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선택 2>
지금은 골드코인 개당 1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개당 40,000달러 이상도 가능한 돈이 복사된다고 말할 정도의 기회가 눈 앞에 펼쳐진다.
‘이걸 놓치지 않기 위해서 특이점을 많이 모아놨지.’
대백공을 통해서 보상으로 새로운 재물복을 얻어낸 만큼 이번 투자도 확실한 결과로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단지 얼마만큼의 수익률로 돌아올지 그것만이 관건일 뿐이다.’
1년이 넘도록 특이점을 모으기 위해서 종혁이와 봉사 활동을 했다.
처음 봉사 활동을 가서 특이점을 얻었다는 걸 알았을 때 생각지 못한 행운에 감사했다.
‘종혁이 덕분에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었지.’
특이점을 얻기 위해서는 위험하고 위태로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난 과감하게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데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도 특이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봉사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특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놀라웠지.’
삶은 결코 단순 하지 않다. 내가 회귀를 했다고 모든 삶을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선택을 한다.
가족을 위해 내 주변의 친한 지인들을 위해···
아니
나를 위해서···나는 오늘도 선택을 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조차 나의 관심을 뺏는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전 아내 진이수에 대해서 철저하게 무관심하겠다.
‘이미 지나간 악연일 뿐이다. 복수조차 내 에너지와 관심이 필요하다면 그것조차 할애하지 않겠다.’
나와 현재를 지켜주는 가족과 친인들의 미래를 위해서 나는 오늘도 선택한다.
이제 그런 나의 울타리를 벗어난 악연에 나의 시선과 시간을 쓰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겠지.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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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통화 후 집에 도착하자 나를 맞이해준 건 볼이 빵빵하게 올라온 동생의 볼멘 표정이었다.
“주신아?”
“형 어디 갔다 온 거야?”
“저녁 먹고 산책을 좀···. 기주네에서 온 거야? 왜 이렇게 뿔이 났는데? 기주하고 싸웠어?”
“아니.”
“그런데 왜?”
“오늘 기분 나쁜 일 있어서···.”
“무슨 일인데?”
“같은 반 애가 내가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내 교과서를 막 찢어놨어."
“뭐? 아니 무슨 이유로? 네가 놀리기라도 한 거야?”
“그런 거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인사도 제대로 해본 적 없거든. 항상 음침하게 맨 뒤에 앉아서 웅얼웅얼 거리기만 한다고 같은 반 애들이 놀리는데 그럴 때도 나하고 기주는 이번에 전학 온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냥 멀리하기만 했거든 그런데 내 책을···.”
“그래서 화가 많이 난 거야? 우선 책은 다시 사야겠다. 형하고 같이 나갔다 올까?”
“담임선생님이 여분의 교과서 줘서 괜찮아. 그런데 내가 화를 내야 하는데 개가 발작하듯이 더 화를 내고 막 우는 거야. 그래서 내가 얼마나 황당하던지. 거기다가 개 엄마가 학교에 찾아와서 진짜 개를 개 패듯 때리는데 경찰에 신고하려는 걸 오히려 개 엄마가 못하게 하더라고”
‘육아 스트레스로 애들한테 폭력을 행사하는 건가?’
“한번 형이 알아볼게. 그런데 그 애 이름이 뭔데?”
“이해인이라고 개 동생은 1학년인데 학교에 잘 안나와.”
“동생 이름은 뭔데?”
“이해아라고 하던데···. 잘은 모르겠어.”
“알겠어.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막아도 위험하다 싶으면 경찰에 신고해.”
“응. 알겠어.”
다음날 학교로 등교하면서도 이런 일에 연관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토요일이기 때문에 수업이 일찍 끝난 나와 종혁이는 평소처럼 도서관으로 향했다. 경수가 평소와 만난 우리는 점심을 먹고 난 다음에 공부하러 가는 종혁이와 경수를 보고는 도서관 앞 파출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익숙하다는 듯 내 얼굴을 본 허 경장은 파출소장의 코 고는 소리를 배경으로 방문자에게 내어주는 음료수를 3개 꺼내서 나에게 주더니 나와 함께 파출소 앞으로 나왔다.
“오랜만이네. 중간고사라고 얼굴 보기 어렵더니 시험 끝났나 봐?”
“네.”
“무슨 일이냐?”
“제가 일이 있어야만 오나요?”
“응 다른 친구들은 몰라도 너는 그래.”
“아하핫···.”
내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허 경장의 말을 넘기고는 말을 꺼냈다.
“동생이 이번에 전학 간 건 아시죠?”
“아무래도 납치사건이다 뭐다···시끄러워서 둔방 쪽으로 전학 간 애들이 있다는 소식은 알고 있지. 네 동생도 이번에 전학 간 거야?”
“내 새 학기에 맞춰서 전학을 갔는데 거기에 같은 반 친구 중에 집에서 아동학대 당하는 가정이 있는 것 같아서요.”
“음? 학교에서 신고 들어온 거 없었는데?”
“여기가 관할이에요?”
