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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76화 (176/205)

<176화 휴거 3>

“사기라고 스스로 판단을 하고서도 사기꾼의 꿀 같은 목소리에 홀려서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럼 사이비종교라고 알고 잠입해도 사이비종교에 심취할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지. 어쨌든 잠복하다가 걸리면 본인은 물론 가족도 피해를 입으니까. 사이비종교를 수사하는 게 사실상 어려운 부분이지.”

“경찰 말고 가족까지 피해를 본다고요?”

“쉽게 말해서 사이비종교에 침투했다가 수사 전에 신분이 탄로 나서 법적으로 처벌도 못 하고 수사만 종결이 난 경우가 실제 있었는데···.”

“···?”

“경찰이 일하는 부서마다 찾아와서 사과하라고 시위해서 일하기 힘들게 하고 경찰 가족은 어떻게 알아냈는지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로 쫓아다니면서 괴롭혔다고 하더라.”

“아···무섭네요···.”

“사이비 교주가 시킨 거겠지.”

“교주가요?”

“방금도 말했지만···적당히 꼬리가 붙었다 싶으면 사이비종교의 교주나 임원들은 꼬리 자르기로 갈아타기를 시도해.”

“갈아타기요?”

“외부 공권력에 너무 노출되었다 싶으면 하는 거지. 교인들을 집단 자살하게 만들고 재산이나 재물을 가지고 잠수를 타는 거야.”

“그러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새로운 이름의 교단이 탄생하는 거고···.”

“사이비라고 의심받지만 계속해서 운영되는 종교단체도 있잖아요.”

“그렇지. 그런 데가 더 무서운 거고.”

“네?”

“사이비라고 의심받지만···양지에서 활동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는 건 더 무서운 거지. 너희 목장 알지?”

“네 양이나 말 같은 가축을 풀어놓고 키우는 거 아닌가요? 가둬놓고 키우는 것보다 가축들이 건강하고 잘 자란다고 하던데요?”

“그런 목장에서 양이나 말을 키운다고 할 때 분명 자유를 주지만 일정공간이 있고···그리고 양은 양털 말은 말이 필요한 곳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거지. 하지만 양이나 말은 불만을 가지지 않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내가 질린 표정으로 허경장을 보면서 말하자 쓴웃음을 보이면서 말했다.

“내가 아직 어린 너희들한테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번에 내려온 교육자료를 보니까 어릴수록 더 조심해야겠더라.”

“네?”

“보통 저렇게 길 가던 사람을 잡고 길 좀 묻자고 하면 어른들은 바쁘다고 빠져나가기 쉽거든 그렇지만 학생들은 친절해야 한다는 도덕교육 덕분에 시간을 내서 대화를 시작하지.”

“그러다가 사이비종교에 빠진다는 거예요?”

“집에서 안정감을 얻지 못한 아이들은 저런 사이비에 빠질 가능성이 높지. 물론 너희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지만 사이비종교 단체가 폐쇄적이여서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르니까.”

“그리고 내가 선배를 통해서 사이비 종교 단체에 대해서 알아봤다고 했잖아?”

“네.”

“내가 백화교에 대해서 별도로 알게 된 것도 그 선배를 통해서였지.”

“백화교에 대해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그럼 좋겠지만 선배가 혼자 시간이 날 때마다 쫓고 있는 거지.”

“...?”

“선배가 처음 형사가 되고 맡은 청소년 실종사건의 실종자를 찾았던 곳이 백화교 지부였어.”

“찾았으면 집으로 돌아간 건가요?”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

“네? 찾았으면 집으로 돌아가게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몇 번이나 찾아서 집으로 돌려보내도 다시 가출하고···결국 아예 지방에 있는 본단으로 보내버렸는지 찾을 길이 없어졌다더라.”

“그럼···.”

“선배가 마지막으로 찾아 간 본단에서 이제 자기는 성인이니까 더 이상 가출이 아니라고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더라···피해자 없는 사건이 되었지만···선배는 아직도 백화교를 추적하는 걸 멈추지 못한 거지. 그런데 너희가 나한테 송태연 이야기를 하면서 이상한 사이비종교 단체하고 엮인 것 같다고 한 거고···.”

“그래서 비번인데도 한달음에 달려오신 거예요?”

“뭐···너희도 걱정되기도 했고. 가출했던 아이가 딱 너희 나이대였거든···.”

“네?”

“그런데 신고받고 찾아간 후에 성인이 되어버렸으니 이제는 집에 돌려보내지도 못하게 된 거지.”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던 거에요?”

