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50화 (51/485)

050. Go, Korea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이번 이벤트는 흥행에 실패한 축에 든다고 볼 수 있었다.

애당초 800파티 참가를 목표로 배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50파티, 그나마도 대부분이 빠른 중도 탈락으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는 못했으니까.

그러나 애당초 이번 이벤트의 목적이 많은 참가 인원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상혁은 이벤트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덕분에 행사장에서 어그로는 정말 오지게 잘 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현장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상혁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Excuse me. Are you the developer of this game?(실례합니다. 혹시 당신이 이 게임의 개발자입니까?)”

상혁이 영어로 맞다고 답하자, 금발머리의 남자는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는 이야기했다.

“부스 직원에게 들었지만 정말로 고등학생일 줄은 몰랐습니다.”

“뭐 올해까지지만요. 내년엔 졸업하니까요.”

“그럼 이 이벤트를 기획한 것도 당신입니까?”

“예. 그런데 누구시죠?”

상혁이 묻자 금발머리 남자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며 상혁에게 말했다.

“앗차, 이런 실수를! 전 CGM 기자 리처드 홀슈타인입니다. 옆에 있는 친구는 제 후배인 리로이 젠킨스고요.”

“CGM이면 Computer game magazine 말씀이시군요?”

“아시나요?”

“알아야죠. 유명한 곳이니까요.”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혹시 지금 인터뷰 가능할까요?”

“예. 가능합니다.”

상혁은 귓말로 민준에게 나머지 행사 진행을 부탁한 뒤 리처드를 따라 미리 준비한 인터뷰 공간으로 이동했다.

“인터뷰 공간을 따로 준비하신 겁니까?”

“B2B 상담창구 역할도 하는 공간이지만요.”

“첫 참가 맞아요?”

“작년에 저 보신 적 있나요?”

“아뇨.”

“그럼 첫 참가 맞겠죠?”

“하하! 재미있는 분이시군요! 그럼 바로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리차드는 단순히 이런 괴랄한 이벤트를 기획한 배경과 게임에 대한 간략한 소개 정도를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개발자가 어린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리차드의 계획은 전면 수정되었다.

‘이건 드라마가 나올 것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은 상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확신으로 굳어졌다.

평범한 고교생이 의기투합하여 게임 제작에 뛰어들어 단 3년 만에 E3에 참가할 정도로 기반을 닦고, 그 과정에서 있었던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들이 리차드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상혁의 이야기가 마무리 될 무렵, 리차드에게 있어서 이 팀이 만든 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게 되었다.

‘The chosen one(선택받은자···)’

마침 고교 농구에서는 르브론 제임스가 무명의 고등학교를 우승에 올려놓으며 선택받은 자 취급을 받고 있던 시기.

리차드는 머릿속에서 빠르게 시나리오를 잡아나갔다.

게임 후진국이나 다름없던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나온 천재 개발자.

그리고 그가 D&D플레이어들을 위해 만든 특별한 게임.

그것의 진실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단순히 거기 드라마가 있는지가 더 중요할 뿐.

그러나 리차드가 몰랐던 것은, 그의 그런 생각 자체가 상혁이 의도한 바였다는 것이다.

어째서 리차드에게 구구절절 팀 창립 시절부터 코믹 참가에 대한 에피소드까지 줄줄이 털어놓았는가.

상혁은 듣는 이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모종의 스토리를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고교 졸업 직전, 마지막 출시작이 될 이 게임에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해서···.

***

비록 상혁이 첫째 날 꽤 많은 이슈를 끌어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E3의 신데렐라는 컴퓨터 공룡 MS에서 시연한 X-BOX가 차지하고 있었다.

공개 자체는 두 달 이른 3월에 GDC(게임 개발자 회의)에서 했지만 E3에서 최초로 게임 시연을 함으로써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게임기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MS의 목표는 PS2를 압도하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 MS측에서는 현재 수많은 바이어를 E3에 파견해놓은 상태였다.

‘손해 봐도 좋다. 괜찮은 게임은 무조건 끌고 와라.’

윈도 판매로 인한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매의 눈으로 X-BOX진영에 참가할 개발사를 탐색하던 바이어들은 당연하게도 PTW의 행사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관심에 불과했다.

호기심을 가지고 부스로 찾아온 MS 직원 대부분이 도트 스타일의 게임 그래픽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었다.

