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8화 (29/485)

028. 결전, 코믹월드

동대문 거평프레야 13층에서 열렸던 1회 코믹월드 행사와는 다르게, 주최측은 예상외로 많은 참가인원 덕분에 2회 행사를 훨씬 넓은 여의도 전시관 1관으로 잡았다.

덕분에 2회 행사는 1회 행사보다도 더 주목을 받고 있었는데, 무보다 1회 코믹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킨 신비의 동인 게임 서클이 재참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슈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참가가 허용된 기업부스로 중견 개발사인 엘라테 소프트도 최근 발매한 게임의 홍보행사를 연다고 밝히면서 2회 코믹월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동인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직 국내에 제대로 된 게임 쇼가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게임 회사가 동인 행사에 잘 참가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은 나름 파격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파격의 한 가운데서, 전시관 한쪽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엘란테 소프트의 부스는 마치 다른 부스들을 압도하는 듯한 강렬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아주 맘에 들어.”

진만은 만족한 표정으로 부스를 돌아보며 준표에게 말했다.

적어도 이정도면 이번 코믹의 모든 이슈는 자신들이 차지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게임에서 튀어나온 듯한 복장을 하고 부스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는 행사 도우미에, 한쪽에는 자신들의 게임화면을 띄워놓는 거대한 모니터까지 설치해놓은 부스는 동인 행사의 부스라기 보다는 무슨 게임쇼의 부스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마리의 눈물' 부스는 가봤어?”

“예. 거기도 나름 준비를 하긴 한 모양인데, 우리에 비하면 많이 딸리더라고요.”

“좋아. 아주 좋아.”

사실 진만도 아까 부스를 보러 가긴 했었다.

그때는 부스 설치가 덜 되어서 단순히 부스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작업중인 인원들이 몇몇 보일 뿐이었다.

두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인원들이었다.

“흐흐흐. 정말로 고등학생들이 그걸 만들었을 줄이야.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네.”

“그러게요. 사실 좀 후회도 됩니다.”

“뭐가?”

진만이 묻자 준표가 아쉬운 듯 혀를 핥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틀어지지 않은 관계였다면 저희 회사에 입사 제의를 넣어 봐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입사 제안을?”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인원은 수도 없이 많지만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한정적이다.

그리고 '마리의 눈물' 제작팀은 그 출중한 능력을 이미 입증한 인력들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경영진의 측면에서 인력 관리를 주로 하는 진만은 준표의 그런 발상에 고개를 저었다.

“쟤네 게임을 봐라. 자기 철학이 있는 애들이나 그런 거 만드는 거야. 그리고 그런 애들은 다루기 힘들고. 개네가 니 말을 제대로 듣기나 하겠냐?”

“그것도 그렇네요.”

“우린 이번 행사나 성공시키고 MMO 시장으로 빠지자고. 쟤네는 하고 싶은 동인 놀이 계속 하게 두고.”

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되었건 진만과 마찬가지로 준표 역시 MMO개발 프로젝트에 찬성하는 측이었고 만약 개발을 하게 된다면 자신이 팀장을 맡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양심의 가책정도는 아주 작은 문제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준표는 힘들게 준비했을게 뻔하지만 자신들에게 밀려 주목받지 못할 불쌍한 고등학생들에게 마음속으로 작은 애도를 표했다.

부디 이번 일로 완전히 마음이 꺾여 게임 제작을 접지는 말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

“저쪽은 어때?”

“예상대로 엄청나게 공들여왔던데?”

부스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상혁은 민준에게 상황을 물었다.

진만과 준표가 상혁들의 상황을 신경쓰는 것처럼, 상혁도 그쪽을 신경쓰지 않을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상혁은 당연하게도 상대방의 코믹 2회 참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상대가 맞불 전략으로 자신들을 묻어버리려고 한다는 사실까지도.

