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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39화 (139/205)

<139화 미워할 용기와 미움받을 용기>

미리 선배 어머니가 입원한 병실 앞에서 서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우희라는 아이가 겪었던 일에 대해서 나는 처음으로 술법을 통해 우희에 대해 읽어내지 못했다. 그건 우희라는 아이가 정말로 그 병실에 있던 누구에게도 악의나 불순한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는 반증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졌다.

물론 대화하다가 감정이 격해지면서 우희의 기억을 술법을 통해 볼 수 있었지만 차라리 보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어머니가 아니 엄마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절망감 속에서 난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희에 대한 생각의 끝에는 미리 선배 어머니에게도 닿았다.

미리 선배 어머니의 병실에 처음 들어설 때 느껴졌던 절망감과 우울감에 익사할 것 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리 선배 어머니는 우희라는 아이의 손을 잡아 줬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너무 당연하게 지나가는 많은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게 당연할 수 있을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우리는 단순화 한다.

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와중에 내가 다쳐서 속상하고 내 물건이 상해서 속상하고

내 아이가 넘어지거나 울어서 속상한 경우가 없을까?

그런 속상하고 아픈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상대방의 사과에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행동이

‘남을 배려했다.’

‘그 정도는 쉽게 넘어갈 수 있지.’

‘다들 그래.’

그렇게 단순화할 수 있을까?

음식점에서 실수로 그릇을 치우다가 옷에 남은 음식물이 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옷이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의 옷일지는 모른다.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집에 가서 세탁하면 된다고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화를 내는 사람이 잘못이 있고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 당연한 것일까?

그 옷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쉽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옷은 처음으로 직장에서 일하면서 고생한 자신에게 선물한 옷일 수도 있고

자녀가 부모에게 특별한 날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선물한 옷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순화해서 말한다.

‘그 정도 가지고···그냥 넘어가.’

보통 사람들은 속상한 마음에도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이런 순간순간들이 그저 그렇게 단순할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평범한 결정들이 그렇게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모르는 옷이 상해도 웃으면서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

사람들은 평범하다는 말에 속아 넘어간다.

아니 평범하다는 말로 속이고 선동하는 사람들의 말에 넘어간다.

특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작은 것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행기까지도 회항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럼 평범한 사람들은 특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보다 힘이 없어서 넘어가는 걸까?

작은 일로 시비를 하고 거리에서 아니면 식당에서 술집에서 다투는 이들이 있다. 누가 잘못하고 잘했는지 알지 못하고 서로를 향해 나쁜 말을 하고 나쁜 행동을 한다.

처음에는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지나가던 모든 이들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양보하고 속상한 마음을 숨기고 입꼬리를 올리면서 웃고 넘어간다.

‘평범하다는 말이 마법처럼 족쇄처럼 붙잡는다.’

평범하다는 말 위에 각자가 얼마나 일찍 일어나는지 얼마나 늦게까지 일하는지 자신의 위치에서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쉽게 넘어간다.

언론이나 매체는 특별한 사람보다 평범하지만 내 옆에서 항상 상점을 열고 배송을 해주고 그저 평범하게 지나가면서 자신이 맡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빛나고 중요하다는 걸 잊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미리 선배 어머니 병실에 온건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고심한 결과였다.

‘미리 선배 어머니가 우희를 후원하려고 하시는 것 같았지만 그건 피해자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그래서 난 고민 끝에 이정만 아저씨와 함께 미리 선배 어머니를 찾아왔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고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상념에 젖어 있을 때였다.

멀리서 선배가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 시선을 두는데 선배의 첫마디는 인사말도 아닌 뜬금없는 말이었다.

“내가 인어공주는 죽는다고 했잖아?”

“···?”

‘갑자기 인어공주?’

“인어공주가 왜 죽는지 알아?”

나는 갑작스러웠지만 염산 테러 후에 미워할 대상까지 뺏겨버린 거나 다름없는 미리 선배의 말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그래서 반문하면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 질문에 대해 답을 했다.

“정말 사랑해서 물거품이 된다고 동화책에서 그런 것 같은데···동화 중에서 좀 슬픈 동화라고 생각해요.”

“그래.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화인지도 모르지.”

“네?”

“이건 어디까지나 동화를 현실적으로 바꿨을 때···아마도 인어공주는 다름과 틀림 사이에서 결국 죽음을 선택한 걸 거야. 자신과 달라서 그래서 사랑했지만 사랑에 빠졌던 자신마저 증오스러워질 정도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

“세상은 다른걸 틀리다고 말하면서 미워해. 동화 속 인어공주는 흰 피부에 아주 아름답지만 인어라는 종족으로 나오지?”

