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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60화 (160/205)

<160화 선한 이익집단은 없다 4>

아무도 없는 집은 작았지만 마스다에게는 너무나 황량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익숙해진 어지러움을 감수하고 기억을 읽어냄과 동시에 정신을 놓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마스다의 마지막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나는 경수나 현진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교무실에 들어가서 교환학생이 되기 위한 신청서를 아무도 모르게 확인했다.

마스다 아오이의 가정형편이 우리나라식으로 말하면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는 가정은 맞았다.

하지만···

마스다의 기억 속에서 본 마스다의 생활은 처저생계비 지원과 국가에서 지원하는 바우처와 같은 혜택을 받아서 오히려 최저생계 지원대상이 되지 않는 차상위계층보다 생활이 윤택했다.

나라에서 지원하는 아파트는 작지만 깨끗한 신축이었고 매달 나오는 지원금이 큰돈은 아니었지만 생활비로 쓰기에 풍족했다.

관리비나 공과금은 최저생계비 지원으로 별도 공제를 받았고 패밀리 레스토랑과 같은 곳에서 하는 외식비는 바우처로 한 달에 일정 금액 이하는 무료로 이용이 가능했다.

식비에 속하는 쌀이나 기타 기본적인 식료품은 현물로 지원해 줬기 때문에 마스다 가족은 일부러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 아니면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서 일을 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스다 아오이도 그런 마스다 가족의 삶에 익숙했기 때문에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자신이 최저생계비로 사는 삶과 다른 일하고 돈을 벌고 모으면서 사는 삶에 대한 걸 모른다고 해야 하나···.’

기억 속 마스다 어머니의 행동을 보면 마스다가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돈을 버는 행동을 하는 걸 원하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자녀가 소득이 없어야 최저생계비를 계속 받을 수 있네···.최소한 만30세까지?’

젊어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야 하는 나이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인생을 허비해야 마스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최저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건···.’

마스다가 여유롭게 사용하는 학비는 전액 마스다의 모교 운영회에서 지원이 되고 있었다.

‘수학여행처럼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 가정이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자 학비를 지원하게끔 한건가?’

‘운영회가 학부모가 운영하는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교환학생 신분으로 학비를 펑펑 쓴 마스다가 일본으로 돌아가면 마스다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원만히 지낼 수 있을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겠지.

나는 멀어져가는 마스다와 그녀의 교환학생 친구들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고는 경수에게 연락했다.

경수와 현진이 앉아 있는 자리에 찾았다.

“비싼 거 먹으러 가도 되는데.”

“햄버거 좋아하는데?”

“엄마가 햄버거 못 먹게 해서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으련다.”

나는 경수가 미리 주문해둔 햄버거 포장지를 뜯으면서 말했다.

햄버거는 금세 먹어치우고 콜라를 마시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벌써 알아냈다고 해서 놀랐어?”

“별로 숨길 생각도 없었던 것 같던데?”

“그게 무슨 소리야?”

“마스다 말이야.”

“어?”

“같이 온 교환학생들하고 식사하고 쇼핑하고 전부 마스다가 내던데?”

“그렇게 여유가 있는데 왜 구내식당에 대해서 요청한 거지?”

마스다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자니까. 당연히 구내식당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이다.

‘부모에게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았다면 교육받은 대로 사고하는 수밖에 없는 거지.’

하지만 마스다가 어려서부터 최저생계비를 받기 위해 조건을 따지던 부모 아래서 커서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던 나는 다르게 말했다.

“마스다는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자는 어디에서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니 그런 생각을 한다고?”

“며칠 쫓아다녔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일본어 조금 할 줄 알거든.”

“뭐?”

“잘하는 건 아니고 그냥 간단한 대화 같은 거.”

“그럼 주인이 네 말은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자라는 걸 특권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지?”

마스다의 기억을 읽어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나는 마스다가 자신이 받고 있는 혜택을 특권으로 이해했다는 의미로 상황을 풀어냈다.

“최저생계비 지원이 어떻게 특권이 될 수 있지?”

“아니야. 생각해보면 특권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아.”

“뭐?”

“생각해봐? 만약에 너하고 내가 지하철을 탔는데 자리가 하나 남았어.”

“그런 경우야 많지.”

“그럼 나하고 너는 서로 누가 앉던지 양보하던지 그런 모습이겠지?”

“그야 뭐···.”

“그런데 할아버지하고 내가 지하철을 탔는데 노약자 좌석은 아니지만 자리가 났어. 그럼?”

“당연히 할아버지가 앉아야지?”

“물론 경수가 양보하는 거겠지만.”

“그래. 내가 양보하는 거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겠지?”

“어···나 뉴스에서 본 것 같아.”

“응?”

“할아버지가 노약자 좌석은 아니었지만 그냥 앉아 있던 사람을 지팡이로 때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했던 사건.”

“양보 아닌 양보였지.”

“그런 모습에 요즘 것들은 하면서 욕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었었지.”

“젊은 사람이 자리를 양보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당연한 양보도 양보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걸 양보라고 생각하지 않고 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긴 사건이지.”

