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57화 (58/485)

057. 나이츠 어셈블 인터뷰

전화로 간략하게 대화를 마친 상혁은 다음날 임하균을 찾아가 입학 조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에 재학하는 4년간 학교측에서 상혁이 개발한 게임에 대해 ‘천하대 게임개발과 이상혁이 개발한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쓰게 해주는 조건으로, 별다른 학점 이수 조건 없이 졸업장을 준다는 조건이었다.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 상혁의 질문에 하균은 새로 신설되는 게임 학과 자체가 시험 없이 100% 수업 중 출시하는 게임으로 학점을 평가받는 실전형 커리큘럼이기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주었고 그것을 들은 상혁은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당초 대학교에 가면 학점 이수를 위해 강제로 수업을 들어야하고 그것 때문에 날아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려고 했던 것이니까.

그러나 지금처럼 아예 100% 실기 성적으로 학점을 부여하는 형태라면 딱히 시간을 빼앗길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4년간 게임을 얼마나 잘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그건 학교에서 고민할 일이니 상혁은 거기에 대해선 깔끔하게 관심을 끊기로 했다.

그리고 팀원 중 나머지 멤버인 서연이 원한다면 고등학교 졸업 후에 서연도 천하대 게임 제작부에 입학하는 조건으로, 천하대와의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나이트 어셈블’을 성공적으로 런칭하는 것 뿐.

X-BOX의 런칭일자는 11월 15일.

정확하게 97년 이후 가장 어렵다는 2002년 대입 수능이 끝나고 8일 후의 일이었다.

***

“인원이 장난 아니네요.”

“그렇죠? 이 많은 인원들이 상혁 씨의 게임을 구매하기 위해 모인거라고 생각하면 흥분되지 않나요?”

“뭐, 대부분은 헤일로를 사러 온 사람들 같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좋네요. 9월의 슬픔이 어느 정도 가신 거 같아서요.”

사실 상혁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2001년 9월 11일은 9.11 테러가 있던 바로 그 해였다.

딱히 연도까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았던 상혁은 한참 작업하던 도중에 뉴스 속보를 보고 한참을 충격에 빠져 있었다.

물론 고등학생인 상혁이 막을수 있는 일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역사에 남을 재난보다 X-BOX 발매일을 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상혁이라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Hero 에디션은 제대로 전달되었나요?”

“아 물론이죠. 상혁 씨가 제안을 꺼냈을 때는 마케팅팀 전체가 충격을 먹었었지만···.”

X-BOX 런칭행사와 관련해서, 상혁은 크리스를 통해 MS측에 하나의 제안을 보냈었다.

비용은 자신이 댈 것이니, 9.11 테러에서 영웅적으로 목숨을 바친 소방관이나 경찰관 가족에게 특별한 X-BOX를 전달하고 싶다고.

딱히 마케팅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희생자 가족들에게 즐거울만한 무언가를 주고 싶었을 뿐.

그렇게 MS의 디자인팀과 서연이 기본 디자인 컨셉을 잡고, 상혁이 전용 UI등을 설계하여 만든 412개의 HERO 에디션이 유족의 동의하에 각 가정에 전달되었다.

사실 MS 내부에서는 좋은 이미지 메이킹이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적극적인 언론 플레이를 주장했지만 상혁의 반대로 이번 이벤트는 언론에 전혀 보도 되지 않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아깝긴 하네요. 좋은 홍보가 되었을 것 같은데.”

“그러다가 9.11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사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나아요.”

“리턴보다는 리스크가 크다는 거군요. 이해했습니다. 아, 시간이 되었군요.”

크리스와 대화하는 도중에 오픈시간이 되었는지 줄서있는 무리가 크게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안쪽에서 환희의 함성과 함께 게임기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는 게이머들이 게임샵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제일 인기 좋은 건 헤일로군요.”

“나이츠 어셈블도 밀리지 않는데요?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게임기와 함께 첫 타이틀로 헤일로 아니면 나이츠 어셈블을 구매하고 있네요.”

“개발자로써 저런 모습을 보면 뿌듯해집니다.”

