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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67화 (167/205)

<167화 불확실성 5>

김 씨 아저씨는 내 품 안에서 사라졌다.

김 씨 아저씨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주박에서 풀린 것처럼 나는 제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갈 필사적으로 찾듯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깨진 통창 너머로 몸을 던졌다.

내가 몸을 던지는 순간 비상계단을 통해서 누군가 들어온 것 같은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이미 허공에서 추락하고 있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중력의 영향으로 추락하는 몸을 느끼면서도 나는 양손을 들어 올렸다.

허공에서 추락하는 아찔한 감각이 나를 감싼다.

하지만 그런 감각보다 더한 상실감에 나는 아무런 공포도 느끼지 못한다.

금고에 붉은 피까지 같이 들어갔는지 내 양손은 핏방울 하나 보이지 않은 깨끗한 손이었지만 나는 다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김 씨 아저씨의 뜨거웠던 피로 붉게 물들어 있던 손.

‘책임이라···.’

김 씨 아저씨는 무슨 생각으로 어르신이라는 곳의 위치를 알자마자 죽음을 불사하고 이곳까지 달려온 걸까?

안남시를 벗어나 술법에 필요한 에너지를 육체 강화에 전부 투자해서 알 길이 없다.

만약 김 씨 아저씨의 기억이나 갈풀이라는 남자의 기억을 볼 수 있었다면 한발 앞서서 지금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까?

온몸이 무겁다.

하지만 단순한 피로감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안다.

‘김 씨 아저씨···.’

기절하듯 침대에 누웠다.

안개가 자욱하면서 시야가 흐릿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백공이 나타났다.

아니 목소리만 들렸다.

“썩은 뿌리를 걷어내도 이미 퍼진 독을 걷어낼 수는 없지.”

대백공의 음성이 멀리서 외치는 것처럼 들려왔지만 저번처럼 끊기거나 잘 들리지 않는 현상은 없었다.

나는 가슴속에 불이 나는 것 같아 외쳤다.

“김 씨 아저씨가···. 저는 회귀를 했어요. 그런데도 삶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거죠.”

“···.”

“회귀를 했다면 이미 한번 살아본 삶이라면 당연히···.”

“살아있는 것들의 삶에 당연한 건 없다네.”

“저는···.”

“자네 어머니나 아니면 주변의 사람에게 회귀를 하고 싶냐고 물어본 적이 있나?”

“그건···.”

나의 가장 큰 비밀은 내가 이전의 나의 삶을 한번 겪어봤던 회귀자라는 것이다.

장난이라도 회귀에 대해서 이야기 꺼내길 꺼려 했는데 유일하게 어머니에게만 회귀에 대해서 질문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뭐라고 하던가?”

“지금 만족한다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 당시에는 어머니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줬다고 생각했다.

“어째서라고 생각하나?”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나서 저하고 동생이 생긴 게 가장 행복했다고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과거로 돌아간다. 회귀한다. 그걸 인간들이 왜 원하는지 아는가?”

“자신이 과거에 후회했던 결정을 되돌리고 싶어서가 아닌가요?”

“불확실성 때문이지.”

“네?”

“인간이 말하는 과거에 후회했던 결정이라는 것도 크게 보면 당시에 자신의 눈앞에 주변에서 주어진 정보만 가지고 선택을 하기 때문이라네.”

“···?”

“한정된 정보와 한정된 시야에서 결정을 내리고 이후에 그런 선택 말고 다른 기회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는데 하고 후회를 하는 것이지.”

“···.”

“미래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불확실성.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한번 살아본 자신의 인생이라면 회귀를 하게 되면 실수 없이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만족하면서 살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귀를 하기 원하지 않는 이들은 왜 그런지 아는가?”

“···?”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살았기 때문에 후회가 없어서? 아니 후회하더라도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발버둥 쳤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서 그와 같은 상황에 같은 고통을 다시 겪고 싶어 하기 싫은 것이라네. 쉽게 말해서 자네가 군대를 전역했는데 다시 군대를 들어가는 입대날로 회귀를 한다면 자네는 좋겠나?”

“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회귀를 하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선택이 아닌 피할 수 없었던 괴롭고 힘들었던 상황을 다시 겪고 싶어 하지 않지.”

“···.”

“회귀를 하면 이전과 같은 상황 내가 알고 있던 정보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회귀자들은 생각하더군.”

“···.”

“물론 자신이 가진 정보를 통해서 판단하게 되면 불확실성을 조절할 수 있으니까 남들보다 앞선 출발점을 가진다는 건 사실이지.”

“···.”

“하지만 불확실성을 줄인다고 해서 미래의 모든 일을 예상하고 행동할 수는 없지. 자네도 겪어봐서 알지 않나? 선택을 바꾸면 그에 따른 결과가 바뀌면서 그 결과가 또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나비효과 말일세.”

