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7화 (38/485)

037. 토사구팽

‘공주 키우기 2’를 베이스로 잡고 만들었던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 프로젝트에는 오리지널 요소가 더 늘어났기 때문에 상혁에게는 선행 기획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상혁은 자신이 기획을 정리하는 동안 민준을 시켜 팀원들이 D&D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기초 교육을 수행했다.

개발 팀이 서로 공통되는 심리적 코드를 공유하는 것이 원활한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신규 프로젝트를 들어 간지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서, 게임부 부실은 항상 멤버들이 소리치는 소리와 주사위 굴리는 소리가 가득 차게 되었다.

“앗싸 주사위 20!”

“굴림 성공. 크리티컬 판정. 마커스가 휘두른 대검이 오우거의 목을 자르자 날아간 머리가 벽에 부딫혀 산산이 부서집니다.”

“오오오오!!”

“그때, 어려보이는 오우거 새끼가 나타나 저벅저벅 일행에게 걸어옵니다. 그리고는 슬픈 눈으로 아버지의 시체를 보더니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버지 오우거의 몸을 흔듭니다."

‘아빠? 아빠아아?’

"동굴에 어린 오우거의 비통한 울음소리가 가득 퍼지···.”

“야 김민준! 너 또 스토리 그렇게 짤래? 왜 매번 누구 죽일 때마다 사람 찝찝하게 만드냐?”

“오거도 가족이 있겠죠.”

“아니, 그걸 굳이 왜 즐거운 RPG에서 표현하는데? 봐, 서연이 또 울라 하잖아!”

“힝···. 오거 불쌍해···.”

그 모습을 보던 상혁은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작업하던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Project Nerd’

그렇게 적혀있는 기획서는 일주일동안 대략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다.

물론 풀 기획서는 아니다.

정확하게 알파 버전 정도의 플레이를 산정하고 설계한 기획서이기 때문에, 기획서에는 그럭저럭 빈 부분이 꽤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혁은 기획서에 적힌 기획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바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팀원들도 어느 정도 D&D의 재미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상태.

상혁은 슬슬 기획서를 마무리 짓고 알파 버전 개발에 들어갈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이정도면 슬슬 됐겠지.”

그렇게 말한 상혁은 민준의 목에 쵸크 홀드를 걸고 있는 성연을 향해 말했다.

“저기, 여러분?”

“어? 왜?”

“이제 알파 버전 기획서 완료 되었으니 개발 회의 진행하죠?”

“어, 그래? 잠만, 우리 이번 세션만 끝내고 하면 안 될까?”

이래저래 불평하고 있어도 민준이 마스터를 맡고 있는 D&D를 즐기고 있던 성연이 말하자, 상혁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재미있으세요?”

“어? 응. 처음엔 좀 연기 같은거 해야 해서 어색했는데 지금은 재밌네.”

“저도요.”

“그럼 지금 하던 플레이 마무리 하고 회의 할게요.”

“상혁이 너도 할래?”

“쟤는 던전 마스터 시키면 안돼요.”

어느새 쵸크 홀드에서 빠져 나온 민준이 목을 어루만지며 말하자, 성연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기획자니까 던전도 잘 짤거 같은데?”

“전에 같이 한적 있었는데 상혁이가 세상에서 가장 직설적인 스토리 보여준다고 하고 뭔짓 했는지 아세요?”

“뭐 했는데?”

“2시간 걸려서 캐릭터 시트 짜고 게임 시작하자마자 마왕이 나와서 ‘용사는 1레벨 때 싹을 밟아야돼.’라고 하더니 파티 전멸시켰어요.”

“특이했잖아.”

“개늠아 그때 너 땜에 힘들게 모은 멤버 2명이 이게 뭐야 하고 관뒀잖아!”

“뭐, 그런 것도 좋은 추억이지.”

“그런 건 추억이 아니라 트라우마라고 부르는 거야.”

그러자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있던 서연이 겁먹은 표정으로 상혁을 보며 말했다.

“오빠···. 혹시 게이머에게 추억이 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을 때 그 추억이란게···.”

“아니야, 나도 이제 그런 돌아이짓은 안 할 거야.”

그렇게 말한 상혁은 남은 플레이를 재촉했고 민준과 성연은 곧 다시 게임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3분도 지나지 않아 성연이 GG를 치면서 플레이는 바로 끝나게 되었다.

“아, D&D가 재미 없는 건 아닌데 상혁이 니 기획이 더 신경쓰인다.”

“그럼 여기까지 하죠. 아니면 이대로 두고 회의 끝나고 이어서 하던가.”

