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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50화 (150/205)

<150화 외로운 삶>

“남주인.”

나는 등골이 서늘하고 머리가 쭈뼛 서는 것 같았다.

‘나를 알아?’

내 이름을 안다면···

이제까지 내가 조심해서 이곳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내 가족의 안전.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날렵하게 뛰어나가 술주정뱅이라고 생각한 사람을 덮쳤다.

내가 팔을 꺾어서 제압하려고 하자 내가 힘을 주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하지만 육체적 능력이 차이가 났기 때문에.

털썩―.

탄탄하게 단련된 몸이었지만 술법으로 강화된 내 힘보다는 순수한 힘에서 차이가 났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자.

“김 씨 아저씨?”

내 아래 깔린 김 씨 아저씨가 신음과 함께 말했다.

“우선 팔···팔부터···.”

“아···.”

내가 팔을 풀자 김 씨 아저씨가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으···순간 반대 방향으로 몸을 안 던졌으면 팔이 부러질뻔했다. 힘이 좋은 건 알았지만···.”

“···.”

내가 할 말을 못 찾고 김 씨 아저씨를 바라만 보자 아저씨가 나를 손짓으로 부르더니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속이 복잡하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학교 앞 거기다가 CCTV까지 여러 대 있는 곳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서 말없이 김 씨 아저씨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의외로 가까운 가정집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현관문을 열어 나도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여긴···.”

“잠깐 베이스캠프로 만든 곳이지.”

내가 가정집을 어떻게 베이스캠프로 만든 건지 질문을 하려고 하자 손을 들어서 내 말을 막더니 김 씨 아저씨가 방에서 가방을 가져오더니 밀크티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차가운 바깥공기와 다르게 가정집 거기에 방안에 놓여있던 밀크티는 미지근하지만 차가운 속을 따뜻하게 해줄 정도의 온기가 느껴졌다.

“이건···.”

“···우선 숨이라도 돌리라고···.”

김 씨 아저씨가 숨을 돌리라고 말하자 그제야 내가 긴장으로 몸이 굳어서 숨도 거칠게 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밀크티를 마시면서 숨을 돌리고 나자 김 씨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김 씨 아저씨는 저번에 나를 만나서 경고할 때의 표정과 다르게 정말 술이라도 한잔 마신 것 같은 풀린 모습과 어조였다.

그런 의외의 모습 때문이어서일까?

어쩌면 나를 미행한 것인지도 모르는 김 씨 아저씨에게 화가 나거나 경각심이 들지 않았다.

내가 순순히 밀크티를 마시기 시작하자 자신의 몫으로 받은 밀크티를 마시면서 김 씨 아저씨가 한참 침묵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

“남주인···모든 걸 혼자 하려고 하지 마라.”

그런 말을 하는 김 씨 아저씨의 말 위로 오버랩되듯 다른 장면이 겹쳐서 보였다.

평범한 가정집인 이곳과 다르게 딱딱한 회색빛 페인트가 칠해진 단조로운 사무실에 큰 오크 책상 너머로 단단한 표정의 머리가 희끗한 장성으로 보이는 군인이 앉아서 책상 너머에 서 있는 김 씨 아저씨에게 하는 말소리···

“김중사···모든 걸 혼자 하려고 하지 마라.”

그렇지만 그 장면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를 바라보는 김 씨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뭐지? 술법이 이렇게 빨리···.’

그 순간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에 나는 급하게 밀크티를 뱃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이곳은 안남시가 아니야. 술법을 받쳐줄 지기···에너지가 부족해서···.’

원래라면 술법으로 김 씨 아저씨의 기억의 일부를 볼 수 있었겠지만···

내 생각이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을 때 김 씨 아저씨의 말소리가 들렸다.

“나도 너처럼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

“다들 나에게 유능하다고 말해줘서 그 말에 휘둘리고 만 거지.”

“김 씨 아저씨는 지금도 유능한데요?”

“내 일에 있어서 프로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하지만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세상의 모든 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

“내가 유능하다고 해서 내가 내일을 잘한다고 해서 그게 나 혼자 이룰 수 있는 일일까?”

“그래도···.”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너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한 적이 없다.”

“그건···.”

“여기에 나타난 너를 보면서···아니 사실 네가 여기에 나타날 걸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나타날 걸 예상했다고요?”

“너는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니까.”

“···.”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 동생의 친구가 납치되었을 때 직접 뛰어들고 동생의 반 친구가 무단으로 결석하니 직접 방문해서 확인해봤지. 물론 그런 행동이 나쁘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기주 납치사건에 배후가 있었던 것처럼 너 혼자서 해결하지 못 하는 일에 잘못 엮이게 되면···.”

“···제 가족도 위험해진다는 건가요?”

“그래.”

“하지만···.”

“너는 나를 닮았다.”

“네?”

“나는 어린 시절 군이 입대했지. 그리고 군에 적응이 빨랐다.”

“어···.”

“나를 도와주시는 장군이 한 분 계셨거든. 지금은 나 때문에 불명예 제대를 하셨지만···.”

“네?”

“나는 그분이 나를 뒤에서 도와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부채감에 나에게 조금 신경 쓴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나의 빠른 진급도 전부 내가 임무를 잘해서라고 오만하게 생각했다.”

“···?”

“하지만 유능한 부하를 좋아하는 상관보다 말을 잘 듣는 부하를 좋아하는 상관이 많다는 걸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

“···.”

