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13화 (113/205)

<113화 인형극이 끝난 후>

“인형극 끝났어.”

“야···뒷정리 잘해야지.”

“그래? 그럼 뒷정리를 어떻게 해?”

“인형 정리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일당 받고 퇴근해야지.”

“인형을 버린다고?”

“왜?”

“버려진 인형은 어떻게 되는데?”

“그걸 누가 관심이나 가지나? 인형 새로 만들어서 다음 인형극을 준비하는 거지.”

“답답하고 좁은 쓰레기통 안의 인형은?”

“괜찮아. 인형은 소모품이야. 쓰고 버리는 게 당연한 거지.”

“계속 인형이고 싶지 않을까?”

“계속 인형이고 싶으면 인형극에서 벗어나면 안 되지. 벗어나는 순간 인형극은 끝나고 쓰레기 통행이야.”

“인형극이 끝난다고 바로 버리다니···인형이 불쌍해···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인형인데 뭐가 어때? 인형으로 만들어졌잖아.”

“인형이 원해서 선택된 게 아니잖아···.”

“뭘 그런 것까지 신경 쓰냐? 우리는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지. 인형은 인형이고 이제···그만하고 오늘치 일당 챙겨서 퇴근하자.”

퇴근하는 그들의 뒤로 줄이 끊어진 마리오네트가 쓰레기통에 담겨있다.

움직이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인형을 끝내 돌아보지 않은 이들이 극장 문을 닫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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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가 인터뷰한 내용이야. 대박이지.”

“아니···. 살인사건 내용은 어떻게 들은 건데?”

“그냥 나한테 말해줬어.”

“뭐?”

“난 그게 정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이 형이 소설 쓰나 했지.”

“그런데 그게 실제 일어났다?”

“나도 놀랐다고 난 이형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좀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지. 스트레스를 이런 고어 한 추리소설 같은 내용으로 푸는 건가? 하고···”

“그럼 언제 이게 진짜 있었던 사실을 인터뷰한 거라고 안 건데?”

“오늘 그 형이 긴급체포되고 내 연락처가 그 형 휴대폰에 가족 말고는 내 연락처가 전부였데. 그래서 내가 인터뷰한 내용을 말했는데 형사들이 깜짝 놀라더니 그걸 다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뭐 어떻게 다 넘겼지.”

“돌려는 준데?”

“사건 끝나면 준다고 하는데 언제 줄지 모르겠어.”

“너는 인터뷰를 언제 한 건데?”

“저번 주 일요일 날.”

“그럼 딱 일주일 만에 검거된 건가?”

“부모님을 죽이고 일주일이라니 난 상상이 안 간다.”

“어떻게 엄마하고 아빠를 죽이지?”

“왜? 그 형 부모가 계속 말했다잖아. 기브 앤 테이크라고 그래서 죽을 것 같아서 죽였다고 하는데···이해는 어려워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사람을 죽였는데?”

“그러니까 내가 사법계열로 안 가고 기자를 꿈으로 삼는 거지. 범인이 지은 죄를 잘 알아내서 잘 판단하고 결과까지 내는데 감정이 들어가면 안 되잖아? 그런데 난 기자 할 거니까 감정 들어가도 돼.”

“기사도 사실 적시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거야 원론적으로 그런 거지 기자도 사람인데 자기 기사 쓰는데 자기감정이 안 들어 갈 것 같아?”

“뭐?”

“그렇잖아. 사실을 적어도 예를 들면···음···컵에 물이 절반이나 있다. 컵에 물이 절반밖에 없다. 이게 다 같아 보여?”

“‘컵에 물이 절반이나 있다’라고 하면 양이 좀 많은 느낌?”

“‘컵에 물이 절반밖에 없다’는 좀 부정적인 느낌인데?”

“그렇지? 같은 기사 내용이라도 약간의 변주만으로 기자의 감정을 담을 수 있어. 그러니까 기자가 그날 기분이 좋으면 같은 컵에 물이 절반 있다는 사실이 컵에 물이 절반이나 있다.가 되지만 그날 기분이 더럽거나 취재원이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들면? 컵에 물이 절반밖에 없다?”

“그렇지.”

“사실을 쓰지만 기자의 성향이 담길 수밖에 없네?”

“기자의 성향이라기보다는 보도매체의 성향이 담기는 거지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생각해봐. 기자가 기사를 써도 그 기사를 검수하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음···상관 같은 건가?”

“보도매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게끔 유도하는 거야. 그게 보도지침이지.”

“음?”

“지금이야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보도지침이 있어서 쓸 수 없는 기사 거리도 많고 쓰더라고 정부에게 편향된 내용으로 쓰던지···그런 지침이 있었어. 지금은 없다고 하는데 사실 알음알음 다 남아있지.”

“그래?”

“난···제대로 된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어. 자세히 말하지는 않아서 너희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기사가 아닌 잘못된 기사를 쓰면 정말 억울하게 피해 보는 사람들이 생기거든.”

나는 현진이가 말하는 억울하게 피해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이 갔기 때문에 그저 현진을 보면서 아프게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현진이가 언제 아픈 표정이었냐는 듯한 얼굴로 자신이 생각하는 걸 말하고 있었다.

‘천상 기자네. 알리고 싶어 하는···.’

“기획기사 같은 경우에는 돈 받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뭐···.”

“진짜?”

“뭐···지방 언론은 대부분 그런 것 같은데 메이저 언론은 모르겠다?”

“어떻게 아는 거야?”