“그러자.”

그렇게 말한 팀원들이 쇼파 테이블에서 회의용 책상으로 자리를 옮기자, 상혁은 프린트한 기획서를 각자에게 나눠주며 이번 기획에 대해 설명했다.

그것은 전에 회의 때 이야기했던 아이디어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형태를 띄고 있었기에, 팀원들은 기획서를 보면서 상혁이 만들려고 하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우선 기본 게임 멤버는 던전 마스터인 주인공을 제외하고 총 3명이에요. 영입 가능한 멤버는 5명이고, 5명중에 어떤 조합을 꾸리느냐 따라서 플레이가 달라지게 기획했어요.”

상혁이 기획한 기본적인 플레이 플로우는 다음과 같았다.

우선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대도시로 이사 온 전학생이 주인공.

이전 학교에서 D&D마스터를 하고 있던 주인공은 새 학교에서도 새 친구들과 D&D를 하고 싶어 한다.

학교 파트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멤버를 모은 주인공은 자신이 짠 스토리로 친구들을 D&D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상혁은 게임의 메인 컨텐츠를 3가지로 설계했다.

학교에서 탐색과 교류를 하며 친구를 모으고 자금을 모아 아이템을 모으는 어드벤처 파트.

그렇게 모은 키워드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시나리오로 던전을 설계하는 던전 마스터 파트.

그리고 어드벤처 파트에서 모은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신이 만든 던전에서 D&D를 플레이하게 하는 RPG파트.

특히 상혁은 던전 마스터 파트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간단하게 던전 생성이 가능하면서도 자유도가 높은 맵 에디터가 기획의 핵심이었다.

간단하게 던전의 길이와 보상 수준, 난이도를 설정하고 자동생성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맵을 하나 만들 수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맵을 직접 수동으로 수정하여 완성도를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거기에 ‘PLAY.NET’이라는 온라인 멀티 기능을 활용하여 마치 ‘우주 크래프트’의 온라인 플레이같이 남이 만든 세션에 참여하거나 내가 세션을 열어 온라인으로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도 기획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RPG 파트도 대충 기획한 것이 아닌게, 기본적으로 상혁이 ‘친구들과 D&D를 즐긴다’ 라는 느낌을 완전히 표현하고 싶어 했기에 그쪽 볼륨도 상당히 큰 편이었다.

게임 내에 기본적으로 ‘몰입감’이라는 스탯이 부여되어 있어 초대한 친구들이 재미를 느낄수록 몰입감 수치가 올라가는데, 몰입감이 올라가면 캐릭터의 비쥬얼이 바뀌게 되어 있었다.

처음엔 사복이나 교복 같은 현대적 복장에 어색하게 칼을 들고 싸우는 비쥬얼에서, 점점 친구들의 몰입감이 증가하면서 복장이 게임 내 비쥬얼로 교체되어간다.

플레이 시작할 때는 어색하게 ‘이게 어디가 재밌다는 거야?’ 같은 질문을 남발하면서 초보플레이어 티를 내던 캐릭터가 몇 번의 세션 이후에 D&D고수가 되어 ‘사악한 악마야! 네 악행은 오늘 여기서 끝이다!’ 라고 외치게 되는 것.

그리고 그 친구를 그렇게 만든 것이 플레이어라는 독특한 감각은 기존 게임과는 다른 성취감을 보장할 것 같았다.

그런 요소들 덕분에, 지금의 기획은 ‘마리의 눈물’ 개발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볼륨이 컸고 그것은 개발 난이도의 상승을 의미하고 있었다.

특히 이 기획에서 알파 버전이 핵심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꽤 큰 볼륨의 개발이 필요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스토리를 만든다’라는 부분 때문이었다.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기능을 가진 맵 에디터가 필수적으로 게임 안에 포함되어야했다.

“상혁이 너는 지금 이 기획에서 개발해야하는 볼륨이 어떤 건지 알고 있지?”

팀원 중에 게임제작에 대한 경험이 가장 많은 민준이 묻자, 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지.”

“이거 완전히 다른 게임 3개를 붙이는 거나 다름없는데?”

“그것도 알아. 근데 뭐 어차피 우린 남는 게 시간이잖아.”

“흠···.”

굳이 만들자면 못 만들 규모는 아니었기에,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이 생각은 어때?”

“저는 조금 그런데···.”

“어떤 면이?”

“도트 작업이 많아서요.”

상혁은 이번 프로젝트를 2D 쿼터뷰 RPG로 기획했고 캐릭터는 6등신 정도의 비율로 잡았다.

