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인연? 악연? 3>
“악연이 왜 있는 것 같은가? 그 연이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이어졌을 경우에 좋은 인연이 있다면 악연도 있는 법이지.”
“그럼···.”
“이번 일로 자네의 악연이 청산 된 것이지.”
“그럼 제 원망은···.”
“원하는 데로 원망하고 미워하고 타박해도 된다네. 자네는 피해자가 아닌가?”
“하지만 악연은 청산되었다고···”
“악연이 끝났으니···인연이 시작되는 것이지.”
“그런 인연 따위는···필요 없습니다.”
“하하핫···.그것도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하게나.”
“···.”
“그럼 이번 특이점으로 얻게 될 보상을 듣겠나?”
“정의의 저울을 사용했는데 제가 얻을 특이점이 있나요?”
“더 많은 피해를 양산할 악인을 잡아드렸으니 특이점이 더 커졌고 그 아이도 큰일을 당하기 전에 구했으니 특이점이 크게 나타났지.”
“···.”
“자네는 모르겠지만···이수라는 아니는 이 사건으로 미혼모가 되어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다가 자신을 이해해준다는 사내의 말에 속아서 결혼하지만, 재산만 빼앗기고 이혼당한다네.”
“네?”
“그래서 자네가 구혼했을 때도 진정 자신을 사랑해서라고 생각하지 못했지. 자네를 만났을 때는 이미 남자라는 존재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커 자네의 모습을 올바르게 보지 못할 정도였다네. 그래서 먼저 상처받기 전에 미리 공격한 것일 수도 있지.”
“하지만 벼랑 끝에서 저를 밀어버릴 때 아내 옆에는 낯선 남자가···”
“그자가 누군지 아나?”
“글쎄요. 다급하게 봐서 공장 사장이라는 소리만···.”
“후후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럼···?”
“자네를 죽이기 위해서 호시탐탐 기회만을 노리던 사람일세.”
“네? 그게 무슨···.”
“자세한 내용을 듣고 싶은가?”
“네.”
“자네가 이번에 얻은 특이점을 전부 소모해야 자세하진 않지만 대략적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네. 그래도 듣기를 원하는가?”
“네.”
“후후···자네의 교통사고와 관련되어 있지.”
“···!!!”
“회귀 전 자네가 당한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 말일세. 그 사람이 자네가 죽고 없어지길 바랐지."
“네? 하지만 전 사고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가 되어서 분노했지만···큰 돈 앞에서 현실과 타협하고 합의를 해줬는데요. 어째서···.”
“자네의 사고를 낸 운전자가 이 사건을 조용히 덮고 가길 원했지. 큰 돈이 문제가 아닌걸세. 분명 사고를 낸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면 자신이 일으킨 사고를 빌미로 자신의 앞날을 방해할 거라고 확신했지.”
으드득―!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선재라···자네도 이미 알고 있다네.”
“네?”
“거짓된 모든 것의 사도 명이준일세.”
“명이준?”
“자네는 큰 사고 후 병원에 입원해 있느라 사고 당사자와 만나지 못해서 몰랐겠지.”
“그리고 보니 합의서를 쓸 때도 당사자 이름이 공란이었던···.”
“자신을 철저히 숨겼지. 하지만 단 하나 숨지 못하는 구석이 있었다네. 그래서 자네를 죽이려고 한 것이기도 하지.”
“···?”
“선거에 참여하게 되면 자신의 이름은 물론 얼굴도 방송에서 계속 내 비출 테니까···말일세. 거기에 보통 교통사고도 아닌 음주운전에 음주운전을 숨기기 위해서 도주까지 했으니···.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라면 사람 목숨은 별것 아니었겠지.”
“···!”
“자네가 죽고 난 다음에도 당선이 확정되어서 거짓된 모든 것의 사도로 자신을 뽑아준 이들을 속이고 약탈하고 비웃었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 자이기 때문에 거짓된 사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네.”
“···.”
“자네가 1단계 봉인에 쉽게 성공한 것도 여기에 있지.”
“그게 무슨···.”
“자네에게 행했던 악행의 무게가 더해졌기 때문에 심판하는데 힘들지 않았을걸세.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많은 거짓으로 사도의 봉인이 풀리면···.”
“풀리면···?”
“자네에게 일어났던 일이 그대로 아니 과거보다 더해서 일어날 수도 있다네.”
“제가 회귀를 했는데도 피할 수 없나요?”
“자네가 알고 있는 일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일어나겠지. 자네도 나비효과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
“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 이지만···. 그게 어떻게 관련이 되었다는 건지···.”
“나비의 날갯짓조차 이후에 어떤 영향으로 돌아올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1단계 봉인을 한 자네를 향해 어떤 행동을 할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저에 대해서 안다고요? 시야에 들어선 적도 없는데···어떻게?”
“사도는 보지 못했어도. 거짓된 모든 것은 알고 있을 테니까.”
“대백공 말씀은 봉인이 반드시 풀린다는 걸 전제하는 것 같은데···제 말이 맞나요?”
“그렇다네. 봉인은 풀릴걸세. 그게 조금이라도 늦어지기만 바랄 뿐이지.”
“봉인을 풀려는 누군가가 있는 건가요?”
“아닐세. 거짓된 모든 것의 힘이 강해지면서 풀리는 것이지.”
“봉인된 상태에서도 힘이 강해지나요?”
