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2화 (33/485)

032. 게임개발의 미래

“정말로 그게 가능할거라고 보시는 겁니까?”

“뭐 해보고 안 되면 뭔가 하나 배우겠죠.”

“그 배움 하나를 위해서 수십억을 날리게 되더라도?”

“그럼 그건 수십억짜리 가르침이 되겠군요.”

설명을 들은 지훈이 여러 가지 자신이 알던 사례를 들어 반박하려 했지만 상혁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리고 지훈을 그렇게 경악하게 만든 상혁의 생각은, 지금 대한민국 게임 업계가 취하고 있는 행동을 아예 반대로 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알파만 만드는 개발팀이라고?!’

상혁의 발상은 의외로 간단했다.

소수 정예의 개발팀이 기존에 없던 신선하고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창조해낸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형 개발팀이 개발한 핵심 플레이를 받아서 스케일을 키운다는 발상이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하여, 상혁은 자신이 생각하는 개발자의 타입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기본적으로 개발자란 인종도 여러 타입이 있지만, 저는 크게 3가지 타입이 있다고 봐요.”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부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부류.

마지막으로 그냥 게임 업계 다니는 것 자체가 즐거운 부류.

“뭐 그렇게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지금 대한민국 게임 업계는 개발자들에게 지나치게 2번째 타입을 강요하고 있어요. 이런 말이 있죠. ‘니가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100명은 비슷한 시기에 그 아이디어를 이미 떠올렸고 10명은 이미 실행을 시작했고 몇 명은 이미 실행을 끝냈을 거다’라는 말이요.”

“이쪽 업계 격언이죠.”

“그러니까 아이디어보다 개발력을 더 중시하게 되는 거죠.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개발을 할 수 없으면 그건 그냥 희망사항일 뿐이니까요.”

“맞는 말 아닙니까?”

“희대의 개소리에요.”

“예?!”

상혁은 그렇지 않은 예를 얼마든지 댈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지뢰 크래프트’.

최적화는 밥 말아먹은 코드로 자바를 이용해서 어설프게 만들어진 게임이었지만, 중심 아이디어는 그때까지 누구도 떠올릴 수 없었을 만큼 강력했다.

결국 마이크론 소프트에 2조원에 매각되었고.

전설의 명작 ‘슈퍼 뫄리오’도 마찬가지.

뫄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게시루는 뉜텐도 입사 시절부터 애당초 개발력하고는 하등 관계가 없는 낙하산 출신이었다.

뫄리오가 출시되던 시점에 전세계에 개발자를 합치면 수십만은 될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 뫄리오를 만든 사람은 단 한명이었다.

상혁은 그런 의미에서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매우 중요시 하는 사람이었다.

“핵심 아이디어 하나가 수조원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건 그걸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거죠.”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회사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회의실은 어떤 모양이며, 건물은 어떤 형태로 되어있고, 복지는 어떤 복지를 취하고 있으며, 개발 환경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에 대해 들으며 지훈은 입을 떡 벌리고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둘 중 하나다. 미친놈이거나, 아니면 천재거나.’

애당초 상혁이 말하는 환경에서 개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나 할까 의심스러울정도로 상혁의 아이디어는 혁신을 넘어 괴랄함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 자체는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상혁의 옆에 앉아있는 성연부터가 흥분하며 코에서 콧바람을 풍풍 내뿜고 있었으니까.

“둘 중 하나네요. 가지고 있는 돈을 날려먹는 가장 빠른 방법이거나, 아니면 진짜로 개발자가 꿈꾸는 꿈의 직장이 되거나.”

어쩌면 상혁의 말대로 정말로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직원이 100명인데 모두 100개의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이게 먹힐 거라고 이야기하면, 게임을 100개 만드실 생각인가요?”

“뭐, 대부분의 경우는 듣는 시점에서 대충 어떤 건지 예상 되잖아요? 안 되는 건 쳐 내야죠.”

“고집을 부리면요?”

“애당초 혼자 만들 수 있으면 그냥 혼자 만들면 됩니다. 그러나 다른 팀원을 설득할 수 없는 아이디어라면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라고는 할 수 없겠죠.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라는 건, 100명이 들어서 100명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런 아이디어니까요.”

“지나치게 이상적이네요. 만약 입사는 했는데 아이디어를 못내는 인원은 어떡합니까? 당장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지만, 미래에 아이디어를 낼 그런 사람이 들어왔다면요?”

“그런 사람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다른 사람이 개발하는 걸 서포트하면서 배워나가면 되겠죠.”

사실 상혁이 생각한 것과 비슷하게 게임을 만드는 업체는 2020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혁의 아이디어가 도박인 것은, 그것을 1999년의 대한민국에서 시도하겠다는 것이었다.

지훈은 뭐라 더 반박하려 했지만, 상혁이 지훈의 말을 막았다.

“도착했네요. 저 앞에서 내려주시면 됩니다.”

지훈은 상실감을 느꼈다.

그것이 상혁의 저 과감한 계획을 저지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적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지훈은 상혁을 내려주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상혁이 이야기한 회사의 형태가 머릿속을 맴도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판단을 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는데, 상혁이 자신에게 돌려준 것은 판단이고 뭐고 이게 도박인가 아닌가 하는 것부터 확인해야하는 고민덩어리였다.

그리고 지훈은, 비슷한 경험을 과거에도 한 적이 있었다.

‘나도 창업하자는 선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같은 고민을 했었지.’

게임이 아니라 회사를 보고 가는 그런 퍼블리셔를 만들자고.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때의 선배의 눈이 방금 전 본 상혁의 눈과 비슷한 느낌을 줬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훈은, 자신이 고민될 때면 언제나 하던 대로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일단 선배한테 물어보자.”

