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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74화 (174/205)

<174화 휴거>

“삶이 힘드십니까?”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잠깐 길 좀 물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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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것처럼 친구들을 만났지만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못한 얼굴을 학원가 거리에서 보았다.

“어?”

“누구더라 아는 얼굴인데···?”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는 말에 내가 대답하듯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이름 하나.

“송태연.”

현진과 경수는 바로 알아봤고 종혁이는 내 말에 그제야 송태연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기억해낸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다가가려는 친구들을 붙잡고 송태연이 잘 보이는 창가가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오늘은 햄버거 먹기 싫다고···.”

“난 좋은데?”

경수가 햄버거에 질색을 하고 종혁이는 대환영이라는 반응에 나는 들어가면서 대답했다.

“간단하게 음료만 시켜서 올게.”

“뭐? 점심 먹자고 들어온 거 아니야?”

종혁이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자 경수와 현진이가 질색 어린 표정으로 종혁을 바라봤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니 유학 가서도 입맛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어 보였다.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지 않을 거라는 말에 반색을 한 경수가 질문했다.

“태연형 잘 보이는 데로 온 거야? 그냥 가서 아는척해도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송태연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주시하면서 말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

“어? 그리고 보니까 못 보던 얼굴이네. 태연이 형 여자친군가?”

“태연이 형이 여자친구를?”

“왜? 여자친구 생길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렇기는 한데···."

나는 송태연과 엮이면서 봤던 그의 기억 속에서 봤던 여자친구를 봤기 때문에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송태연에 대해서 소문이라고는 하지만 자세히 알아봤던 현진도 의아한 표정으로 말한다.

“여려가지 복잡하고 힘든 일 겪다가 갑자기 여자친구라니 좀 이상하지 않아?”

현진의 말에 경수도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도서관 앞 파출소에서 허경장과 대화했던 걸 기억한 것 같았다.

“아직 재민이 찾는다고 저번에 파출소도 한번 찾아왔다고 하지 않았어?”

나는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계속 말을 거는 송태연과 함께 있는 여성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사이비에 빠진 것 같아.”

“사이비?”

사이비종교 단체에 들어간 것 같다는 내 말에 다들 지나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반가움을 띠였던 얼굴이 굳어지면서 내가 주시하는 곳을 주의 깊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계속 같은 자리에서 사람만 바뀌는 것 같지 않아?”

“어 정말 여자친구인 줄 알았던 사람이 어디로 가고 다른 여자분이 나타났네?”

“그리고 갈 때···다른 사람을 데리고 갔어.”

“말소리는 안 들리지만···행동을 봐서는 길을 알려주다가 같이 움직인 것 같은데?”

우리는 햄버거 가게에 상당히 오래 앉아 있었지만 자주 와서 사 먹는 단골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방학이라 손님이 적어서 그런지 아무 말이 없었다.

“한 명이 두 명이 되어서 가고 다시 나타나고 그런 식이네?”

“이거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니야?”

“태연이 형도 관련 있는 것 같은데 신고해도 될까?”

“그것보단 신고해도 막상 건질 게 없을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생각해봐. 저기서 사람을 모집하고 있는 행동이 분명 의심스럽기는 해도 무언가 강제적이지는 않잖아?”

“그것도 그렇네.”

“그럼 우리도 저 사람들 따라가 볼까? 그리고 태연이 형하고 이야기해보면 알 수 있잖아.”

“안돼.”

“왜?”

“사이비가 왜 무서운 줄 알아?”

“···?”

“잘 못 들어갔다가 집에 못 가는 거야.”

“아니···종교라면서···왜 집에 안 보네?”

“주변의 관계를 다 끊어서 고립되게 만들고 그 고립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이곳 종교집단이라고 세뇌하는 거지.”

“그게 통한다고···?”

“딱 말만 들어도 이상한데?”

“그럴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마음이 약해졌을 때 이런 말을 듣게 되면 그게 통한다는 거지.”

“그럼···태연형도 지금 그래서?”

“재민이도 실종되고···.”

“시기상 아직 사이비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것 같으니까···.”

“이대로 지켜봐야 하는 건가?”

“그것보다는 진수형부터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진수형?”

“파출소 아는 경찰 형 있잖아.”

“이름도 알고 지내는 거였어?”

“나야 도서관에 매일 가는 거나 다름없으니까···그 사이에 친해졌지.”

“어···.”

“그리고 보니까···기숙사에 안 들어가고 집에서 통학하네?”

“난 학교보다는 도서관이 공부하는 게 익숙해서···학교는 뭐랄까. 중학교 때하고 다른 것 같아.”

“뭐가 달라?”

“그냥 분위기가 좀···.”

“뭐겠어. 성적 가지고 줄 세우고 그런 거겠지.”

“그건 우리 학교도 마찬가진데?”

“그것도 학교 나름이지 우리도 인문계라고 그러는데 외고는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겠어?”

“그런가?”

“뭐···경쟁의식도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는데···이게 하루 종일 그러니까 잘 때까지 느껴야 한다고 하면 너무 피곤하잖아.”

“그렇긴 하네. 숨 쉴 곳은 있어야지.”

“그게···나는 도서관이 된 거고.”

나는 도서관이 쉴 곳이 되는 건지 의아해서 질문했다.

“집은?”

“아빠가 집에 있으니까.”

“왜?”

‘경수 아버지하고 화해한 거 아닌가?’

