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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55화 (155/205)

<155화 지켜야 하는 것 2>

다음날 잠을 자지 못하고 학교에 등교하자 현진이 내 몰골을 보고 놀리듯 말했다.

“내일이 시험이라고 무리했네 했어.”

“뭐?”

“내일이 기말고사여서 밤샌 거 아니야?”

“아···.”

내 반응을 보고 현진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 설마 내일이 시험인 것도 모르고 있었어?”

그렇다고 말하면 제대로 현진이에게 한소리 들을 것 같아서 난 목소리를 가볍게 하면서 말했다.

“농담이지.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볼 거야.”

“전교 2등이 1등한테 도전장 내미는 거지?”

“무슨 도전장이야. 열심히 한다는 거지.”

오늘 하루도 평범한 학교생활이 지나간다. 내일부터 시험이라면 오후에는 바로 집으로 향할 수 있을 거다.

수업 중에도 계속 휴대폰을 바라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김 씨 아저씨···.’

재민이를 찾기 위해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김 씨 아저씨와 재민이의 실종이 하루하루 길어지면서 아무리 물을 마셔도 목이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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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제대로 듣고 있어?”

“네? 듣고 있어요.”

“내가 무슨 말 했는데?”

“어···안나가 잘하고 있다?”

“제대로 안 듣고 있었네. 환차익으로 내가 말한 투자건 다 마무리하고도 여유가 생겨서 네가 추천해준 오픈 마켓에 제대로 뛰어들어 보겠다고 말했잖아.”

“그래서 안나가 잘해주고 있다고 말한 거죠.”

“흥···.”

난 내가 김 씨 아저씨에 대한 걱정으로 안나와 통화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걸 들킬세라 열심히 잘해주고 있다는 말과 함께 지혜에 대한 것도 물어봤다.

“지혜가 하려고 하는···.”

“너하고 무슨 사인데?”

“네?”

“모델 같더라? 사진 찍어서 보낸 거 보니까.”

“아···모델을 따로 두기에는 아직 규모가 작으니까 직접 피팅 해서 사진을 찍는 걸 거예요. 뭐 학교에서 유명하긴 했는데···.”

“그런데 내가 왜 돕는 건데?”

“재능이 보여서요.”

“응?”

“메가존 투자하면서 느꼈잖아요. 이제 대면판매에서 비대면판매로 세상이 바뀔 거예요. 그런데 어떤 항목이든 선점한다면 후발주자는 선발주자를 넘어서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거고요.”

“선발주자로 자리매김하자?”

“그렇죠.”

“그런데 왜 하필 의류야?”

“아직 비대면판매 인터넷 배송은 자리를 잡지 못했어요. 옷은 썩거나 상하기 힘들지만 음식이나 식품은 유통단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요. 그러니까. 의류나 잡화같이 사람들 소비는 많지만 유통할 때 생기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물품으로 고른 거예요.”

“그런데 지혜라는 아이를 내세우는데?”

“전 옷 볼 줄 모르거든요.”

“난 잘 봐.”

“안나야···옷도 잘 입고 다재다능하죠. 전 패션 쪽은 영···.”

“그럼 내가 하면···.”

“아직 국제적인 비대면 유통망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데 미국에서 한국의 의류 관련 사업을 한다면 안나가 분신술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할 거예요.”

“맘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네.”

“지혜가 마음에 안 들어요?”

“마음에 안 들어. 패션에 진심인 점. 그리고 옷 잘 입는 점 모델같이 착장이 잘 어울리고 사진까지 잘 찍잖아. 아주 마음에 안 들어.”

“어···.”

내용은 전부 칭찬인데 어투가 전부 불만이라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내 말을 들으니까. 어떤 생각으로 투자하는 건지 알겠어. 그럼 한국에서 시범으로 운영하다가 투자수익이 높다 싶으면 미국에서 그 사업모델을 따라 해도 괜찮겠네.”

“미국은···.”

“왜?”

“나쁘지 않지만 한인 타운 쪽에서 우선 해보고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인터넷 보급률은 한국이 더 빠를 것 같거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미국이 선진화가 늦다는 게 아니라 미국이라는 땅이 넓다는 물리적 문제 때문에요.”

“아···.”

“한국은 땅이 좁은 만큼 새로운 인터넷 브라우저나 기능에 익숙해지게 되면 급속도로 생활화가 될 거예요.”

“하지만 미국은 넓은 땅 크기만큼 물리적으로 빠르게는 힘들다는 거구나?”

“물론 추후에는 같은 흐름을 탈 테니까. 그 타이밍은 안나가 잡아줘요.”

“음···알겠어. 동업자.”

“네?”

“어디까지나 나하고 너는 동업자고 지혜가 운영하는 구멍가게에 투자하는 입장이라는 거 잊지 말라고.”

“하하···.”

평소보다 진이 빠지는 안나와 통화를 끝내고 베란다에서 내방으로 들어와 보니 어머니가 집에 들어왔는지 달콤한 냄새가 방 문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일찍 들어오셨네?’

나는 방문을 열고 나가서 음식을 하는 어머니 뒷모습을 단단하게 바라봤다.

‘내가 감정에 못 이겨서 함부로 행동하면 잃게 될 가족의 모습···.’

철컥―.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주신이도 집에 들어왔다.

“와···무슨 냄새가 완전 맛있겠다.”

“오랜만에 달고나 해 봤어. 주신이 넌 손 씻고 와.”

“알겠다고요.”

어머니 말에 머리를 끄적인 주신이 거실에 있는 욕실로 들어가자 어머니가 달고나를 도마 위에 조심스럽게 올리고는 둥근 그릇으로 살짝 눌렀다.

“와···엄마 솜씨는···.”

