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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02화 (102/205)

<102화 인연? 악연? 2>

교통사고의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택시기사가 나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몸을 흔들면서 술법이 풀리면서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으···윽···손님 괜찮ㅇ···?”

택시기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돌아봤다. 내 몸 상태를 걱정하던 택시기사가 멀쩡하게 움직이는 내 모습에 놀란 것 같았다.

나를 태우고 달리던 택시기사의 신음과 함께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쫓아가던 택시는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택시기사는 사고가 이렇게 크게 난 마당에도 그걸 궁금해하는 나를 타박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 절실한 표정 때문이었는지 입을 열었다.

“신호가 바뀌는 와중인데도 그냥 달려서 사거리 너머로 가버려서···.”

나는 택시기사에게 품에 넣어둔 현금을 손에 잡히는 데로 넘기고는 택시기사가 가리킨 사거리 너머를 향해서 숨이 막히도록 달렸다.

‘이수야. 넌 어떤 삶을 살아왔던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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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라는 논쟁이 있다.

일의 선후가 서로에게 연관 있지만, 무엇이 우선인지는 아직도 논쟁 중인 문제이다.

어떤 사건을 우선으로 볼지는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선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본다.

‘이수와 나의 관계는 이 논쟁의 어느 사이쯤 아닐까?’

나는 이수의 배신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결국···죽음에 이르는 것보다 배신이 더 큰 상처가 되었다.

그런 배신의 쓰라림 끝은···그저 끝에는 살고 싶다는 심정밖에 남지 않았다.

이수가 어떤 선택을 해서 살았던지 그건 그녀의 선택이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아닌 강압에 의해서 인생의 경로가 순식간에 달라졌다면 그 이후로 상처투성이가 되어 마음이 닫혔다면···.

‘결국···이수도 그저 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그녀를 이해하고 싶은 감정과 동시에 상처받은 이수의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했던 나를 버렸던 그녀의 냉랭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난 결국 그녀에게서 무얼 바라고 있었을까?’

‘그녀는 나에게···나는 그녀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정작 답을 해줄 회귀 전의 이수는 이제 없다.

그녀의 배신이 뼈에 사무칠 원한이 되었는데도 나는 연쇄살인마와 사라진 이수를 찾는다.

‘나는···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복잡한 생각에 머리가 몽롱하다. 동시에 내가 서 있는 이곳이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

따르릉―.

오래된 휴대폰 특유의 통화음에 익숙해진 손길로 전화를 받는다.

“주인아? 오늘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 하니?”

“엄마···.”

늦어지는 내 귀가 시간에 걱정돼서 연락한 것 같은 어머니는 내가 입을 열자마자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챈 것 같았다.

“주인아? 아들? 괜찮아? 어디니? 엄마가 금방 갈게. 어디야?”

평소처럼 명료한 상태에서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을 말을 하던 나는 무너졌다.

회귀 전 아내를 마주쳤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심정적으로 흔들리고 만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아내에 대한 배신감 아니 이수에 대한 원망만 생각한다면 연쇄살인마에게 붙잡혀서 죽던지 못난 꼴을 당하던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머리가 몽롱한 상태에서 연락을 받은 어머니가 한달음에 달려갔다.

나는 걱정스러워하는 어머니의 호들갑스러운 행동을 보면서 생각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를 걱정하는 어머니가 당연하듯.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내를 원망하는 건 당연하다.

‘지금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해도 원망할 수 있지···. 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내 원망을 받아 줄 대상이 이대로 허무하게 사라지는 건 싫다.

오래도록···하지만 내가 힘들게 살아왔던 세월만큼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수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나는 마음을 정하자 어머니의 걱정하는 모습에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대답했다.

“엄마, 나 믿지?”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멍한 상태에서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믿냐고 묻는 내 행동에 놀란 것 같았지만 어머니는 이내 진중하게 대답해 줬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주인이를 안 믿어도 엄마는 주인이를 믿지.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나는 어머니에게 당부와 부탁의 말을 남기고 통화를 끝냈다.

‘걱정할 걸 알지만···죄송해요···하지만 지금 확인하지 않으면 천추의 한이 될 것 같아요.’

나는 놈이 이상한 행동을 보였던 산으로 향했다.

술법을 통한 악의를 읽어내다가 튕겨 나왔지만 처음 장면에서 이수가 두려워하면서 봤던 장면···

‘분명 놈을 미행할 때 봤던 숲속이 틀림없어.’

어머니의 시야에서 벗어났다고 생각되자 나는 믿기 힘든 속도로 산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채를 붙잡힌 채 비명이 나오는 입을 꾹 막고 있는 이수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칼을 들고 있는 범인의 모습에 단숨에 달려들 것 같은 심장을 내리눌렸다.

‘내가 달려드는 속도 보다 이수를 찌르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어.’

생각을 정리한 내가 놈이 이동하는 모습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역시 저번에 그 장소로 왔군. 놈한테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놈이 이수의 눈을 가리고 팔다리를 묶더니 미리 준비한 것 같은 구덩이에 이수를 밀어 넣었다.

