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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66화 (166/205)

<166화 불확실성 4>

나는 두 사람이 충분히 멀어졌다고 생각되자 김 씨 아저씨가 서 있던 자리로 향했다.

신중하게 움직이던 김 씨 아저씨와 갈풀이라는 남자가 남겨 놓은 시체 앞에서 고민하다가 금고를 열어 시체와 주변의 혈흔도 전부 금고로 옮겼다.

‘시체를 손으로 만지지도 움직이지도 않았으니까. 만약 제자리에 돌려놔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해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할 거야. 그런데 신중하던 두 사람이 왜 시체를 그대로 유기하고 움직인 거지?’

운 좋게 별장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다면 갈풀이라는 남자가 끌고 온 차량의 뒤를 쫓기는 힘들었다. 밤늦은 시간 인적이 드문 도로를 과속도 아닌 느린 속도로 주행하는 라이트조차 겨지 않은 차량.

CCTV가 설치된 곳을 손에 꼽는 지금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쉽게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운이 좋았다.

그런 이들의 뒤를 잡은 김 씨 아저씨.

그렇게 조심스럽게 행동하던 이들이 갑자기 이런 행동을?

거기다가 갈풀이라는 남자는 동료가 아니라고 했지만 같이 왔던 동행인을 소음기를 달았다고 하지만 총으로 살인했다.

‘우리나라에서 총기로 살해된 시체이 발견된다?’

그날로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집중 조명할 만한 사건인 것이다.

그런 시체를 산 중턱에 그대로 두고 둘 다 갈 길을 간다는 건···.

시체를 치우는 행위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건데···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나는 갈풀이라는 남자가 사라진 산 아래를 향하던 시선을 위로하고 김 씨 아저씨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갈풀이라는 남자의 행적이 궁금했지만 갈풀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위태롭게 느껴졌던 김 씨 아저씨의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갈풀이라는 남자 일부러 이런 상황을 유도한 걸까?’

김 씨 아저씨가 향한 곳은 자연인이 사는 곳이라고 표현하면 딱 맞을 것 같은 집이었다. 집 뒤편에는 텃밭이 보이고 농기구를 보관하는 창고까지 별도로 있는 오래된 목조 주택으로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지켜만 보는데 무언가 무거운 물체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김 씨 아저씨가 산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산 위로 올라가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검은색 크로스백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

처음 목조 주택을 나섰을 때 비틀거린다고 느꼈지만 그 생각이 착각이라는 듯 세 발자국 걷기 전에 똑바로 아니 빠르게 하산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김 씨 아저씨가 나온 곳으로 향했다.

물건들은 주인의 성격을 알려주듯 흐트러진 모습이 없는 깔끔하지만 오래된 주택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눈에 띄는 것을 찾지 못하고 나와서 다시 한번 바라본 낡은 목조 주택은 그저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흔적조차 희미해 보였다.

‘누구의 거처였을까? 갈풀이라는 남자가 말했던 전문가가 머물던 안가? 아니면 김 씨 아저씨가 그저 유인한 장소였을까?’

깊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멀리서 들려오는 차량 시동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각을 최대치로 해놓지 않았으면 놓쳤을 거야.’

나는 다급하게 하지만 내 흔적이 남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산 아래로 움직였다.

‘갈풀이라는 남자가 자신이 타고 온 차를 타고 움직이는 걸까?’

나무에서 나무로 건너뛰듯 날 듯이 산 아래로 내려오자 출발한 차량의 끄트머리가 보였다.

차량은 헤드 라이터가 고장 난 것처럼 어둠을 고집하던 걸 잊기라도 한 것처럼 헤드 라이터가 켜진 상태에서 그것도 고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큰 도로로 향하면서 비춘 가로등 불빛 속의 운전석의 모습은 갈풀이라는 남자라기에는 운전자의 덩치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김 씨 아저씨?’

조수석에는 초췌한 기색의 남자가 기절한 것처럼 보였다.

‘저 남자는 누구지?’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총알처럼 달리기 시작한 승용차를 쫓기 위해서 나도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졌다.

‘길이 복잡해지는 걸 보면 도심 한가운데로 가는 건가?’

이전의 조심스럽고 신중한 행동들이 무색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속에서 묘한 불쾌감이 올라왔다.

