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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64화 (164/205)

<164화 불확실성 2>

‘김 씨 아저씨?’

어두운 밤하늘 달빛에 의지해서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어둠에 녹아들 것 같은 형체가 김 씨 아저씨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김 씨 아저씨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 씨 아저씨가 두 명의 덩치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더니 대화를 몇 마디 나누는 것으로 보였다.

‘이 시간에 아무도 없는 야산에서 아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나눌 확률은?’

거리가 멀어서 목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정확한 내용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김 씨 아저씨의 추적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은데 어째서 말을 건 거지?’

덩치 중 한 명이 김 씨 아저씨의 배후를 잡으려는지 조심스럽게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위험···?’

김 씨 아저씨는 자신의 뒤를 잡으려고 했던 덩치를 제압했다.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김 씨 아저씨 손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검은 비닐봉지가 덩치의 얼굴을 덮었고 숨을 쉬기 어려운지 분명 훈련받은 걸로 보이는 덩치가 순식간에 제압당해 땅에 넘어졌다.

덩치 중 다른 한 명은 뒤로 빠지는 듯하더니 어느새 손에 권총을 들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총기규제국가라면서 개나 소나 전부 총이야?’

저번에 총을 맞았던 자리에서 통증이 올라왔다. 지금은 흉터도 남지 않은 자리를 쓰다듬고 나서야 환상통이 사라졌다.

내 불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 씨 아저씨를 향한 총구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총구가 향한 방향은 내 예상을 벗어났다.

‘왜?’

나는 지금 상황에 대한 궁금증과 김 씨 아저씨가 무사하다는 안도감이 들 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어째서···?’

총구의 방향에 대한 혼란을 가다듬고 조용히 김 씨 아저씨와 대치하고 있는 덩치를 향해서 다가갔다.

어두운 시야와 수목 덕분에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접근하면서 목소리가 명확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갈풀.”

“내 동료가 자네를 못 알아봐도 이해하게. 아직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이거든.”

“그렇군.”

“자네가 죽었다고 했을 때 사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내 눈앞에 나타나다니···.”

“쉽게 죽어줄 수는 없으니까.”

“···.”

“자네가 나에게 말했지. 회사에 의구심이 생기면 다시 만나자고.”

“···.”

핏―.

소음기가 달린 총은 너무나 쉽고 빠르게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갈풀이라는 남자와 함께 있던 덩치였다.

“자네의 동료가 아니었나?”

“이곳에서 동료란 비밀을 공유해도 발설하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동료라고 할 수 있지. 이 녀석과는 그래···동행인 정도가 되겠군.”

“여전하군···.”

“아직 코드네임도 받지 못한 녀석을 믿을 수는 없어.”

“그런 냉혹함 때문에 자네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갈풀이라는 남자는 친절해 보이는 표정과 말투 또한 장난스러운 듯 가벼웠지만···권총을 들고 김 씨 아저씨와 대치하고 있는 자세만큼은 틈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진실을 찾다 보면 다들 나를 찾아오게 되어 있지.”

“···.”

“그리고 자네 같은 FM보다는 나 같은 미친놈이 회사에서는 더 인기 있던데?”

“···.”

“결국 제거 당한 건 자네가 아닌가?”

“3팀으로 옮긴 건가?”

“정확히는 옮기게 만든 거지. 자네처럼···.”

“하···.”

“내가 처음에 언급할 때는 듣는 척도 안 하더니 자네가 살아서 나를 찾아올 줄은 예상 밖이야.”

“정확하게는 3팀을 쫓다가 자네가 3팀과 함께 움직인다는 걸 확인한 거다.”

“운이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군.”

“···?”

“회사에서 상관의 명을 듣지 않는다고 폄해 받지만 자네의 임무 수행능력만큼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지.”

“이미 전부 지나간 일···.”

“흠···. 내가 명령을 그대로 따르기만 해서는 좋은 꼴 못 볼 거라고 경고했을 텐데?”

“그렇다고 갈풀 자네처럼 임무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는···.”

“그런 놈들이 살아남는 거지.”

