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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79화 (79/205)

<79화 여기서 네가 왜 나와? 2>

처음 공장에 들어왔을 때부터 작동하고 있던 정의의 저울은 계속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피해자인 송태연이 놀랄 정도의 일방적 폭행에 가까운 폭력에도 저울은 미동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던 놈들이기에 일방적 폭행에도 저울이 미동조차 안 하는 거지?’

나는 아직도 한쪽 눈이 불타듯 하는 듯한 붉은 광채에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있는 새끼들 중에 최고 악질은 찐×라고 가리키고 있다는 말인데···.’

붉게 빛나다 못해서 이제 검붉게 보이는 불길한 오라가 정의의 저울에서 크게 기울어진 상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의의 저울을 통한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저울 위에 음울한 오라만 봐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너 도대체 뭐 하는 새낀데 이렇게 내 눈이 썩는 것 같지?”

“크크큭···.”

내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걸레짝 같은 몸 상태에서도 바닥을 쓸면서 웃는 송태연을 무시하고 찐×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너···내가 누군 줄 알아?”

“알아야 돼?”

“그···교복 백신 재단 학교지? 내가 말 만하면 너 같은 놈은 바로 퇴학이야.”

“뭐?”

“아···아니면 저 새끼 송태연처럼 병× 만들어버린다.”

끝에는 거의 악을 쓰는 놈을 보면서 송태연을 향해서 질문하려고 한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익숙해지지 않는 아찔한 두통과 귀속에서 울리는 이명이 들려왔다. 강화된 육체 중 오감을 강화해서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이명 하나하나가 멀리서 들려오는 게 아닌 바로 앞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기 힘든 소음 속에서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집중했다.

흐릿한 오래된 사진 속 장면처럼 느끼는 것과 동시에 사진이 움직이는 듯한 이상한 부유감이 느껴진다.

눈앞에 있던 찐×와 송태연의 지금보다는 앳돼 보이는 모습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장소는···

‘여긴가?’

의문이 가시기 전에 둘의 대화가 이어졌다.

“너 이 새끼 태권도 좀 한다고 거들먹거리다가 이렇게 되는 거라고.”

“크윽···.”

“왜? 내가 아는 형님이 있는데 동생 어려울 때 이렇게 몸소 나서주시더라니까? 크크큭”

“으아아악.”

“워워···반항하려고? 수연이는 어쩌려고?”

“뭐?”

“수연이 납치됐다고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달려왔으면서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돼?”

‘수연이라는 사람을 납치한 건가? 그래서 무력하게 붙잡히고?’

나는 기주 사건 때 납치라는 말에 촐싹 되면서 일부러 가볍게 보이던 행동이 순간 바뀌더니 도와주던 송태연의 행동에 의구심이 있었다.

‘아는 사람이 납치된 적 있어서였다면···.’

무력하게 붙잡힌 자신의 모습을 자괴감이 깃든 표정으로 원흉을 노려보는 송태연의 모습에 그의 아픔이 느껴졌다.

“···.”

송태연이 반항을 멈추자 덩치들이 송태연의 팔다리를 제압해 바닥에 눕혀 버렸다. 억눌린 개구리 자세가 되어서도 붉게 물든 눈은 찐×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눈 정말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든다고.”

“수연이 어디 있어.”

“왜? 여기처럼 흙먼지 날리고 더러운 곳에 수연이 같은 애들은 어울리지 않잖아.”

다소 안심하는 것처럼 보이는 송태연의 모습을 보자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괴소를 지으면서 찐×가 송태연 바로 앞에 쭈구리고 앉아 송태연의 머리채를 붙잡고 말했다.

‘저 자식···.’

찐×의 망나니 같은 행동에 눈살을 찌푸려졌다.

“그런 안구 정화되는 미인을 이런 흙바닥에서 맛보면···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예의가 아니잖아?”

“으아아아.”

송태연이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자 찐×는 잡고 있던 머리채를 놓치고 송태연을 누르고 있는 덩치들에게 놀란 걸 감추듯 크게 외쳤다.

“이 자식 제대로 붙잡고 있으라고···.”

찐×는 놀란 감정을 감추듯 공장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해머를 질질 끌고 오더니 외쳤다.

“다리 병신 되고도 잘났다고 나다닐 수 있을지 보자. 흐··흐흐.”

송태연의 낯이 핏기가 가신다고 느낄 무렵 찐×가 해머를 들고 내리치려고 해봤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1cm도 들 수 없었다. 아쉽다는 듯 혀를 찬 찐×는 옆의 덩치에게 해머를 넘기고 그래도 입가에 감도는 미소를 피워내면서 말했다.

“뭐, 내가 안 해도 여기 도와줄 손들은 많으니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덩치가 해머를 양손으로 들더니 거칠게 내리찍었다.

콰직.

붉고 흰 조각들이 날리는 공장에서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건물 위로 장면이 바뀌었다.

