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15화 (115/205)

<115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삶 2>

“어린 친구 요즘은 자주 보는구만?”

“어르신···.”

“무언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표정이구만···모든 부모는 인형술사라는 게 마음에 계속 걸렸나 보지?”

“네···.”

“답을 얻었구먼···.”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그런 것 같아요.”

“허허, 잘 모르겠다라···대부분의 부모가 인형술사이지만···. 눈 뜬 부모는 자녀의 최대 지원자가 되는 법이지.”

“차이가 있나요?”

“둘 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거지만 기준이 다르지.”

“기준이 다르다고요?”

“그래···.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부모는 자녀를 조종하려는 인형술사가 되는 것이고 자녀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부모는 자녀의 최대 지원자가 되는 것이지.”

“그게 무슨 차이인지···.”

“야구선수가 꿈인 선수가 결국 부상으로 프로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가정을 이루었다네. 자녀를 낳고 키우는데···태어난 아이가 운동신경이 좋았다네. 야구선수가 꿈이었던 선수는 자신의 아이에게 야구를 배우게 했고 프로로 데뷔까지 시켰지.”

“그럼 잘 된 것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나?”

“야구를 좋아하는 유소년 중에 프로가 되는 사람은 손에 꼽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야구선수가 꿈인 선수였던 아버지의 아들은 야구가 아닌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네.”

“어···.”

“그리고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선수가 있다네···. 그 선수도 부상으로 은퇴를 해야만 했지. 그리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았다네. 축구를 좋아해서 아이들과 자주 축구를 하며 여가를 즐겼지.”

“···.”

“그런데 어느 날 자녀 중 한 명이 자신은 축구선수가 꿈이라고 말했네. 그러자 아버지가 된 축구선수를 꿈꾸던 선수가 답했지. ‘축구는 힘들다.’ 그래도 아이는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어.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

“아버지가 된 축구선수는 답했지. ‘축구는 정말 힘들다.’ 그래도 아이의 답이 바뀌지 않았다네.”

“···.”

“아버지가 된 축구선수는 마지막으로 물어봤어. ‘축구가 정말 힘들텐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겠니?’ 그러자 아이가 활짝 웃으면서 아버지 품에 안기면서 크게 대답했어. ‘아버지 같은 축구선수가 꿈이에요.’ 그리고 그 아이는 하루에 몇 번이고 쓰러질 정도의 훈련을 아버지에게서 받아야 했어. 그리고 축구선수가 되었지.”

“아···.”

“두 명의 아이가 아버지를 따라 같은 운동선수가 되었는데 같았다고 느끼나?”

“아니요. 전혀 다르게 느껴져요.”

“선수 출신의 아버지라는 입장은 같았지만,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는 달랐지.”

“···.”

“한 명은 실패가 없는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의도였지만 정작 아이의 꿈을 알려고 하지 않았고 한 명은 힘들고 어려운데도 선택하겠다면 자신이 가장 엄한 교육자가 되는 방법을 선택했지. 두 아이가 전부 프로선수가 되었지만, 결과는 아주 달랐다네.”

“···?”

“한 명은 국내에서 그럭저럭 한몫은 하지만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선수로 한 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가 되어서 아버지가 나를 키웠다고 감사하다는 인터뷰를 하는 선수가 되었지.”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걸 시키는 것과 자녀가 바라는 걸 묵묵히 지원하고 단호하게 조언하는 자리에 있는 것은 아주 다르다네. 결과도 아주 다르지.”

“그 말씀은···.”

“자네 자당께서 힘들지만 훌륭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지.”

“···.”

내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대백공이 이어서 말했다.

“부모는 자녀에게 없어서 안 될 존재이지만 동시에 가장 무서운 인형술사라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종하고 세뇌해서 자신들의 인형으로 만들 수 있지. 하지만 그것이 과연 자녀에게 최고의 사랑일까?”

“···.”

“인형극은 언젠가 끝나고 만다네. 부모가 끝까지 자녀를 돌볼 수 없다는 것이지. 왜냐면 부모가 자녀보다 먼저 삶이 끝나는 게 순리니까. 그럼 부모가 죽을 때가 되어서 인형이 된 자녀의 마리오네트의 줄을 자른다고 인형이 갑자기 살아서 숨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

“부모 스스로나 자녀의 빛나는 인생을 위해서 어렵더라도 실패를 경험할 수 있게 하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한걸음 물러나서 지켜볼 줄 아는 부모가···자녀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하고 어떤 선택을 하든지 지원하고 지지하는 부모가 자녀에게는 최고의 사랑일걸세.”

“그런데 부모는 자식들이 실패 없이 성공한 삶을 위해서라는 이유라지만···다른 이들은 왜 타인의 인생에 관여하고 자신의 악의를 교묘하게 숨겨서 다른 이들의 삶을 조정하려고 하는 거죠?”

‘이런 악의를 던지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그러는 것일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그러지 못한 이들이 심술을 부리는 것이지. 표현은 ‘나는 이런저런 부분에서 실패했지만 너는 하지 마라.’, ‘그러니까 이런 건 하면 안 돼’라던지 이렇게 하라던지···.”

“그렇다고 남의 말을 순순히 듣는다는 건가요?”

“실패가 없는 삶을 원하기 때문에 듣게 되는 것이지.”

“실패가 없는 삶···.”

“실패가 없는 삶이란 게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물론 자네와 같은 회귀자 삶과 다른···소중한 삶을 사는 이들을 말하는 것일세.”

“···.”

