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심판자 4>
MC 수첩 방송이 시작되면서 정장을 입은 MC가 방송 녹화 장비 앞에서 화면을 주시하자 TV 화면이 영상을 송출하기 시작한다.
“여기 이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두운 밤 흐릿하게 사람의 형체가 지나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확인했을 때 성인남성의 체구에 키는 상당히 큰 편으로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인상착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깊은 숲속 그것도 늦은 시간에 수항원 원장으로 알려진 김모씨의 자택에 나타난 알 수 없는 인물이 다녀간 이후로 김모씨의 행적이 잡히지 않는 점을 봤을 때 심판자가 다녀갔다는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화면이 전환되면서 책장이 가득한 사무실 앞에 전문가 패널을 단 이들이 나와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심판자에 대한 의혹이 처음 제기된 사건은···.”
심판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던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자료화면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명확한 증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황상 의혹이 있던 소문이 무성한 사건들을 편집한 영상이었다.
“당시에 그의 협박에 못 이겨 자살한 여성들의 숫자는 경찰이 파악한 바로는 3명이지만 실제 수사된 자살자 수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성착취물이 인터넷상에 떠돌면서 많은 여성들이 자살을 하거나 자살시도를 했던 사건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재판이 끝나 피의자가 제대로 된 사법판결을 받은 것인지 피해자들이 하소연하는 인터뷰 영상과 함께 전문가 패널의 설명이 더해졌다.
“다크웹에서 미성년자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유아의 동영상까지···.”
“1심 재판에서 3년···2심 재판에서 1년 6개월의 형량이 나와서 만기출소를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피해자 중 한 명의 자살로 크게 이슈가 되면서 당시 사건이 재조명되었죠. 미국에서 유아 동영상에 대한 피의자로 당시 김모씨를 소환하는 협조를 구했지만 김모씨의 아버지가 김씨는 한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1인시위를 하면서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향방이 주목되던 당시에···.”
“재판부는 김모씨가 한국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인정해주었고 결국 김모씨는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은채···.”
“자살한 딸의 어머니가 언론에서 호소하던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누구를 위한 송환거부인지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김모씨가 만기 출소된 이후 자신의 흔적을 남지기 않은 채 사라지면서 많은 이들이 김씨가 도주를 했다. 새로운 범행을 위해서 사라졌다. 김씨의 행방에 대해서 시끄러웠습니다.”
“행방이 묘연하던 김씨가 신체가 훼손된 상태로 발견되면서 김모씨의 아버지가 이건 피해자 가족 중에 사적 보복을 한 거라고 언론에 제보하면서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죠?”
“당시 김모씨는 남성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사지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의 상해를 입은 상태로 김모씨가 인적이 드문 야산에서 발견되었는데요. 나중에 이 야산에서 성착취물로 인해 자살한 여성이 투신한 장소였다는게 밝혀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신체의 훼손 정도를 보면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외상이었는데 입원을 한 병원의 담당의의 말에 따르면 이대로 연명치료만 제대로 하게 되면 100세까지 살 수 있을 정도의 상태였다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가능한 건가요?”
“사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지만 전문가의 솜씨로 깔끔하게 외상을 입힌 점 그리고···.”
“결국···김모씨가 정신을 차리고 했던 한마디로 인해서 전 국민을 의문 속으로 빠지게 만들었죠.”
“심판자.”
“김모씨가 당시 정신을 차리고 그 단어를 말한 뒤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켰는데요.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김모씨가 범죄자이고 그에 따른 법적 판결을 올바르게 받았다는 점을 보면 김모씨가 심판자라고 언급했던 말의 신빙성이···.”
“하지만 올바른 법적 판결이라고는 하지만 미성년자 성착취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판결이 너무 가볍다는···.”
“그 사건을 개기로 심판자에 대해서 국민적 의혹이 생겼죠.”
“그리고 심판자가 했을 것이라는 범죄자들 실종 리스트가 너튜브에서 인기를 끌면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심판자가 진짜 있을 거라는 여론조사 수치를 보여줬는데요.”
