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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79화 (179/205)

<179화 각성>

송태연과 협동이 아니다.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각자가 정한 목표가 다르다는 걸 안다.

‘이전까지만 해도 목표가 같았을까?’

달라진 내 모습에 쓴웃음을 입에 물고 목표를 향해서 달린다.

교인들은 목표가 아니다. 교인들은 그저 교주의 수족일 뿐이다.

교인들이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 누구보다 붉게 물든 정의의 저울을 보면서 교주에게 달릴 뿐이다.

나의 목표는 누구보다도 먼저 교주를 잡는 것이다.

‘송태연의 실력이라면 여학생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겠지.’

만약 송태연 혼자서 탈출은 힘들어 보였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이 혼란을 더 크게 키운다면 손쉽게 이 장소를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교주의 명령에 각목을 들어 올리는 교인이 가장 많아 보이는 곳에 뛰어들었다.

교주의 명령이기 때문에 각목을 손에 들었을 뿐 제대로 한번 휘둘러 봤을까 싶은 이들을 손쉽게 정리하면서 가장 격전이 심한 곳으로 이동했다.

시선을 돌리자 송태연 앞을 막기 위해 달려오는 교인들이 든 각목이 숲처럼 보인다.

‘가스라이팅? 세뇌? 무엇이 사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폭력성을 끌어올리는 걸까?’

흰 포말 가루가 너울거리는 배경과 다르게 타는 냄새와 피비린내가 올라온다.

‘아니면 사람 아니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존재인 걸까?’

사이비 종교에 깊게 심취한 악질적인 세뇌로 자신의 행동의 옳고 그름조차도 교주의 판단에 맡기는 꼭두각시 교인들.

사이비가 무서운 점은 저들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한 번씩 사회에서 사이비 교단에 대해 심각하게 조명해도 잠시 잠깐 주춤할 뿐 바퀴벌레처럼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다.

송태윤과 여학생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교인들이 물결같이 몰아치는 한가운데 서서 외친다.

내 거대한 외침에 교인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교인들 뒤로 불타오르는 캠프파이어가 거대한 악의를 품고 나를 유혹하는 것 같다.

송태윤과 여학생의 뒤를 쫓으려는 교인들이 우선 목표였다.

그제야 송태연이 나라는 존재를 인식한 것 같았지만 공원 화장실에서부터 마스크와 야구모자를 쓰고 온 나를 단번에 알아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무언가 말하려는 모습에 나는 교주의 뒤를 쫓듯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교주도 교인들을 버리고 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중이고 가장 앞장서던 교인들을 메쳐놨으니 송태연도 여학생도 무사히 자리를 피할 수 있겠지.’

송태윤이 교인들과 드잡이질을 끝내고 여학생을 데리고 물류창고를 벗어나는 뒷모습이 보인다.

나는 송태윤과 여학생을 뒤로하고 달린다.

내 앞을 가로막을 교인은 없었다.

아니 막아서려고 하는 순간 쓰러졌다.

폭격 같은 소음도 교인과 나의 외침에 덮어지듯 사라진다.

주변에 있던 교인들이 나에게 몰려온다. 그들의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다.

그들을 파고들며 공격하는 나를 향한 적의조차도···.

그저 교주의 외침에 그저 달려온다.

남성···? 여성···? 젊은 사람···? 나이든 노인···?

그들 사이에서 그런 건 상관없다.

교인들 뒤로 교주를 보호하듯 둘러싼 하얀 셔츠에 검은색 양복바지를 입은 남자 무리의 모습이 보였다.

흰 포말 가루가 점차 내려 안는다.

‘저들은 교인들과 다른 생각일까? 교주가 무엇을 제시했길래 이와 같은 일에 동조하는 걸까? 아니면 사람 위에서 자신의 손에 망가지는 하나의 인생들을 보면서 전능감에 휩싸였던 걸까?’

그들 사이로 교주의 모습이 보인다.

저 녀석이다. 흰 도포자락을 입은 교주가 물류창고 중 하나로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교주의 시선도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접근한다.

순식간에 거리가 가까워진다.

교주가 교인들을 하나의 물줄기로 만들어 해일처럼 나를 막아서게 한다.

퍽―!