“그건 아닌데 저번에 붉은 벽돌집 사건에서 느끼는 게 많아서 아동학대 관련해서 신고 들어오면 한 번씩 시간 내서 살펴보거든.”
“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허 경장의 말은 자신의 일이 끝난 비번 시간에도 아동학대 피해자 사건이 묻히지 않고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한다는 말이었다.
내 반응에 손사래를 친 허 경장이 말했다.
“둔방 쪽에서 아동학대 관련해서 신고가 없었는데 네가 없는 말 하지는 않을 테니까 한번 알아볼게. 그런데 그 친구 이름이 뭐라고?”
“부모 이름은 모르고 동생 같은 반 친구 이름이 이해인 동생도 있는데 이해아라고 했어요.”
허 경장은 경찰 수첩에 내가 말한 이름을 적더니 표시를 하는 듯 펜을 몇 번 극적이더니 이내 시선을 나에게 돌리면서 말했다.
“그래 중간고사 끝났으면 시험결과 나왔을 텐데 몇 등이야?”
“윽···. 그건 왜요?”
“왜? 말 못 할 점수인 거야?”
“그건 아니고 전교 3등이요.”
“뭐? 너 머리 좋구나? 중학교 때는 반에서 중간 정도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형은···.”
치지칙―.
경찰 무전기에서 나오는 특유의 수신음이 잘 잡히지 않자 파출소로 들어가면서 허 경장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험성적 잘 나왔네. 축하한다. 공부 열심히 하고 네가 말한 건 한번 알아볼게.”
무전기를 집어 들면서 파출소에 들어가는 허 경장이 거칠게 쓰다듬은 머리를 정리하면서 나도 모르게 말했다.
“엄마도 내 성적 들으면 좋아하시려나?"
마치 자랑하는 것 같은 기분일까 봐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말을 안 하고 있었는데 허 경장의 반응을 보자 어머니하고 동생이 기뻐할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매달리고 말았다.
도서관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자 종혁이와 경수는 잠깐 쉬려고 했는지 나를 붙잡고 휴게실로 나왔다. 허 경장에게 받은 음료수를 하나씩 돌리고 벤치에 앉았다.
“오 웬 음료수?”
“잠깐, 파출소에 갔다 왔어?”
“음? 무슨 일 있어?”
“나는 아니고 동생 반 애 중에 아동학대 당하는 친구가 있는 것 같아서?”
“음?”
종혁이 목이 말랐는지 음료수에 집중하다 내 말에 다 마신 음료수 캔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나를 바라봤다.
“아동학대? 누가 지나가다 애들을 때리기라도 한 거야?”
“아니 동생 친구가 좀 실수를 했는데 학교에 와서 그 애를 개 패듯 때렸다고 하더라고.”
“그럼 훈육 아니야?”
“훈육이라고 하기에는···말만 들어도 정도가 심하던데 100대는 넘게 때린 것 같더라.”
“뭐?”
“반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100대 넘게 맞았다고?”
“그래서 좀 마음에 걸려서 주신이한테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정작 나는 계속 신경 쓰이네.”
경수가 파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흰 구름을 한참 보더니 말했다.
“그럼 우리 한번 찾아가 볼까?”
“누굴 찾아가?”
“그 애 부모.”
“뭐?”
나와 종혁이가 경악을 하는 반응에도 멍하니 하늘을 보던 경수가 말했다.
“집에 누구라도 그 아이가 밖에서 맞고 돌아다닌다는 걸 신경 쓴다는 신호를 보내면 좀 강도가 덜하지 않을까?”
나와 종혁이는 서로 입을 열어서 말하지 않았지만, 경수가 인하일을 겪고 나서는 가정 내 폭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알았기 때문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수가 도서관 자리를 치우기 위해서 독서실 안으로 들어가자 내 옆구리를 종혁이가 찌르면서 작게 속삭였다.
“너는 어쩌자고 경수 앞에서 그 말을 내뱉냐?”
“아니···. 난 진수 형한테 음료수 받은 거 주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건데···.”
내가 억울해하는 얼굴빛을 했지만, 종혁이는 평소에 내가 하던 헤드록을 나에게 하면서 말했다.
“아동폭력 가정폭력 전부 경수 앞에서는 금지어야.”
“알겠어. 알겠다고···.”
내가 생각해도 너무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줘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말한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다.
종혁이의 공격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지만 실수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내가 둔방 초등학교에 전화를 했을 때는 당직 선생님 말고는 없었지만 이해인이라는 친구가 유명했는지 그 친구의 주소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주소를 이렇게 쉽게 알려줘도 되는 거야?”
“그만큼 항의를 하는 부모가 많았다는 거 아닐까? 담임선생님이 아닌데도 알 정도면?”
“그런가···?”
나와 종혁이 경수가 도착한 곳은 초등학교 근처 임대아파트가 있는 소형단지가 몰려있는 곳이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놀이터에는 주신의 또래의 아이들이 서로 그네를 타기 위해서 줄 서고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정겹게 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