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00화 (100/205)

<100화 야간자율학습>

다음날 등교하자 종혁이의 볼멘소리가 나를 반겼다.

“야자가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게 말이 되냐?"

종혁이의 불만 어린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최소한 자율은 빼야지 양심 없다니까.”

“넌 어머니한테 물어봤어?”

“응. 내가 말하니까 바로 학교에 찾아오신다고 하더라.”

“와···대박···.”

“왜?”

“난 엄마가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학교생활에 충실해야지 왜 빠지냐고···.”

“그래? 당연히 바로 들어 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우리 엄마 아빠 되게 좋게 봐주는 건 좋은데···아주 앞뒤가 꽉꽉 막혔다니까.”

“그래?”

“너 나 빼놓고 너만 야자 빠지면 배신자인 거 알지?”

나는 장난스럽게 웃고는 말했다.

“배신자여~”

이런 내 뒤를 샐쭉한 눈으로 보더니 내 뒤를 쫓아오는 종혁이와 복도에서 레이스 한판을 하고 교실로 돌아와 보니 입구에서 어머니가 동생의 손을 잡고 나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반갑게 어머니와 동생을 맞이해서 담임이 있는 교무실로 향했다.

어머니가 전화도 아닌 직접 방문할 건 예상하지 못했는지 쉽게 야자를 빼준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니···야간자율학습이라는 게 학생의 자율이 아닌 학생 부모의 자율인 건가?”

좌절하는 듯한 표정의 종혁이를 보면서 어깨를 툭 쳐주고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와 동생에게 향했다.

‘야자는 예상 밖의 암초였는데···다행히 잘 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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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멀리서 보이는 붉은 불빛만이 도심을 밝히고 있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만큼 멀리서 비추는 도심의 불빛으로는 한 치 앞을 확인하기 어려운 숲속이었다.

‘하지만 육체 강화 술법 덕분에 나는 사물식별이 충분히 가능하지.’

도심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깜박이듯 흔들리는 불빛을 멀리서 따라가면서 생각했다.

‘내가 지켜보는 걸 알아챈 건가?’

나는 내 앞에서 주위를 살피듯 조심스럽게 산을 타는 남자의 뒤를 잡고 미행하고 있다.

왜 이런 미행을 하는지 설명하자면 길지만 짧게 말하자면 앞서고 있는 사람은 택시 기사다.

종혁이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는 다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평소와 다르게 택시를 불러서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 택시 기사의 기억···.’

너무 소름 끼쳐서 제대로 보지 못하고 흘러버리고 말았지만, 한마디 말은 정확하게 기억한다.

‘이거···쓸만하겠는데···?’

사람을 보는 눈길이 아니었다. 무언갈 약탈하기 직전의 물건을 셈하는 듯한 무감각한 감정이었다.

어머니가 길에서 택시를 잡았을 때 택시 기사가 떠올린 기억 중 마지막 말만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종혁이가 나를 붙잡고 어머니가 붙잡은 택시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기억을 읽다가 튕겨나간다는 걸 알게 됐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지금도 뉴스에서 끝자락에 심각하게 다루는 택시 납치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되는 것이다.

‘분명 처음 사건 장소는 안남시가 아니었는데···어쩌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 안남시로 온 걸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들자 계속 택시 기사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주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혼자서 택시 기사를 감시한다는 게 사실상 힘들어서 놈과 얼굴을 마주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분명 기주 납치사건 때 동생과 친구들이 같이 타고 가던 버스에서 날 알아봤던 거야.’

그 당시 시선을 보면 놈도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조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에 내가 김 씨 아저씨를 알게 되고 택시 기사의 뒤를 밟아 달라고 한 이후로는 미행의 낌새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문가는 나처럼 쉽게 미행을 들키지 않을 테니까.’

김 씨 아저씨는 평범한 택시 기사를 미행하라는 내 의뢰에도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고 계속적으로 놈의 행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왔다.

갑자기 목표물이 평소와 다르게 인적이 드문 산길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는 시선이 있다는 생각에 몸을 사렸겠지만, 놈은 중독자나 마찬가지다.

‘오래 참은 거겠지.’

나의 무리한 부탁에도 아무렇지 않게 놈의 행방을 쫓아준 김 씨 아저씨 덕분에 의심스러운 행동을 시작하자 놈을 쫓게 된 것이다.

부스럭.

스스로가 만들어낸 풀숲에서 나는 소리에도 뒤를 한 번씩 돌아보는지 흔들리는 랜턴 불빛이 꼭 숲속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어둡고 어둡지만 그래서 더욱 밝게 느껴지는 불빛이 비치는 공터는 숲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작은 공간으로 보였다. 놈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사라졌다. 놈의 뒤를 밟으면서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된 공터에는 희미한 밤꽃 냄새가 진동을 했다.

‘변태 새끼···. 이곳이 놈한테 무슨 의미여서···.’

놈의 행동에 눈살이 찌푸려지면서도 한밤중에 이곳까지 와서 미친 짓을 하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나는 이곳의 위치를 기억하고자 주의 깊게 살펴보고는 놈의 뒤를 쫓았다.

밤새 술래잡기하듯 산속에서 헤매었지만 의외로 놈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누군가 자신을 감시한다고 느껴서 조심하는 걸까? 아니면···.’