내가 의아하다는 듯 물어보자 경수가 얼굴을 붉히면서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답했다.

“그냥 마냥 편하지는 않다는 거지.”

그런 작은 경수의 목소리도 알아들은 건지 종혁이가 말했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뭐?”

“나도 아빠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마냥 같이 있기는 또 불편한 게 있다고 해야 하나. 아빠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뭐 불편하다기보다는 서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느낌?”

종혁이의 대답에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편하지 않다는 말을 처음 꺼냈을 때보다 조금 커진 목소리로 말하는 경수의 말에 나는 생각했다.

‘불편한 아버지라···불편해도 아버지가 옆에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난 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불편한 건 아닌데···그냥 도서관이 익숙해서 그런지 집보다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더 편하다고 할까?”

“그래서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거였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편하다고 하다니 너답다.”

“읽을거리도 많고···.”

“이럴 때 보면 활자중독증이야.”

“그러게.”

우리가 경수의 활자중독증 증세에 대해서 떠드는 사이에 비번인 듯 청바지에 패딩을 입은 허경장이 나타났다.

익숙하다는 듯 경수가 허경장을 손짓하면서 불렀다.

“진수형.”

반갑다는 듯한 표정의 허경장은 인사를 나누면서 창가를 살피는 우리의 행동에 같은 방향을 바라보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거 송태연 아니야? 언제 안남시에 올라온 거지?”

나는 허경장의 말에 재민이 실종에 대해서 조사하다가 김 씨 아저씨 일이 엮이면서 정작 재민이 소식을 가장 기다릴 송태연에게 연락을 못 한 게 이런 사태까지 일어나게 한 건 아닌지 굳은 표정으로 나와 친구들이 봤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민원신고를 한두 번 받은 게 아니야.”

“네? 민원이요?”

“길 가다가 도를 믿는 냐는 둥 아니면 인상이 좋다는 둥 하면서 바쁜데 자기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려고 했다고 사거리에 있는 사람을 쫓아내달라는 민원하고 상가 가게 주인들 항의로 출동해서 경고를 하기는 하지만···.”

“딱히 범죄 혐의로 잡아들이기는 애매하다는 거죠?”

“그래. 강제로 사람들을 끌고 가는 거면 모르겠는데 그저 길가는 사람들한테 시간을 내달라고 하는 거니까.”

“···.”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자기 시간을 써서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전부 좋은 사람이라는 거야.”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건데요?”

“좋은 사람들은 거절을 잘못하니까.”

“거절을 못 해서 문제가 된다고요?”

“성격이 있어 보이거나 자신들 말을 잘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은 아예 처음부터 말을 안 들어주니까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거고···.”

“길 찾겠다는데···도와주겠다는 사람이나 선해 보인다는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거절하지 못하니까. 그런 사람들을 자신들 예배당이라고 하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아지트거든? 거기로 데려가서 세뇌를 하는 거지.”

“그럼 경찰이 적극 개입해서 막을 수는 없는 건가요?”

“이게···종교의 자유가 있잖아?”

“네?”

“아무리 옆에서 봐서 이상해 보인다고 사이비 같다고 말은 할 수 있어도 종교를 믿겠다는 걸 막는 등 강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아···.”

“거기다가 그런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행동들은 밝혀지기도 힘들어.”

“서로 쉬쉬하니까요?”

“그렇지.”

“그런 곳에 태연이 형이···.”

“송태연···태연이 형은 강단 있는 사람으로 봤는데 왜 저런 무리하고 같이 있을까요?”

“태연이가 아무리 어른스러워도 아직 사회초년생이야. 그리고 힘든 일을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연달아 거치게 된 거고···나 같아도 종교 같은데 기대고 싶을 것 같아.”

“그건···.”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종교의 힘으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문제는 저 종교가 민원이 계속 오는 사이비라는 게 문제고···.”

“종교단체 이름은 뭔데요?”

“백화교”

“백화교? 처음 듣는데?”

“이곳보다는 운산 같은 남부지방에서 더 유명하다고 하더라. 본사까지 있다고 하던데?”

“본사요?”

“재산이 있는 사람은 기부를 받고 태연이 같이 재산이 없는 젊은 친구들은 보는 것처럼 필요한 곳에 인력으로 써먹는 거지.”

“헐···.”

“그럼 월급 같은 건 주는 거예요?”

“그럴 리가. 뭐 최소한의 의식주는 전부 지원하지만···개인에게 별도의 돈을 지급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어.”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 종교에 가입한다고요?”

“재산도 빼앗기고 노동력도 빼앗기는데요?”

“그게 종교의 무서운 점이지. 나도 민원이 많이 접수되니까 별도로 알아본 건데···백화교 교리가 이번 생이 힘들다면 덕을 쌓아서 다음 생은 살만한 삶이 되게 해주겠다 거든.”

“뭐야 그게 이번 생에 엄청 부려먹고 덕을 쌓고 나중에 죽어서 잘될 거야···라는 거면 무책임한 거잖아요?”

“가장 젊어서 빛나는 시기를 완전히 남한테 빼앗기는 건데···아무도 반항하지 않는다고요?”

“그럴 리가 도망쳐 나온 사람도 있다는데···.”

“그럼 그 사람 증언을 듣고 교단 임직원들이라든지 고소하거나 잡아가거나 할 수는 없는 거예요?”

“증거가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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