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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43화 (143/205)

<143화 다가오는 폭풍>

사내는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기면서 짜증이 올라오는 표정을 정리하고는 두터운 문 너머의 상대를 생각했다.

‘보석 반지 낀 녀석이 소개해 준 일거리가 골치 아플 건 예상했지만 이건 예상 밖인데?’

방문증이 걸린 자신의 양복 재킷을 힐끗 바라본 다음 비서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살아날 길을 꼭 만들고 만다.’

비서는 사내의 방문증을 확인하고는 두터운 문 너머로 인터폰을 눌러 방문객이 있음을 알렸다.

“차관님···명이준 변호사님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비서가 문을 열어주고 사내가 차관의 집무실로 들어서자 뒤에서 들리는 문 닫히는 소리가 사내에게는 지상으로 향할 한점의 빛을 막아버리는 것 같았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얼굴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띠고 차관이 손짓하는 자리에 앉은 사내는 명함을 꺼내 건넸다.

“제가 맡은 일의 의뢰인을 이제야 뵙게 되네요. 반갑습니다. 명이준 변호삽니다.”

“반갑다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하기에는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을 텐데요.”

“그건···.”

“내가 특별히 3팀장의 소개로 당신을 선임한 이유는 다른 게 없어요. 이번 선거철에 전관 대우를 받을 변호사들이 몸을 사려서 그렇게 된 겁니다. 1심 재판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가 없다면 나로서도 더 두고 볼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차관의 표정은 처음 들어왔을 때와 변화가 없었지만, 마지막 말을 내뱉을 때 눈빛을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면 뒷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사내는 차관의 경고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가방에서 준비한 서류를 꺼내서 차관에게 넘겼다. 차관은 보지도 않고 탁자에 서류를 던지면서 이제까지 표정 변화가 없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큰소리를 냈다.

“이게 무슨 짓이지? 당신은 내가 선임한 변호사야!”

“그렇게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제가 변호사인 건 제가 더 잘 압니다.”

“변호사가 자신이 변호하는 피의자의 신병에 불리한 증언만 수집하다니 이게 무슨 짓인가.”

처음의 고압적인 자세의 차관이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사내를 달래듯 끝에는 말소리를 죽였다.

‘흥···전관 변호사를 아무리 써도 이 정도 증거가 있는 사건을 덮을 수 있을까? 끽해야 10호 처분에서 기간 단축이지.’

“제가 준비한 자료가 아닙니다. 상대측 피해자가 준비한 자료를 검찰을 통해서 공유 받은 겁니다.”

“뭐라고?”

“아직 검찰 쪽에서 연락받지 못했습니까?”

인상을 찌푸린 차관은 사내가 넘긴 자료를 보다가 처음보다 누그러진 목소리로 사내에게 말했다.

“피해자가 준비했다는 자료에 반박할 준비는 한 건가?”

“반박하지 않을 겁니다. 소년 보호 재판이 아닌 형사 재판를 신청할 생각입니다.”

“미친 건가?”

“1심은 유죄가 나올 겁니다. 하지만 차관님의 아들이라는 점···거기다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 반성하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해서 재판과정 중에는 감옥에 갈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차관님이 힘써주신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사내가 생각 없이 성인 재판으로 끌고 가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자 흥미롭다는 듯 차관이 소파에 묻은 몸을 앞으로 일으키면서 흥미롭다는 듯 질문했다.

“1심 유죄가 나오기 전까지 내 아들이 감옥에 안 간다고 해서 2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건 아닐 텐데?”

사내는 차관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도 자신이 하는 말을 담담하게 하지만 자신감 있게 내뱉었다.

“1심 유죄로 사건이 언론에서 멀어지고 시간이 흐른다면 2심 재판부는 유죄지만 아직 어린 피의자의 나이를 생각해서 집행유예를 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관님 아드님이라면 거의 확실하죠.”

“그렇다는 이야기는···.”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소년 보호 재판에서는 가장 약하게 처벌받는다고 해도 10호 처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증거 때문에 무죄를 다투지는 못하니까 집행유예를 노리겠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결국···감옥에는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않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내 아들의 경력에 빨간줄이 간다는 건···.”

“그것 때문에 10호 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다면 제 생각에···의뢰인인 차관님 아드님이 순수히 소년원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 간단한 조사를 받으면서도 그렇게 난리를 피우는 차관 아들이 소년원에서 버틸 수 있을까? 아무리 적은 형량을 받는다고 해도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거야.’

차관도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잠깐의 구속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

“만약 집행유예 중에 또 문제가 발생한다면···.”

“10호 처분으로 소년원 생활 중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똑같은 문제입니다. 어떤 게 최선일지 차관님이 결정해주신다면 그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알겠네. 결정되면 3팀장 통해서 연락하지···.”

“그럼 이만.”