애당초 게임 잡지 기자인 영길을 자신들의 편으로 두고 있었기에 상혁은 정보전 측면에서 딱히 꿀리는 위치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이미 진만이 참가를 결정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엘란테 소프트의 행사 참가 사실을 알고는 충분히 대응책을 갖춰놓은 상태였다.

그것도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만한 방식으로.

잠시 후 벌어질 일을 생각한 상혁이 씨익 웃자, 민준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혁을 바라보았다.

무려 한달이다.

무려 한달 동안 상혁이 계획한 온갖 돌아이 같은 짓을 수습하면서, 민준은 한 명의 기획자가 복수심으로 맛이 가면 어떤 상황까지 갈 수 있는지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결실이 열매를 맺는 날이 바로 오늘.

민준은 자신들이 준비한 부스를 바라보았다.

1회보다는 훨씬 크고 화려한 부스였지만 역시나 기업인 엘란테 소프트의 부스에 비하면 한없이 모자라보이는 부스.

그러나 이런 상대방의 화려한 부스에 비해 소박해 보이는 부스까지 전부 상혁의 계획이었다.

애당초 자신들이 이목을 끌기 위해 준비한 것은, 상대보다 커다란 부스나 코스플레이어가 아니니까.

그러나 ‘그걸’ 진짜로 한다고 상상하면 지금도 피부에 닭살이 돋는 민준이었다.

“너 근데 그거 진짜 할 거야?”

“야 씨, 그거 준비하는데만 천만원 넘게 썼는데 지금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그건 꼭 해야지!”

상혁의 말을 들은 성연이 옆에서 끼어들며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성연이 지금 하려는 그 계획의 핵심 인물이자 그 행사를 가장 기대하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꼭 보고 싶어. 상혁이가 준비해달라고 하는 거 부탁하느라 내가 친구들한테 얼마나 빌고 다녔는데.”

현주까지 끼어들어 말하자 민준은 더 이상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 듯 양손을 들며 항복의사를 표했다.

결국 이 돌아이 같은 계획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라도 한 것처럼.

상혁은 그런 민준을 보며 피식 웃더니 현주를 보며 물었다.

“연주자들은 언제 와요?”

“이미 도착했어. 지금은 복장 갈아 입는 중이야.”

“좋아요. 시작 직후에는 어수선해서 집중도가 떨어질 테니까 입장 시작하고 두 시간 정도 후에 개시할게요.”

“ok. 그럼 나도 슬슬 갈아입어야겠다.”

“굳이 선생님까지 참여하실 필요는 없는데요.”

“내가 하고싶어서 그래. 진짜 재밌을거 같거든.

네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신기할 정도로 말이야.”

그렇게 말한 현주는 상혁에게 윙크를 날리고는 연주자들에게 시작 시간을 안내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상혁은 무릎에 손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슬슬 개장시간이네.”

그리고는 손을 내밀고는 민준을 바라보았다.

“아씨, 다 좋으니까 그건 안하면 안돼냐?”

“안 돼.”

“아 씨 진짜 돌아이새끼네.”

“왜요? 난 좋던데. 오빠도 빨리 와요.”

어느새 달려온 서연이 상혁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얹고 성연도 합류하자 민준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세사람이 민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으로 압박하기 시작했고 민준은 마치 똥이라도 만지는 것처럼 성연이 포개놓은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이 시발 이 기합 넣는 거 내가 언젠간 없애버린다. 무슨 우리가 스포츠팀도 아니고 이런 건 왜 하는 거야?”

“재밌잖아. 니가 팀장하면 없애줄게.”

그렇게 말한 상혁은 입이 귀에 걸리도록 씨익 웃더니 크게 소리질렀다.

“Enjoy!”

그러자 남은 팀원들이 동시에 소리지르며 손을 하늘로 치켜올렸다.

“Exciting!”

“미친놈들아!”

뭔가 한명만 잡음을 내는 것 같긴 했지만 언제나 있는 일이었기에 상혁은 신경쓰지 않았다.

