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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62화 (162/205)

<162화 선한 이익집단은 없다 6>

경수가 생각한 방법은 실제로 학교 측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경수의 방안이 채택되지 않는다면 학생회장 자리는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대단하네···.”

“난 당연히 교환학생 측에서 요청하는 두 명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둘 중에 한 명을 선택을 하지 않고 환경부장 자리를 기숙사장으로 바꾸겠다니···.”

“발상의 전환이지. 어차피 학생회 임원 자리라는 것도 처음 학생회 활동을 시작할 때 임의로 정해서 이때까지 따라온 것뿐이지 그 자리나 명칭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이야.”

“아···.”

“사실상 환경부장이라는 자리도 교환학생 관련 업무 때문에 생긴 자리라고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기숙사장이라고 하면 명확하게 권한하고 그 책임이 명확해지는 느낌이네.”

“이번에 그 부분에 대한 업무분장을 잘해야지.”

“아···.”

“마스다하고 고노를 남학생 기숙사 여학생 기숙사 장으로 만들어서 문제가 생길 경우에 징계에 처할 수 있다는 거?”

“응···그 부분이 핵심이니까.”

“그럼 기숙사 관리인 아저씨가 일을 그만두고 공백이 생기게 돼도?”

“인수인계를 고노와 마스다가 받게 되는 거지.”

“자기네가 만든 분란을 자기네가 해결하라는 말이네?”

“그렇지만 고노하고 마스다는 같은 학생 신분인데 제대로 관리가 될까?”

“그럴만한 권한도 줘야지. 선도부하고 핫라인을 만들어줘서 바로 학생부장 선생에게 인계할 수 있도록 말이야.”

“어···학생부장 선생에게 넘기면 좋게 좋게는 못 넘길 텐데?”

“그 정도의 권한은 줘야지 지금 사태를 정리할 수 있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네.”

“그런데 기숙사가 이렇게 엉망으로 운영 중인데도 학교에서는 왜 말이 없지?”

“기숙사생이 많은 편도 아니고 학교에서는 성적만 나오면 별로 관여하지 않으니까.”

“하긴 왕따니 은근한 따돌림 같은 걸 버젓이 알아도 시끄러운 게 싫다고 그냥 넘어가니까. 기숙사 문제 정도는 쉬쉬하면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었겠네.”

“그 폭탄 돌리기에 경수가 당첨될 건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럼 고노하고 마스다 둘 다 임원 그러니까 기숙사장으로 만드는 안이 통과가 안 되면 학생회장을 안 한다는 거야?”

“해결방안이 있는데도 안 하겠다는 건···내가 학생회장이 되든···그보다 큰 권한이 있는 대통령이 되든···문제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문제해결 시킬 수는 없으니까. 나도 아쉽지만 포기하는 거지.”

“그럼 구내식당 이용권은 어떻게 할 건데? 환경부장 주 임무가 그거였다면서.”

“그건 그냥 교직원들만 사용하게 할 생각이야.”

“그게 가장 공평하기는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데···그 부분은 좀 아쉽지 않아?”

“아니. 인원수에 맞게 구내식당이 운영되는 거였어. 나도 그 부분은 몰랐지만 현진이 덕분에 알게 된 거지.”

“뭐? 내가?”

“기숙사 관리인 및 그곳에 청소용역을 하고 있는 직원들 수까지 계산하면···. 딱 구내식당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용인원일 거야.”

“그럼 왜 이전에는 이용을 안 하고···?”

“학교 교직원과 기숙사 관리를 위한 용역 직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차별적 시선 때문에 구내식당 이용을 기피하다가···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어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긴 거겠지.”

“아···.”

“그럼···.”

“불편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면 아무리 맛있는 식사라도 제대로 소화가 될 리 없잖아? 구내식당 이용을 피하던 직원들이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구내식당 이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인수인계 안 된 걸 거야.”

“그럼 기숙사 관리하는 용역 직원들이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도 지금처럼 이용 안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점심 시간대를 나누는 거지.”

“어?”