“아무래도 그 선배의 첫 사건이었거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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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연과 조용히 대화를 나눌 기회를 노렸지만 그런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정말 태연이 형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고?”

“저 차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계속 감시할까?”

“사이비종교에서 탈출한 사람이 그랬다고 했잖아. 3명에서 5명이 묶어서 행동한다고.”

“저기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여학생 두 명 그리고 차량 운전자 그리고 태연이.”

“그럼 4명인데요.”

“한 명은 어디 있을까요?”

“차에 타고 있으려나? 썬팅이 진해서 알아볼 수가 없네.”

아쉽게도 햄버거 가게에서 우리는 오늘도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고 창문 밖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을 유인하는 송태연의 일행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혀를 내둘려야 했다.

“언제 움직일까?”

“벌써 몇 명이나 차에 탔는데?”

“이제 해도 지니까 출발하겠지. 그때가 기회야.”

“아무리 승합차라고 해도 인원수가 너무 많아. 그럼 한 명은 남아야 할 테고···.”

“사이비종교 특성상 혼자 두지는 않을 텐데요?”

“그래도 대놓고 감시하는 눈길이 없어지면 잠깐 시선을 돌려서 만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5명이니까.”

“아···그러네요.”

항상 혼자 움직이기만 했던 나는 허경장의 5명이라는 소리에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 것 같았다.

차가 이내 출발하고 우리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송태연과 함께 남은 여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지나가다가 길 찾는다고 말을 들었는데 바쁜 일이 있어서 지나쳤네요. 아직도 길 찾는 중이신가요?”

“아···제가 여기가 초행길이라서요.”

종혁이가 순하게 웃으면서 말을 걸자 여학생은 자신의 말을 기억하고 있어 줘서 고맙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면서 대답했다. 종혁이와 여학생 뒤로 경수와 현진이 시야를 막아서는 걸 확인하고는 나와 허경장이 급하게 끼어들어 송태연을 납치하듯 차에 태웠다.

“진수형 언제 차는 뽑은 거예요?”

“진급하고 할부로 산 거야. 차 문 조심해서 닫아라.”

당혹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하던 송태연이 나와 허경장의 실없는 대화에 그제야 우리 얼굴을 확인했는지 말문이 열렸다.

“누구···주인이?”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길 한가운데서 길 잃은 표정으로 멍하게 서 있으면 눈에 띄지 않겠어요?”

“난···.”

“아무리 힘든 일이 많아도 이상한 종교단체에 가입하는 건 형답지 않아요.”

“나 다운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난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에 들어간 거야.”

“네?”

송태연의 당혹스러운 대답에 허경장이 운전을 하다가 고개를 돌려 질문했다.

“사이비종교 단체인 거 알고 들어갔다고?”

“알고 들어가도 세뇌당하면 못 빠져나온다고 하던데요?”

나는 허경장의 질문에 송태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위험한 곳에 왜 들어간 거냐고 따지듯 말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만···재민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했을 말이지.’

“나도 알아. 너무 쉽게 생각한 거지. 그래도 들어갈 수 밖에 없었어.”

송태연의 대답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배경이었다.

현재 심신이 힘들 때 사이비종교 단체에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송태연의 대답은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점을 집고 있었다.

“난 재민이 실종에 대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운산에서 이곳저곳 전단지를 뿌리면서 수소문했어.”

“···?”

“그러다가 재민이가 실종된 날 목격한 남자가 있다고 하더라···.”

“설마 그게 백화교의 교인이었다는 거에요?”

“맞아. 사이비종교 단체인 걸 알았지만 난 목격자를 만나는 게 더 중요했어.”

“그렇다고···.”

“재민이는 나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니까.”

“우리보육원 출신의 다른 아이들도 있지 않아요?”

“나도···우리보육원 출신의 아이들을 전부 내 가족처럼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문재하하고 사건이 있었을 때···내 옆에서 나를 지지해준 건 재민이뿐이었어.”

“물론 당시에 학교 재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재하의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보육원 아이들이 나하고 거리를 두는 건 머리로는 이해를 했지만···심적으로는 충격이었지.”

“···.”

“재민이가 가출이라고 담당자가 그러는데···내 옆을 지켜준 건 재민이가 정작 자신이 힘들 때 나에게 하나도 의지 안 했다는 걸 믿을 수 없어서. 아니 믿기 싫었어.”

“···.”

“그래서 실종이라고 굳게 생각한 나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재민이를 찾겠다고 다짐했고···.”

