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용감한 시민상 2>
용감한 시민상을 받고 나자 경수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외출에서 돌아왔다는 걸 알리고 입원한 모습을 확인하고 다들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서 용감한 시민상을 처음 생긴 내 방에 걸어두면서 족제비가 생각났다.
뚜르르.
핸드폰 신호음이 다 울리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오늘 병원에 왔었다면서···.”
“아···엄마한테 들었어요?”
"수술 중이어서 전화를 못 받았네···.”
“어쩔 수 없죠. 다음에는 외삼촌 보러 갈게요. 그런데 제가 부탁드렸던 그 형이요.”
“아···폭행으로 상해 입었던 친구? 이름이 송태연이었던가?”
“네. 그 형이 전에도 한번 크게 다쳐서 다리가 한쪽 불편하다고 하던데 그것도 치료 가능할까요?”
“뼈가 잘못 붙은 거라면 쉽게 생각하기 어렵지 언제쯤 사고가 난 건지 아는 거야?”
“자세히는 몰라요. 1년은 넘었을 것 같은데.”
“아직 만으로 19세니까 뼈가 자라는 나이라서 한번 시도는 해볼 만하지. 그런데 굳은 뼈를 다시 부러트려서 강제로 맞추려면 지금 있는 장비로는 힘들어. 외과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말이지.”
“그럼 외부에서 지원이 되면 외삼촌이 직접 수술도 가능해요?”
“장비만 지원된다면 우리 병원의 수술역량으로 가능하지.”
“너···또 무슨 생각 하는 거냐?”
“아무 생각 안 하는 데요?”
“오늘 용감한 시민상 타는 건 왜 말 안한 거냐? 연미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외삼촌 바쁜 거 아니까 그런 거죠. 이번에 이것저것 부탁드린 것도 많고···.”
“나도 조카가 용감한 시민상 탔다고 자랑하게 사진이라도 가지고 와라.”
“네 죄송해요. 다음에 상 탈 때는 꼭 부를게요.”
“또 위험한 짓 할 거면 상 필요 없다.”
“하하 알겠어요.”
끝까지 내 걱정을 하는 외삼촌과의 통화를 끝으로 종혁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송태연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고 지원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당연히 도와야지. 아직 어린 학생이 그런 안 좋은 일을 당했는데 지원할 수 있으면 해야지. 그리고 이번에 신원을 안 밝힌 익명의 기부자가 큰돈을 기부해줘서 재단에 여유도 있어. 이참에 둔방 서운 대학병원하고 제휴를 맺는 걸로 한번 말해봐야겠다.”
“제휴요?”
“음···. 의료기기를 최신화에 재단에서 지원하고 둔방에서는 재단에서 후원하는 피해자들을 최우선적으로 진료해 주는 거지.”
“아···.”
“마침 이번 연말 행사에 둔방 서운 대학병원에서도 참석한다고 하니까 말 꺼내기도 쉬울 거야.”
“잘되면 좋겠네요.”
“제휴가 잘 안돼도 그 송태연이라는 친구가치료받는 데는 문제없을 거야.”
“매번 감사합니다.”
“이렇게 남을 위해서 생각할 줄 아는 주인이가 종혁이 친구라서 좋은데? 호호 다음에 보자.”
“네. 들어가세요.”
나는 누가 내 방을 보는 것도 아닌데 어색한 느낌에 머리를 쓰다듬고 침대로 몸을 눕혔다.
“남을 생각한다고?”
나는 자조 어린 웃음을 입가에 물고는 잠깐 잠이 들었다.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아스라한 노을이 지는 듯한 배경의 오두막이 정겹게 느껴졌다.
‘대백공.’
“어린 친구 어서 오게···.”
나는 눈을 강하게 힘줘서 감았다 뜨고는 대백공이 손짓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특이점을 만들어 왔고 만?”
“네···그런데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니까···후···.”
“위선자라는 느낌이 든 건가?”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위선자라···겉으로만 착한 체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는 하지.”
“···.”
“그렇다면 겉으로마저 착한척하지 않는 사회는 어떨 것 같은가?”
“그건···.”
“위선도 선일세. 자네가 송태연이라는 사람을 지원해서 특이점을 얻고자 했다고해도 그 송태연이라는 사람에게 자네의 도움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인 건 변함이 없지.”
“그···럴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할까요.”
“후후···자네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지.”
“제가 너무 어렵게 사는 걸까요?”
“쉽게 사는 삶의 끝이 얼마나 허무한지 느껴봤지 않나?”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삶.
평범하다고 위안하고 살았던 삶.
착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내 행동을 만들어 내기 위한 단순한 말뿐이었던 착하다는 말에 속았던 삶.
그 끝이 어떠했는지.
“···.”
내가 말없이 상념에 잠기자 대백공이 말을 이어갔다.
“송태연이라는 사람에게 새로운 재생의 길을 열어줬으니 특이점이 크다네. 자네는 어떤 보상을 받고 싶나?”
“보상을 선택할 수 있다고요?”
“특이점이 크고 때가 맞았을 경우에 가능한 일이지.”
“어떤 보상인지 알 수 있나요?”
“정확히는 말하기 어렵다네···. 키워드만 말하자면···하나는 재물복, 다른 하나는 재능이 되겠지.”
“저는···.”
눈을 뜨자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흰색 벽지와 침대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 위치한 통창이 해가 저물어가는 걸 보여줬다.
노을 진 산자락이 붉게 물드는 걸 보면서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따르릉.