“저는 게임 콘솔 영업사원으로써 뿌듯함을 느껴요. 저길 보세요. X-BOX와 나이츠 어셈블만 구매하는 유저를요. 아마 저 유저는 나이츠 어셈블이 아니었으면 X-BOX 구매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 말은 저희와 계약을 따낸 크리스 씨의 업적이라는 뜻인가요?”

“흐흐흐 20%정도는 쳐줘도 되지 않을까요?”

“30%쳐드리죠,”

“흐흐흐흐.”

크리스가 기분 좋게 웃고 있자 상혁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동시에 정식 버전의 유저 반응이 심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유저들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는데···.”

“체험판이 그리 인기가 좋았잖아요. 저희 내부 조사에 따르면 원래 채팅툴 같은 걸로 ORPG를 즐기던 유저의 80%가 나이츠 어셈블의 체험판 서버로 플레이 툴을 옮겼다는 통계도 있어요. 그리고 보내주신 정식판은, 흠···. 직접 보시는 게 빠를 것 같네요.”

그렇게 말하며 크리스가 게임 잡지를 내밀었다.

그것은 상혁도 자주 자신의 기사가 실려서 잘 알고 있는 CGM의 기사였다.

-차세대 콘솔 전쟁. 당신이 X-BOX를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할 주목의 게임 타이틀-

“아, 그러고 보니 발매 전 리뷰용으로 북미 게임 미디어에 정식버전을 미리 뿌려둔 게 있었네요.”

“이 밑에 평점을 보세요.”

크리스는 잡지에 실린 작은 도표를 가리켰다.

거기엔 기사를 실은 기자가 적은 X-BOX의 런칭 타이틀별 평점이 새겨져있었다.

가장 높은 점수는 헤일로로, 10점 만점에 9.5점을 받았다.

나이츠 어셈블의 평점은 8.0.

이미 D&D라는 특정 유저만을 위한 게임을 개발한 상혁은 자신의 게임이 보편성이나 대중성 측면에서 크게 약한 부분을 알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던 점수였다.

완성도나 게임의 재미와는 완전히 별개로, 나이츠 어셈블 자체는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 그 자체였으니까.

“근데 평점 옆에 8.0(10.0) 은 뭔가요?”

“아, 기자가 재미있는 글을 써놨더라고요. 도표 밑을 보시죠.”

상혁은 도표밑에 기자가 *로 시작되는 주석을 달아놓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읽어보고는 속으로 탄식을 흘렸다.

[‘나이츠 어셈블’의 대중성은 확실히 떨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최신 사양의 게임기라는 X-BOX 플랫폼에서 도트 형태의 그래픽을 사용하여 제작된 게임이란 것도 어느 정도 마이너스 요소가 되었기에 객관적인 판단으로 점수를 8.0으로 부여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D&D를 즐겨 플레이해온 게이머로써 이 게임을 평가하자면 감히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게임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D&D를 즐겨하는 유저라면, 이 게임의 싱글 플레이를 하며 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엔 오글거린다며 연기를 어색해하던 파티원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한 플레이어의 노력에 감화되어 자의적으로 멋진 대사를 내뱉는 순간이, 중간에 잉여 멤버였던 동료가 위기의 순간에 다시 합류하며 적을 막아서는 순간이, 그리고 무엇보다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오프닝 곡이 장면 연출과 맞물려 나오는 거대한 감동이 게이머의 가슴을 크게 울린다.

그렇기에 기자는 이 게임의 평점을 8.0(10.0)으로 선정했다.

누군가가 보면 단순히 재미있게 만든 게임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 이 게임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시간을 만끽하게 해줄 최고의 마스터 피스일테니.]

“엄청나게 극찬하고 있네요.”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미소를 지었다.

애당초 게임 전체를 특정 유저의 만족감을 위해서 만든 게임이니까, 방금 기사는 상혁이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기사라고 할 수 있었다.

“수능 끝나고 미국에 온 보람이 있네요.”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다행입니다. 뭐, 이거 말고 선물을 하나 더 준비하긴 했지만요.”

“선물이요?”

“방금 본 기사를 쓰신 기사님이 상혁 씨를 꼭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원하신다면 지금부터 만나러 갈까 하는데 괜찮으세요?”