“실패가 없는 삶은 없지. 하지만 삶이 복잡해질수록 실패가 없는 삶을 원하는 이들이 생기지. 왜 그런지 아는가?”

“글쎄요···”

“모든 것을 비교하기 때문이지. 참으로 어리석다네···.”

“비교하는 게 어리석은 건가요?”

“수치로 모든 걸 확인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만, 수치가 의미가 없다면?”

“네?”

“인생을 수치화 하는게 가능할까?”

“사람의 인생을요?”

“당연히 안된다는 걸 알면서 사람들은 비교를 하지. 앞집 아들은···옆집 아저씨는···윗집 아줌마는 하면서···. 그들의 인생을 본 게 아니라 잠시 잠깐의 어떤 자리에 있는지를 보고 그 잠깐의 교차점에서 비교를 한다네.”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말이네요?”

“그렇지. A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손에 꼽히는 자산가지만 독재국가에서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고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독재를 돕는 일부 권력가들과 잘 먹고 잘살았지.”

“···.”

“B라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알아줄 정도의 자산은 없지만 부족하지 않은 자산에 가족들은 삼대가 전부 잘 배웠고 그중에 자신은 빈민국으로 봉사 활동 다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사람이지. 그럼 그 인생의 가치는 A와 B 중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나?”

“돈을 원한다면 A, 명성을 원한다면 B 아닐까요?”

“그렇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서 인생을 판단하는 것도 달라진다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지.”

“잘 알지도 못한 상태라면···.”

“생각해보게···자네라면 자네의 치부를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떠들고 다니겠나?”

“조심스럽겠죠.”

“그거네 그게 당연하지. 자신의 잘된 점은 표면에서 이야기 하지만 자신의 깊은 상처 아픔 고난 등을 처음 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건 당연한 행동이지. 그런데 그런 타인의 삶에서 표면의 좋은 것만 보고 자신과 비교를 한다? 삶을 지옥으로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그 말씀은···.”

“엄마 친구 딸이 있다고 하지. 아주 예쁘고 예의도 바르고 공부도 잘해서 명문대학생이라네.

그럼 보통 엄마들은 이렇게 이야기하지. 엄마 친구 딸은 말이야 하면서···. 하지만 얼마 후에 자살을 하지.”

“네?”

“아주 예쁘고 예의도 바르고 공부도 잘했지만, 계부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해서 자살을 한다면 어느 점에서 자신의 인생과 비교를 할까? 엄마 친구 딸이 공부를 잘했다는 점에서? 아니면 예쁘다는 점에서? 아니면 끝에는 비극적으로 끝났다는 점에서?”

“어···.”

“타인의 삶의 한 점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네. 인생은 굴곡지고 그 굴곡 중 가장 높은 점의 상대만 찾아서 비교한다면 항상 인생의 패배자가 될 테니까.”

“그 말씀은···.”

“인생은 비교의 대상이 아닐세. 정확하게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단 한 번뿐인 기회라는 말일세. 살아남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와 같은 존재들이 봤을 때는 충분히 놀랍지.”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놀랍다고요?”

“그렇다네.”

“사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인간이 처음 세상에 발을 디뎠을 때 많은 존재가 바로 죽어서 사라질 티끌이라고 생각했다네. 그런데 지금은 지구의 균형을 무너트리는 주요 원인이 되었지.”

“균형을 무너트리는 주요 원인?”

“그만큼 수도 많고 영향력도 크다는 것일세. 이제 인간의 존재를 무시하는 이들은 없어. 두려워하고 이용하려고 하지.”

“두려워한다고요?”

“타락자 중 관념적 존재에 대해서 말했었지?”

“네. 아주 강력한 힘을 쓸 수 있는···.”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내는 관념적 존재인 타락자가 순식간에 엄청난 힘을 모으는 걸 보면서 인간 이전의 존재들은 두려움을 인간 이후의 존재들은 이용가치를 느낀 것일세.”

“두려움은 그렇다고 해도 이용이라면?”

“인간의 관념이 그렇게 큰 힘을 만들어낸다면 그 관념을 쥐어 짜내는 것이지. 악마가 인간의 절망을 먹고 산다고 하면 인간을 절망에 빠트린 채 죽지도 살지도 못한 존재로 만드는 것처럼 말일세.”

“아···.”

“인간의 대다수가 이용당해도 모르게끔 인형술사가 팽배한 사회에 일조하기도 한다네.”

“네?”

“당연하다는 관념을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리게 하는 것이지.”

“그 말씀은···?”

“쉽게 말해서 어린애들은 어른 말씀을 잘 들어야지.”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후후···어린애들은 어른 말씀을 잘 들어야지만 그 어른의 말이 올바른 말이어야지 않겠나?”

“···!”

“어린애들에게 몹쓸 짓을 하기 위해서 납치하려는 납치범의 말을 잘 듣는 건 전혀 아니지 않겠나? 하지만 사회에서는 무조건 어린애들은 어른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하지. 그리고 나이 차이가 나면 나이 있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지. 하지만 정말 그런가?”

“그건···.”

“사회에 뿌리 깊게 심어진 관념이지만 정말 그게 진실인가? 말일세.”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 않을까요?”

“그렇다네. 존중받을 만한 어른도 있겠지만 그 나이가 먹도록 도대체 바뀌는 게 없는 어린아이보다 못한 어른도 있을 테니 말이야. 하지만 사회는 그렇게 체계적으로 관념이 잡혀 있지 않지. 그저 나이가 많으면 존중하라고 되어 있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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