익숙해지지 않는 핸드폰 소리와 함께 통화를 누르자마자 큰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왜 이제야 받아.”
“잠깐 잠이 들어서···그런데 이 시간이면 미국은 새벽 아닌가요?”
“새벽부터 찾는 거면 중요한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아직···한국에 투자하려고 달러로 바꾸고 다닌다고 했잖아?”
“네···.”
“저번에 받았던 것도 전부 달러로 바꿨거든?”
“고생하셨네요.”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내가 돈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것 저곳에서 투자를 좀 해보라고 권유하고 그러는데···.”
“왜 좋은 투자상품이 있데요?”
“뭘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좋은 투자야.”
“그럼 투자해요.”
“너··너···너!!!”
“네?”
“최소한 무슨 투자인지는 물어봐야지.”
‘대백공의 특이점 보상으로 재물복을 선택해서 이번에 재물복이 들어온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무슨 투자인데요?”
앞으로 미국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성장 동력을 얻기 때문이다.
센티그램 소프트, 사과, 두글, 메가존, 페이스 스토리의 시대가 온다.
손으로 잡히는 종이의 시대가 아닌 손으로 잡을 수는 없지만 손쉬운 클릭만으로 세계가 연결되는 밀레니엄다운 변화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거기에 미성년자인 나는 이런 거대한 흐름이 올라타기 어렵다.
아직 상장하지도 않은 주식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회사명만 알지 어디서 창업을 준비하는지도 모르는 이들을 찾아다닐 정도로 내가 보유한 금액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화로 환전해놓은 상태에서 환차익 그리고 IMF 때 급격하게 떨어진 우량한 국내 부동산에 투자를 했다가 가격이 회복되면 팔아서 고공 행진할 주식을 잡을 예정이었다.
그래서 안나가 미국시민권을 얻었다고 했을 때 잘 되었다고 말한 진짜 이유였다.
‘대백공이 재물복이라는 선택권을 주기 전이지···.’
“스타트업 회사라고 하는데 아직 사무실도 없어서 허름한 창고에서 창업준비를 한다고 해서 내가 듣지도 않았거든. 그런데 세상에···이건 완전히 세상을 바꿀 새로운 형태의···.”
“그래서 그런 투자를 왜 누나···아니 안나한테 권한 건데요?”
“지금 창업을 준비하는 조프 바이스하고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한테 주식을 팔아서 투자금을 모았나 봐···그런데 그 지인 중 한 명이 보리스의 아버지라고 이번에 달러 환전하는데 도와준 보리스···가족인데···보리스가 대학에 합격했지.”
“축하하면 되는 건가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은 학자금이 엄청 비싸거든. 그래서 주식을 팔아서 대학에 갈 생각이라고 하더라.”
“그럼 보리스라는 친구에게서 창업 준비한다는 주식을 산다는 거네요?”
“정확히는 보리스 아버지가 보유한 주식을 미리 받아서 처분한다는 거지.”
“그런데 안나가 그렇게 흥분할 정도의 사업인 거에요?”
“나는 미래가 유망하다고 봐. 그리고 보리스라는 친구도 이번에 환전할 때 보니까 사기꾼은 아니었고.”
“그럼 투자하죠. 그런데 주당 얼만데요?”
나는 안나와 대화하면서도 속으로 생각했다.
‘18달러 이하면 무조건 투자할 가치가 있지.’
“주당 6달러에 팔 생각이 있는 것 같았어.”
“보리스라는 사람은 가진 주식 전부 파는 거예요?”
“아니···학자금으로 당장 쓸 정도만 판다고···10,000주 정도 말하던데?”
“최대한으로 전부 살 수 있을까요?”
“너···내 말만 듣고 투자하는 건데 괜찮아?”
“안나가 이렇게 급하게 전화할 정도면 좋은 투자처인 것 같아서요.”
“그건 그렇지만···.”
“사면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투자로 수익 나오게 되면 수익의 10%는 안나가 가지는 거고요.”
“뭐? 수익에 10%를 준다고?”
“매달 가져가는 월급 말고 투자로 인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인센티브인거죠. 그러니까 손실 안 나는 좋은 투자를 언제든지 추천하라는···.”
“너 진짜···.”
“네?”
“미친놈이야.”
“그렇게 보자면 투자는 전부 미친 짓이죠. 그렇다고 해도 투자금 건네기 전에 사기꾼인지 아닌지 확실히 조사하고 사요. 회사에 같이 가보는 것도 좋고···.”
“그래. 변호사하고 공증까지 받을게···.”
“그렇게까지는···?”
“확실한 게 좋잖아.”
“그건···그렇죠.”
“지금 가진 달러 대부분이 들어가는 큰 투자가 될 거야.”
“생활비는 남기고 투자해요.”
“그 정도는 여유 있다고···.”
은영 누나 아니 안나가 투자를 제안한 업체는 메가존이다.
내가 듣기로는 나스닥에 주당 18달러에 상장하면서 당해 900%가 넘는 성장을 거둔다.
주당 18달러의 900%만 해도 놀라웠지만, 주식 상장 전 조프 바이스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투자금을 모을 당시 상장가 주당 18달러가 아니라 주당 6달러 수준에서 투자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창고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당시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위험한 투자였다.
‘하지만 상장과 동시에 엄청난 성장을 이룬다는 걸 아는 내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기회인 거지.’
10,000주를 투자하면 6만 달러가 묶이는 거지만 나스닥에 상장하고 160달러에 팔 수 있다면 160만 달러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정보가 있다고 해도 내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10,000주보다 더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