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5화 (36/485)

035. 팀 인수제안

“같이 일하자고요?”

“정확히는 저희 쪽에서 인수제안을 하는 겁니다. 이 개발팀을 통째로요.”

“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하시는 이야기세요?”

상혁은 처음에 진만이 ‘마리의 눈물’의 수익을 탐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팀채로 인수하면 앞으로 마리의 눈물이 벌어들일 수익도 함께 가져간다는 이야기니까.

무려 방금 전에 유찬이 23억 정도의 수익금을 제안한 상태다.

당연하게 팀에서 앞으로 벌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 이상을 보장하지 않으면 애당초 이 거래는 성립하지 못한다.

“저희 마리의 눈물로 지금 보장받은 최소 수익이 23억인데 23억 있으세요?”

“아뇨. 그 정도 까지는···.”

‘루나시아 스토리’가 수익을 내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판매량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지급되는 수익이지 모든 수익을 한 번에 받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아무리 박봉으로 굴려도 최소한의 개발인원과 그에 투입되는 인건비를 고려하면 패키지 게임 개발은 언제나 빠듯한 장사였다.

진만은 상혁이 묻는 질문을 듣고 상혁이 자신의 의도를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급하게 오해를 바로잡았다.

“제 말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제안하려는 건, 마리의 눈물의 수익을 포함한 팀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 정도 자금도 없고요.”

“그럼 무슨 이야기죠?”

“‘마리의 눈물’의 수익은 그대로 그쪽에서 가져가는 조건으로 저희 회사에서 차기작 개발을 진행하시는 건 어떠냐고 묻는 겁니다.”

“아. 그러니까, 저희 팀의 저작물에 대한 권한을 제외하고 팀원들에 대한 고용 제안을 하시는 거군요?”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보장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희 쪽에서 느낄만한 메리트가 전혀 없는데요?”

“사실 저도 그 부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안을 하세요?”

“더 드리고 싶어도 드릴게 없습니다. 솔직히 저희 회사 와보셔서 알겠지만 지금 여기보다 개발환경도 안 좋고요.”

“그럼 저희가 뭘 보고 받아들이라는 건가요?”

“없습니다.”

“아까부터 무지하게 솔직하시네요.”

“어차피 숨기고 거짓말해봤자 다 들킬 거 같아서요.”

상혁은 후 하고 한숨을 쉬면서 진만을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제안을 던지는 것을 보면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100% 거절당할게 뻔한 조건의 제안을 던지면서까지 진만이 하고 싶은 것.

상혁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좋아요. 일단 이야기를 해주세요. 저희와 왜 함께 일을 하고 싶어 하시는 건지, 그리고 그걸 통해서   뭘 하고 싶으신 건지에 대해서요.”

어설프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환심을 사는 것보다 오히려 역으로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상혁의 호기심을 끌어보겠다는 진만의 작전이 먹혀들어가자, 진만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상혁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었다.

“뭐, 잘 아시겠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초고속 인터넷이 대중화되어갈 시기에 돌입했죠.”

“그렇죠. 사방에 PC방도 생기고···.”

“저는 그렇기 때문에 곧 대한민국 게임업계에 일종의 르네상스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겠죠. 시대가 변하니까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할 것 같으신데요?”

“라니지 같은 MMO게임이 대세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정확한 진만의 시류를 읽는 시선에 상혁은 속으로 살짝 감탄을 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죠?”

“시장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거니까요.”

“월 정액제를 이야기하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와 같이 월 정액제 MMO를 만들자고 하시는 건가요?”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진지한 목소리로, 진만이 상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혁 씨는, 아니 상혁 씨의 팀은, 어떤 생각으로 ‘마리의 눈물’을 만드셨습니까?”

자신이 플레이 해본 마리의 눈물은 절대 어떠한 일관적인 철학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게임이라고, 진만은 생각했다.

그렇기에 진만은 상혁같은 개발자가 생각하는 제작에 대한 가치관이 도데체 무엇이길래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상혁은 그런 진만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이 게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게임은···. 추억이죠.”

“추억이요?”

“플레이할 때 너무 즐거워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계속 그 게임만 생각하게 만드는 경험. 그리고 10년 후에도 ‘그때 참 즐거웠는데’ 하고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깔아서 즐기고 싶어질 만한 그런 추억을 주는 게임이요. 저는 제가 만드는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상혁이 팀원들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진만을 포함한 방안의 모든 사람들은 상혁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매일 까불면서 장난만 치는 성격의 상혁이 그런 진지한 마음으로 게임 제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상혁의 진심은 무엇보다 앞에 앉아있는 진만의 가슴을 크게 울렸다.

‘그래. 맞아. 그게 게임 제작자가 추구해야하는 본질이지.’

왜 자신이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어째서 사비까지 털어가며 창업을 하고 개발자를 모아 게임을 만들고 싶어 했는가.

그 모든 것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상혁의 말 안에 담겨 있었다.

‘게임을 하는 게 즐겁기 때문에.’

진만 자신도 밤을 새워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그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리고 그런 게임의 존재 자체에 대해 동경을 품고 있었다.

상혁이 말해준 것처럼 명쾌하게 정리된 문장은 아니었어도, 상혁이 말한 것과 비슷한 감정이 자신을 게임 업계에 투신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진만은 상혁의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이 어느새 추상적으로 ‘돈이 되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만 노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게임 제작도 엄연한 직업이니까.