“그럼···미래 예지라는 능력을 가진다면···.”

“어린 친구 자네는 체크 남방의 날실이 가는 방향을 보고 어디로 이어져있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나?”

“네? 아니 어떻게 체크 남방을 잠깐 보고 그 실이 어디로 이어져있는지···.”

“그것과 마찬가지네. 미래를 본다고 하지.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아는가?”

“···?”

“그 장면을 하나 본다고 해서 모든 걸 알 수 없음이라네.”

“작은 조각만 파악한다는 건···. 눈먼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격이라는 건가요?”

“그렇지. 오히려 미래를 보게 됨으로써 불행해질 가능성이 많지.”

“···?”

“자네에게도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는가? 술법을 사용하기 위한 대가. 그리고 균형.”

“아···.”

“미래를 본다는 건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한데 어린 친구가 그만한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기는 어렵지. 그래서 대부분 단명하고 만다네.”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미래를 본다는 건가요?”

“보통은 그렇지.”

“···.”

“인간은 고래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고 미래를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지. 각국의 정보단체가 체계적이든 엉망이든 어쨌든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지.”

“불확실성···.”

“살아가면서 내가 이런 정보를 알았다면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지.”

“···.”

“하지만 그 정보를 알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과연 그 선택은 옳은 것인가?”

“자신이 한 선택을 후회해서 그 선택을 바꿀 수 있다면 옳은 선택이 아닐까요?”

“살아있는 생명체의 삶에 옳은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

“네?”

“자네는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보나?”

“아무래도 교육도 많이 받고 그렇다 보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인간은 합리적 존재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공상하면서 결코 합리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네.”

“네?”

“역사가 알려주고 있지.”

“···?”

“합리적이었다면 이 세계는 여러 개의 국가로 나뉘어서 서로의 신념과 이념 그리고 종교관의 차이로 전쟁을 하고 있지 않겠지. 합리적이라면 하나의 나라에서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다 같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지 않나? 하지만 합리적 보다는 자신의 시야 자신의 입장에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개의 국가 서로 다른 신념 서로 다른 경제 체계 그리고 같은 종교 안에서도 종교적 시각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지.”

“아···.”

“인간은 합리적이기보다 자신의 경험칙을 믿고 행동하지. 그래서 지켜보면 아주 재미있어. 인간들도 그렇지 않나? 막장 드라마를 보면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일세.”

“···.”

“그리고 미래를 전부 안다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것인데도 인간들은 미래를 궁금해하고 탐하지.”

“어째서 어리석은 짓이라는 건가요?”

“쉽게 말하면 인간은 죽는다네. 이건 절대 진리이지. 그렇다면 미래를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죽는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럼 죽기 때문에 오늘의 자신이 다치던지 배고프던지 상관없이 손 놓고 있을건가?”

“그건···.”

“그렇다면 인간은 결국 죽는다는 미래를 안다는 게 무슨 의미지?”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건가요?”

“삶이 불확실하다면 그 순간 그 찰나를 열심히 해야 살아야 한다는 거지.”

“···열심히 버틴 군 복무 기간이나 어머니의 돌아가고 싶지 않은 힘들었던 시절처럼···말인가요?”

“그만큼 삶에 치열하게 부딪쳤다면 회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는 것이지.”

“하지만 미련이 남을 정도로 치열한 삶이 아니라면···.”

“내가 그때 더 열심히 이런 선택을 하면서 살았어야 했다고 후회를 하는 것이지.”

“···.”

“어린 친구 회귀를 하고 가장 바뀐 게 뭐라고 생각하나?”

“전···.”

“소중한 하루를 그냥 넘길 수 있던가?”

“나이를 먹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학창시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좀더 열심히 했더라면 좀 더 치열했더라면···.”

“지금은?”

“아···.”

육체 강화를 통해서 생각만 하면 몸이 그대로 움직여지는 재미에 운동도 빼먹지 않고 기억책 덕분에 보는 족족 기억에 남는 게 재미있어서 책도 매일 읽고 있었다.

“하루 10시간 넘는 막노동을 하면서 사법고시를 봐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친구가 회귀를 선택할 수 있을까?”

“회귀할 시기를 정할 수 있다면···.”

“회귀라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순리를 트는 거니까. 그런데 속편하게 자신이 원하는 기간까지 정할 수 있다?”

“어렵다는 거네요.”

“그리고 회귀를 하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하면서 사는 삶이 정말 정답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신이 아닌 이상 알 수 없지. 어떤 변수가 어떻게 작용되어서 나타날지 알 수 없다네.”

“···.”

“그래서 어린 친구 자네가 항상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나? 삶에 정답이 있고 그걸 알려주는 이가 있다면 좋겠다고···.”

“···.”

“회귀를 한 자네조차도 알고 있던 선택 외의 순간에 닥치면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하고 기회비용에 대해서 생각하지.”

“회귀를 했던 나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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