김 씨 아저씨는 생각이 많아졌는지 말이 없었다. 그 사이에 김 씨 아저씨와 대치하고 있던 갈풀이라는 남자의 말이 이어갔다.

“나도 이제 은퇴를 해야지.”

“자네가?”

“김 씨···자네처럼 강제은퇴를 당하겠다는 건 아니야. 적당한 국가에 적당한 돈으로 평온한 삶을 계획하고 있지.”

“임무 수행 중 지원 나오는 돈은···.”

“임무 수행 때 나오는 돈에 손을 대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법이지. 회사에서 목줄을 채우기 좋게 만든 얕은 함정 아니겠어?”

“···.”

“우리는 남들이 모르는 정보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다고 거기에서 머리를 써야지.”

갈풀이라는 남자가 권총을 손에 들지 않는 쪽 손으로 머리를 톡톡 치면서 말했다.

‘총구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어.’

“임무 시 알게 된 사항은 모두 극비다.”

“그걸 누구에게 알려주면 문제가 되는 거지. 다들 자네처럼 빡빡하게 살지는 않는다고 사람이면 유연성도 좀 있어야지 않겠어.”

“갈풀···.”

“네 코드명이 왜 갈풀인지 자네도 잘 알잖아?”

“흥···.”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그런 식으로 외면하다가 저번처럼 제거당하지 말고. 뭐 아직 살아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그런 소리는 안 하겠지?”

“···.”

“너도 마냥 정의감에 3팀 뒤를 쫓는 건 아니잖아?”

“···.”

“이전의 자네라면 정의감에 쫓을 수도 있겠지만···. 강제은퇴까지 당했으면 사람이면 사심도 좀 생길 법도 한데?”

“···.”

“이런 상황에서까지 입이 너무 무겁잖아. 자네도 나를 만날 건 예상 밖인 것 같고···혹시 오늘 작업 될 녀석이 목적인가?”

“···.”

“김 씨하고 대화가 안 된다니까. 벽하고 대화하는게 더 빠르겠군. 네가 3팀의 뒤를 캐는게 목적이라면 오늘 나온 물건만 잘 보관해도 재미 좀 볼 수 있을 거야.”

“막을 생각은?”

“내가 김 씨하고? 요즘 은퇴 생각만 한다니까?”

“무슨 생각이지?”

“몸이 안 따라줘서 말이야.”

“그 사고만 아니었다면 여전히 자네가···.”

“사고라고?”

“···?”

“강제은퇴 당했는데도 자네는 아직 순수한 구석이 있어.”

“설마···.”

“말 안 듣는 개새끼들은 잡아먹는다. 사냥이 끝난 개새끼도 잡아먹는다. 고래부터 이어온 오래된 전통이지.”

“···.”

“벗어나고 싶다면 목줄을 놓게 만들어야 하는데 쉽게 놓을 이유가 없지.”

“뭘 계획하고 있는 건가?”

“왜? 도와주게?”

“내 목적에 부합한다면?”

“이런 상황에 몰려서도···역시 김 씨하고는 잘 안 맞아.”

“크···.”

“자네도 웃을 때가 있군. 강제은퇴로 좀 사람다워진 건가?”

“이독제독으로 약이 된 건지도 모르지.”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줄도 아나···?”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정의라고 생각했다. 손에 피를 묻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런 식으로 변명한 건지도 모르지.”

“···?”

“그래서 자네가 회사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기면 오라고 했을 때 그것 또한 신입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내 개인적인 생각은 배제하고 냉정하게 임무만 생각하기 위해서 노력했지.”

“자네처럼 사적인 부분과 공적인 부분을 칼같이 나누고 사는 사람은 없다니까?”

“···그걸 너무 늦게 깨닫게 된 건지도 모르지.”

“이럴 때 보면 자네는 아직 순수하다니까. 하핫. 어떤 회사든 일 잘하는 놈보다 정치 잘하는 놈들이 치고 나가는 것처럼 완벽하게 이상적인 형태에서 운용되는 회사란 있을 수 없어.”

“···.”

