아직 월 정액제 모델의 매출이 부분 유료 게임에 비해 크게 밀리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원준은 상혁이 만들 유료 모델이 월 정액제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PTW측은 저희보다 캐쉬도 빵빵하고 개발팀 실력도 있으니 인원 대규모로 늘리면서 게임 스케일 키우면 유료 유저는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겠죠. 그렇게 매출로 저희를 누르면서 동접을 저희한테 지고 무승부로 끌고 가려는 거. 그게 상혁의 노림수일 겁니다.”

“그렇게 해서 이득이 있나?”

“어찌됐건 3개월마다 서로 진도를 공개하면서 언론 노출이 될 테니까요. 홍보 효과도 얻으면서 ‘좋은 승부였다’ 정도로 훈훈하게 끝내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면 다행인데···.”

“어찌됐건 신생인 저희로써는 좋은 거죠. 수십 수백억이 될지도 모르는 마케팅 비용을 아끼게 된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저흰 이제 개발에 전념해서 멋진 프로토타입이나 만들면 됩니다. 이슈가 있으니, 주목도 받을 거고, 퍼블리셔도 찾기 쉬워지겠죠.”

확신에 찬 말투로 원준이 말했지만 형민은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원준이 차려놓은 판에 올라와서 자기 페이스로 판을 뒤집어버린 상혁이, 그 생각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원준은, 그런 형민을 보며 자신을 믿으라는 듯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치며 소리를 질렀다.

“기획자는 기획자 생각을 읽을 수 있어요. 저건 아마 최대한의 효율을 얻기 위해서 상혁이 짠 베스트의 그림일겁니다. 소위 말하는 WIN-WIN인 거죠. 기획자 생각은 다 똑같다니까요?”

“그···. 그런 거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가서 직원들에게 오늘의 성과를 알리자고요!”

원준이 기분 좋게 앞서나가자 형민은 마지못해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뭔가의 불안함이 느껴지는지 자꾸만 강당이 있는 뒤쪽을 돌아보면서···.

그리고 그 시각, 상혁은 팀원들을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WIN-WIN 같은 건 개나 줘버리라고 해요. 우린 저 사악한 새끼들을 박살 낼 겁니다.”

“상혁아 표현이 좀 과한거 같···.”

성연이 상혁을 진정시키려 말했지만 상혁은 그런 성연을 무시한 채 말을 이어나갔다.

“저쪽에서는 저희가 무승부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할 게 뻔해요. 어차피 기획자 생각이란 거 뻔하다고 하고 있겠죠. 아이템 판매 없이 부분 유료화 게임이란 게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저희는 그 틈을 노려서, 배틀패스 BM으로 상대를 짓눌러버릴 겁니다.”

그때, 상혁의 기세등등한 말투를 들은 서연이 상혁에게 물었다.

“아, 아까도 물으려고 했는데, 배틀패스가 뭐에요? 민준 오빠는 알아들은 것 같은데 우린 처음 듣는 거라 설명을 좀 해줬으면 하는데.”

“그건 지금부터 설명할게요.”

그렇게 말한 상혁은 팀원들을 보며 배틀패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배틀패스라는 수익모델에서 게임은 일종의 무료 놀이공원 같은 거야.  누구나 공짜로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디즈니랜드 같은 거지.”

“게임이 공짜라는 거군요. 그럼 돈은 어떻게 벌어요?”

서연의 질문에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예를 들자면, 포토 이용권을 구매한 관객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게 하는 거지.”

“아···.”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게임은 공짜로 제공하되 플레이를 통해서 얻는 보상을 유료로 파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돼.”

상혁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선 이 모델의 장점은 두 가지. 첫째로 게임이 무료로 제공되니까 유저수를 모으기가 쉽다는 거. 두 번째로 돈을 주고 원하는 재화를 바로 사는 것 대신, 게임을 플레이해야 그 재화를 얻을 수 있어서 동접 유지가 쉽다는 거야.”

“흠···. 쉽게 설명해줘요.”

“아까 말한 공짜 디즈니랜드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내 사진이 갖고 싶어. 그래서 돈을 주고 포토 이용권을 구매했는데, 그 후에 내가 사진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롤러코스터를 타야겠죠?”

