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마리오네트 3>
“그리고 인간만큼 불공평한 세상을 원하는 존재들이 없다네.”
나는 대백공의 말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신음 같은 쇳소리가 올라왔다.
“그게 무슨···.”
“잘 먹고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집에 살고 싶다. 아름다운 부인, 멋진 남편을 가지고 싶다. 남들과 비교해서 잘나가고 싶다.”
“···.”
“이런 생각들 어디에 공평이라는 단어가 있는가? 그렇다고 이런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라고 보나?”
“그건···.”
“인간은 향상심이 있지. 그들이 이 땅에 나타났을 때는 하루도 되지 않아 죽어버릴 거라고 생각한 이들도 많았는데···오히려 이렇게 하나의 세계를 멸망으로 이끌 정도의 세력을 형성하다니 놀라울 뿐이야. 그렇기에 인간들의 욕심···. 즉, 향상심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네. 그렇기 때문에 자네가 불공평한 대우 삶을 회귀하는 기회를 준 것이기도 하지.”
“···.”
“자신의 삶을 남의 손에 넘기는 자들의 삶···인형의 삶이 마냥 나쁘다고 할 수 없지 자신의 선택이라면 말일세.”
“인형의 삶이 좋다는 건가요?”
“삶의 행복을 바라는 기준은 인간의 다양성만큼 많지.”
“···.”
"부잣집 개로 태어나고 싶다는 소원을 가진 인간처럼 말일세.”
“그건···.”
“물론 농담으로 하는 인간들도 있겠지만 진담인 이들도 분명 있지. 단 하루를 살아도 자유가 필요한 인간이 있다면···좋은 집 좋은 차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부인이나 남편이 있다면 인형 같은 삶을 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도 분명 있지.”
“···.”
“내가 인형술사는 타락자가 아니라 순리라고 했지?”
“네···.”
“아직도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로군. 뭐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말일세.”
대백공의 모습이 보이면서 내가 오두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부모는 아이를 통제하려고 하지. 그게 아이에게는 오히려 좋을지 몰라. 명확하게 좋은 음식과 통제된 인간관계 그리고 확실한 목표까지. 하지만 아이는 사춘기라는 시기를 거치면서 부모와 독립되고자 하지.”
“그럼 부모들이 인형술사라는 건가요?”
“순리이지. 아주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무사히 크길 바라는 마음. 그것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게 되면···. 쾅.”
대백공이 저울 모양을 띄우더니 한쪽을 휙 휘어지는 모습과 함께 폭발하듯 사라졌다.
“균형이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나쁘게 나올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다네.”
“단순히 균형이 무너졌다는 말씀은 그럼 불쌍하게 죽은 해인이 자매가 그···엄마를 조정한 인형술사가 가진 욕심 때문에 죽은 게 죄가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나는 대백공에게 따지듯 고통이 스며든 것 같은 소리로 말하면서 가슴을 깊게 누르는 것 밖에 심정을 토로할 수 없었다. 내가 가진 힘만큼 가슴이 망가진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나의 고통은 단순한 타박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흠···물론 이번에 자네가 겪은 인형술사는 그런 좋은 의도로 한 일은 아니기에 죄의 경중을 보는 잣대가 다르지만 말이야. 어쨌든 좋은 의도이든 나쁜 의도이든 타인의 삶을 조종하려고 하는 것 자체는 죄의 무게가 있지. 거기다가 자신이 선택이 아닌 살해당한 것이지. 비록 부모의 선택일지라도···일방적으로 아이들이 목숨을 빼앗았어."
“그럼···.”
“부모의 잘못된 애정으로 만들어진 마리오네트 인형극에서 인형이 제 삶을 찾기 위해서 자신을 조종하는 줄을 끊으며 싸우기 시작하면 부모와 자식의 사이가 멀어지는 정도가 보통 죄의 대가라네···. 하지만 이번처럼 인형술사가 인형을 통해서 다른 이의 삶을 유린한 사건에 대한 죄의 경중은 분명 다르게 다뤄야 하겠지.”
“해인이하고 해아는 도대체 왜···이런 취급을···.”
“인간의 탐욕과 오만 질투를 너무 경시하는구먼.”
“···?”
“이번에 일어난 일의 시작은 인간이 가진 탐욕에 ‘나라면 괜찮지’라는 오만과 ‘어째서 저런 것들이’라는 질투가 적절하게 섞이게 되면 일어나는 일에 불과할 뿐이지.”
“그게 무슨···.”
“양 씨라는 인형술사의 아들은 인간의 다양성에서 부정적 특성을 많이 모여있다고 할 수 있지. 외모도 좋지 않고 성격은 자기중심의 이기적 성격에 머리도 그렇게 좋지 않아. 그런데 반해서 엄 씨의 큰딸은 아름답고 심지 있고 거기에 머리까지 좋군. 당당한 성격까지···. 뭐 끝은 안 좋았지만···.”
“그 말씀은···.”