그러나 적어도 진만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그것이 아님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상혁이 진만에게 질문했다.

“이제 아까 질문에 답변해주시죠. 진만 씨는 저희와 월 정액제 MMO를 공동개발하고 싶으신 건지요.”

“아닙니다.”

“그럼 뭘 함께 하고 싶으신 거죠?”

“그게 뭐든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런 식의 답변을 예상하지 못했던 상혁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진만에게 말했다.

“너무 추상적인데요?”

“젠장, 아, 욕해서 죄송합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씀드리는 거지만, 방금 상혁 씨가 말한 그런 게임을 저도 함께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애당초 그런 게임을 만들려고 회사를 차린 거니까요.”

“그게 돈이 안 되더라도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돈은 안 됩니다. 그냥 매번 내놓는 게임을 그나마 좋아해주는 유저들이 있으니까 그 마음으로 버틴 거죠. 개발비 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는 게 한국 패키지 개발 시장이니까요.”

진만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고민하던 상혁은 답변을 미뤘다.

역시 이 자리에서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큰 제안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팀원들하고 상의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당연히 시간을 드려야죠. 저희 쪽에서도 이 자리에서 거절하신 게 아니니 좀 더 고민해보고 그쪽에서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을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진만은 팀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부실을 나섰다.

그리고 부실에는 다시 평소처럼 5명의 멤버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팀원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진만이 나가자마자 상혁을 둘러싸고는 기관총처럼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 제안 받을 거야?”

“오빠, 왜 바로 거절 안했어요?”

“난 이 제안 반대일세!”

“상혁아, 신중하게 생각해야 돼.”

그렇게 한 번에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상혁은 한참을 듣기만 했다.

그리고 목소리가 잦아들자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할 말은 다 했어?”

“어, 음···. 그런 거 같아요.”

서연이 말하자 상혁은 깊은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지금 저 제안을 받겠다고는 한마디도 안했어.”

“그래도 거절도 안하셨잖아요.”

“뭐, 그건 고민해볼만한 문제니까.”

“왜? 지금처럼 개발해서 팔면 안 되나? 이제 퍼블리셔도 붙을 거잖아. 전처럼 박스접고 게임팔러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는 거고.”

“뭐 그건 맞는 말이죠.”

“수익 관리나 세금문제야 세무사 고용해도 되는 문제잖아.”

“그것도 맞고요.”

“그럼 안 받을 거야?”

“다들 그걸 원해요?”

팀원들은 상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유일하게 민준만이 가만히 상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준이 너는?”

“무슨 생각으로 거절하지 않은지는 알거 같은데 굳이 저쪽이랑 해야 할지는 의문.”

“흠···.”

어차피 이 문제에 대해서는 차기작을 만들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이긴 했다.

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의 쇼파쪽으로 회의용 화이트보드를 끌고 왔다.

그리고는 마커를 들고는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성연 형은 지금처럼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굳이 지금도 잘 만들고 있는데 뭣하러 저런 제안을 고민하냐고요.”

“맞아. 난 지금이 딱 좋은 거 같은데.”

“그럼 하나 물을게요.

원래 저희 팀은 음악 담당없이 그래픽의 서연이랑 기획인 저, 그리고 프로그래머인 민준 이렇게 3인 팀이었어요. 음악은 공개음원중에 적당한걸 골라서 쓸 생각이었고요.”

“그랬···었지···.”

“그럼 현주 선생님이 음악 쪽에 욕심을 부리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으면 과연 성연 형이 저희와 함께 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아니겠지···”

“서연이는? 만약에 민준이랑 내가 당장 익스트림 발리볼 같은 건 개발할 수 있으니 하던 거 하겠다고 생각했으면 너랑 같이 개발 할 수 있었을까?”

“···아뇨···.”

“성연 형은 중간에 합류했으니 저희 초기 기획에 참여 안하셔서 모르겠지만 저희가 게임을 처음 만들 때 가장 먼저 정해야하는 게 있어요. 마치 라면을 끓일 때 가장 먼저 물부터 넣어야하는 것처럼 필수적인 부분이죠.”

그렇게 말한 상혁은 화이트보드에 마커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 라는 문장을 적었다.

“이걸 결정하는 기준이 뭐라고 생각해요? 민준이는 전에 이야기한적 있으니 대답하지 말고 나머지 사람들한테만 물을게요.”

상혁의 갑작스런 질문에 나머지 팀원들은 잠시 고민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내 놓았다.

“어떤 게임을 만들면 재미있을까?”

서연이 먼저 말하자 다음은 현주가 말했다.

“뭐가 잘 팔릴까?”

마지막으로 성연이 말했다.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 아냐?”

모두의 대답을 들은 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들 틀린 건 아니에요. 뭐가 재미있는지도 중요하고, 뭐가 팔릴지도 중요하고, 뭘 만들고 싶은지도 중요하죠. 근데 그건 라면 끓일 때 스프를 먼저 넣냐 면을 먼저 넣냐 단계의 이야기에요.”

그렇게 말한 상혁은 보드에 한줄의 문장을 적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게임 개발의 물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상혁이 옆으로 비켜서자 화이트보드에 적힌 문장이 서서히 드러났다.

거기엔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우린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가.’

재미, 시장성, 개발의도.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상혁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

그것은 게임의 완성 가능 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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