“바로 그거야.”

“아, 그럼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유료 결제 유저한테 만 보상을 푼다는 거예요?”

“그건 아니고.”

상혁은 화이트보드에 긴 선을 그었다.

그리고 위쪽에 띄엄띄엄 떨어진 사각형 몇 개를 그리고는 아래쪽에 촘촘하게 배치된 사각형을 그렸다.

“만약에 게이머가 게임을 한판 해서 배틀패스 점수를 100점을 달성 했다 쳐. 이때 무료 유저에게 보상이 없고 유료유저에게만 보상이 있다면 점수 달성시마다 매번 ‘니가 배틀패스를 결제했으면 이걸 받는데 넌 무료사용자라 이걸 못 받는다!’ 하고 띄우면, 유저 기분이 어떨 거 같아?”

“뭔가 상품 강매하는 느낌이라 좋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 이렇게 하면? ‘축하합니다. 점수 달성으로 무료 보상을 획득하셨습니다. 배틀패스를 사신다면 이것도 같이 받으실 수 있겠지만요!’ 같은 식으로.”

“아, 훨씬 낫네요. 뭔가 공짜로 주면서, 돈을 내면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는걸 보여주는 거라는 거죠?”

“그렇지? 기본적으로 인간은 이득보다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서, 유저는 저걸 ‘결제를 해서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제를 안 해서 내가 손해 본 것’으로 인식하게 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무료로 게임을 하는 내내, ‘내가 저걸 결제 했었으면 저것도 받았을 텐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배틀패스가 가진 강력한 구매 유도 장치라고 할 수 있지.”

상혁의 설명이 끝나자, 팀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가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런 구조라면 유료아이템 판매 없이 승산이 있을만 하네.”

“뭐, 거기서 끝내지는 않을 거지만요.”

“어?”

“기본적으로 게임 시장 자체가 사악할수록 돈을 많이 벌수밖에 없어요. 100명한테 만 원씩 받는 것보다, 한사람한테 100만 원 뜯어내는 게 훨씬 쉬우니까요. 게임에서 지존이 되는 검을 한번에 5만 원짜리 랜덤 박스에 넣어놓고 0.001% 확률로 나오게 하면, 아이템 하나당 기대 수익은 50억이 되죠.”

“설마 게임 하나에 그렇게 지르는 사람이 어디 있으려고···.”

“당연히 처음 하는 게임에 그렇게 지르는 사람은 웬만하면 없죠. 그러나 내가 거기 10년 이상의 시간과 애정을 투자했고, 그 정도 쓸 만큼 돈이 있다면 ‘에이, 설마 5억 다 써야 나오겠어?’라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확률이 미공개된 상황이라면 더 심할 거고요.”

솔직히 2020년대에는 상혁이 지금 말한 것보다 더 엿 같은 확률 조작질도 엄청나게 성행하고 있었지만, 상혁은 아직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그런 확률 조작을 일삼으면서도 높은 자리에서 ‘내가 매출을 얼마를 올렸네’ 라던가 ‘PC방 점유율을 얼마를 찍었네.’라는 식으로 자랑스럽게 말하는 대한민국의 소위 ‘유능한’ 개발자들에 대해서도.

심지어 상혁은 회귀한 자신이 나서도 그런 분위기가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돈의 유혹이란 너무나도 강력한 법이니까.

‘잘 만들어서 제값 받고 팔면 된다.’

이게 정답이라면 게임 업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개발자는 시야모토 미게루가 되어야겠지.

현실은? ‘야만의 숨결’이 2년 동안 낸 매출을 짭게임 ‘뭔신’이 3달 만에 따라잡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뭔신’은 한국 개발사에 비하면 천사 수준으로 정직한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정도.

애당초 돈을 뜯어내기 위해 극한으로 발전한 수익모델과 매출로 경쟁해서 이긴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지금이면 가능성이 있긴 하지.’

2003년도에 나올만한 수익모델이라고 해봐야 한계가 있어서, 상혁은 원준이 내놓을 BM이 아마도 부분 유료화 게임 기반의 아이템 및 아바타 판매가 메인일 것이라 추정했다.