“양 씨가 엄 씨의 큰딸이 자신의 아들과 비교해서 잘난 것 같고 무시당한다고 생각해서 엄 씨의 큰딸에게 보복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한 거라네. 양 씨의 마음에서는 ‘이 정도의 장난 정도야’에서 시작했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만···지옥의 악마도 울고 갈 정도의 악의가 장난일 리 없지 않나?”
“그런 어이 없는···.”
“지기가 너무 소모되었군. 자네는 해인이와 해아의 어머니 엄가인이라는 인간을 구한 대가로 재생의 힘과 특이점을 크게 얻었다네. 그에 대한 보상은···.”
“보상이라고요?”
“한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만들었으니 말일세.”
“보상으로 해인이와 해아가 살아나지는 못하잖아요. 아직 주신이 나이 또래의 어린 친구들인데···.”
“그렇지. 아주 어리고 작고 보듬어줘야 할 아이들이었지.”
“그런데···.”
“흐음···그렇다면 이번에 얻게 된 특이점으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하겠나?”
“네? 그게 무슨···혹시 증거가 부족한가요? 해인이 엄마를 조종한 사람이 안 잡히는 건가요?”
“아닐세···휴대폰으로 명확히 명령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벌써 조사에 들어가서 구속까지 한 상태이지.”
“그런데 어째서 제대로 된 처벌을···.”
“두 명을 살해한 사건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지만 아주 대비되는 형량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지.”
“네?”
“자신의 아이들 2명을 죽이고 동반자살에 실패한 엄 씨 징역 6년 그런 엄 씨를 가스라이팅으로 조종한 양 씨 징역 12년 형을 받는다네.”
“그게 무슨···.”
“그런데 같은 시기에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2명을 죽인 범인은 종신형을 받게 되지. 인간의 생명의 무게를 같은 인간이 다르게 재는 아주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네.”
“아니 해인이하고 해아를 죽였는데 어떻게 6년형이죠? 그럼 제가 대학교에 졸업할 때쯤 출소한다는 거 아닌가요?”
“3년 이상 살면 가석방으로 출소까지 된다네.”
“네?”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저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려보던 대백공이 말했다.
“제대로 된 대가를 치르기 위해서 자네가 얻은 특이점을 사용해야 할 수 있어. 그래도 그런 선택을 하겠나?”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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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뜨자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팔을 들어 내 눈을 가리면서 말했다.
“다녀오셨어요?”
“주인아···괜찮아?”
“주신이는 집에 왔어요?”
“그래. 저녁 먹고 먼저 재웠어.”
“다행이네요.”
“무슨 일인데···혹시···.”
“주신이가 반 친구하고 다툰 거 들으셨어요?”
“해인이라는 친구가 교과서를 찢었다고 속상해하는 건 알고 있지.”
“그 애 오늘 죽었데요.”
평소와 다르게 어머니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바로 말해버렸다.
‘모든 부모는···.’
“뭐?”
역시나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멈춘 어머니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어머니의 등을 밀면서 거실로 향했다. 어머니가 소파에 앉는 걸 확인하고는 시원한 물을 두 잔 따라서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찬물이 들어가자 충격이 좀 줄었는지 머뭇거리면서 나에게 질문했다.
“그···정말 해인이가···무슨 사고라도 난 거니?”
“아니요. 자기 엄마가 죽였어요.”
“뭐? 애들 엄마가 애들을 그게 무슨···.”
나는 어머니의 반응에 무언가 가슴을 누르던 답답한 게 내려갔다.
몇 날 며칠 목마름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가슴이 차가워지면서 정신이 명료해진다.
‘모든 부모는 인형술사라···.’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대백공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괴로웠다.
“한동안 주신이 학교에 안 보내는 게 좋을까?”
“지금 갑자기 학교 안 간다고 하면 어떤 이상한 소문이 날조될 수 있으니까···조금 힘들더라도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소문? 무슨 소문?”
“주신이 교과서 찢고 죽었다고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아니···그런 말도 안 되는···.”
“물론 주신이가 무슨 영향을 줬다기보다는 피해자지만 우리나라는 피해자에게 가혹한 잣대를 요구하니까요.”
“설마 정말 그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날까?”
망연자실한 어머니의 모습에 괜찮다고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 중간중간 멈칫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내 엄마는 달라. 그럴 리가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인형술사의 모습이 순리라고 말하던 대백공의 말이 계속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멈칫하는 동작이 오늘 겪은 일이 힘들어서라고 생각했는지 어머니가 내 몸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주인이 너도 충격받았을 텐데···내가 너무 붙잡고 있었나 보다. 저녁 데워줄게 먹고 잘래?”
“시간이 늦어서 자고 일어나서 먹을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주신이 힘들어해도 학교는 보내고 혹시라도 이상 있으면 제가 학교에 가볼게요.”
어머니가 내가 준 찬물을 한참 내려보다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주인이가 어른스러워서 항상 기대기만 하네. 엄마가 너무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
“아니에요. 그런 생각하지 말고 좀 쉬고 있어요. 저도 시간이 늦었으니까 이만 자러 가볼게요.”
나는 나를 안타깝게 보는 어머니 눈초리에서 도망가듯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덮어썼다. 아무도 없는 방이지만 동시에 누군가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다.
억지로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