어머니가 해주던 달달 했던 달고나를 내가 만들 때면 항상 모양이 일그러지거나 너무 세게 눌러서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생각나더라···.”

“연탄불 위에 국자 올리고 달고나 해 먹던 날 주인이가 소다를 바닥에 흘려서 그냥 울어버렸지?”

“제가요?”

“기억 안 나나 보네.”

“아···”

“그래서 엄마가 소다는 조금만 있어도 되니까 떨어진 소다 중에 가장 위에 있는 소다가루만 살짝 꼬집어서 넣어서 완성해 주니까. 울상이던 주인이가 얼마나 활짝 웃던지 엄마도 웃고 말았지.”

어느새 손을 씻고 나왔는지 식탁에 앉은 주신이가 질문한다.

“엄마 나는?”

“그때 주신이는 엄마 뱃속에 있어서 엄마가 먹을 때 좋다고 배를 통통 찼지.”

“내가 뱃속에 있었다고?”

“그럼 얼마나 작고 소중했는데···.”

어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지려는 것 같아서 나는 도마에 있는 달고나 중 충분히 식었다고 생각되는 걸 들고는 주신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이렇게 모양을 찍어줬잖아. 이 모양대로 깨지지 않고 만들면 엄마가 하나 더 만들어 준다고.”

내가 주신이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는 모습을 어머니가 내 등 뒤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나는 열심히 둥근 모양이 안 깨지게 끝부터 야금야금 먹는 주신이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지켜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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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시험까지 무사히 치르고 방학식이 다가오자 교실은 한층 어수선해졌다.

쾅.

교실 뒷문이 큰 소리로 열리고 강혜림이 무서운 눈으로 나를 보면서 뚜벅뚜벅 다가왔다.

나는 올 게 왔구나 싶은 심정으로 강혜림을 바라봤다.

“너···.”

“안녕?”

“안녕하지 못해···.”

“···.”

“그래도 공동 1등이면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아. 두고 봐 내년에는 다를 테니까.”

종혁이와 한바탕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강혜림은 나에게는 특별히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않고 경고의 메시지만 남기고 교실을 떠났다.

혜림이가 떠난 자리를 현진이 차지하더니 말했다.

“와우···. 난 시험 끝나고 바로 올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친구들이 잘 말렸나 보다?”

“응?”

“종혁이가 1등 했을 때 교실에서 큰 소리 낸 적 있잖아?”

“그게 왜?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지.”

“지도 고등학생이면서 할아버지 같은 말하기는···하여튼···.”

“···?”

“그 사건 이후에 종혁이가 전학 가니까. 혜림이하고 다툼 때문인 게 아닌가 하고 소문이···.”

“뭐야···잠깐 다툰 걸로 유학 가면 우리 학교 학생 절반은 유학 가야겠네.”

“내 말이 어쨌든 종혁이가 혜림이한테 고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바로 잠잠해지기는 했는데···.”

“그건 또 누가 소문낸 거야?”

“···.”

“설마 너?”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소문으로 어···학생이 괴로워하는데 나 같은 언론인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너야말로 아저씨 같거든? 그래서 종혁이는 화 안 내고?”

“당연히 종혁이한테 먼저 컨펌받았지. 자기 이야기인데···. 거기다가 종혁이가 소문에 민감하잖아.”

“민감했나?”

“이런 둔탱···아니다. 너한테 뭘 바라겠냐? 어디 정신을 딴대 놓고 다니는데 전교 1등 한 게 신기하다.”

“어···.”

‘기억책 덕분에 1등 했다고 말할 수도 없고···.’

곤란해하는 나의 기색을 뒤로하고 현진의 말을 종합해보면 종혁이는 소문 같은 특히 자신이 연관된 소문이 나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경수하고 엮인 소문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 걸까?’

“현진이가 자신에 관한 소문을 싫어하니까. 혜림이하고 종혁이 유학 간 내용에 대한 소문에 대해서 말해줬지. 난 종혁이가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봤어. 전화까지 왔다니까?”

“메일이 아닌 통화까지 했다고? 국제전화는 하는 사람 받는 사람 전부 요금 나간다고 메일로 연락하던 종혁이가?”

“그래서 자기 소문 때문에 화가 난 건가 했는데···그게 아니라 종혁이가 유학 가면서 혜림이가 헛소문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에 화가 났더라고 그래서 내가 진정하라고 하고 해결책을 알려줬지.”

“그게 종혁이가 고백했다는 소문?”

“소문이야 내가 낸 거지만 이건 내 눈으로 사실 확인한 거니까 팩트 체크한 거라고. 당사자들한테도 동의도 얻었고···.”

“혜림이도 동의했다고? 종혁이가 그날 말한 게 고백이라고 알고 있던 거야?”

“그것보단 당시 상황을 해결하려고 인 것 같기도 하고···정확히는 나도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어.”

“···.”

“고백으로 치고 소문을 상쇄하자는 느낌이기는 했지만···어쨌든 소문으로 소문을 해결한 거지.”

“그런 일이···.”

“이렇게 사건 사고나 넘쳐나는데···너는 요즘 멍하나 교실에 앉아 있기만 하는 거 아냐?”

“생각할 게 많아서···.”

내가 복잡한 표정을 나타내가 현진이 화제를 돌려서 말했다.

“어쨌든 오늘 혜림이가 큰 소리 안 내고 널 보고만 간 이유라는 거지.”

“그런데 혜림이는 왜 경쟁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건데?”

“듣기로는 정확하게 인식해야 열혈로 불타오른다고 하던데?”

“대단하네···. 고등학생의 열정?”

“너도 고등학생이거든?”

나와 현진이 서로 노안이라면서 타박하는 사이에 수업이 끝나고 하교가 시작되는 것처럼 겨울방학도 순식간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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