그 말은 SD 보다 애니메이션이 좀 더 자세해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였고, 거기에 상혁의 기획대로 RPG 파트에서 몰입감에 따라 캐릭터 비주얼이 변하는 부분을 구현하려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이전에 마리의 눈물에서 도트부터 원화까지 전부 작업해야했던 서연은 작업량이 좀 부담될 정도의 양이었다.

물론 상혁은 그 부분에 대한 복안도 가지고 있었기에 서연의 염려를 한방에 잠재우는 대안을 내 놓을 수 있었다.

“뭐, 도트는 서연이 너가 작업 안 해도 돼.”

“예? 그럼 누가 해요?”

“도트 작업은 엘란테 소프트에서 해 주실 거야.”

“거기서요? 설마 공동 개발?”

“아니, 그건 아니고. 거기는 원래 SRPG 개발하던 회사라서 도트 작업 인원이 꽤 되거든. 근데 이번에 3D MMO로 장르 변경하면서 인력이 붕 뜨길래 그럴 거면 자르지 말고 외주 계약식으로 우리 작업 좀 해달라고 부탁했지.”

“비용은?”

“비용은 엘란테 측에서 낼 거야. 대신 그쪽에서 만드는 MMO 프로젝트 관련해서 외주식으로 나랑 민준이가 개발 자문을 맡아주면 좋겠다던데.”

“차라리 돈을 주는 게···.”

“이쪽 좋은 사정만 강요하는 것도 좋은 관계는 아니지. 먼 앞날을 생각해서 뭐 그 정도 관계는 쌓아두는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흠···. 그럼 저는 뭘 하면 되요?”

“서연이 너는 캐릭터랑 맵 디자인이랑 게임 안에 들어갈 일러스트 작업. 음악은 종전대로 성연형이 맡으시고 멤버는 이대로 간다.”

“힘들 거 같은데···.”

재미는 확실히 있을 것 같다.

“저는 좋아요.”

“나도.”

“이번엔 코딩할 거 좀 많겠네. 나도 좋아.”

서연과 성연, 민준이 차례로 찬성하자 상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아까 D&D하던 인원들은 다시 플레이 하러 가 보세요. 작업은 내일부터 시작해도 되니까.”

그렇게 말한 상혁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기획 작업을 재개했고 팀원들은 아까 하던 플레이를 하기 위해 쇼파쪽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잠시 후, 서연이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자신의 자리로 가며 말했다.

“저는 새 게임 컨셉 아트 그리러···."

그러자 민준도 게임북을 내려놓고는 성연을 보며 말했다.

“저도 코딩 밑작업 좀···.”

그러자 덩그러니 남겨진 성연은 잠시 손에 들린 주사위를 지켜보더니, 한숨을 쉬며 주사위를 내려놓았다.

“난 스튜디오로 돌아갈게···.”

작곡에 필요한 장비는 부실에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성연은 게임 제작 중에는 조금 붕 뜬 느낌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각자 전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게임 개발을 하면 필연적으로 개발 페이즈에 따라서 붕뜨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개발의 극 초기 단계에서, 지금 성연은 팀에 도움이 될 만한 다른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없이 일어서서 스튜디오로 돌아가는 성연의 뒷모습을 본 상혁이 싱긋 웃으며 성연을 불러 세웠다.

“형!”

“어?”

“어디가요?”

“나 스튜디오···.”

“뭔 소리에요. 지금 기획 쪽 작업할게 얼마나 많은데. 형은 저 도와주셔야죠.”

“어? 내가?”

“기본 캐릭터 잡아둔 거 있으니까 그거 대사 잡는거 좀 도와주세요. 클라이막스 씬 대사 잡다보면 더 잘 어울리는 음악도 맞출 수 있지 않겠어요?”

“어? 응. 응! 그렇지! 좋은 생각이네!”

그렇게 말한 성연이 상혁의 옆자리에 앉자 상혁은 미리 작성해둔 양식을 띄워놓은 노트북을 건네주며 성연에게 상세한 작업지시를 내렸다.

편하게 대화를 적는다는 느낌으로 스크립트를 적을 수 있도록.

물론 그런식으로 작업하면 게임에 바로 넣을 수는 없다.

결국 상혁이 두 번 작업하게 되는 것이지만 상혁은 그것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됐건 저렇게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즐거워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상혁의 바램대로, PTW의 세 번째 게임은 멤버 전체가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순조롭게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

“차라리 자르십쇼.”

