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거짓된 사도 계획>
“크크크크···.”
도시 야경이 보이는 창문을 보면서 사내는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경찰이나 정신병원에 신고할 것 같은 기괴한 웃음이었다.
야경이 보이는 창문에 비치는 사내의 얼굴은 눈꼬리가 올라가고 입꼬리는 도저히 보통의 인간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지만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미친놈들 진짜 미친놈들이었어. 내가 엮어보려고 했다지만 완전 제대로인데?”
웃음기 섞인 혼잣말을 중얼거린 사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뉴스에서 사내가 갔었던 호텔의 펜트하우스가 가스폭발로 인해 놀란 호텔 직원과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영상이 계속 보도되고 있었다.
사내가 재무국 차장을 만나기 위해서 갔던 호텔이었다. 사내와 재무국 차장이 만났던 곳이 스위트룸은 아니었지만 사내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재무국 차장과 3팀장의 뒤를 봐주던 존재가 있던 곳이 펜트하우스가 있던 곳이라고 말이다.
“그래야 말이 되지.”
재무국 차장의 아들 소송을 진행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고위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여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싶은 곳까지 영향이 내려와서 사내가 하는 소송을 다방면으로 도와주고 있던 상황이었다.
“재무국 차장이 아무리 힘이 좋아도 검경에 그것도 고위직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게 말이 안 돼.”
사내가 생각했을 때 재무국이 아무리 힘이 좋은 부서라지만 검찰이나 경찰에 그것도 고위직에 압력을 넣을 정도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망할 3팀장이 진짜 망한 것 같은데?”
3팀장의 목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사내는 자신을 위협했던 피해자지원재단에서 지원받던 아이를 공격할 명분을 3팀장에게 건넸다.
피해자지원재단의 지원을 받던 변재민이라는 아이가 소송에서 중요한 증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검찰에서 넘겨준 사실로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증인에게 무언갈 할 생각은 없었다. 단순히 핵심증인이 사라진다면 편하겠는데라는 생각을 가졌고 그 변재민이라는 아이가 피해자지원재단의 지원대상자라는 걸 알았을 때는 온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였다.
자신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를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인권변호사라고 나섰다가 본전도 찾지 못하고 징계만 받았던 이유.
피해자지원재단에서 나왔던 변호사와의 마찰이 있고 난 후였다.
이후에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여학생이 피해자지원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였다는 걸 나중에 확인했을 때 예감할 수 있었다.
‘나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린 놈이 피해자지원재단에 있다.’
피해자지원재단 자체인지 아니면 그 구성원 중 한 명이 나를 지목한 건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힘이 있는 존재가 나를 터부시해서 징계가 강하게 나올 예정이었던 것이다.
‘3팀장 덕분에 넘어갔지만 그게 시작점이 되어서 목줄을 차게 된 거지.’
그러니 사내는 피해자지원재단의 단체인지 개인인지 모르지만 자신을 향해 힘을 쓴 자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3팀장의 윗사람 최소한 명령계통에서 윗선이라고 볼 수 있는 재무국 차관을 만나고 그와 관련된 소송을 맡으면서 예감할 수 있었다.
‘이건 이용할 수 있겠어.’
3팀장이 있는 거대권력과 피해자지원재단 쪽에 있는 아직은 미지의 존재지만 사내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존재 사이의 다툼을 만들어 낼 키를 찾아낸 것이다.
거대한 힘끼리 부딪치면 어떤 균열이든 벌어질 테고 그 틈을 타 자신의 목줄을 풀어낼 요량이었지만···.
“이런 예쁘게 미친놈들 같으니···.”
피해자지원재단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의 경고와 이후의 징계절차를 생각하면 거기도 꽤나 힘쓰는 집단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화려한 폭력을 보여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앞에서는 피해자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세워진 단체여서 완전히 샌님들만 모인 곳인 줄 알았더니 만만한 곳은 아니라는 거지?”
피해자지원재단에 대한 위험수위를 높이면서도 사내는 지금의 결과에 기괴한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사내가 목표로 했던 목줄을 푸는 것뿐만 아니라 그 외의 소득도 얻게 될 듯싶었다.
“미친놈 덕분에 내가 3팀을 꿀꺽할 수 있겠는걸?”
3팀장이라는 거치적거리는 놈만 빠르게 정리하면 3팀이라는 꿀통을 통째로 차지할 수 있다는 계획이 선 것이다.
“내 계획대로라면 3팀장을 밀어내고 내가 모든 걸 차지할 수 있어.”
사내는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감상했다.
자신의 계획대로 된다면 저 밤하늘을 뒤덮을듯한 야경의 대부분은 사내의 것이 될 예정이었다.
“최고로군.”
사내가 뒷짐을 지고 야경을 보는 사이에 사무실로 누군가 찾아왔는지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정사무장이 굳은 얼굴 뒤로 익숙해지기 힘든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서 와요.”
문이 닫히고 잠시 후에 커피잔을 든 검은 생머리를 차분하게 묶은 여성이 들어와서 찻잔을 놓고는 나갔다.
“이번에 사무실을 넓히면서 여직원을 한 명 들였더니 사무실이 환해진 느낌 아닙니까?”