“살고 싶어?”

입을 막아놔서 인지 놈의 목소리만 적막한 산속을 음산하게 장식했다.

“그럼 믿음을 줘야지. 도망가지 않으면 살려줄 수도 있어.”

그렇게 말한 놈은 이수의 곁에서 떨어져서 숨을 죽이고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놈이 이수에게서 떨어진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허벅지에 힘을 주고 재규어가 먹잇감을 낚아채듯 놈을 덮쳤다.

놈을 미행하기 위해서 입은 옷이 어두운색이어서 전혀 눈치를 채기 못 했던 것인지 놀란 놈이 나를 향해 흉기를 휘두른다. 흉기를 막기 위해 미리 준비한 벗어둔 상의를 휘둘러 흉기를 쳐내고 놈의 몸통을 감싼 채 바닥으로 넘어졌다. 흉기를 든 팔을 흔들어 휘감긴 상의를 떨구려고 하는 놈의 팔을 잡아 역 관절 방향으로 팔을 뒤틀어 버렸다.

이제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것과는 다르게 과감하고 단호한 손짓이었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어두운 숲을 강타한다.

“으아아악―.”

놈의 비명이 신호탄이라도 된 것처럼 숲 아래에서 불빛이 하나둘 생기더니 점차 다가오기 시작한다. 나는 완전히 제압된 놈의 몸에 올라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내 힘은 놀라울 정도여서 금세 거품을 무는 모습이었다.

‘이대로···.’

으읍―.

구덩이 쪽에서 몸을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입을 막은 천을 벗어냈는지 이수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흑···살···살려···주세요···.”

나는 살려달라는 말에 정신이 명료해진 것처럼 놈의 목을 꺾어버릴 듯 힘을 주고 있던 손을 덜덜 떨면서 떼어낼 수 있었다.

삐익―.

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더니 멀리서 커다란 외침 소리가 들렸다.

“주인아―!”

어머니가 나를 목놓아 부르는 소리에 나는 홀린 것처럼 몸을 일으켜 나를 비추는 빛에 몸을 맡겼다.

그 이후의 기억은 잠깐씩 선잠이 든 것처럼 확실하지 않다.

그저 소란스럽고 경악스러운 외침과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표정만이 내 시야를 가리곤 했다. 내가 축 늘어지는 몸과 탄력감을 잃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기절했다.

멀리서 나를 부르는 외침이 들려왔지만

모든 게 귀찮기만 했다.

그저 잠깐 쉬고 싶은 마음에 눈을 감는다.

점점 내 안으로 침전하다.

빛이 보인다.

차가운 계곡물에 빠져서 정신이 번쩍 든다.

머리가 소주 한 궤짝을 마신 것처럼 깨질 것 같다.

“어린 친구···허··허···. 큰 업을 청산 했구만.”

나는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고 대백공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끙끙 앓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내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백공이 말을 이었다.

“전생의 큰 악연을 청산했으니 그 특이점이야 말할 것 없을 거라네. 거기다가 악행을 일삼는 큰 악인을 잡았으니 이것 또한···.”

“어르신···.”

착 가라앉은 내 목소리에 내 반응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것인지 대백공 특유의 심유한 눈이 나를 향했다.

“이수는···. 악인이었습니까?”

“그녀는 타락자였다네.”

“그럼···.”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난다네. 자네의 친구 아버지가 한이 너무 쌓여서 타락자가 될 가능성이 생겼던 것처럼···이수라는 아이도 그 한이 넘쳐나 타락자가 된 것이지.”

“타락자가 된 이수는 악인이라는 말씀인가요?”

“악인은 아닐세. 한이 많아서 주변의 모든 것을 끌어당겨 자신과 같이 불행한 삶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내가 인하라는 아이의 재능이 대단하다고 말한 것도 이점일세. 자신이 받아낸 모든 고난과 한을 승화시킬 수 있는 재능은 정말 고귀하지. 이수라는 아이는 그저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한 풀어낼 수 없는 원망으로 타락자가 되고 주변의 모든 것과 함께 같이 한 맺힌 삶을 살게 된 것이지. 그 영향으로 자네의 삶도 불행한 삶이지 않았나?”

“저는 이수가 원망스럽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오늘 본 이수의 모습은···.”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었다는 건가?”

“네.”

“어린 친구···한 명의 인간이 가지는 관계의 위치가 얼마나 다양한지 아나? 자네 어머니와는 부모 자녀와의 관계. 동생과는 형제자매라는 관계. 학교 친구와의 관계. 한 명의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모습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네.”

“···?”

“자네···입장에서는 이수라는 아이는 아내였지만···동시에 여자였고···피해자이기도 했으며 이후에는 가해자가 된 것이지···.”

“···!”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자를 원망하고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원망을 받는 게 어찌 당연하지 않겠는가···. 어린 친구 너무 번민에 빠지지 말게나.”

“원망해도 되는 걸까요? 아직 저에게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악연이 왜 있는 것 같은가? 그 연이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이어졌을 경우에 좋은 인연이 있다면 악연도 있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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