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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04화 (104/205)

<104화 중간고사>

“교통사고는 택시 타고 가다가 사거리에서 난 건데···”

“사거리 교통사고? 그거 크게 난 것 같던데 괜찮아?”

“신호 무시하고 속도 내던 트럭이 사거리 건너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택시하고 사고 났다고 하던데···?”

“아마 맞을 거야. 사고 나고 정신없는데···.”

“사고 났으면 경찰을 기다리거나 구급차를 기다려야지. 그 상태로 어디를 간 거야?”

“마음에 걸리던 게 있어서···.”

“난 네 어머니가 너 납치됐다고 신고받았다고 진수 형한테 들었는데?”

“진수형?”

경수의 놀란 반응에 종혁이가 대답했다.

“허 순경 이제 진급해서 허 경장이라고 불러야 하는데···그냥 진수형이라고 부르라고 해서···.”

“그럼 경찰한테는 주인이 어머니가 신고한 거야?”

“엄마가 그러는데 주인이 어머니가 너무 당황해서 전화해서 무슨 내용인지 잘 못 알아들었는데 무슨 위험한 사람 따라간다고 납치당한 것 같다고···.”

“내가 납치당한 건 아닌데···.”

“뭐야? 겁도 없이 납치범을 쫓아간 거야?”

“어···설명하자면 긴데···.”

“길어도 설명을 제대로 해야지.”

“어제 주인이 어머니가 왜 정신을 못 차리고 횡설수설했는지 알겠네.”

“그래도 휴대폰으로 위치 추적해서 찾았지. 아니었으면 어디 야산에 묻혀있는 거 아냐?”

어설프게 대답하는 내 모습에 종혁이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너랑 놀지 말래.”

“응?”

나는 종혁이의 말에 놀라서 종혁이를 바라봤다. 경수도 콧김을 크게 하더니 덧붙였다.

“나도···.”

“어···?”

이제까지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웃고 있던 입꼬리가 내려갔다.

‘종혁이, 경수를 만나기 어려워지는 건가?’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그런 내 표정을 보고는 종혁이와 경수가 마주 보더니 폭소하기 시작했다.

아하핫―.

“걱정시키고는 실실 웃기나 하더니 이런 말에 표정이 굳는 거야?”

“그러니까. 너 위험한 건 생각 안 하고 말이야.”

나는 종혁이와 경수의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주변을 걱정시켰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자꾸 이런 사건하고 엮이면 종혁이나 경수 부모님이 좋아할 수는 없겠지.’

나는 사건에 휘말려도 어제와 같이 감정에 휩쓸려서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건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다짐 덕분일까?

중간고사가 다가올 때까지 집하고 학교만 오가는 생활을 이어나갔다.

교실은 차분한 가운데서 긴장이 느껴졌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처음 치르는 시험이기 때문에 다들 더 조심하는 느낌이었다.

종혁이는 시험 전에 예민해지는 경수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하더니 시험 전에 말도 못 붙일 분위기였다. 나는 시험이 빨리 끝나기만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정리한 노트를 들었다.

띠리링―.

시험 시작종이 울리자 사각사각하는 소리와 시험지를 돌리는 소리만이 교실을 장악했다.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밝은 햇살만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줬다.

기억책 덕분에 시험문제를 빠르게 푼 나는 시험지 위로 답안지 마킹을 하면서 실수하지 않도록 두 번씩 확인했다.

그렇게 4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중간고사 시험 마지막 날 1교시부터 4교시까지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해방감을 느끼면서 하교를 하기 시작했다.

“야자 없이 해 떠 있을 때 집에 가는 게 얼마 만이지.”

“토요일에는 야자 없잖아?”

“그거랑 이거랑 같냐?”

“뭐 그건 그렇지?”

나와 종혁이는 자전거를 타고 익숙하게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러자 익숙한 인형이 우리를 반겨줬다.

“경수야!”