“양보? 권리?”

“양보는 말 그대로 내가 그 자리나 물건 따위를 가져도 되지만 사양하고 남에게 미뤄주는 거야. 하지만 그런 양보를 많이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양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권리라고 보는 거지.”

“너무 익숙해져서 권리라고 느끼게 된다는 거구나?”

“그래.”

“그럼 마스다가···.”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자로 혜택을 받다 보니까. 권리라고 생각하게 된 거지.”

“···.”

“어떻게 보면 구내식당 식권도 원래는 선착순으로 결정 난 건데···마스다가 그 권리를 양보해달라고 한 거잖아?”

“그렇지만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친구에게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건···.”

“아쉽기는 해도···엄한 소리 듣고 싶지 않으니까. 구내식당 식권 정도야···하면서 양보하는 거지.”

“그게 계속되면 권리가 되는 거고?”

“정확히는 권리처럼 생각하고 당연하게 보는 거지.”

“···허···.그럼 마스다가 최저생계비 지원대상자는 맞다는 거지?”

“응 그런 것 같아. 말하는 걸 보면···.지금 마스다가 쓰는 학비도 모교에서 지원 받는 게 아닐까 싶은데···.”

“마스다가 쓰는 학비 사실상 쇼핑이나 여행비용으로 나가는 걸 알고 있을까?”

“만약에 모른다고 해도 같이 교환학생으로 갔던 친구들이 있는데 영원히 모를 수 있을까?”

“그렇다고 환수도 못 하지.”

“왜?”

“최저생계비 지원대상자니까.”

“아···.”

“이건 마스다하고 모교 사이의 문제니까. 그럼 마스다가 거짓말을 한건 아니니까. 학생회 임원은 마스다가 되는 건가?”

“마스다를 임원에 앉히겠다고? 그건 좀···.”

“마스다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건 사실이잖아?”

“그렇지만 마스다가 임원이 되는 게 맞는 거야? 그리고 고노가 다친 것도 사실인데?”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고?”

“응 고노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니까. 다리뼈가 부러진 걸 의사소통할 때 심하게 다쳤다가 서로 의사소통할 때 잘 못 해석된 것 같아.”

“서로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그런 것 같아. 다리뼈가 부러져서 휠체어 타고 다니는 건 사실이고 기숙사에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 어려우니까 목발로 올라가는 게 그렇게 와전된 것 같아.”

“그럼 고노가 학생회 임원이 되는 건가?”

“으음···.”

“반응이 왜이래?”

“고노가 거짓말을 한건 아닌데···.”

“고노도 무슨 문제가 있어?”

“문제라기보다는 학생회 임원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어서···.”

“응?”

“내가 고노하고 대화한 건 아니야. 일본어를 할 줄 모르니까. 그래서 고심하다가 학교에서 일하는 직원분들하고 대화를 나눴거든.”

“어?”

나와 경수는 그런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놀라움에 표정이 바뀌었다.

이런 우리의 반응에 현진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다들 우리 주위에서 일해주시는 분들의 시선과 생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들이 성실하게 일하는 만큼 보고 듣는 것도 많거든.”

“아···.”

그리고 기숙사 관리인 아저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고노가 다리를 다쳐서 움직이기 힘든 건 사실인데···기숙사에서 휠체어를 올리기 힘드니까 그때는 목발로 올라가고 휠체어는 기숙사 관리해주는 관리인이 올려다 준다고 하더라.”

“너 그건 어떻게 알아낸 거야?”

“거기 관리인 아저씨하고 좀 친해졌지.”

“어?”

“경수 너야 기숙사 생활 안 하니까 잘 모르겠지만···.”

“···?”

“관리인 아저씨가 할 말이 참 많겠더라고.”

“음?”

“교환학생들이 오기 시작하니까. 기숙사 관리하는 게 더 힘들어졌데.”

“인원은 그대로고 교환학생 학년별로 30명 정도 씩 온 건데?”

“외국인이 섞여 있다는 게 문제인 거지.”

“왜?”

“원래 처음에는 힘들지 않았데···오히려 일본인 특유의 남에게 폐를 키치지 않는다는 문화 때문에 쓰레기 수거나 건물관리 전부 수월했는데···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졌다는 거야 그것도 급격하게.”

“···?”

“관리인 아저씨가 일본어를 하겠어? 아니면 교환학생들이 한국어를 잘하겠어?”

“당연히 교환학생들이 한국어를 잘하겠지.”

“그런데 기숙사 방침이나 쓰레기 수거 시 안내사항 등 한국어로 안내를 하면 그걸 전부 못 들은 척 아니···못 알아듣는 척한다는 거야.”

“어? 수업을 들을 정도면 어느 정도 알아들을 텐데?”

“그러니까. 관리인 아저씨도 웬만한 건 알아들을 텐데 모르는척하면서 무시하니까. 그게 힘들다고 하더라.”

“왜? 관리인 아저씨를 무시하는 건데? 기숙사 관리가 엉망이면 자기들도 힘들지 않나?”

“교직원들이 무시하니까. 같이 무시하는 거라고 하더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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