그리고 조금 더 사악하게 나오면, 기대 수익 20~30만 원대의 랜덤 박스 정도.

그리고 그 정도면 배틀패스로 충분히 이길만한 수익모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선 기본적인 배틀패스 모델로도 충분히 승산은 있지만, 저쪽에서 뭘 가져올지 모르니까 확실하게 승기를 잡아야겠죠.”

상혁은 보드에 몇 개의 사각형과 숫자를 적으며 추가적인 설명에 들어갔다.

“배틀패스의 기본은 ‘주, 혹은 월 단위 보상체계’에요. 이번 달에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면, 그에 따라 무료, 유료 유저 모두 거기 맞는 보상을 받는 거죠. 그리고 다음 달엔, 새 보상 리스트가 제시되고요. 이걸 ‘시즌’이라고 합니다. 보통은 2주~1달 단위로 돌아가게 구성하죠.”

“흠. 설명만 들어서는 거기에 뭘 추가할만한 건 안 보이는데요?”

서연이 묻자, 상혁이 말했다.

“문제는 그거지. 게임이란 건 항상 유저가 유입되고 나가고 잠수를 타곤 하거든. 그건 당연한 거야. 예를들어 내가 굉장히 가지고 싶은 스킨이 2월달에 배틀패스 보상으로 풀렸어. 그런데 난 3월에 게임을 시작했거든. 그럼 같은 배틀패스 보상이 풀릴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기다려야할까?”

“아···.”

“반대로 내가 게임할 시간이 부족해서 퇴근하고 시간을 모두 쏟아 부어도 배틀패스 클리어에 필요한 점수를 모을 수 없을 것 같다면? 그럼 배틀패스 결제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잖아?”

“그렇죠.”

“그래서 여기에 추가로 2가지 구매 옵션을 주는 거야. 첫 번째는 배틀패스 점수를 캐시로 구매하게 하는 거지. 원래라면 게임플레이로 얻어야하는 포인트를, 캐시로 대신하게 해줘.”

“시간이 부족한 유저를 위해서요?”

“그렇지. 대신 배틀패스도 구매하고 캐시도 써야 하니까 돈이 많이 드는 거지. 그래도 다른 유저같이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만큼, 적정 수준의 가격은 받을 거야.”

“나머지 하나는요?”

“시즌이 지난 배틀패스 보상을 캐시로 구매할 수 있게 할 거야.”

“엥 그러면 굳이 지금 시즌에 배틀패스를 굳이 구매할 의미가 없지 않아요?”

“아니, 대신 비싸.”

상혁은 보드에 써놓은 숫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배틀패스 자체는 결제 장벽을 낮춰야하기 때문에 싼 가격을 받을거야. 대충 한 시즌에 8,900원 정도. 내가 시간이 많고 게임을 많이 하는 유저라면, 한 달에 8,900원을 내고 모든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그걸 완전히 캐시로 미는데 드는 돈은 59,000원 정도 들게 하는 거지.”

“8,900원 듣다가 59,000원이라고 하니까 엄청 높게 느껴지는데요.”

“그렇지도 않아. 실제로는 대부분의 유저는 일단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포인트를 얻고, 시즌 마지막에 모자란 포인트를 캐시로 밀 테니까. 그 밸런스를 29000원 정도로 잡으면 돼.”

상혁이 보드를 마커로 툭툭 두드렸다.

“마지막으로 지난 시즌에 샀어야 할 배틀패스를 구매하는 건 98000원을 받을 거야.”

“좀 높지 않아요?”

“일단 배틀패스 중에서도 원하는 게 포함된 유저만 그걸 살 거고, 둘째로 그 정도 격차가 있어야 매 시즌 열심히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의욕이 안 떨어져.”

상혁의 설명을 듣던 민준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애당초 설명하는 내용 자체가, ‘돈을 더 벌기 위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라 ‘여러 유형의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가 이런 형태다’라고 이야기하는 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는 유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보상을 얻게 해주고, 시간이 모자라는 유저에게는 돈으로 시간을 보전하게 해주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원하는 보상을 얻지 못한 유저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

상혁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좋아. 뭐, 상혁이 니가 하자고 하는 방식은 원래 검증된 수익모델이기도 하니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충분히 승산도 있고, 그렇다고 사악하다고 말할 정도도 아닌 것 같고.”