멀리서 흐릿하게 보이는 인형만으로도 가냘픈 소녀라는 걸 알게 해주는 형체였다. 송태연이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에서 미친 듯이 내달려도 그 소녀가 내민 손가락 조차에도 닿을 수 없었다.

“으아아악.”

소녀는 멀어졌다. 저 멀리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사라지고 나는 악몽에서 깨는 것처럼 공장에 찐×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강화된 오감 덕분일까 나는 제자리에서 한차례 크게 몸을 털 듯이 감각을 떨쳐냈다.

‘후욱후욱.’

오래 장면을 본 건 아니었지만 너무 소름 끼치는 장면에 나는 손가락 끝이 차가워지면서 분노로 몸이 덜덜 떨리는 느낌이었다.

내 모습이 그저 싸움 후의 탈력감이라고 생각하는 듯 찐×는 그저 두렵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이 그런 짓을 했다고?’

이해가 가는 동시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머저리가 쓰레기 짓을 하는 건 알지만 그 쓰레기 짓도 감당할 정도의 규모라는 게 있다.

나는 찐×에서 쓰레기 같은 놈으로 진급한 녀석에게 질문했다.

“너 뭐 하는 새끼야?”

“안남시에 살면서 날 모른다고? 너 병×이냐?”

나는 쓰레기 자식의 말이 스위치가 된 것처럼 미친 듯이 뺨을 때렸다.

짝짝짝.

멀리서 들으면 리듬 게임에서 날 법한 경쾌한 살과 살이 부딪치는 찰진 소리를 배경으로 내가 낮은 목소리로 다시 질문했다.

“내가 알게 뭐야. 안남시에서 너 모르면 병×소리 들어야 돼?”

힘을 조절한다고 했는데도 내 힘을 이기지 못한 쓰레기 자식의 뺨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붕어입이 된 입으로 뭐라고 조물거리는데 감질 거려서 쓰레기 자식을 처박듯 던지고 일어나 송태연 앞으로 향했다.

뭐가 좋은지 피식거리는 녀석을 미친놈 쳐다보듯 봐주면서 질문했다.

“저 자식 뭔데 너랑 이 지경인 거야?”

“너도 알걸?”

“내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느껴서인지 송태연의 안색이 굳어지더니 말했다.

“너 문재하 하고 같은 학교 아니야?”

“나 전학 왔을 때 퇴학인가 자퇴인가 했다고 하던데?”

“하아···미친···.”

“미치는 것도 대답은 하고 미치지?”

“문재하 형 문재아야. 아버지는 재정국 차관이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문재아 아버지가 안남시에서는 뿌리 깊은 유지라는 거지.”

“뭐?”

“가족들이 안남시에서 콧방귀 끼는 자리는 다 차지하고 있다고.”

“그래서 애들 싸움이 이렇게 되도록 어른들이 무마시켰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이런 걸 알아야 돼?”

“모르는 게 더 좋기는 하지. 흐··윽···그래서 일부러 엮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네.”

“용감한 시민상 포기한 것도 이래서야?”

“뭐, 나하고 관여된 녀석들 중에 잘 된 애들이 없으니까···재민이도 그렇고.”

“재민이는 왜 나와?”

“나 좋다고 따라다니던 후배거든.”

“뭐?”

“나 나름 유명했어. 태권도 유망주로.”

“그래서···.”

나는 송태연의 뒤틀린 채 굳어버린 다리 쪽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쓰레기 자식이 잘나가는 운동선수 다리를 박살 내서 미래를 뺏었다는 말이네.’

내가 다친 다리 쪽을 보는 걸 알았는지 피가 묻은 입가를 흙이 묻은 손으로 닫아내면서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덕분에 군대는 면제다.”

“미친···.”

“크크큭.”

또라이 같은 송태연의 모습을 외면하듯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쓰레기 찐× 새끼 문재아와 그와 함께 있던 덩치 5명의 모습을 시야에 담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심판한다.’

정의의 저울이 검붉게 물들더니 중심을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나는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어야 했다.

“뭐라고?”

클클 거리면서 웃던 송태연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자 나는 표정을 갈무리하면서 송태연을 부축해 공장을 나서기 시작했다.

‘아니 거짓된 사도도 변협에 징계 신청한 게 최고였는데···. 이 찐×가?’

나는 거짓된 사도의 거짓말의 위력에 놀라야 하는지 찐×의 악행에 놀라야 하는지 지친 마음을 달래면서 우선 공장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찐×를 지금 당장 처리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송태연.

피해자지만 나하고 진×와 악연으로 엮이는 걸 봤고 택시 기사도 나를 계속 수상하다는 듯 주시했었다.

‘후우···이건 좀 계획을 세워봐야겠는 걸···.’

대백공이 정의의 저울을 넘기면서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어르신이 으레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아···정말···이대로···이렇게?’

라는 생각이 돌림노래처럼 들려오는 와중에 착실하게 움직인 내 움직임에 감동해서 였을까? 목표로 했던 병원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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