차관은 사내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짓으로 이만 나가보라는 듯 흔들더니 눈을 감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사내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면서도 표정은 처음 차관 집무실에 들어왔을 때와 다르지 않게 유지하면서 집무실을 나섰다.

‘아니 한 명은 옥상에서 직접 밀어서 죽이고 목격자들은 괴롭혀서 상해로 인한 후유 장애까지 만든 애××무리의 대장인데 집행유예로 감옥에 한 발자국도 안 가면서 빨간줄 그어지는 것에 고민한다는 거야?’

사내는 재정국 건물을 나서서 자신의 차를 타고 나서야 깊은숨을 내뱉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돈 준다는데 미친놈인지 어떤 놈인지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 사무실로 차를 몰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

“오늘 차관 집무실까지 찾아갔다고?”

‘보석 반지?’

“하하···제가 맡은 사건이다 보니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의뢰인을 뵌 겁니다. 오해하지 않으시면···.”

“다시 한번 더 이런 일이 있다면 내일 뜨는 해를 보기 힘들지도 몰라.”

“알겠습니다. 3팀장님.”

사내는 대답을 하면서 3팀장이라는 어조에 강조점을 두었다.

“···.”

사내의 의도를 느낀 것인지 수화기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잠잠해지더니 낮지만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누군지 궁금하나?”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사내는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지만 동시에 궁금하지 않았다.

“그건 아닙니다. 저도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겁니다. 사실 이번 의뢰인은 무죄를 받기 힘듭니다.”

“감옥은 절대 안 돼.”

“그래서 제가 집행유예를 노려보려고 하는 겁니다. 하지만 어쨌든 유죄로 확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의뢰인의 확답이 필요해서 만난 겁니다.”

“···.”

“그런데 차관 아니 의뢰인은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셨는지 3팀장님 통해서 연락 주신다고 했는데···.”

“집행유예로 가지.”

“그럼 집행유예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사내는 3팀장이라는 남자의 말에 잘못되면 뒤는 없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증인 한 명···증언 번복이 있어야 합니다.”

“증인 매수라···. 변호사가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건가?”

“제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내기 때문에 3팀장이 저를 두고 보신 것 아닙니까?”

쾅―.

삐―삐삐―.

차량 경보가 울리고 머리를 핸들에 박았지만 사내는 그것보다 자신의 차를 뒤에서 박은 아니 일부러 달려와 박아버린 차의 뒷좌석에서 내리는 3팀장의 모습에 이마와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어깨 등이 아픈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으···.”

“그래. 그렇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법도 한데 말이야. 내가 좋게 말하니까 우습게 보이나 보지? 변호사 양반?”

“아··아닙니다.”

3팀장이라는 남자가 품 안에 손을 넣자 사내는 숨을 멈췄지만, 다행히 품 안에서 나온 건 담배 케이스였다.

고풍스러운 케이스는 오래된 듯 녹이 보였지만 관리를 잘했는지 저녁노을에 반사되는 빛에 사내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담배를 물고 연기를 사내 쪽으로 뱉는 3팀장의 모습에 표정을 풀고 사람 좋게 대답했다.

“후···그래···내가 더는 변호사 양반을 오해할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아 주면 좋겠어. 그래야 서로 조용히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고 그렇게 말이야.”

“예···예···”

사내는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지 끈적 거리는 게 머리에 엉키는 느낌이 들었지만 3팀장이라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그저 담배 연기가 자신과 멀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내가 만나 봐야 할 증인이 누군데?”

“사실 이번 소송의 핵심 증인입니다. 변재민이라고···.”

“변재민이라···재민이라는 친구만 처리해주면 되는 건가?”

“핵심 증인이 사라지면 전부 정황증거이기 때문에 사건이 쉽게 풀릴 겁니다.”

“그래. 그럼 내가 처리해주지.”

“감···감사합니다.”

삐삐삐―.

차량 경보음이 지치지 않고 울리고 있었지만 사내나 3팀장이나 관심 가지지 않고 있었다.

‘이 남자하고 이미 틀어졌어. 내가 살고 싶다면 차관이 이 남자를 버리게 만들어야 해.’

사내는 자신의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 고개를 푹 숙이고 두렵다는 듯 몸을 떨면서 운전대를 꾹 눌러 잡았다.

‘내가 받은 이 모멸감은···.’

3팀장이 사내가 탄 차를 손으로 한번 치더니 고개를 들지 않는 사내의 귓가에 낮지만 명확하게 말했다.

“이번 일이 급하니까. 이 정도로 끝내주는 거야.”

멀어지는 3팀장의 모습에 사내는 끝내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았던 사내는 깊은숨과 함께 운전대에 머리를 묻었다.

운전대가 흔들리고 그다음은 차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내가 온몸을 흔들면서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캬하하핫―.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는 멀리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후···어쨌든 재민이라는 친구하고 3팀장을 엮었으니 뭔가 반응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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