“그렇다고 공금에 욕심을 내면 된다는 건 아니지. 그럼 지금 내 아까운 총알을 소모하게 만든 이 머저리처럼 3팀에 올 수밖에 없는 거고···.”

“아직도 그런 식인가?”

“대충···. 현장 요원 중 적당히 약점 잡혔다 싶은 놈들만 모아서 운영하는 식이지. 뭐 자네나 나처럼 제거하기 위해서 밑밥 깔기 위해서 3팀으로 밀어 넣는 놈들도 있지만···.”

“그렇군.”

“이제 내가 협조할 마음이 있다는 걸 믿겠어?”

“너는 뭘 위해서지?”

“안락한 노후를 위해서지 뭐겠어?”

“···?”

“김 씨라면 회사를 한바탕 휘저어 놓을 테고 대선이 다가오니 회사도 물갈이를 대대적으로 할 텐데 나 같은 피라미의 은퇴가 눈에 들어오겠어?”

“···.”

“그러다가 적당히 자리 잡고 양지로 나서면 짠. 내가 원하는 은퇴 라이프 시작인 거지.”

“손에 묻은 피가 쉽게 지워지지 않을 텐데···.”

“하핫···내가 이래서 김 씨를 순수하다고 하는 거라니까.”

“···?”

이제까지 가볍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갈풀이라는 남자의 목소리는 즐겁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흔들리지 않는 총구처럼 눈동자만큼은 김 씨 아저씨를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었다.

“피는 지울 수 없지. 내가 기억하는데 어떻게 지울 수 있겠나?”

“···!”

“그저 피가 묻은 손을 외면하고 덮어놓고 사는 거지. 누가 언제나 완벽한 삶을 살 수 있겠어. 그저 아픈 상처나 보기 흉한 흉터를 덮어놓고 사는 거지.”

“··그런가···.”

“자네가 보기에는 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잡초처럼 회사에서 버틴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네.”

“···.”

“살아남고 쓰라린 기억이 추억이 되길 바라면서 늙어가는 은퇴 라이프를 즐기는게 나의 작은 승리라고 말이야.”

갈풀이라는 남자의 말에 김 씨 아저씨는 별다른 사족을 붙이지 않았지만···생각이 많아진 것 같았다.

“각자 목표로 하는 골이 달라도 결국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법이야. 김 씨도 너무 무리하다가 골로 가지 말라고.”

“갈풀에게 그런 소리를 듣다니 내가 정말 강제은퇴 당하기는 했군.”

“···.”

“그리고 자네가 은퇴하기 전 3팀과 지금의 3팀은 규모도 사람도 다 달라졌어. 아니지 내가 3팀에 오고서 제대로 파악한 건지도 모르겠군···.”

“···?”

“외부에서 보는 3팀은 2팀이 움직이기 곤란한 사적인 부분에 대한 임무를 조용히 처리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상 국내의 모든 음지의 일은 3팀에서 관여한다고 보면 된다네.”

“범죄와의 전쟁 이후로 범죄조직이 자리 잡고 있던 이권이 있던 공백을 3팀이 전부 접수했다고 봐도 좋아. 물론 일선에서 활동하는 말단은 3팀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

“예상했던 일인가 보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3팀을 쫓다 보니 전국의 유흥업소로 향하더군···.”

“말단은 단순한 조폭일 뿐이지 하지만 머리는?”

갈풀이라는 남성이 자신의 머리를 톡톡 쳤다.

“머리는 3팀장이 전부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놨지. 그들도 일부만이 3팀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나머지는 그저 힘 있는 형님 정도로 알겠지만 말이야.”

“3팀은···.”

“3팀은 권력자들이 원하는 일을 해주는 수고로 안전하게 조폭들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필요하면 사건을 일으켜서 정치사건을 덮어주는 물타기도 하고···조직이 점차 커지면 커지지 작아질 수 없는 수요와 공급이랄까?”

“···.”

“하지만 모든 시장이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지게 해주는 건 누군가의 입김이 없이는 불가능해.”

“···설마···.”

“자네도 들어는 봤을 거야.”

“···.”

“문고리 권력자 통칭 어르신으로 불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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