집으로 향하면서 생각이 깊어지는 때 익숙한 실루엣에 내가 눈을 들어보자 김 씨 아저씨가 익숙한 검은 봉지를 들고 나에게 밀크티를 내밀었다.

“김 씨 아저씨?”

“택시 기사를 하다가 교통사고로 집에서 쉰다는 사람에 대해서 의뢰한다고 했었지?”

“네···.”

“그런데 그 사람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마자 직접 미행을 한 이유가 뭐냐?”

“그건···.”

나를 무던하게 쳐다보던 김 씨 아저씨는 갈색 서류봉투를 나에게 넘기고 휘적휘적 걸어가기 시작했다.

“김 씨 아저씨?”

내 손에 들린 서류봉투만 김 씨 아저씨가 왔다 갔다는 걸 확신시켜줬다.

내 방에 들어와 서류봉투를 열자 내가 쫓고 있던 택시 기사의 인적사항이 적힌 간단한 신상명세와 어디를 주로 다니는지 시간대별로 표시된 서류였다.

다음날 내가 야간자율학습을 자신을 빼고 빠졌다는 사실에 아니 앞으로도 계속 빠질 거라는 사실에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은 종혁이에게 손에 든 걸 넘기면서 말했다.

“배신자 같으니 야자 빠지니까 좋냐?”

“이거 받아.”

“이거 뭐야?”

종혁이가 당황한 듯 뭔지 살펴보는 사이에 현진이가 옆에서 외쳤다.

“최신 MP3잖아?”

“뭐?”

당황하는 종혁이에게 작게 귓속말하듯 말했다.

“너 공부하기 싫다기보다는 야자 시간에 집중이 안 돼서 불만인 거잖아?”

“뭐···그렇지 공부는 방학 중에서도 계속했으니까.”

“이거 끼고 네가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해봐. 그럼 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한 것보다 더 나을걸?”

“진짜?”

자기는 발라드를 들으면서 공부할 때가 가장 잘 된다고 본인한테 들었다.

‘물론 회귀 전 동창회에서 만난 종혁이에게 들은 거지만···.’

이렇게 종혁이의 불만을 해결한 나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늘 밤에도 놈을 쫓을 생각에 머리가 아파 왔다.

‘차라리 범죄현장을 잡을 수 있으면 빠르게 해결할 텐데···’

나는 순간 범죄가 발생하기를 바란 자신을 타박하듯 머리를 감싸고 책상에 박았다.

쿵.

생각보다 큰 소리에 반 아이들이 전부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수학 선생님. 즉, 담임이 나를 주시하면서 말했다.

“남주인···앞으로 나와! 이 문제 풀어봐라. 못 풀면 복도에서 반성해야 할 거다.”

우리 담임은 요령이 없어서 입학식 다음날부터 정규 수업을 진행할 정도로 FM 이었다.

하지만 수업에 방해만 안 준다면 잠을 자던지 낙서를 하던지 신경을 안 쓴다. 입학식 첫날 담임으로 소개하면서 말했던 말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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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이지 보모가 아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는 것처럼 너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 커리큘럼을 진행할 것이지만 수업에 집중하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열심히 하려는 친구들을 방해하는 놈들은 쳐낼 수 있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수업에서 졸거나 딴짓하는 건 용서가 돼도 수업을 방해하는 놈들은 전부 복도에서 손들고 반성해야 할 거다. 물론 복도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감동을 주겠지. 알겠나?”

“네.”

“대답이 작다 알겠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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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한 말을 한 번도 어긴 적 없는 담임은 수업을 방해하면 이렇게 수업시간에 알려준 수학 문제 중 어려운 문제를 앞에 나와서 풀어보라고 시켰다.

‘못 풀면 복도에서 반성이라는 이름으로 얼굴이 팔리게끔 하는 거고···.’

나를 걱정스럽게 보는 종혁이의 시선이 등에 박히는 걸 느끼면서 나는 천천히 칠판에 적힌 수학 문제를 바라봤다.

‘재능을 받기 전이라면 앞에서 쩔쩔매고 창피한 표정이 되어서 복도로 나가서 벌을 받겠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기억책에서 떠올린 수학 공식에 칠판의 문제를 대입해서 풀기 시작했다. 분필과 칠판이 부딪치면서 나는 특유의 소음이 조용한 교실을 가득 채웠다.

수학 선생님이 내 풀이를 보더니 들어가도 좋다는 말에 나는 조용히 자리에 착석해서 열심히 남은 수업을 들었다.

‘괜히 담임 눈 밖에 나면 야자 빼는 것도 물 건너 갈지도 몰라.’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제를 잘 풀고 이내 수업에도 집중한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종소리와 함께 수업을 끝냈다.

“그거 아직 수업받기 전 내용까지 포함된 어려운 문제였는데 어떻게 푼 거야?”

현진의 놀랍다는 반응에 나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방학 동안 종혁이, 경수하고 도서관에서 공부 좀 했지.”

“조금한 게 아닌가 본데?”

“너도 알잖아. 경수가 괴물인 거. 그 옆에서 하다 보니까 나도 나지만···종혁이는 제대로 자극받았을걸?”

“음? 야자도 싫어하는 것 같던데?”

“그건 야자 시간이 소란스러워서 그런 거고. 오늘부터는 다를 거야.”

종혁이가 웃으면서 MP3를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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