“세상에 거짓이 강해질수록 영향을 받을 거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제 곧 새로운 세상이 오면 정보는 더 빠르게 펴진다는 걸 알 거네.”
“네···.”
‘지금보다 인터넷이 더 발전하게 되면···사실상 아날로그 시대의 막을 내리게 되겠지.’
“과거보다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더 빠른 정보전달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면 거짓된 정보도 더 빨리 퍼지겠지.”
“그 말씀은···.”
“자네의 봉인 덕분에 회귀 전보다는 그 활동이 늦어지겠지. 하지만 결국 봉인은 풀릴걸세.”
“아···.”
“물론 회귀를 한 자네에게 무조건 불리한 것만은 아니지.”
“그 말씀은?”
“자네가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걸세.”
“좀더 자세하게···”
내가 대백공에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를 바라고 차디찬 계곡물에서 한 발자국 대백공이 있는 곳으로 딛자 대백공이 있던 장소와 나를 둘러싼 공간이 유리창이 깨지듯 깨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깨질 것 같은 머리에 나도 모르게 신음이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자 걱정스럽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는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주신아.”
초췌한 표정의 어머니 모습에 나는 입을 열기 어려웠다. 내가 입만 달싹이자 목이 마르다고 생각했는지 어머니가 생수를 컵에 따라 조금씩 목에 넘겨줬다.
내가 못 느낀 사이에 목마름이 심했었는지 의도와는 다르게 시원한 생수를 마시자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생수를 마시면서 느껴지는 개운함이 깨질 것 같은 두통을 없애는 느낌이었다.
“엄마···. 주인이는 어쩌고?”
“지금 동생 걱정할 일이니?”
“그래도···병원에 있으면 안 좋은데···.”
“그걸 아는 애가 병원에 입원했어?”
“그건···.”
“후···. 주신이는 기주 어머니가 돌봐 주고 있으니까 네 몸이나 걱정하렴.”
“전 괜찮은데요.”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내 상체를 꾹 누르는 어머니 힘은 약했지만 난 살에 맞은 짐승마냥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누워있어야 했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외삼촌이 들어오자 나는 이 상황을 탈출하게 만들어줄 구세주를 만남 기분으로 반갑게 인사했다.
“외삼촌!”
“몸은 괜찮아? 어디 통증은 없고?”
안부 인사를 하면서도 의사 특유의 질문 세례와 촉진하는 외삼촌의 모습에 어머니가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본다.
나는 어머니나 외삼촌을 걱정시켰다는 생각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괜찮아요. 아픈 곳도 없고···바로 퇴원해도?”
“무슨 소리야? 하루 동안 정신을 못 차렸는데···우선 MRI부터 찍어보자.”
“네? 저 괜찮은데···.”
“그런 무서운 범죄자하고 마주쳤다가 기절까지 했는데 뭐가 괜찮아.”
외삼촌의 역정에 내 몸이 어디 이상이라고 생긴게 아닌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양손을 잡고 내 모습을 보는 어머니의 표정을 보고는 더는 고집을 피우지 못했다.
덕분에 나는 병원에서 하는 모든 검사를 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아니 어떻게 병원에서 검사하는 것만으로 하루를 다 보낼 수 있는 거지?’
간단하게는 피검사부터 끝으로는 내시경까지 안 한 검사가 없을 정도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하고 피곤한 모습으로 병실에 들어서자 익숙한 인형에 반갑게 인사했다.
“종혁아, 경수야?”
“너!”
“몸은 괜찮아?”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두 사람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도 못 하고 병실 문에 붙어서 도망갈 곳을 찾는 범인처럼 이리저리 눈만 돌리고 있었다.
이런 나를 구해준 건 간호사였다.
“남주인 환자분 피 뽑고 검사 하느라 지쳤을 거예요. 우선 침대에 누울까요?”
계속 침대에 눕히지 못해서 안달이 난 외삼촌에서부터 간호사까지 나를 너무 힘들게 했지만, 종혁이와 경수의 질문 공세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고마웠다.
내가 침대에 눕자 그제야 내가 환자라고 생각이 들었는지 종혁이와 경수가 쭈뼛거리면서 침대가에 앉았다.
“학교에 등교했는데···갑자기 네가 입원했다고 해서 정말 놀랐잖아."
나는 검사하느라 한 끼도 먹지 못해서 기운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 갑작스럽게 사건에 휘말려서.”
경수가 종혁이가 입은 어두운 남색 교복과 다른 회색의 밝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수업은 다 끝내고 온 건가?’
“무슨 사건? 난 어제 교통사고 났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종혁이와 경수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더니 나에게 설명하라는 듯 나를 바라봤다.
나는 상체를 일으켜서 침대에 기대고는 말했다.
“교통사고 난 것 맞고 사건에 휘말린 것도 맞아.”
“뭐?”
놀란 표정의 종혁이와 경수의 모습에 누군가 나를 걱정해준다는 사실에 살짝 웃고 말았다.
‘회귀 전에는 나를 이렇게 걱정해준 사람은 어머니 말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이런 내 모습을 어떻게 생각한 건지 종혁이와 경수가 소리를 크게 내면서 말했다.
“아니 넌 사고가 났는데 웃음이 나와?”
“어떻게 된 게 사건 사고가 매일 터지는 건데?”
나는 화를 내는 건지 걱정을 하는 건지 모를 두 사람의 모습에 회귀 후의 삶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