“신문 배달할 때 지역신문 넣어달라고 오거든. 그럼 그때 안면 익히고 좀 알게 되고 그러는 거지. 내가 기자가 꿈이라고 하면 가끔 빵도 주면서 힘내라고 말하거든.”

“자기가 하는 일을 꿈이라고 말하면 싫진 않겠다.”

거기까지 말한 현진이 주위를 돌리더니 우리를 보고는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그 형 인터뷰에서 말한 게 사실이라면···.”

“그럼 사실상 자백도 다 한 거 아니야?”

“그렇지. 내가 인터뷰한 내용에 시간대별로 사실확인만 하면···.”

종혁이가 사실상 명문대학생이 살인범이라고 확신하게 해준 현진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말했다.

“아···왠지 마음이 무겁다.”

“난 엄마, 아빠한테 고마워지는데? 난 한 번도 차별이나 비교당해본 적 없는 것 같아.”

“나도 밖에서 애먼 짓 하지 말고 건강하게만 크라고 하시지. 근데 성적 오르면 좋아하니까 공부하게 되는 것 같아.”

“그건 어떤 부모라도 좋아할 일이지.”

“그렇진 않을걸?”

“음?”

“그 형 말이야. 이름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자유형 부모님은 성적이 아무리 잘 나와도 당연시하고 그것 말고 네가 볼 게 뭐가 있냐고 했데.”

“내가 들은 말도 아닌데 그런 말을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엄마하고 아빠가 나한테 한다고 생각하면 상처 될 것 같은데.”

“뭐, 나도 그 형 처지가 안타깝기는 한데···그래도 부모님을 살해한 거잖아.”

“살인은 나쁜 거지.”

우리는 경수의 말에 놀라서 주시했다.

경수는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말했다.

“그런데 목숨의 무게가 달라.”

“뭐?”

“자식이 부모를 죽이면 사형, 부모가 자녀를 죽이면 유기징역이지만 가끔 집행유예도 나오고···.”

“그게 무슨 헛소리야? 사람 죽은 건 똑같은데 형량이 왜 그래?”

“우리나라는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그래···.”

“뭐? 그럼 주인이 말이 헛소리가 아니라고?”

“부모를 죽인 사건은 대부분 사형이 나오고 바로 집행까지 되었는데···부모가 아이를 죽인 사건 같은 경우는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되면 집행유예도 나와.”

“너 진짜 법 공부하고 있는 거 맞아? 그게 사실이라고?”

“나도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판결이 그렇다고 판결이···.”

“아니 왜? 똑같이 죽었는데?”

“뭐, 이건 내가 법 공부하면서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는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체벌도 처벌하지 않아. 죽더라도 고의가 아니면 다른 아이나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모에게 형을 낮게 주는 경향이 있어.”

“부모가 아이를 키우다가 사랑의 매를 드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여기서 엄마하고 아빠한테 맞아본 사람?”

“뭐···. 말 안 듣는다고 등짝 정도?”

“글쎄···딱히 엄청 혼난 적은 있지만···.”

“난 차라리 때려줬으면 좋겠어. 엄청 슬픈 눈으로 날 붙잡고 우는데 내가 더 울고 싶더라고.”

“그래. 사랑의 매가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집에서 심각하게 폭행당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아. 그저 우리 사회가 인식만 그렇게 가지고 있는 거지. 미국에서는 집에서 아이를 향해서 체벌하면 그건 아동 폭행죄로 바로 체포될 정도의 중죄라고···.”

“정말?”

“그래. 그냥 우리나라 분위기가 이래서 그래.”

“그럼 해인이 하고 해아 죽은 건? 그것도 집행유예야?”

“뉴스도 많이 타고 해서 그래도 징역형은 나오겠지. 그래 봤자···10년 안쪽일걸?”

“왜?”

“동반자살이잖아.”

“뭐?”

“아이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고 했으니까.”

“아니지. 아이들을 살해하고 자신이 자살하려고 한 거지. 그게 왜 동반자살이야?”

“뭐···판결에서는 그렇게 보더라고.”

“뭐야···이상하잖아.”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바꾸고 싶고 그래서 공부하는 거고. 그러니까 너도 괜히 다른데 신경 쓴다고 공부 안 하지 말고 공부해.”

“뭐?”

“네 입으로 말했잖아. 수시는 있는 사람들을 위한 창구라고 혹시라도 지원자격이 되도 떨어질 수 있는데···그렇게 되면 안 되잖아?”

“윽···.”

“그래. 사건 끝나고 인터뷰 내용 준다고 해도 이미 기자들이 한 번씩 기사 다 내서 의미 없을 것 같네.”

“종혁이 말고 나하고도 같이 해보자고.”

“결론이 왜 공부로 끝나는 거냐?”

“너 막 지금 언론이 마음에 들어서 기자가 되고 싶은 거야?”

“아니?”

“결국···기자가 되고 싶은 것도 지금 언론에 변화를 주고 싶은 거잖아?”

“특종이라면 진실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보도부터 하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 거짓된 보도 때문에 그 사건 관계자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 다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 행태는 정말···.”

“그럼···그런 기득권하고 다투려면 한점의 오점도 남기면 안 되지.”

“아마 자기네 선에 도달하지 못하게 온갖 부분을 공격할걸?”

“짜증 나지만 바꾸고 싶으면···.”

“공부해야겠네.”

“윽···.”

현진의 썩은 표정을 끝으로 우리는 각자의 생각을 품에 안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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