“시험 잘 봤어?”

“시험지는 잘 봤지. 다들 장난 아니야. 살얼음판이라고.”

“네 학교는 다음 주 월요일 날 시험 끝난다고 했던가?”

“왜 주말을 끼고 시험을 보는 거야?”

“주말 동안 더 공부하라는 거지.”

“으···완전 극혐이다.”

“그럼 토요일 날에도 시험 보는 거야?”

“그렇지.”

“완전 싫다. 진짜.”

“어쨌든 난 도서관에서 내일 시험 준비해야 하니까 둘이 놀다 오든지 해."

나와 종혁이는 서로 마주 보고 씩 웃더니 경수의 어깨에 한쪽 팔을 하나씩 걸고는 도서관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시험도 좋고···.”

“공부도 좋지만···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밥은 먹자.”

나와 종혁이가 시험이 끝났는데도 경수와 점심을 먹기 위해서 도서관에 온걸 알았는지 경수도 말로는 어디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입꼬리를 올리고는 오늘의 정식을 주문했다.

“넌 오늘도 돈까스냐?”

“맛있잖아.”

돈까스가 맛있다는 건 나와 경수 둘 다 인정하지만, 종혁이처럼 매번 먹는 건 도저히 못 할 짓이었다.

“너는 외국 나가서 음식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게 외국 여행 가서 가장 힘든 게 김치 못 먹어서 힘들다고 하던데···최소한 종혁이는 김치를 찾지는 않겠지.”

“나 유학 가.”

“뭐?”

나와 경수가 놀라서 종혁이를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정확히는 외국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할 것 같아.”

“왜? 너희 아버지 서운대 교수님인데 너도 서운대 가야 하는 거 아냐?”

“나도 당연히 서운대 가려고 했지.”

“그런데?”

“아빠가 서운대 말고 다른 곳에서 졸업하고 서운대는 석사과정만 밟든지 하라고 하던데?”

“너희 아버지 서운대에서 위치가 제법 높지 않아? 경영학 쪽은 완전히 휘어잡고 있는 걸로 아는데 굳이 외국대를?”

“아빠가 서운대에서 이름있는 교수여서 외국대 가라고 하던데?”

“뭐?”

“아빠 휘광으로 간 게 아니라 내 힘으로 입학하고 졸업했다고 인정받으려면 외국 대학교로 가는 게 좋겠다고 오해하지 말라고 하면서···.”

“너는? 너는 괜찮아?”

“뭐 석사과정하고 내키면 박사과정까지? 서운대에서 해도 되고···.”

“외국에서 4년 동안 아니면 그것보다 오래 나가 있는 건데?”

“그런데 그냥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해서···.”

“뭐?”

“그렇잖아. 나는 당연히 서운대 갈 것처럼 다들 말하니까 반발심도 좀 들고···.”

종혁이의 말에 한참 말이 없던 경수가 정식에 나오는 된장국을 뜨면서 말했다.

“난 서운대 갈 거야.”

나와 종혁이가 놀라지 않고 눈앞에 있는 식사에만 집중하자 뜨던 된장국을 내려놓고 다시 말했다.

“난 서운대 간다니까?”

“그럼 어디 갈려고 했는데?”

“당연히 서운대 가야지.”

나와 종혁이의 반응에 황당하다는 경수의 표정을 보고는 종혁이와 내가 피식 웃고 답했다.

“너 판검사가 목표잖아. 그럼 서운대 가야지.”

“학벌 만든다고 우리한테 큰소리친 것 때문에라도 서운대 가야지.”

나와 종혁이의 반응에 할 말을 잃은 듯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시 점심 식사에 집중했다.

“그럼 주신 이 너는 어디 갈 건데?"

“나?”

“그래 너 말이야. 나야 서운대 가고 종혁이는 외국 대학교에 지원한다고 하면 너는?”