“팽 당해야 했던 나는 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그때 힘을 써준 것도 장군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난 내 능력을 버리기 아쉬워서···군에서 회사로 위치만 바뀐 거라고 생각했지.”

“···.”

“조직을 옮기고 처음에는 승승장구했다. 임무 수행에서 불가능이라고 생각한 임무들도 완수했으니까. 하지만 사실 불가능한 임무를 주는 것 자체가 살아돌아오지 말라는 말이었지만 나는 살아돌아왔지.”

“···.”

“나는 군에서도 회사에서도 독불장군이었다.”

“···.”

“물론 이제까지 살아남은 걸 생각하면 아예 능력이 없지는 않았지. 하지만 그게 나만의 능력이었냐고 묻는다면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

“나 혼자만의 힘? 그건 오만이지. 내가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때 밥을 먹어야 하지. 정말 나 혼자만의 힘이라면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서 쌀을 만들고 밥을 지어야겠지.”

“직접 농사를 짓는 분들이 아니면 전부 사 먹지 않나요?”

“그래. 그것처럼 세상은 혼자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네?”

“그걸 난 너무 늦게 깨달았지.”

“···?”

“너는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는 모습이 나와 닮았어.”

“그런 게 아닌···.”

“정말 아니라고 할 수 있나?”

“···.”

내가 김 씨 아저씨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자 김 씨 아저씨는 나를 보던 시선을 돌려서 집안을 둘러봤다.

“여기는 4인 가족이 사는 집이다. 이런 가정집은 나도 익숙하지 않아.”

“···?”

“나는 고아였다. 그리고 내가 고아인 시절은 지금보다 살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에 주변의 같은 형들 그리고 어른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고 커왔지.”

“···?”

“그래서 나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 가까운 사람이라도 나에게 무슨 의도가 있어서라고 믿고 한걸음 떨어져서 대하곤 하지.”

“···?”

“단 한걸음이지만 덕분에 난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나로 인해 주변에서 상처를 받지.”

“그게 무슨···.”

“나는 일 적인 부분에서 유능할지는 몰라도 인간관계는 정말 답이 없는 인간이다.”

“하지만 김 씨 아저씨는 끝까지 외할아버지 곁을···.”

“아니 천오뇌 사장님이 딱딱하고 재미도 없으면서 날카롭게 가시만 내세우는 나를 옆에 둔 것뿐이다.”

“외할아버지는 김 씨 아저씨를 믿고···.”

“나 스스로 날카롭게 가시를 세우다가 믿었던 사람들이 하나둘 주변에서 사라지고 나면 나 같은 껍데기만 남게 되는 거다.”

“···.”

“남주인. 너는 어떻지?”

“저는 친구들도 있고 가족끼리 사이도 나쁘지 않고···.”

“그런가?”

“···.”

“정말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있나?”

나는 김 씨 아저씨의 말에 나를 돌아봤다.

종혁이가 유학을 떠났을 때 난 외로웠다. 분명 전학을 와서 친해진 건 종혁이 경수 현진이 전부 마찬가지인데···

‘사실은 알고 있었던 거지. 종혁이야 경수는 내가 죽기 전까지도 친구 사이를 유지하는 믿을만한 사람이라는걸···하지만 현진이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래서 난 현진이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직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사랑을 믿나?”

나는 김 씨 아저씨의 입에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오묘한 느낌이 들면서 이 질문을 회피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갑자기 사랑이라니 하하···.”

“너는 사랑을 믿지 않아.”

나는 회귀 전에 아내의 배신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회귀 후에는 아내도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내가 감싸주지 못했기 때문에 배신한 거라고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 과정을 알게 되어서 아내에게도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아내의 배신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을 모두 잊고 용서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난 아직도 악몽을 꾼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분명 겉으로는 가족과 주변의 친구들과 원만한데 자신이 정한 거리감 안쪽으로 들이는 사람이 없다.”

회귀 전 가족을 배신한 주체는 나였다. 지금은 회귀한 뒤로 가족을 위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사람이라는···나라는 존재에게 환멸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회귀까지 경험한 나라는 사람은 또다시 가면을 쓴다.

“그건···멀리서 봐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 아닐까요?”

“내가 너한테 나하고 닮았다고 했지?”

“아···네.”

“나도 사람을 믿지 못한다. 그래서 전부 내가 정한 선 밖에서 일정한 거리감을 가지고 대하고는 했다.”

“···.”

“일 적인 부분은 완벽하고 그렇다고 사람 간의 예의가 없지도 않지만 조금 멀게 느껴지는 사람.”

“···.”

“나는 그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김 씨 아저씨가 편하다고 느끼면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않나요?”

“나쁘지 않을 때는 상관없다. 하지만 궁지에 몰리면 전부 나를 외면하지.”

“네?”

“‘김중사에게 일어난 일은 안타깝지만···내일은 아니니까.’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솔직한 답변이었지.”

“···?”

“그 정도의 인간관계였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나를 도와줬지.”

“장군이라는 분이요?”

“그래. 그리고 천사장님.”

“아···.”

“인간에 대한 불신에 사람을 멀리했는데···오히려 난 사람 때문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천사장님 덕분에 내가 회사로 옮길 수 있게 힘을 써준 사람이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게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장군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

“그리고 천사장님의 부탁으로 미국으로 넘어갔지.”

“···.”

“믿을 만한 사람이 있고 믿지 못할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았지.”

“···.”

“그래서 지금 나는 후회한다.”

“후회하신다고요?”

“그래. 내가 좀 더 주변을 돌아봤다면···”

“돌아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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