단지 이제 곧 있을 이벤트만 기대하고 있을 뿐이었다.

***

입장이 개시되고, 진만은 몰려드는 인원을 보며 입이 찢어질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얼떨결에 결정한 오프라인 행사 참가였지만 의외로 호응이 좋았던 탓이었다.

그리고 그런 진만의 옆에서 퍼블리셔 직원인 유찬도 흐믓한 표정으로 부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전번 행사에서 무슨 고등학생팀이 2천 카피를 팔았다 길래 반신반의하면서 참가 결정한건 데 엄청나네요.”

“준비를 많이 했으니까요. 앞으로 종종 참가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패키지 게임은 안하신다면서요?”

“뭐 유저가 많으면 팬서비스 차원에서 행사 참여 같은 것도 할 만하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고 그 '마리의 눈물'인가? 엘란테 소프트 게임을 베껴서 만들었다는 그 게임이요. 저는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꽤 평이 좋은 거 같더군요.”

유찬의 말에 진만은 뜨끔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새 수습하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뭐, 고등학생들이니까요. 무슨 저작권 개념이 있겠습니까. 그냥 꿈나무들 지켜본다는 생각으로 너그럽게 넘어가는 거죠.”

“씀씀이가 크십니다. 그래도 여기 저기 행사 참가자 중에도 그런 코스프레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좀 보이네요.”

“그러게요?”

이상하게 아까부터 행사장 곳곳에 중세풍 드레스를 입은 남녀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발견한 진만이 뭔가의 위화감을 느끼며 말했다.

겨우 두달전에 런칭한 게임의 코스튬을 입은 참가자가 너무 많은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코스프레를 한 인원들도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기에 진만은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아마도 중세 배경의 다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진만의 그런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적어도 갑자기 한 코스플레이어가 바이올린을 꺼내들고 연주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어? 뭐야?”

한명의 연주자가 걸으며 바이올린을 연주하자 갑자기 무리속에서 다른 연주자가 연주를 이어받으며 화음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10명이 넘는 인원이 화음을 이루며 한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것은 장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한방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연주하는 멜로디가 어떤 음악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진만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물어야했다.

갑자기 사람들 속에서 연주를 시작한 코스플레이어들이 연주하고 있는 음악.

그것은 성연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작곡한 ‘마리의 눈물’의 메인테마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것이었다.

“1999년에 플래시 몹이라니.”

조금씩 커지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민준이 상혁을 향해 말했다.

“그러니까 더 신선하지.”

상혁이 미소 지으며 대답하자, 민준은 부스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런 민준이 바라보는 방향에는,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연주자를 따라 ‘play to win’ 의 부스로 우르르 몰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풍경이 있었다.

그렇게 한두 명씩 도착한 연주자들은 부스 앞에 자리를 잡고는 연주를 이어나가자, 어느새 연미복을 입은 성연이 걸어 나오더니 지휘봉을 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두드리고

때리고

유린한다.

게임중 수도 없이 벌어지는 민중 혁명의 느낌을 클래식으로 표현한 '마리의 눈물'의 메인테마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에 뭔가를 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음대 출신 음악선생인 현주가 섭외한 전문 연주자들에 의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일으키고 있었다.

단순히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실제로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보기에는 그것은 너무나도 눈물 나게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30명이 넘는 인원이 연주할 수 있는 교향곡으로 편집하기 위해 수십 개의 악보를 쓰고, 한 달이란 짧은 시간 안에 연주자들에게 연습을 시키고, 행사 진행 측에 이벤트를 허락받기 위하여 설득하기도 하고, 30명의 복장을 맞추기 위해서 옷을 디자인하기도 하면서 팀원 전체가 이 이벤트 하나를 위해 달려들었다.

“이걸로 확실히 이슈 메이킹 측면에서는 우리의 압승이네. 행사장 인원 절반은 여기 보고 있는 거 같은데.”