“심판자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요? OECD국가 중 강력범죄의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하지만 강력범죄가 줄어든다는 영향은 좋지만 심판자라는 존재가 진짜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인 상태에서 이번 수항원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수항원 원장이 사는 자택을 찍은 먼 거리의 영상이지만 분명 건장한 남성으로 보이는 인형이 자택을 향해 가는 모습이 찍혀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늦은 밤이라는 점과 수항원 원장의 동의를 얻지 못해 제대로 된 취재 장비를 갖추지 못해서···.”
“수항원 원장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 이 영상을 방송에서 내보내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닌가요?”
“이 부분은 언론의 자유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항원 원장이 저희 MC 수첩을 고소한다면 사항원 원장 김모씨의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소리가 된다는 점에서 저희는 고소고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향해 한발 앞서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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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한식당의 별실에 앉아 휴대폰으로 보고 있던 방송을 내리면서 방금 도착했는지 자리에 앉는 종혁이의 질문에 나는 말 없이 내가 보던 방송을 보여줬다.
“MC 수첩 보고 있었던 거야?”
내 옆에서 같이 방송을 보던 경수가 말했다.
“심판자가 진짜 있을까?”
“너는 있었으면 좋겠어?”
“잘못된 판결이 나올 때면 그런 존재가 있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실제로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끼니까 좀 무섭기도 하네.”
법조인 시각에서 보는 심판자라는 존재에 대한 판단에 대한 궁금증에 질문을 하자 예상했던 답과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
“무섭다고?”
“심판자라는 사람도 사람일 거 아니야. 판사도 사람이고 법도 사람이 만들었으니까.”
“···??”
“사람은 실수하잖아. 그리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래서 국민들은 공감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 원래 법적 취지와 다르게 실수하고 그 실수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이 만들어놓은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거라고”
“···.”
“스스로 만든 함정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야.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는 법과 원칙이 누구에는 원칙적으로 적용하고 아는 이 아니면 힘 있는 이들에게는 적용하지 않게 만드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지는 거라고.”
“사람인 이상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으니까?”
“혼자 살 수 없는 거니까.”
“그럼 심판자가 무섭다는 건?”
“저기 영상을 보면 심판자도 결국 사람이잖아? 신이 아닌 이상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결국 실수하게 되고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자신이 만든 함정에 빠질 거야.”
“저 방송에서 말한 내용 중 일부만이라고 심판자가 진짜 개입했던 사건이 있다면···.”
“있다면?”
“그만큼 힘 있는 사람이라는 거고 힘 있는 사람이 정의에 취한 머저리가 되면 그것만큼 무서운게 없는 거지.”
“정의에 취한 머저리?”
“뭐 내 생각이지만···. 자살 폭탄 테러를 하는 사람도 결국 정의에 취한 머저리라고 생각해.”
“···?”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정의만이 정답이라고 외치면서 가장 소중한 자신의 목숨까지도 버리는 거잖아?”
“정의라···.”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는데···진리라는 걸 사람이 알 수 있나?”
“···과학자라면 알지 않을까?”
“과학자라···과학자 스스로는 진리의 일부분에 대해서 평생 탐구한다고 생각하는데 정의에 미친 머저리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작은 사실이 세상의 진실인 양 군다고.”
“그거 한번 빠지면 벗어날 수 있기는 한 거야?”
“정의에 취하는 건 약에 취하는 것보다 더 무서워.”
“···?”
“약에 취해 죽는 것과 정의에 취해 죽는 것에 큰 차이는 약에 취해 죽으면 자신만 죽지만 정의에 취해 죽으면 주변에 참사를 일으키면서 죽는다는 거야.”
“···?”
“자신의 정의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약쟁이는 최소한 자신이 하는 일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하지는 않으니까. 약에 취하면 정신머리가 없어져서 그렇지 최소한 스스로 까발리려고 하지는 않거든.”
“심판자가 정의에 취한 머저리라는 거야?”
“머저리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정의에 취하게 된다면 제대로 무서워질 거라는 거지.”
‘나는 나만의 정의에 취한 걸까?’
“심판자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너는 듣기만 하더니 웬일로 언급하는 건데?”