“뭐, 솔직히 잘 만든 BM이니까. 이거 가지고 저쪽에 지면 게임을 등신같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니 패배를 인정해야지.”

“아, 내기가 있었지······. 대체 그 조건은 왜 건 거야?”

“10년 동안 자기가 틀렸다는 걸 공개적인 자리에서 인정해야 하는 거잖아. 얼마나 쪽팔리겠어?”

“그건 그런데, 니가 질 경우는 생각 안 하는 거냐? 잘못하면 니가 그렇게 극혐하는 ‘유능한 개발자’들에게 10년 동안 네 손으로 매년 수상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내가 그걸 끔찍하게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도 그걸 끔찍하게 생각하겠지. 그걸 생각하면, 어느정도 리스크는 충분히 감당할 가치가 있어.”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마커의 뚜껑을 탁 소리 나게 닫았다.

“그리고 질 생각은 전혀 없고 말이지.”

애당초 회귀 전까지 포함하면 업계 경력만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데다 자신은 회귀 전 온갖 게임에 대한 지식도 모조리 가지고 있었다.

그걸 가지고 상대에게 진다면, 그건 10년의 치욕을 감당하게 되더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자신이 모자란다는 증거일 것이다.

“일단 적어도 BM에서는 상대방한테 밀리지는 않을 거예요. 심지어 아이템 유료판매랑 랜덤 박스를 팔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럼 남은 건 어느 쪽 게임이 더 재미있는가, 이거겠네.”

“그렇지.”

“생각해둔 건 있어?”

민준의 말에 상혁은 잠시 고민했다.

기본적으로 배틀패스라는 모델 자체가 PC MMORPG에 적용하기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 게임은 그 장르가 서○어택같은 FPS가 되던 리그 오브 레전설 같은 MOBA가 되던 여러 유저들이 방을 파서 즐기는 형태의 게임이 적합했다.

“있긴 한데, 일단은 다들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내일 회의를 해서 결정하자. 오늘 회의는 이걸로 종료하는 거로 하고.”

상혁은 이 자리에서 만들 게임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받는 것으로 결정하려 했다.

그러나 팀원들의 생각은, 상혁과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엑? 생각해둔 게 있으면 지금 대충이라도 설명해줘요! 궁금해서 못잔단 말이에요!”

“그러게. 나도 오늘 좀 정신없는 하루긴 했지만, 상혁이 니가 말하는 그런 신기한 과금모델이 어울리는 게임이 뭔지 궁금하다. 니 성격에 MMORPG는 아닐 거 같고.”

“안 피곤해요?”

“피곤하겠냐? 솔직히 코넥트 프로젝트는 너랑 민준이 군면제 때문에 진행한 거잖아. 지금 출시는 불가능하다며. 우린 우리가 만들어서 출시할 게임이 뭔지 궁금하다고. 나이츠 어셈블 이후로 1년이나 쉬었단 말이야. 이제 그만 쉬고 게임 좀 만들고 싶다.”

“맞아. 나도 성연 오빠 의견에 동의해요. 이번엔 내 원화를 좀 많이 쓰는 게임이었으면 좋겠기도 하고.”

“흠···.”

잠시 고민하던 상혁은 아무래도 지금 회의를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연이 지적한 대로, 개발자가 게임 개발에서 너무 오래 떨어져 있는 것도 좋지 않은 게 사실이었으니까.

“좋아요. 대신 일단 지금 제가 말하는 건 어디까지나 초기 아이디어 같은 거로 생각해줘요. 어떤 장르가 좋을지, 그리고 어떤 형태의 게임이 배틀패스에 맞고, 지금 유저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인지에 대한 방향성 제시 같은 거라고요.”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상혁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생각하는 차기작의 장르가 무엇인지 말했다.

“이번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 저는 다음 작품은 배틀 로얄(Battle Royale) 장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상혁이 원준을 이기기 위해 만든 그림.

그것의 시작은 당시엔 영화나 웹게임으로만 유명했던 장르에서, 2017년 이후 게임계에 돌풍을 일으키는 게임 장르인 배틀로얄을 2003년도에 구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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