해일처럼 보이는 교인들의 무리가 순간 주춤한다.

일방적인 폭력의 현장이나 다름없었지만···교주의 지시를 어기지 못하는 교인들의 모습은 하나의 군체처럼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집단린치를 당한 억울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한명 두명 아니면···.’

붉게 물든 정의의 저울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나는 눈을 감는다.

‘우선 교주를 잡는다.’

방금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교인 한 명이 떨어진다.

두 명이 다시 막아선다. 이건 뛰어가면서 처리할 수 없다.

나는 양손을 크게 휘둘렀다.

나에게 다가오던 교인 하나가 그림같이 내 주먹에 스스로 와서 부딪쳐 바닥에 널브러진 것처럼 보인다.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각목! 머리카락 끝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함께 강한 풍압에 각목에 들어간 힘을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이미 각목은 내 머리 위로 허무하게 지나가고 교인은 바로 앞! 남은 건 빈손이 된 교인의 당혹스럽다는 얼굴.

남은 건 교주의 뒷머리를 잡아채는 것뿐이었다.

그때 교주의 얼굴이 보였다.

비웃고 있어?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교주에게 돌진했다.

교인들의 무리 중 위험해 보이는 이들을 집중타격했다고 생각했는데···남아 있던 인물이 있었는지 날카로운 송곳 같은 칼날이 내 등 뒤에서 옆구리를 노리면서 찔러오고 있었다.

하지만 빠른 판단으로 앞으로 달려버리자 놈은 나라는 목표를 놓치고 휘청이고 있었다.

앞으로 포탄처럼 달리면서 나를 막아서던 교인 중 하나를 칼날을 들고 덤비던 놈에게 밀치듯이 던져버리고 교주의 행방을 찾았다.

바로 코앞에 있다고 생각했던 교주가 교인들에게 명령을 하고 순식간에 나에게서 멀어졌다.

뒤를 살피니 이제까지 뒤에 물러나 있던 교인 중 노약자나 힘이 약한 이들이 칼날 폭풍에 목숨을 던지듯 그저 내 발걸음을 늦추기 위해서 몸을 던져 다가오지만···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리다.

‘나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둔 것 같지만···.’

내 앞길을 막아서던 교인들은 교주가 사라지자 순식간에 흩어지면서 엉망으로 변해버렸다.

‘교주가 보는 앞에서만 몸을 던지면서 광신도 같은 모습을 보인 건가? 누구를 위한 믿음이지? 누구를 위한 희생이란 말인가.’

내 앞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서로 밀치고 떠밀고 그런 그들끼리의 아우성을 외면하고 교주가 있던 곳을 바라보니 교주가 비장의 수단으로 남겨둔 듯한 측근으로 보이는 놈들에게 고함을 치는 것과 함께 측근들이 품에서 교인들과 달리 제대로 된 무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뭐···교주 측근이라면 평범한 놈들은 아닐 것 같았지.’

흰 셔츠에 검은 양복바지로 깔끔한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굴에 나타나는 인상의 놈들에게 나는 친절하게 한방씩 안면을 날려줬다.

나의 타격에 온몸을 뒤틀면서 바로 넘어지는 놈들의 등을 넘어서 교주를 향했다.

나는 피가 묻은 양손을 털 듯이 한차례 핏물을 털어내고 교주를 바라봤다.

교주는 가면을 쓴 상태였는데도 두려움이 잠식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놈에게 제대로 된 공포와 고통을 심어주고 싶지만···시간이 없다. 교주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공포에 질려 모자란 모습을 보일 때까지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천천히 하지만 단호하게 교주에게 다가간다.

그러다 흔들리는 교주와 눈이 마주친다.

다시 교주를 향해 달려간다!

다가오는 교주의 측근을 찍어낸다.

다음은 허리! 그리고 다리!

쉴 새 없이 내려치는 내 주먹은 이미 한차례 피를 털어냈음에도 다시 불타는 핏빛으로 채워지고 있다.

내가 지나가는 길옆으로 튕겨져 나간 교인과 교주의 측근들이 전리품처럼 쌓인다.

소화기의 흰 포말 가루가 가라앉고 그 사이로 작은 핏빛 길이 깔린다.

