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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99화 (99/205)

<99화 고등학교 입학>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빳빳한 칼라를 쓸어내리면서 남색의 재킷과 포켓에 새겨진 문양을 한번 내려다봤다.

‘키가 더 큰 건가?’

어색한 느낌에 짧은 머리를 쓰윽 만지고는 자전거를 타고 종혁이네 집으로 향했다. 익숙하게 골목 어귀에서 손을 흔드는 종혁이와 함께 새로운 백신 고등학교로 향한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자물쇠까지 채우자 종혁이가 바람에 날린 머리를 털어내면서 말했다.

”부모님은 입학식 시작하면 맞춰서 온대···네 어머니는 오늘 동생 때문에 못 온다고 했나?“

”주신이 개학일하고 겹쳐서···새로운 학교에서 첫 등교니까 걱정되시는 것 같아. 그래도 입학식 끝나기 전에는 오신다고 했어.“

나와 종혁이는 부모님과 어디서 만날지 간단하게 휴대폰으로 연락을 한 후에 입학식이 시작된 강당으로 향했다.

입학식은 간단하게 끝나고 각반의 교실로 안내문을 받기 위해서 삼삼오오 모였다. 내 옆에는 익숙하게 종혁이가 섰다. 저 멀리 현민이가 다가와 익숙하게 말을 건다.

“이번에도 같은 반인가?”

“같은 재단이어서 대부분 반이 그대로 올라간다고 했던가?”

내가 질문하자 종혁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현민이가 말했다.

“중학교 때도 전학생이 오거나 전학 가는 게 아니라면 거의 같았지 뭐.”

“이번에도 마찬가진 것 같아. 3학년 때 같은 반 애들이 대부분인데?”

“너희 특별활동부서는 결정했어? 방송부에 지원하지 않을래?”

“방송부?”

“중학교 때까지는 특활이 별다를 개 없지만 수시 지원하려면 인기 있는 특별활동부서는 금방 접수가 끝나버려···”

종혁이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질문했다.

“특별활동을 꼭 해야 해?”

“1학년까지는 반드시 가입해야 하고 2, 3학년은 선택사항이야.”

“그럼 특별활동부서를 꼭 지금 있는 곳 중에서 선택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 뭐···학적부나 봉사 활동 이런 거에서 자유로운 경수였다면 차라리 특별활동부서를 만들어서 혼자 등록하고 말걸?”

“그게 가능해?”

“백신 재단은 가능하지. 공부만 잘하면 어떻게든 편의를 봐주니까.”

“다른 말로 하면 경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거네.”

“경수같이 전교 1등이 아니면 새로운 특별활동부서 만드는 귀찮은 일을 도와줄 선생님이 있을까?”

“정말?”

“설마···.”

나와 종혁이의 놀라움이 담긴 말에 현민이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대답했다.

“으음···믿기 힘들 수도 있는데···내가 조사한 바로는 전교에서 알아주는 공부 벌레들만···아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런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요청한 경우는 만들어주고 졸업하면 폐지된 특별활동부서는 있는데···그냥 아이들이 모여서 신청한 부서는 신청부터 반려되었어. 이건 선배한테 확인한 부분이고···.”

“입학하고 몇 시간 되지도 않은 짧은 사이에 이런 것까지 어떻게 알아낸 거야?”

“방금 입학한 새내기 신입생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오지랖 넓은 선배만 한 명 알면 금방이지.”

나와 종혁이는 서로 바라보다가 현민이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특별활동 방송부로 지원 넣는다? 그리고 인기 있는 부서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야.”

나와 종혁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입학 당일 담임이라고 나타난 남자 선생님이 나눠준 안내문보다 현민이의 말이 더 유용한 정보였다는 건 다음날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와···대박···.”

입학식 당일은 종혁이 가족과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각자 집에 갔다가 헤어졌는데 다음날 새로운 고등학생 교복을 입고 등교한 교실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벌써?”

“벌써 인원모집이 끝났다고?”

“그럴 수밖에···인기 있는 부서하고 했잖아. 그리고 학적부 기록도 좋게 적어준다고.”

“음?”

“우선 방송부면 활동적이며 사교적 이런 단어로 시작한다고···.”

“너···정말 대단하다.”

내 말에 그냥 듣는 감탄사라고 생각했는지 현민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계속 말했다.

“거기다가 방송부 일은 한정되어 있는데 다들 신기해서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굳이 나서고 싶지 않으면 다른 친구들이 전부 해주고.”

“뭐?”

“그러니까 특별활동에 참여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조용히 지낼 수 있는 아주 좋은 특별활동부서라는 거지.”

“우리야 좋은데···너는···”

“같은 반 친구가 방송부면 나도 좋지. 우선 특별활동 시간에 같이 이동하는 친구가 생기는 거고···거기다 2학년 선배한테 방송 기기 다루는 방법을 배우려면 2명의 추천이 필요해서···.”

“음?”

“너희도 나쁠 건 없을 거야. 내가 배우고 가르쳐줄게.”

“방송부가 사람이 많다 보니까 방송기기 가르칠 때 한 명이 담당하는 선배한테 배우고 나머지 친구들한테 가르쳐주는 방식이거든.”

“아···그래서?”

“그런데 방송 쪽 일에 진심인 애들이 점점 느니까 이것도 경쟁이야. 그래서 너희한테 알려주고 도움 요청하는 거지.”

“1학년 때 배우려면 2명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응 그리고 세 명이 한 조처럼 묶여서 배운 1명이 나머지 2명한테 가르친다는 건데 잘 활용되면 아주 편한 정책이지만···”

“그렇게 속 편하게 될 리는 없겠네.”

“그렇지.”