“네.”

“하지만 모티브가 된 사건에서는 아마 유색인종이었을 거야.”

“···?”

“그리고 목소리를 잃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았겠지.”

“그럼···.”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무서운지···피부색이 다른 인종을 차라리 흰 피부의 다른 종족인 인어로 표현한 거지.”

“설마 그렇게까지···.”

“서로 피부색이 다른 사람끼리의 사랑이 인정된 게 얼마나 된 것 같아?”

“그래도 한 세기는 되지 않을까요?”

“인종에 따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인본주의 인식은 아주 오래전부터 언급되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게 현실에서 잘 지켜진 건 오래되지 않았어.”

“···.”

“그리고 현재도 전부 없어졌다고 말하기 힘들지.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새롭게 대두될 뿐이니까.”

“···.”

“그렇게 인종이 다른 사람들이 잠깐 만나는 건 모르지만 결혼을 하거나 가정을 이루는 건 불가능한 시대에 나온 동화일 거야. 사실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살인 아니면 사랑했던 상대에게서 살인 당한 걸지도 모르지.”

“···!”

“물론 해석은 다양하게 있지만 나는 사랑했던 상대에게서 살인당했다는 해석까지는 동의하고 싶지 않아···. 그럼 인어공주가 너무 불쌍하니까.”

“그럼 인간과 인어라는 종족이 달랐다는 게 아니라···.”

“그래도 주인이는 다르다고 말해주는구나?”

“네?”

“보통 종족이 틀리다라고 말하거든···근데 그거 알아?”

“뭘요?”

“다르다와 틀리다는 건 아주 다른 말이야.”

“···.”

“나와 너희들과 사람이라는 부분에서는 같지만 성별에서는···?”

“틀리다?”

“그래. 보통 틀리다라고 표현해. 하지만 정확히는 성별이 다르다라고 말해야 하지. 그렇지만 익숙하니까 그리고 상대방과 대화할 때 알아들으니까. 우리는 무심코 틀리다라고 말하고 넘어가지. 하지만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고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다툼이 시작되는 거야.”

“그냥 대화할 때 틀리다 다르다 그렇게 굳이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인어공주는 그 부분 때문에 죽은 거니까.”

“···!”

“자신과 다르다고 느끼면 틀리다라고 말하거든···근데 그거 알아?”

“뭘요?”

“다르다와 틀리다는 건 아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거.”

“···.”

“인종이 다를 수는 있지만, 백인이 옳고 유색인종이 틀린 건 아니잖아?”

“아···.”

“우리는 피부색을 살 색이라고 기억하지만 사실 피부색은 어떤 색이라도 될 수 있어.”

“그냥 다들 쓰니까···.”

“그래서 나중에는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가 아닌 틀리다가 되어서 서로 미워하고 싸우게 될지도 몰라.”

‘선배가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려는 건가?’

선배의 표정과 갑작스러운 말에 눌러있던 분위기를 풀 듯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체육 시간만 되면 여자반하고 합반 안 하냐고 난리인데요?”

“과연 그럴까? 서로 너무 모르고 모르기 때문에 다른걸 틀리다고 생각하고 미워하기 시작한 다음에는 늦어.”

“···?”

“서로 미워하기 시작하면 늦는다는 걸 이번에 느꼈어.”

“선배···.”

우울해진 분위기를 바꾸려는지 선배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 큰일 당하고 느끼는 건 사람은 정말 순수하다는 거야.”

“네?”

“정말 순수한데 주변에서 이용당하다가 선동당해서 점차 순수했던 무색이 색깔을 입는 거지 처음에는 다채롭지만 결국 지저분해지면서 끝나는 거야.”

“우희가 이용당했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

“우희는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이용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 거지. 그렇게 상대를 무시하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받는 게 어린아이 아니 사람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니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나는 내가 가장 불행한 줄 알았어. 행복하게 아니 아빠하고 엄마는 행복하지 않더라도 나는 행복했던 가정생활이 망가지고 나를 불행하게 만들려고 아빠하고 엄마가 이혼한다고 생각했어. 설상가상으로 염산 테러를 당하고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전부 의심스럽고 사람이 싫고 미워졌어.”

“선배···.”

“그런데 너희를 만나고 염산 테러를 했던 우희를 만나니까. 새삼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고 행복했는지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생각하게 되었어.”

“···.”

“내가 다르다하고 틀리다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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