“기숙사 관리하는 용역 직원들은 이른 새벽에 출근해서 이른 오후에 퇴근하는 사람들이니까. 점심시간을 좀 일찍 가지게 하면 간단해.”

“그렇구나. 아예 마주칠 일이 없게?”

“학교 측도 네가 제시한 것 같은 문제 해결 방법은 간단하게 알 수 있었을 텐데?”

“학교에서 굳이 말해가면서 용역직원들까지 챙길 필요성을 찾지 못했겠지.”

“정말···너무하네.”

“그래. 말도 안 되는데···실제로는 비일비재한 슬픈 현실이야.”

“···.”

“그래서 난 더 조기 졸업하고 빨리 힘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넌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럼 환경부장이 없어지고.”

“대신에 기숙사장이 생기고···.”

“구내식당은 교직원들과 기숙사 관리하는 직원들 전용으로 바뀌게 되는 건가?”

“그거야 학교에서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렇게 되는 거고···하지만 너희가 알려준 바로는 학생회장 자리가 계륵인 것 같아 그러니까. 다들 후보 지원도 안 하는 거로 보이고···.”

“그럼 학교에서 받아들일 확률이 높겠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도 안 하면 그만이니까.”

“그 짧은 사이에 거기까지 생각하다니 너도 정말 대단하다.”

“너희가 알아봐 줘서 가능한 거지. 내가 정보를 구하려고 했다면 다 변질되거나 오염돼서 사실을 확인하기 힘들었을 거야.”

“그런가?”

“그런 의미에서 후식으로 커피?”

“야···너 밤에 잠 못 자.”

“난 카페인 없으면 잠이 더 안 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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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커피는 마시지 말 걸 그랬나?’

친구들과 헤어져서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김 씨 아저씨는 아직도 연락이 없는데 괜찮은 걸까?’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연락이 없는 김 씨 아저씨 생각에 잠을 설치다 설핏 잠이 들었다.

안개가 자욱하고 한 치 앞을 헤아리기 어렵지만 익숙하게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대백공?’

오두막을 찾기도 전에 대백공의 음성이 들렸다. 시야는 여전히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어린 친구, 오랜만일세.”

“어르신?”

“특이점을 전부 자네가 필요로 하는 술법의 에너지로 변환했더니 지기가 부족하군. 다행히 오늘 특이점이 발생해서···.”

“···?”

대백공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부족하군···. 어둠이 다가오고······.”

“어르신?”

대백공과 만나지 못하고 멀리서 메아리치는 것 같은 목소리만 바람결에 듣고 일어난 느낌이었다.

식은땀은 언제 흘렸는지 찜찜함에 샤워를 하면서도 계속 대백공의 음성에 대해서 생각했다.

‘분명 무언갈 전하려고 했지만···지기가 부족했던 건가?’

안남시를 벗어난 지역에서 사용하는 술법은 지기가 아닌 변형된 에너지이기 때문에 효율이 좋지 못하다고 경고했던 말이 생각났다.

‘안남시에서 일어났던 사건 아니 일어날 사건까지 정확하게 전해줬지만···. 이곳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대백공의 힘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재민이의 실종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언급하지 못한 걸지도 몰라···.’

제대로 된 대백공과의 대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기 전에 생각했던 김 씨 아저씨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나와 가족이 함께 위험해질 수 있으니 혼자서 나서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혹시···. 자주는 아니어도 주기적으로 연락이 왔었는데···평소라면 오늘 연락이 왔어야 해.’

나는 불안한 마음에 빠르고 씻고 나와서 휴대폰을 확인해봤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내 쪽에서 먼저 연락하면···나 때문에 위험해질 수도···.’

혹시라도 김 씨 아저씨가 긴급한 상황일 때 내 연락 때문에 위기에 처할까 봐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한번 연락해봐야 하나···.’

나는 휴대폰을 두고 계속 고민하다가 날이 밝기를 기다려서 도서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허 경장 연락처가···.”

내가 파출소 앞에서 허 경장에게 전화를 거는데 도서관으로 출퇴근하듯 매일같이 사는 경수와 마주했다.

“오늘은 좀 늦었네?”