자신의 회사 사장인 정진호에게 물어보는 것.

그것이 지훈이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그토록 커다란 폭풍이 지나간 것 치고는 게임부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는데, 상혁은 그런 분위기가 왜 나오고 있는지 정확히 이유를 알고 있었다.

“선배, 여기 커피 드세요. 호호호호···.”

평소엔 자신과 민준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서연이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어색한 웃음으로 커피를 넘기는 것을 보고, 상혁은 쓴 웃음을 지었다.

예상했던 반응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팀원들의 동요가 큰 탓이었다.

4억.

고등학생이 만지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돈이 들어온 상황에서 팀은 노력의 달콤한 성과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해 상혁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노골적인 말이 아니라 부실 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결국 지금 이 이야기를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상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조용히 말했다.

“4억.”

다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지 입 밖으로 내놓지는 않던 단어를 상혁이 꺼내자 모두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엔 애써 잡지를 보는 척 하며 부실에 용건 없이 앉아있던 현주도 포함되어있었다.

상혁은 그런 모두의 시선을 느끼며 씨익 웃더니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다들 고생했으니까 수익을 분배하는 게 맞겠지.”

실제로는 제작 단가로 납품되는 비용과 이벤트에 들어간 비용, 부스 설치에 들어간 비용 등을 제외하면 남는 돈은 3억 5천 정도였다.

정확한 자금 산정을 위해, 상혁은 현주에게 질문했다.

“지금 얼마나 남았어요?”

“지금? 3억 4천 326만원.”

지금 그 돈은 현주의 통장에 들어가 있었다.

상혁은 애초에 약속한대로, 그 돈을 공평하게 n등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5명이서 6865만 2천원씩 나누면 되겠네요. 그래도 다음 물량 주문할 비용은 있어야하고, 앞으로 공금 쓸 일도 또 있을지 모르니까 인당 865만 2천원은 남겨두고 깔끔하게 6천씩 n등분하죠.”

1999년 기준으로 6천만 원이면 절대 작은 돈이 아니었다.

강남 아파트정도는 아니어도 1억이면 강북에 아파트 정도는 하나 살 수 있는 금액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집값은 물가 상승률과는 비교도 안 되게 올랐기 때문에 집값으로 당시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조금 불합리하다.

그래서 조금 더 알기 쉬운 예를 들자면, 99년 당시 교수 월급이 200만원 정도였으며 대기업 평균 연봉이 160~170정도 되던 시대였다.

그러니까 지금 시점에 6천만 원이면, 대기업의 2년 치 연봉이 넘는다는 말이었다.

그런 거금을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자고 하자, 내심 기대하던 팀원들은 크게 충격을 먹었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을 꺼낸 당사자인 상혁은 대수롭지 않게 툭하고 말을 하고는 다시 쇼파에 앉아 게임잡지를 폈고, 민준은 그런 상혁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새끼 지도 속으론 떨리면서 엄청 폼 잡네.’

라고.

사실 오래 같이 해 온 만큼 민준의 감상이 맞았다.

상혁은 속으로 방금 모습은 자신이 생각해도 참 멋진 팀장의 모습이었다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혁의 상념을 깨기라도 하듯, 현주가 노트를 한권 꺼내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좋아. 여기에 통장 계좌번호를 적으면 각자 통장으로 입금해줄게. 우선 상혁이부터 적어줄래?”

상혁은 자꾸만 귓가로 올라오는 미소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며 현주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자신의 통장 번호를 적고는 자리로 돌아가 다시 쿨한 모습으로 잡지를 폈다.

그러자 현주는 상혁이 적은 통장 번호 밑에 무언가를 적더니 민준을 불렀다.

다가온 민준은 현주가 적은 것을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현주는 민준을 보며 입에 손가락을 가져대는 제스차를 취했다.

그러자 의도를 알아본 민준은 자신도 씨익 웃으며 현주가 적은 것 밑에 계좌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서연과 성연도 마찬가지로 현주의 노트에 각자의 계좌 번호를 적었다.

그렇게 모두가 계좌번호를 적자 현주는 노트의 페이지를 찢더니 상혁에게 내밀었고, 상혁이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자 웃으며 이야기했다.

“최종 확인.”

“아니 어차피 6천만 원 깔끔하게 나눴는데 뭘 확인해요?”

“해줘. 팀장이잖아.”

상혁은 마지못해 현주가 내미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현주를 보며 말했다.

“이게 뭐에요?”

“뭐긴 뭐야. 입금 내역서지.”

“제 말은 왜 이렇게 되어있냐고요.”

현주가 내민 종이에는 각자가 적은 계좌번호가 적혀있기는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모든 계좌번호가 똑같은 계좌번호라는 것이었다.

[이상혁: xx은행 320097-02-5435822]

[이현주: xx은행 320097-02-5435822]

[김민준: xx은행 320097-02-5435822]

[김서연: xx은행 320097-02-5435822]

[남성연: xx은행 320097-02-5435822]

상혁은 처음엔 이게 무슨 종류의 장난인가 생각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이 종이의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고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분명 자신과 함께 지훈의 차를 타고 오며 자신의 계획을 들었던 성연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다 말했어. 그리고 팀원들 전부 동의한 것 같아.”

“뭐에 동의해요?”

“네 계획에 동참하는 것.”

모두가 같은 계좌 번호를 적은 종이의 의미.

그것은 모두가 자신의 수익을 포기하고 상혁의 계획에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의 표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