“나는 방송기기 다루는 건 별로 관심 없는데 종혁이 너는?”

“뭐, 어떻게 하는 건지 한번 구경하는 건 나쁘지 않을까?”

“그럼 현민이 네가 잘 배워서 우리 구경 좀 시켜줘. 그런데 당장 시작하는 거야?”

“새 학기 시작하고서 다들 정신없으니까. 3월 지나서 4월쯤 활동 시작한다고 들었어.”

띠리링―.

수업 시작종이 울리자 우리는 각자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뒷자리에 앉은 현민이 말했다.

“이런 수업종도 다 방송부에서 하는 거야.”

“선배들은 수업 안 들어?”

“설정만 해놓고 수업 듣는 거지. 그런 설정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고.”

담임이자 수학 과목 담당인 선생님이 들어오자 조용해졌다.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싸자 그런 나를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보는 종혁이의 표정을 보고 말했다.

“수업 끝난 거 아니야?”

“수업은 끝났지. 야자가 남았잖아.”

“야자?”

“학교에서 밤늦게 야간자율학습 시킨다고.”

회귀 전에는 상업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한 문제였다. 이후에는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게 없어지기도 했고···

“허···아직 미성년자인 애들을?”

“다들 그러는데?”

“그러니까 아직 학생인데 밤늦게 돌아다니게 한다는 거잖아.”

“뭐···그런가?”

그런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종혁이가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을 하더니 계속 말했다.

“난 주변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니까 그런 부분까지는 생각 못 했네···그런데 다들 하잖아?”

“안 하는 방법은 없는 거야?”

“뭐···부모님이 야간자율학습 빼달라고 연락을 해주면 가능할지도? 그런데 부모님들은 학교에 오래 있으면 공부하는 줄 안다니까?”

저녁은 종혁이와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떡볶이를 먹었다. 시간이 지나면 맛볼 수 없는 추억의 떡볶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먹는데 종혁이의 표정이 질린 기색이다.

“왜? 맛없어?”

“맛있지. 학교 앞 떡볶이집이 맛없기도 힘들어.”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현민이가 말하는데 백신고등학교는 아직 급식실이 없어서 점심은 도시락 먹는다고 해도 저녁은 대부분 여기 분식집에서 먹는데···나중에는 떡볶이 파는 아주머니가 언제 떡을 가게에 들여놓는지도 안다더라.”

“음?”

“그만큼 많이 먹게 돼서 질린다고.”

“넌 아직 아니잖아.”

“그런데 앞으로를 생각하니까···.”

“일어나기 전 일로 고민하지 말고 질리기 전에 맛을 즐기도록 해. 그리고 나중에는 질리게 먹었던 떡볶이를 먹고 싶어도 못 먹을 수도 있잖아?”

“설마···”

아리송한 표정을 짓던 종혁이와 떡볶이를 마저 다 먹고 자리에 일어나서 도착한 교실은 이런 모습이었다.

크르릉―.

어디선가 조용히 배경음악처럼 전차 소리 같은 코 고는 소리와 휴대폰으로 누군가 문자를 하는 듯 작게 튀는 버튼 소리가 들려왔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열심히 무언가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가가니···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종혁이도 이런 풍경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멍한 표정을 짓다가 교과서를 펼쳤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음에 질린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음 휴식시간에 벌떡 일어나 옆자리에 앉은 나를 끌어당기더니 말했다.

“도저히 공부하기 힘들다. 차라리 책이라도 읽어야겠어. 도서관 아직 문 열었을까?”

“한번 가보자.”

교내에 특별활동부서 중 독서부가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었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는지 오래된 책 냄새와 함께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우리를 반겼다.

“누구야? 신입생 같은데?”

“아···1학년 3반 남주인인데요. 책 빌려 갈 수 있을까요?”

“여기 반납일 확인하고 서명하고 빌릴 책 제목 적으면 돼. 책 뒤편에 대출카드는 나한테 주고 반납할 때 내가 빌려 간 사람 이름 적어서 다시 넣어둘 거야.”

“책마다 반납일이 달라요?”

“음 같은데 새 책이나 인기 있는 책은 5일로 짧아 그래서 반납일까지 확인시키면서 서명 받는 거야.”

“아···.”

“오늘은 운이 좋았지만 내가 없는 날은 교내 도서관 운영 늦게 안 하니까. 주의하고···.”

“네?”

“독서부 부원이 부족해서 가끔 문을 열지 않는 날도 있거든. 그런 날은 반납일 자동연장되니까 걱정 하지마.”

“그럼 선배는 언제 자리를 지키는데요?”

“나는 월요일하고 수요일 담당이야.”

내가 독서부의 선배로 보이는 사람과 대출에 관한 대화를 하는 사이에 빌릴 책을 가져온 건지 내 뒤의 종혁이가 선배에게 책을 내밀었다.

“한 사람 당 책은 세 권까지 빌릴 수 있는데 남주인이라고 했던가? 네가 이 친구가 빌린 책 대출받을 거야?”

“네 그럴게요.”

나는 선배가 내미는 서류의 빈 공간에 서명을 하고 책 뒤의 대출카드를 넘긴 다음 발걸음을 서둘렀다.

독서부가 관리하는 교내 도서관은 오래된 구관에 있었는데 해가 지고 나니 복도를 걸으면서 우리는 서로 대화를 나눴다.

끼익―끼익―.

우리가 걷는 발걸음마다 쫓아오듯 오래된 마룻바닥 소리에 결국 입구가 보이자 후다닥 달려서 밖으로 나온 나와 종혁이는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후···진짜 깜짝 놀라서 심장이 밖으로 나올뻔했다.”

“그···여자 선배 예쁘기는 한데 밤에 오래된 교실에서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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