“너야말로 이 시간에···? 나야 학교에서 학생회장 추천하신 선생하고 상담 좀 하고 왔지.”

“상담이 아니라 협상이겠지. 잘 될 것 같아?”

“잘되면 좋고 안되면 학생회장은 나와 인연이 없는 거지.”

“멋지네.”

“무슨···.”

“그런데 넌 오늘 도서관 안 온다면서? 현진이는 아르바이트 간다고 했고.”

“난 허 순경 아저씨 아니 허 경정···.”

“나 불렀냐?”

“오늘은 둘뿐이네?”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야. 형이라고.”

“하하···”

“그런데 또 무슨 사건에 휘말려서 나 찾는 거 아니지?”

“그건 아니고 제 친구가 실종인데 학교에서 조용히 넘어가려고 해서요. 걱정되는데···제가 알아볼 길도 없고···.”

“혹시···재민이 실종된 것 말이니?”

“어···알고 계셨어요?”

“태연이가 왔다 갔거든.”

“운산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송태연이 재민이 실종에 대해서 알자마자 운산에 내려간 걸로 알고 있었던 나는 놀라서 반문했다.

“운산에서 실종사건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시간만 흘러가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까지 왔다 갔어.”

“아···.”

“재활이 끝났어도 아직 체력이 돌아오지는 않았을 텐데···.”

“몸보다 동생이나 다름없는 재민이가 우선인 거지.”

우리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럼 뭐라도 나온 게 있나요···?”

“나도 내가 할 수 있다면 무슨 정보라도 알아보고 싶은데 파출소에서 내가 알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으니···.”

실망감이 든 순간 갑작스러운 허 경정의 목소리에 나와 경수는 순간 집중해서 그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네?”

“내가 아는 선배 중에 인맥도 넓고 경찰 일에 자부심이 있는 분이 있는데 부탁했지.”

“어?”

“그럼?”

“원래는 안되는 거지만 경찰 지인이 소식이 없거나 실종이면 행적 정도는 공유해주는 게 관례거든.”

“아···그럼 재민이 마지막 행적을···?”

“그것보다 더 좋은 거지.”

“네?”

“휴대폰이 마지막으로 꺼진 위치를 알 수가 있었어.”

“대단한데요?”

“그런데 실종신고일하고 날짜 차이가 나서···.”

“그래도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것보다는 낫죠. 어디서 휴대폰 신호가 꺼졌는데요?”

“이게 참···이상하게···. 재민이가 다니던 학교 기숙사에서 꺼졌어.”

“네?”

“그래서 실종 수사 담당관은 자기 스스로 휴대폰을 끄고 잠적한 걸로 판단한 것 같아.”

“재민이가 그럴 리 없어요. 만약에 학교가 다니기 싫었다고 해도 태연이 형한테는 말하고 사라졌을 거라고요.”

“나도 사건담당자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

“혈연도 아닌 단순한 친한 형 동생에게 말없이 사라졌다고 그게 이상하다고 볼 수 없다는 거야.”

“,,,!”

“하지만 재민이하고 태연이 형은···.”

“물론 우리야 특별한 가족 같은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수사할 때는 혈연이 아닌 이상···.”

“아···.”

“거기다가 지금 운산이 실종사건을 수사할 여력이 없는 것 같더라고.”

“네?”

“운산에 축제가 벌어지면서 관광객이 엄청 몰려들어서 사건 사고가 평소의 2배 3배쯤 생겨서 단순 실종사건에 수사할 여력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태연이 형이 이곳까지 온 거군요.”

“그래. 담당자도 한참 시달렸는지 이제는 혈연관계도 아닌 태연이를 이제는 굳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해.”

“아무리 그래도···.”

“우리한테야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운산에서 가출 청소년을 한두 명을 상대한 게 아닌 담당자 입장에서는 바쁜데 귀찮게 한다고 생각하나 봐.”

“재민이가 가출할 리 없어요.”

“나도 꿈을 좇아서 자동차 전문 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한 재민이가 아무리 힘들다고 이렇게 말도 없이 사라지는 건 이해 가지 않아···그래서 담당자가 수사했던 마지막 행적도 알아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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