‘PS2보다 압도적인 기기 성능을 자랑하려면 거기 걸맞는 게임이 필요한데, 저건 좀 올드 한 스타일이네.’

그들이 찾는 것은 유저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스타일의 그래픽이 아니라, ‘이제까지 보도 듣도 못한’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이었다.

게다가 이미 SANY측의 쪽의 서드파티로 참가한 만큼, 영입을 위해서는 더 좋은 조건을 걸어야할게 뻔했기에, 그 부분도 메리트가 적다고 느껴지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렇기에 3일간 이어진 행사에서 PTW측에 오퍼를 넣은 MS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굳이 그 정도로 절박해지지 않아도, 세상에 X-BOX에 게임을 출시하고 싶은 개발사는 넘칠 것이니까.

그리고 그런 그들의 판단은,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치명적인 미스로 판명 나게 되었다.

2000년도 E3 행사가 종료되고 한달여가 지난 후의 MS 회의실.

주로 서드파티 관리를 담당하는 매니지먼트 부서가 사용하는 회의실책상 한가운데 한권의 잡지가 놓여있었다.

‘The chosen one’

한 줄의 문장으로 내용을 소개하는 잡지의 표지엔 상혁이 E3에서 배포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중2병이 끓어오르게 만드는 멋진 판촉물이 반짝이는 물약병과 함께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책을 앞에 두고, 매니지먼트팀의 헤드치프인 크리스가 낮은 목소리로 팀원들을 향해 물었다.

“좋아. 이번에 우리가 E3에 파견한 매니저가 몇 명이었지?”

잠시 정적이 흐른 후, 한명의 매니저가 모기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8명이요···.”

“그런데 8명이 이걸 놓쳤다고? 그걸 나보고 납득하라는 거야? 너희 눈은 옹이구멍이냐?”

“저희도 그 부스를 봤지만 저희 게임기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픽 스타일도 너무 옛날 스타일이고···.”

“이 멍청한 자식들아!”

크리스는 소리를 질렀다.

자신이 부하 직원들을 파견한 이유는, 물론 좋은 그래픽의 멋진 게임을 찾아 계약하라는 의미도 있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MS와 앞으로 함께 할 ‘파트너’를 찾으라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사에 실린 내용이 진실이라면, 아니, 그 50%만 진실이라 하더라도, PTW는 충분히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개발팀이었다.

“지금 우리한테 가장 필요한건 이슈라고. ‘와, X-BOX를 사면 저런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오, 저 게임이 X-BOX에서 돌아간다고?’ 그런 느낌을 줘야한단 말이다!”

외국의!

고등학생이!

개쩌는 게임을 만들었다!

이 쩌는 이슈를 눈앞에서 놓친 게 자랑이냐? 크리스의 노성이 울려 퍼졌다.

“그래픽이 구리다고? 이건 구린 게 아니라 컨셉에 딱 맞는 그래픽이라는 거야!”

“그래도 저희 게임기의 높은 사양을 보여주기엔 게임의 퍼포먼스가···.”

“어휴···. 말을 말자···.”

크리스는 갑갑함을 느꼈다.

게임 퍼블리셔 영업부 출신인 자신과 다르게 여기 있는 매니저들은 대부분 다른 직종의 영업사원들이었다.

그렇기에 자신과는 게임을 판단하는 기준이 많이 달랐고, 그럴 때마다 크리스는 다른 인종을 상대하는 느낌에 갑갑함을 느꼈다.

그러자 그런 크리스를 본 직원이 조심스레 손을 들며 질문을 던졌다.

“그 게임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단지 소재가 생소한 평범한 RPG로 보이던데요?”

“흠 좋아. 자네 NHL(미국 하키 대회) 팬이었지?”

“예.”

“만약에 2K게임즈에서 NBA시리즈처럼 NHL시리즈 내주면 살 건가?”

“당연히 사야죠.”

“이게 D&D플레이어한테는 그런 존재라고.”

“아···.”

“유럽 쪽도 그렇지만 미국 시장에도 나이든 게이머 중에는 어릴 때 D&D를 플레이했던 게이머가 꽤 된단말 이지. 근데 D&D 단점이 뭐야? 사람 모으기 힘들다는 거잖아. 초대하고 약속잡고, 만나서 셋팅하고, 그런 과정 자체를 게임으로 만든게 이 게임이라고. 다시 묻지, 자네가 D&D 플레이어라면, 이 게임에 매력을 안 느낄까?”

“···.”