도심로 들어선 차량은 신호를 무시하고 빠르게 시야에서 벗어났다.

‘어째서···.’

머릿속은 복잡하고 답답했지만 도시 한복판의 높고 낮은 건물들이 어지럽게 널린 블록처럼 가볍게 몸을 날려 벽을 타고 옥상 사이를 뛰어넘으면서 나는 이전보다 손쉽게 차량을 쫓아갈 수 있었다.

김 씨 아저씨가 운전하는 차량은 빠르게 움직였지만 도심 안에서 낼 수 있는 속도는 한계가 있었다.

CCTV가 거미줄처럼 깔리기 전이라서 누군가 내 모습을 본다고 해도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넘어갈 정도의 속도로 건물을 타 넘고 있었다.

끼익―.

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호텔로 들어간 승용차를 주차할 생각도 없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내린 김 씨 아저씨였다.

‘뭐지?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움직이던 김 씨 아저씨가···설마···?’

운산에서 김 씨 아저씨와 마주한 이후로 종종 김 씨 아저씨는 나에게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곤 했었다.

“회사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임무를 하면서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이요?”

“그래.”

“보통 직원은···.”

“내가 일하던 회사는 그렇지 않지. 보고를 할 정도의 여유가 없으니까. 우선 움직이고 나중에 보고하는 체계였다.”

“그럼 책임이라는 건···.”

“임무 수행을 위해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른 얻는 게 있다면 잃는 부분에 대한 책임이다.”

‘김 씨 아저씨는 임무를 위해서 무엇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서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내가 생각이 깊어지는 동안에도 김 씨 아저씨는 계속 이어졌다.

이제까지의 만남에서 말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말이다.

“시간이 흘러 죽은 정보는 의미가 없지.”

김 씨 아저씨가 말했던 수수께끼 같았던 말들이 머릿속을 흐트러트리고 순식간에 이 상황을 조립하듯 사고가 이어졌다.

‘오늘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의천군이라는 잘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향하면서 의구심이 생기는 별장을 발견하게 된 것.

그리고 한밤중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의심스러운 두 남자.

그런 상황에서 두 남자가 들고나온 시체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가방을 트렁크에 넣는 것까지.

의심스러운 행적을 쫓다가 만나게 된 김 씨 아저씨의 모습을 봤을 때만 해도 내가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풀이라는 남자가 끌고 온 차량을 다급하게 운전하는 김 씨 아저씨.

그리고 그 차량 조수석에 탄 초췌한 남자.

갈풀이 말했던 작업.

그리고 그 작업을 전문으로 한다는 전문가.

갑작스러운 어르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확인.

그리고 위치.

어지러운 정보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면서 동시에 김 씨 아저씨가 나에게 수수께끼 던지듯 했던 말들이 한순간에 관통하면서 나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충격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갈풀이라는 남자와 그와 함께 있던 덩치가 평소와 다른 움직임 후에 연락까지 두절된다면···.

김 씨 아저씨가 3팀에서 활동하면서도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어르신이라는 존재가 있던 장소가 동일할 수 있을까?

갈풀이라고 불린 남자가 연락이 없다면 의구심을 가지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에 대해서 경호를 강화하거나···장소를 이동하겠지.

그래서 갈풀이라는 남자도 순순히 위치에 대해서 말하고 빠져나간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김 씨 아저씨가 했다면···

‘그래서 시체에 관심도 없었던 게 아닐까?’

목조 주택까지 올라간 이유는 무언가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고···

나는 뒤가 없다는 듯 행동하는 김 씨 아저씨와 이 틈에 유유히 사라지겠다고 했던 갈풀의 말에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김 씨 아저씨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먼 거리에서 미행을 했던 만큼 물리적 거리를 순식간에 줄일 수는 없었다.

김 씨 아저씨가 나에게 말하던 그가 생각했던 책임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임무를 했을까?

그리고

나에게 안전과 가족을 챙기라고 하면서 3팀을 쫓는 일이 위험하다고 경고한 그는···.

‘왜 자신의 안위는 챙기지 않았던 거지?’

밤하늘은 어느새 새벽아 가까이 오는 듯 희미한 빛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콰콰쾅―.