민준이 그렇게 말하자 상혁은 고개를 저었다.

민준의 말대로 처음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이 이벤트를 준비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들이 만든 게임의 OST를 이런 식으로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누가 누구를 이기고 하는 문제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지금은, 모든 팀원이 최선을 다해 준비한 이 이벤트를 가슴으로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진만은 그런 상혁 일행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상상도 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신의 부스에 있던 유저들을 싹 쓸어 가버린 저 미친 고등학생들을 보면서.

“미친, 쟤네 무슨 재벌 2세 이런 거 아니에요?”

“그러게. 어떻게 오케스트라를 할 생각을 했지? 그것도 이런 식으로?”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두 사람도 이것이 멋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맞대결에서 완전히 참패했다는 사실도.

그러나 이정도로 깔끔하고 멋지게 한방 먹으면, 솔직히 기분 나쁘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다.

실제로 지금 연주를 듣고 있는 두 사람조차 지금 연주되고 있는 게임을 저곳에 가서 구매하고 싶은 기분이었으니까.

“이야 저 표절 꿈나무들 진짜 양심 개 없네요?”

그때 꿈에 빠진 것 같은 진만의 상념을 깨는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모두가 감동에 젖어 바라보는 이벤트를 혼자 삐딱한 시선을 바라보는 남자.

그는 엘란테 소프트의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 박유찬이었다.

“안되겠어요. 제가 손을 좀 써볼게요.”

감히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게임사의 게임을 베낀 것도 모자라 저렇게 대대적으로 이벤트까지 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유찬은 심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유찬의 그런 기분이 모두 자신의 거짓말에서 유발되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진만은, 기겁을 하며 앞으로 걸어가려는 유찬을 붙잡았다.

“아이고 유찬 씨! 무슨 짓을 하시려고요!?”

“그럼 저걸 그냥 놔둡니까? 남의 게임 표절한 것도 모자라서 행사 방해까지 하다니. 저런 놈들은 쓴맛을 봐야돼요!”

유찬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전부 자신의 심장을 비수로 후비는 느낌이라 진만은 인상을 있는 대로 일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진만의 모르는 유찬은 저 고등학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진만이 핑계댈 만한 거리를 생각하는 사이, 그 손을 빠져나간 유찬은 진만이 다시 붙잡기도 전에 연주를 감상중인 군중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는 잠시 후, 부스 한가운데서 미소를 지으며 연주를 바라보고 있는 상혁의 앞에 나타났다.

“네가 이 동인팀 팀장이냐?”

한눈에도 고등학생으로 보이지만 뭔가 앉아있는 모양새라던가 포지션이 팀장 같았기에 유찬은 바로 상혁에게 말을 걸었고 상혁은 갑자기 멸치같이 생긴 놈이 반말로 말을 걸자 조금 불쾌한 기분이 들어 자신도 반말로 맞받아쳤다.

“맞는데? 넌 뭐냐?”

“맞는데? 맞는데에에? 세상에 양심도 없는 놈이 예의도 없구나?”

“넌 누군데 남한테 양심있냐 없냐 반말로 시비 거는데?”

“나? 내가 누구냐고?”

유찬은 지갑을 꺼내더니 명함을 한 장 꺼내 상혁에게 던졌다.

상혁이 받아들어 본 명함에는 상혁도 잘 아는 회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자신들이 용산의 게임매장에 찾아갔을 때 판매를 거절하게 만든 가장 큰 원흉이 그 회사였으니까.

“큰 빛 소프트?”

“그래. 내가 너희들이 베껴서 만든 게임 '루나시아 스토리'의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는 큰 빛 소프트 과장 박유찬이다.”

그 말도 안되는 자기 소개를 들으며, 상혁의 머릿속에는 오직 단 한단어만이 떠돌고 있었다.

‘진짜 뭐야 이 미친놈은?’

상혁의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 그것은 바로 ‘적반하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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