사내의 말에도 한참 말없이 찻잔을 내려다보던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명변호사 저한테 제안하신 것 제가 믿어도 되는 거요?”
“하하···나도 3팀장이라는 자에게 좋은 일을 당한 건 아니라는 것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단지 그 이유 때문이요?”
“그리고 저는···변호사라는 자리에 만족할 생각이 없습니다.”
“···.”
“그러는 그쪽은 언제까지 3팀장 아래서 뒤치다꺼리만 할 겁니까?”
“나에 대해서 뭘 알고 그런 제안을 하는 거요?”
“3팀장이 주변 인물들을 전부 멸칭으로 낮잡아 부르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귀라고 불리는 당신에 대해서만큼은 존중을 표해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들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건 일하는 특성상 그게 익숙해서요.”
“···?”
“그것까지는 몰랐나 보군. 다행이라고 할지···.”
“그게 무슨 뜻이죠?”
“3팀과 깊숙이 관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한 거요.”
“다행이라고요?”
“이번에 큰 사건이 있었소. 아마도 회사에서는 3팀이란 존재를 지워버릴지도 모를 위기지.”
“흠···.”
사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전개에 고민이 된다는 표정이었지만 아귀라고 불린 남자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오히려 3팀과 피상적인 관계였던 명변호사의 제안이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거요.”
“오히려 피상적인 관계였기 때문에 좋았다는 겁니까?”
“이번 사건과 연관되지 않았으니···3팀은···음···이대로 명변호사는 모르는 상태가 좋겠군.”
“···?”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소파 뒤로 몸을 파묻자 아귀라고 불린 남자가 말했다.
“그저 내가 기무사 출신이라는 것만 알면 될 것 같군.”
“···!”
사내는 그제야 이제까지 엮어있던 일 중 의문으로 남아 있던 일들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정보단체였어?’
재무국 차관과 그리고 그 윗선이 어째서 3팀이라는 어떻게 보면 조직 폭력 단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 곳과 관여되었는지 그제야 의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회사라는 곳은 또 어떤 곳인 거야?’
풀리는 의문과 새로 생기는 의문 사이에서 사내는 아귀라고 불린 전직 기무사 출신의 남자에게 말했다.
“3팀에 대해서 제가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건 솔직히 놀랍기는 하지만 제가 제안한 제안이 더 빛을 발하는 느낌인데···어떻게 생각하는지···.”
“흠···. 그럼 명변호사는 어디까지 생각하시는 거요?”
“저야 이왕 시작하는 거 VIP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사내의 대답에 놀랐다는 듯한 아귀라고 불린 남자는 이내 씩 웃으면서 말했다.
“꿈이 꽤 크시군.”
“인권변호사로 이름도 날렸고···물론 그 덕분에 징계를 받기는 했지만···일반 시민들은 제가 인권변호사라고 언론에 비춘 모습만 기억하지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은 모르니까요.”
“흠···.”
“지금 대한당 시장이 자리를 잡으려면 다음 선거 때도 대한당이 이겨야 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민국당에 가입해서 민국당의 지지를 받고 3팀 아니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3팀이 도와준다면···그리고 안남시에서 텃밭을 만든다면 내가 말한 말이 단순한 꿈이나 이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
“그리고 3팀장이 있는 한 당신은 언제나 2 인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3팀장이 제대로 대우를 해주는 것도 아닐 텐데요.”
“그건···.”
“제가 다른 건 몰라고 사람 보는 눈은 자부합니다. 3팀장이라는 남자가 주위 사람에게 너그럽지 않다는 건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습니다.”
“3팀장은 무서운 사람이요.”
“하하핫···무서운 사람인 걸 알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나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무슨···.”
“믿을 수 없는 무서운 사람과 오래 동행할 수 있습니까?”
“···.”
“나라면 머리맡에 칼이 놓인 것처럼 조마조마해서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제안을 한 겁니다.”
“3팀장을 어떻게 할 계획이요.”
“그건 제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조건하에 말씀드리죠. 그전에는 서로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아귀라고 불린 남자가 단호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사내는 진정하라는 듯하면서 꿀 바른 듯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이렇게 힘든 걸음을 해준 분에게 특별히 제 계획에 대해서 말씀드려야죠.”
“···.”
“3팀장을 법적인 정당한 절차를 받아 구속시킬 생각입니다. 3팀장이 불법적인 일을 하는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3팀장이 나서서 하는 건 없소 더러운 일은 전부 부하들을 시키니까. 저번에 명변호사가 맡은 사건 기억하겠죠? 살인을 했다고 자수를 했던 사건.”
“아···.”
“내가 기무사 출신이다 보니 3팀 회사 출신의 놈들보다 영향력이 약하더군. 그 녀석 내가 키우던 동생 같던 놈이었소. 하지만···.”
“그런···.”
“그런데 3팀장이 저지른 불법을 잡아내겠다는 건 꿈을 꾸는 것이나 다름없소.”
“하지만 3팀장이 꼭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었을 텐데요···. 분명 윗선에서 처리하라고 하는···이번에 재무부 차관 아들의 소송 관련한 증인이 사라진 일 같은 것 말입니다.”
“그건 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