교주의 얼굴이 굳었다.

교주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난장판이 된 상황을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인지 아니면 나에게서 멀어지려고 하는 건지 뒤돌아서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고작 이 정도다.

고작 이런 이들이 하루하루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이들을 손쉽게 짓밟고 파괴하며 농락한다. 그저 아이들 장난처럼 천연덕스럽지만 악의를 가지고 집요하게 손안에 넣은 이들을 이용한다.

내리치는 각목을 막아내고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놀란 놈의 배를 올려치자 눈을 뒤집고 엎어졌다.

‘정작 다른 이들을 앞세우고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이를 위해 이들은 피를 흘리는 건가?’

내가 순식간에 기절시킨 3명의 교주 측근들을 보고서도 나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나는 친절하게 똑같은 폭력으로 놈들에게 눈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선사해 줬다.

나는 피로 만들어진 레드카펫을 걸어가듯 덤비는 놈들에게 공평하게 폭력은 너와 나 가리지 않고 아프다는 걸 몸에 새겨주면서 교주가 들어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흰 도포자락을 휘날리면서 뛰어가는 교주의 앞을 막아서자 귀신을 본 것 같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너···너는··누···누구냐.”

“사이비 교주를 하면서 누군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건가?”

“난···사이비 교주가 아니야.”

두려움에 떨면서도 교주는 자신이 사이비가 아닌 제대로 된 종교인이라면서 이건 종교탄압이라고 외쳤다.

그 외침 사이마다 나를 향해 두려움이 섞였지만 일말의 타협이 가능할지 재보는 눈빛에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뭐···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네 생각은 존중해줄게.”

“커··어···.”

나는 말과 달리 교주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교주를 들어 올렸다.

“컥···. 생···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왜···에···.”

“개인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너하고 내 생각이 다르다는 거지.”

“너···너도···살인자가 되는 건 무서울 텐데···. 무모한 짓은···그만하고 우리와 함께···.”

숨쉬기 어려울 텐데도 내 팔뚝을 양손으로 붙잡고 애원하듯이 외쳤다.

“크윽···. 아···알겠다···. 자수···자수할 게···. 바로 경찰서 가서···.”

나는 내 눈을 보면서 두려움에 휩싸인 교주를 내려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교주의 눈에 비춘 나의 모습은···.

“난 두려웠어. 사람을 죽이고 난 다음 내가 어떻게 변해버릴지.”

“··크윽···살려···.”

“나는 그저 적당히 한 재산 모아서 가족하고 친구들 그리고 아는 지인들하고 소소하게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었거든.”

“···제··발···. 사···.”

“그런데 말이야. 내가 가진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겠다는 변명으로 그런 순간을 지나다 보니까.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렸지.”

“···.”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화가 났던 거야.”

내가 방안에서 침묵했던 시간 동안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심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지.’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친구들과 지인들의 애정 어린 관심···.

그리고 나를 향한 끝없는 믿음은···.

자괴감 속에 파묻히고 싶은 나를 끌어올렸다.

“···.”

“화가 나서 누구라도 죽여버리고 싶었는데···. 운 나쁘게 네가 내 눈에 띄어버렸네.”

“···살···살려··주···.”

“각자 생각이 다르다고 했지? 그냥 운이 나쁘다고 생각해.”

뚝―.

무언가 신경을 거스르는 뚝하는 소리와 함께 필사적으로 내 팔에 매달려 목숨을 구걸하던 남자의 목뼈가 관절이 없어진 것처럼 옆으로 꺾였다.

“이대로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내가 그런 선택을 하니까.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고 말았어. 왜 좀 더 알아보지 않았을까. 불편해해도 싫다고 해도 좀 더 참견했으면 나아졌을까?”

“누구도 아닌 나한테 화가 나는데···. 나를 벌하면 내 소중한 사람들이 속상해하고 아파하니까. 나에게 벌을 주기도 힘들어.”

“너한테 악감정은 없어. 내가 사이비를 통해서 사람들을 얼마나 괴롭히고 골수까지 갈취해서 갈아먹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아. 그냥 사이비에 빠진 운 나쁜 사람처럼 너도 운이 없다고 생각해.”

나는 누구도 듣지 못할 독백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그저 운이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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