그 시각, 엘란테 소프트의 도터 한태민은 준표와 한바탕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회사 창립 시기부터 불모지나 다름없는 패키지 시장을 헤쳐나가며, 회사 게임 전체의 도트를 작업해왔는데, 지금와서 3D MMO를 만들겠다고 자신보고 외주를 하라는 진만의 결정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그 외주를 주는 상대가 고등학생들이라고 하니, 태민은 더더욱 작업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저한테 이러십니까? 지금까지 회사 명줄 붙여놓은 게 누군데요? 맨날 밥 먹듯이 야근하고 철야해서 게임 런칭 시켰더니 돌아오는 대우가 겨우 이겁니까?”

태민의 억울한 기분은 준표도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그럼 지금부터 모델링이라도 배울래?”

“예. 배우죠. 지금부터 배울 테니 학원비라도 좀 주시죠?”

“그러지 말고 좋게 생각하라고. 걔네 엄청 재능 있는 애들이라니까?”

“그래봤자 고등학생인데, 준표 형님, 저도 벌써 업계 3년차에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들한테 감놔라 배놔라 소리 들을 짬이 아니란 말입니다.”

태민의 말에 준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물론 억울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벌써 대화가 30분 째인데 슬슬 선을 넘기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니가 심각하게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말이지···.”

“뭡니까?”

“우린 그 ‘애송이’ 들한테 개 쳐발렸어.”

“그래서, 벌써 3번째까지 발매한 회사 메인 시리즈를 버리고 3D MMO로 갈아탄다고요? 고생한 그래픽 팀원들 버리면서?”

‘이 자식 결국은 그게 불만인거잖아!’

진만은 속으로 그렇게 욕을 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어찌됐건 지금은 태민을 달래는 게 우선이니까.

진만이 외주 자문을 부탁하는 댓가로 도트 작업을 해주겠다고 거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태민이 그만두면 상황이 아주 난처하게 될 수 있었다.

애당초 엘란테 소프트 측에 상혁이 유일하게 원하는 것이 ‘도트 작업 인력’ 이었으니까.

지금 유일한 카드를 잃을 수는 없었다.

“연봉 올려줄게.”

“연봉이 문제입니까? 저는 저희 회사 일을 하고 싶단 말입니다!”

“이것도 회사 일이야.”

“에휴 내가 말을 말지!”

그렇게 말한 태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회사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리고 태민의 그 모습을 보면서, 30분간 욕받이 토템을 하고 있던 준표는 짜증이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야! 누구는 걔네랑 게임 만들고 싶은데도 같이 못하는데, 넌 그렇게 재능 있는 애들이랑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앗싸 하고 받아야지, 회사에 땡깡 부리고 있냐?”

“그 기회 저는 필요 없다고요!”

“그럼, 너 하나 좋자고 신규 개발하는 그래픽을 3D에서 2D로 바꿔? 벌써 전투 시스템이랑 게임 베이스까지 다 3D 에 맞춰서 잡았는데? 그러니까 예전부터 3D 공부 해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생깐 건 너잖아!”

“공부할 시간이나 주셨습니까? 갑자기 게임 중간에 갈아엎는다고 미친 듯이 철야한건 기억 안 나세요?”

“아니, 진짜 갑갑하네. 너한테 딱 좋은 기회라는데 왜 알아보질 못하냐?”

“3년 전에 저 입사할 때도 저한테 좋은 기회라고 하셨는데 지금 돌아온 건 뭔데요. 토사구팽 당하는 거요?”

태민이 이야기하자 준표는 입을 닫았다.

솔직히 표면적으로 보기엔 회사가 그래픽 스타일 변경을 이유로 작업자를 내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러나 준표 입장에서는 이게 정말로 태민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미친 듯이 갑갑할 뿐이었다.

“에휴 니 맘대로 해라.”

결국 준표는 두손두발 다 들고는 항복 선언을 했다.

“퇴사원을 내던지, 아니면 일 없는데 월급 받으면서 뭉개던지. 니 맘대로 해.”

“제가 못 할거 같습니까?”

“대신 하나만 부탁하자.”

준표는 메모지를 꺼내 거기에 주소를 적어 넣었다.

“두 번도 필요 없으니까 한번만 가서 이야기 해봐. 그러고 나서도 니가 외주 안하겠다고 하면 내가 대표님한테 말해서 우리 MMO 2D로 만드는 건 어떠냐고 이야기해볼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에게는, 절대 그 고등학생들에게 설득당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태민은 준표가 내민 메모지를 손에 들고는 회사를 나섰다.

선문고등학교로 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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