크리스가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 자네들은 게임업계 출신이 아니니까, 좋은 게임을 구분 못했다 쳐. 그래도 이벤트 자체가 굉장히 눈에 띄었다며?”

“그랬죠. 판촉물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의도적으로 그런 이벤트를 꾸며낼 수 있는 애들이 만든 게임이라고 하면, 그게 특별할 거라는 생각은 못하나?”

“아···!”

“그래도 지금이라도 가서 제안을 하면···.”

“후···. 그런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미 지금 잡지에 실리면서 엄청나게 관심 받고 있는 팀인데, SANY측에서 가만있을까? 걔네도 좀 있음 PS2 북미 발매할 텐데? 우린 빨라도 내년도 발매이고.”

“발매를 저희 쪽에 맞춰달라고 하면···.”

“미친 놈아, PS2가 없으면 모를까 그쪽에서 미쳤다고 다 만든 게임을 게임기 출시 맞춰서 1년이나 기다려 주냐?”

“저희쪽 게임기가 성능이 더 좋으니까···”

“아까 이 게임은 우리 게임기 수준의 성능은 필요 없을 거 같다며?”

“···.”

그때, 크리스의 반응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 직원 중 한명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게임 회사는 많아요. 게임도 많고요. 저 게임이 100만, 아니 200만 카피쯤 팔릴만한 게임이라면 모를까, 절대 그런 게임으로는 안 보이는데, 어째서 팀장님이 그렇게 과민반응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고? 좋아. 잘 모르겠단 말이지?”

크리스가 보드마커를 집어들며 화이트 보드 앞에 서서 말했다.

“이번에 CGM에서 번들로 이 게임의 PC용 체험판을 배포한건 다들 알고 있지?”

“예.”

“거기에 온라인 멀티 해본 사람?”

“···.”

“맨날 말하지만 너희는 게임을 좀 쳐 할 필요가 있다고.”

그렇게 말하며 크리스가 보드에 그림을 그렸다.

“얘네가 엄청 똑똑한 애들인 게, 보통은 체험판에 멀티를 넣지 않는단 말이지. 그런데 일부러 넣어서 유저들이 자유롭게 온라인 플레이를 하게 만들었어.”

“그렇게 하면 정품 판매량에 영향이 있을 텐데, 굳이 정품을 살 필요가 없잖아요. 체험판도 멀티가 되는데.”

“시작할 때 뜨더라고. 정품 발매시에 체험판 멀티 서버는 종료한다고.”

일단 유저풀을 확보해놓고 한 번에 먹어버리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체험판은 방 만들어서 친구랑 게임하는 형태의 온라인 플레이인데, 에디터에서 쓸 수 있는 몬스터나 배경이 한정되어있지. 정품이 나오면 볼륨이 커질 거야. 자, 그럼 이 게임의 체험판 멀티를 재미있게 한 사람이 이 게임의 정품을 안 살까?”

“···.”

“게다가 이 게임 멀티를 하려면 친구를 모아야해. 체험판은 깔기만 하면 CD가 필요없고. 그러면 한명이 잡지를 사서 친구들에게 CD를 빌려주겠지?”

“그 말은···.”

“일부러 복사해서 뿌리라고 유저들한테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설계를 해서 들어갔다는 것에 크리스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판이 굴러가는 것을 보면, 확실히 수요가 적을만한 소재를 가진만큼 있는 수요만큼은 확실하게 잡겠다는 개발자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들은 그런 개발자를 놓친 상황.

“기회를 잡으려면 SANY랑 아직 서드파티 수준 계약밖에 안 되어있는 E3때가 최적이었어. 그리고 우린 늦었고.”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타이밍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그 타이밍을 놓친 상태였다.

무려 8명이나 게임쇼에 파견해놓고, 눈앞에서 멍청하게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에 크리스는 속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해야 해.’

크리스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팀원들을 향해 소리질렀다.

“당장 한국 가는 비행기표 잡아놔!”

“알겠습니다. 파견은 누가 갈까요?”

“뭔 개소리야?”

자신들이 일을 망쳐놓고 또 맡겨달라는 뻔뻔함에 크리스는 질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흴 뭘 믿고 맡기냐? 이번엔 내가 간다.”

타이밍은 놓쳤지만 아직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자금력이든 사양이든 이쪽이 훨씬 우위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크리스는 속으로 결심했다.

반드시 이 게임을 X-BOX로 출시하게 만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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