“나는···이번에 나오는 성적 보고 결정하려고.”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점심 먹었던 자리에서 식기를 반납하고 경수는 도서관에 나와 종혁이는 학원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수는 서운대 입학하겠지?”

“개가 입학 못 하면 서운대가 국내대학 1위 자리를 못 지킨거지.”

“크큭 그런가? 나 이제 공부만 아니라 봉사 활동도 해야 하거든?”

“봉사 활동?”

“응···봉사 활동하고 이것저것 국내학교 입학전형하고 다른 게 좀 있더라고.”

“그래서 너한테 고마운 것도 있어.”

“나한테?”

“사건 사고가 많기는 했지만 네 덕분에 용감한 시민상도 탔잖아? 그걸 가지고 지원서 작성하면 아무래도 다른 지원자들보다는···.”

나는 말을 이어가려는 종혁이에게 어깨동무를 하고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야말로 너하고 경수 덕분에 상 받은 거지. 스타 PC에서 오늘은 내가 본진 털어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너 같은 허접이? 경수나 이기고 덤비시지?”

시험이 끝난 날의 장식은 역시 PC 방이었다.

종혁이와 내 휴대폰이 불이 날 정도로 게임을 하다가 늦게 들어간 다음 날 우리는 복도에 적힌 성적을 볼 수 있었다.

“1등 축하한다.”

“당연하지. 너야말로 3등 축하한다?”

“그런데 2등에 강혜림은 누구지?”

이런 우리의 궁금증에 답하듯 현진이가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면서 대답했다.

“여자반 1등이야.”

“그래?”

“중학교 때까지는 성적을 공개하지 않아서 아는 애들만 알 거야.”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뒤를 돌아서 가려는데 화가 난 표정으로 우리 앞을 막아선 단발머리에 큰 눈에서 레이저를 쏟아내고 있는 여학생이었다.

현진이가 아는 여학생인지 부지불식간에 입을 열었다.

“강혜림?”

그 말이 시한폭탄을 누른 발사 버튼이라도 된 것처럼 쇠 된 외침이 여학생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문종혁! 종혁이가 누구야? 너야?”

나를 노려보는 여학생의 눈초리에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 손으로 종혁이를 가리켰다.

배신당한 것처럼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종혁이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현진이를 데리고 한발 뒤로 빠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학생이 종혁이 앞에 섰다.

종혁이 어깨 정도에 오는 작은 키였지만 얼굴이 작고 인형 같은 비율이어서 귀여웠다.

‘잘 어울리는데?’

무심결에 생각한 생각이 현진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둘이 잘 어울리지 않아?”

“어?”

그러나 현진이의 말은 혜림이의 외침에 묻혀버렸다.

“너!”

종혁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하면서 나를 향해 SOS 신호를 보냈지만 나는 흥미진진한 사태에 눈을 빛내고 있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전교 10등에도 들지 못했다가 고등학교 때 전교 1등이라니 말이 돼?”

“겨울 방학 동안 열심히 해서···.”

내가 들어도 맥없는 종혁이의 대답에 혜림이라는 여학생은 눈에서는 레이저를 입에서는 불꽃 샤우팅을 발사했다.

나와 현진이는 팝콘이 없는 걸 아쉬워하면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복도에서의 소란은 아쉽게도 우리 반 담임이 나타나면서 끝이 났다.

반으로 돌아오자 종혁이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와 현진이를 보고 있었다.

아니 나와 현진이를 보는 게 아니라 그저 허공만 보고 있었다.

내가 종혁이 얼굴 바로 앞에서 손을 흔들자 그제야 눈초리가 사나워지더니 나와 현진을 원망스럽다는 듯 노려봤다.

현진이는 어느새 백스텝을 밟더니 순식간에 사라지고 종혁이 앞에는 나 혼자만 서 있었다.

‘오현진 이럴 때만 빠르지···.’

나는 종혁이를 향해 어색하게 웃으면서 어깨를 툭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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