“흠···. 판매 상황은 더 안 보셔도 되겠어요?”

“뭐 저걸 보면 대충 예상할 수 잇죠.”

크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매장안의 한 곳을 가리켰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게임 타이틀이 있는 곳을.

거기엔 놀랍게도 헤일로보다 조금 더 낮게 쌓여있는 ‘나이츠 어셈블’의 타이틀 더미가 놓여있었다.

“엥? 저게 가능한가?”

애당초 판매 시작 시점에서 같은 높이로 쌓여있던 타이틀이었기에 ‘나이츠 어셈블’의 타이틀 더미의 높이가 낮다는 것은 현재 무려 그 ‘헤일로’보다 ‘나이츠 어셈블’이 잘 팔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상혁이 기억하고 있는 타임라인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수준의 이야기였다.

“평점도 저희 게임이 낮은데 더 잘 팔린다고요?”

“체험판 동접수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죠. 아마 오늘 매장에 온 상당수의 유저들은 나이츠 어셈블 때문에 X-BOX를 구매하러 온 유저일겁니다. 게다가 나이츠 어셈블의 멀티는 기본적으로 친구들과 즐기는 형태잖아요. 친구 한명이 구매하면 같이 하기 위해서 다른 친구들도 함께 구매해야하죠.”

“아···.”

실제로 ORPG자체가 친구끼리 모여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서로 함께 플레이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모두가 X-BOX를 가지고 있어야했다.

그래서 체험판 유저의 상당수는 이미 X-BOX로만 나이츠 어셈블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리 구매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게 첫날 판매량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혁은 최종 판매량에서 나이츠 어셈블이 절대로 헤일로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쪽이 대중성이 훨씬 높고 게임기의 성능도 100% 활용한 게임이었으니까.

그러나 첫날 하루만이라도 나이츠 어셈블이 전설의 게임을 눌렀다는 사실은 상혁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럼 가시죠.”

가슴속에 차오르는 벅찬 느낌을 안은 채, 상혁은 크리스를 따라 근처의 카페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금 CGM의 기사를 작성한 기자, 빈 포츠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GCM에서 콘솔 관련 기사를 담당하고 있는 빈포츠입니다.”

“이상혁입니다. 좋은 기사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좋은 게임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상혁은 크리스가 주선한 이 만남이 일종의 인터뷰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빈 포츠는 인터뷰를 위해 상혁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게이머로써 좋은 게임을 만들어준 개발자에게 감사하기 위해서 만남을 부탁한 것이었다.

그래서 둘의 대화는 평소의 게임 인터뷰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진행되게 되었다.

“오늘 커피는 제가 사도될까요?”

“굳이 그러시지 않으셔도···. 오늘 미팅은 공식적인 자리라서 법인 카드로 긁어도 되는대요···.”

크리스가 말하자 포츠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늘 자리는 인터뷰이기에 앞서 팬이 개발자를 만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는 꼭 제가 사고 싶네요.”

“그런 이유라면 편하실 대로 하시죠.”

그렇게 각자 음료를 주문한 세 사람은 카페에서 편한 자리를 잡아 앉아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주제는 당연하게도 ‘나이츠 어셈블’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 체험판을 접할 때만해도, 저는 이것이 평범한 D&D소재의 아이소매트릭 RPG 라고 생각했습니다. 발더스의 문 같은거요.”

“그게 작년까지 좀 인기가 있긴 했죠.”

“근데 완전히 다르더군요. 발더스 의 문이 기존의 RPG를 D&D룰을 차용해서 표현한 RPG라면, 나이츠 어셈블은 D&D 자체를 게임으로 표현한 느낌이니까요.”

상혁은 자연스레 이 대화가 ‘왜 그런 소재를 골랐는가’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대부분 이제까지 자신과 인터뷰했던 기자들 대부분이 물었던 질문이 그것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빈 포츠가 상혁에게 물은 것은, 상혁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포츠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빈포츠가 상혁에게 묻고 싶은 것. 그것은 게임 개발자로써 상혁이 앞으로 갈 방향에 대한 질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