순간 밤의 시간에서 낮의 시간으로 바뀌는 듯 화광이 올라오면서 호텔 최상층에서부터 폭발의 위력으로 뜨거운 공기가 터져 나왔다.

꿈을 꾸는 것처럼.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강철같았던 육체가 한순간 힘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김 씨 아저씨와 했던 대화가 계속 머릿속을 떠올랐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것도 책임을 져야 해요?”

“그렇다. 사람의 삶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라고 하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게 삶이다.”

“자기가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원하지 않는 상황에 몰려서 한 선택인데요? 그럼 너무한 것 같은데···.”

“내가 다니던 회사는 그만큼 큰 힘을 가졌고 그런 힘을 가진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도 당연하다고 본다.”

“와···완전 아저씨네.”

내 말에 처음으로 크게 웃었던 김 씨 아저씨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난다.

“왜! 책임을 아저씨만 지는 건데. 왜!”

내 외침은 폭발의 소란으로 호텔에서 뛰어나오는 투숙객들의 비명에 먹혀버린다.

처음의 폭발음처럼 크지는 않지만 계속되는 2차 폭발의 굉음과 함께 옥상의 최상층이 폭발하는 소리에 뛰어나오는 투숙객 사이로 몸을 비집고 밀어 넣으면서 몸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호텔 안으로 향했다.

호텔 1층은 위에서 들린 폭발음 때문인지 숙박했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나오면서 난리가 난 상태였다. 그런 사람들을 헤치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지만 이미 멈춰 선 건지 아니면 층마다 사람들이 붙잡고 있는 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상계단을 찾아 시선을 돌리자 일단의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는 곳으로 향했고 그곳에 비상계단이 있었다.

대부분 아래로 내려가려고 서둘렀는지 계단을 이용하면서 부딪치는 사람은 없었다.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서 숨이 턱 막혀왔다.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머릿속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도착한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지만 숙박시설로 이용하기보다는 집무실로 이용했는지 업무공간으로 보이는 곳이 폭발의 여력으로 모든 물품이 이리저리 엉망으로 뒤엉켜 제자리에 있지 못했다.

도시의 야경을 즐겼을 법한 통창은 성한 구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깨져서 그 틈으로 을씨년스러운 찬바람만이 불어왔다.

코와 입을 매캐하게 하는 탄내만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김 씨 아저씨.’

흩어진 집기 물품이 쓸려나간 폭발의 중심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향하자 희미한 피 냄새와 함께 가는 신음을 잡아낼 수 있었다.

폭발의 여파를 피할 생각도 없었는지 육중했던 문틀로 보이는 굵고 길쭉한 나무 파편이 김 씨 아저씨의 배를 관통하고 있었다.

울컥―.

내 가슴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것인지 아니면 김 씨 아저씨의 목에서 넘어오는 핏물이 올라오는 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머리가 빙빙 돌고 뜨거워졌다.

‘나는···.’

분명 오늘 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무언가 나를 옭아매고 있는 족쇄라도 던진 듯 해방감과 함께 가볍게 나섰다.

그리고 낮에 허 경정에게 받은 힌트를 통해서 놈들의 꼬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손쉽게 해답을 찾을 줄 알았는데···.’

나는 무엇이 두려워서 그저 일상을 지키며 제자리에서 기다리기만 했던 것일까.

내가 조금이라도 먼저 움직였다면···

김 씨 아저씨에게 내 비밀을 알렸다면···

지금과 다른 결과를 얻지는 않았지 않을까?

김 씨 아저씨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점차 나를 인식한 듯 아저씨를 부축하는 내 손을 잡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니···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

그저 내 손을 잡고 있던 손의 힘이 점차 약해지는 것만 느껴질 뿐이다.

따뜻했던 핏물이 차갑게 식어간다.

분명 따뜻했는데 어느 순간 차갑고 너무 차가워져서 내 온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멍하니 차가워져가는 김 씨 아저씨를 품에 안고 주저앉아 있는데 혼란스러웠던 순간이 정리되는 듯 경찰차 사이렌과 구급차 사이렌이 동시에 들려온다.

그 사이렌 사이로 규격화된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김 씨 아저씨를 내려다보면서 하늘을 향해 빌었다.

내 판단이 내 선택이 틀리길 바라면서···

‘금고···. 살아있는 생명체는 들어갈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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