“송태연 네 마음은 잘 알겠지만···거긴 위험해.”

허경장이 송태연의 말에 담담한 듯···하지만 무겁게 말했다.

“그래도 전 재민이를 봤다는 목격자와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그런다고···.”

“제가 보육원을 나설 나이가 됐을 때 저는 다리를 다쳐서 이미 꿈을 꿀 여력이 없었어요. 그런 저한테 재민이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자동차 정비를 배울 테니까. 형은 오토바이 타는 거 좋아하니까 오토바이 정비를 시작해보라고···.”

“···?”

“그 말을 들었을 때 전 제 꿈이 깨지고 너무 허망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걸 알았어요. 내 꾸던 꿈은 이미 신기루처럼 사라졌지만···그렇다고 내 미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그걸 재민이는 말해줬던 거에요. 그래서 재민가 말한 정비소 일을 함께한다면 그건 또 새로운 미래가 아니겠냐고 생각했어요.”

재민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하는 송태연의 모습에 나는 굳은 침묵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 모습과 대조되게 송태연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어이없는 이유였지만 함께하기에 그런 모습조차 자신에게 힘이 되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중에야 재민이가 장르 소설을 보면서 세상이 망했을 때 가장 필요한 직업을 하나씩 하자고 한 걸 알았지만요.”

“뭐?”

“세상이 망해도 사람들은 걷기 싫어할 테니까. 자동차 관련 기술자나 오토바이 기술자는 세상이 망해도 우대받을 거라고요.”

“···!”

“그리고 그런 세상이 오면 제 다리를 고칠 기적도 같이 올 거라고···.”

“부상으로 은퇴한 메달리스트들이 전부 상태창이나 뛰어난 특성을 얻어서 망해가는 세상을 바꿀 거라고 자신은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그렇게 말했던 아이가 사라졌어요. 저를 그저 운동 좀 한다고 나대기만하던 저를 믿어주던 재민이가요.”

“그럼···.”

“아무리 말려도 전 재민이 실종 날 목격했다는 사람하고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아직 대화도 못 해 본 거예요?”

“백화교는 각자 그룹의 사람이 아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어. 그룹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그룹 전체가 벌을 받고···.”

“철저하게 사람들을 고립시키려는 거네요.”

“전형적인 사이비종교 단체지···.”

“그래서 아직 재민이 실종 날 목격했다는 남자하고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어.”

나와 송태연의 문답을 조용히 들으면서 운전을 하던 허경장이 시내 도로에서 벗어났는지 주차를 하고 송태연을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언제까지 거기서 버틸 수 있겠어?”

“···!”

나는 허경장의 질문에 담겨있는 뜻에 놀라서 돌아봤지만 허경장은 송태연을 묵묵히 바라보더니 나에게 말했다.

“이대로 우리가 태연이를 사이비종교 집단에서 끌어낸다고 해서 태연이가 납득할까? 다시 자기 발로 백화교로 돌아갈 거야.”

“하지만···.”

나와 다르게 허경장은 설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필사적으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말하는 송태연의 모습에 나는 깊은 침음을 삼켰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곧 목격자하고 대화 나눠볼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연말에 대 예배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대예배?”

“이번 연말을 기준으로 대대적인 교단 개편이 있을 거라고 임원들 사이에서 말들이 나오는 걸 들었어요. 연말이고 그 많은 인원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다 보면 분명히 대화를 나눠볼 기회가 생길 거에요.”

나는 송태연의 말에 나도 백화교 대예배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럼 나도 같이 가요.”

“안돼.”

“그렇지만.”

“지금 우리하고 대화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태연이는 의심을 사게 될 거야. 오늘은 이만 헤어지자.”

내가 송태연을 따라 백화교의 대 예배에 참석하겠다고 하자 허경장은 평소의 밝고 친절했던 모습이 거짓인 것처럼 무서운 얼굴 낯으로 반대를 했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가 늦어질수록 송태연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면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그런 나의 말에 허경장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건···.”

“수사용 휴대폰이야. 이 번호는 언제든지 위치 추적할 수 있으니까.”

“휴대폰 숨겨놓을 수 있겠어.”

“네.”

“이걸로 연락하면 가능할 거야.”

“물론 위험하면 무조건 탈출만 생각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요.”

“뭐가 위험하지 않아. 사이비종교 단체인데.”

“여기도 사람들 사는 곳이라서···. 이상한 놈들 몇 명만 피하면 돼.”

“그 이상 놈들이 누군데요?”

“교주하고 측근들.”

“위험한 거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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