“방송에서까지 이야기하니까. 정말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흠···나는 없다고 봐.”
“이제까지 심판자가 무섭다고 떠들더니 이제는 없다고?”
“실제로 심판자가 있을 리 없잖아? 사람들이 범죄가 그것도 제대로 된 사법 처벌을 받지 못한 이들이 실종된 상태를 해외에서 편안하게 범죄수익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만들어낸 환상 같은 거라고 생각해.”
“그럼 MC 수첩에서 나온 김모씨는?”
“김모씨가 뭐냐? 이름도 어차피 다 아는데.”
“난 모르는데?”
“하여간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하긴 돈 버는데 온 신경을 쏟아붓기도 벅찰 거야. 그 많은 돈은 어디서 구해서 투자하는지.”
“그래서 넌 심판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거지?”
“여론도 반반이잖아. 있다고 생각하는 쪽도 범죄율이 낮아지니까 있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론조사 때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 사람들도 많을걸?”
“그런가?”
“물론 소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강성이니까. 언론에서 심판자 이야기가 곧잘 언급되는 거겠지. 그것도 어디까지나 재미 수준이지 진지하게는 아니야.”
“하지만 NBS에서 제대로 터트렸는걸?”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겠어. 이번에 민국당 의원 중 하나가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 조사 때문에 출석요구 받았잖아.”
“그건 부인이 그랬다는 거 아니었어?”
“법인카드 출처가 민국당 의원이라는 게 문제인 거지. 그런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데 생각해봐 네가 신용카드를 쓰고 있어. 그런데 가족 중에 신용카드로 집에 음식을 시켜서 같이 집에서 먹었는데 신용카드 회사에 내 명의의 카드지만 가족인 아내가 쓴 거니까. 난 모르는 일이다. 결재를 못 하겠다. 하는 것하고 다른 게 뭔데?”
“법인 카드라는게 다른 것 같다.”
“개인과 법인이라고 하지만 카드 사용원리는 비슷해. 결국 법인도 법적으로 인격을 받은 인격체니까.”
“국고손실죄 이야기도 있던데?”
“결국 국가에서 대신 사적 사용에 대한 비용을 내준 거니까. 의혹의 상당수가 입증된다면 실정법 위반은 확실하지. 하지만 이걸 여론몰이를 통해서 별것 아닌 걸로 넘길 가능성이 큰 거지.”
“여론몰이?”
“물타기 하는 거 말이야.”
“김영희 여사 브로치같이?”
“그것만 있냐? 가끔 보면 이수민 대통령이 아니라 김영희 여사가 대통령 본인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김영희 여사가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냐? 그거야 모르지 그런데 이수민 대통령을 뽑는 건지 아니면 도덕적으로 훌륭한 조선 시대 왕비를 뽑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지.”
“현대판 연좌제라는 거지?”
“이수민 대통령과 결혼 전에 있던 그것도 공소시효가 만료된 말 그대로 도덕성 논란으로 김영희 여사 특검법? 조선 시대로 돌아가서 왕비를 뽑기 위해서 간택제도를 살리자고 하지?”
“···.”
“그렇다고 이전의 주요 정치인 부인들이 전부 도덕적이었냐 하면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우선 이수민 대통령 여사가 이슈가 되니까 계속 물고 늘어지겠다?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가 이건 진짜 좀 치사하다 싶어서 언론에서 떠드는 걸 그냥 듣기만 했는데···현기준 대통령 영부인은 외국 순방 때 입던 옷 샀던 돈 전부 국가 세금에서 지출된 거잖아. 그 내역을 공개하라니까 대통령 비공개정보로 돌리고···여성 대통령 때 자비로 산 거라지만 옷 많이 산다고 사치스럽다고 그렇게 떠들던 민국당이 현기준 대통령의 영부인이 산 수 많은 비싼 옷들은 국가의 얼굴 역할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언론플레이 하다가 이번에 이수민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뀌니까 김영희 여사 사비로 산 브로치나 옷도 전부 사치프레임걸고···.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걸 전혀 인정하지 않잖아?”
“물타기 하는 거지. 지금 명이준 국회의원 사법 리스크 덮으려고 하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