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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78화 (78/205)

<78화 여기서 네가 왜 나와?>

선산에서 내려와 시내 쪽을 지나쳐 가는 길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달려가는 게 더 빨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인적 드문 길을 찾아서 가는 길이었다. 멀리서 강화된 청력을 통해 인기척이 들렸기 때문에 달리는 속도를 줄였다.

끼이익.

운동화 바닥에 탄 냄새가 나면서 몸이 급격하게 앞으로 쏠렸지만, 중심을 잡고는 아무렇지 않게 걷기 시작했다.

‘이제 운동화도 바꿔야겠는데?’

퍽퍽.

고기를 매치는 듯한 억눌린 소음과 함께 허공에 떠도는 희미한 피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주변을 장악하는 익숙한 듯하지만 불합리함이 주변에 벽을 치듯 아무도 골목길을 확인하지 않고 멀리 돌아가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자리를 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집으로 향하는 최단거리를 가늠하며 지나치려고 했다.

“이 자식 아직도 독종이야.”

“흐··흐···이빨 빠진 개새끼가 그래도 가오 살리는 맛은 있네.”

단순히 아이들끼리의 다툼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려던 발걸음은 다음에 들린 목소리에 발에 못이 박힌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크···으··병×새끼들···.”

‘이 목소리는?’

“아직도 아가리에 힘이 덜 빠졌네. 좀 더 다져줘라. 아니지. 작업장으로 모셔. 제대로 풀코스로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반대편에서 검은색 승합차가 다가오는 걸 보고는 나는 인기척을 피해서 나오는 사람들의 사각으로 몸을 숨겼다.

‘승합차? 애들 다툼이 아닌 건가?’

승합차를 타는 덩치들 사이로 두 다리가 바닥에 끌리면서 잡혀가는 사람의 형체가 익숙했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입 모양으로 말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익숙하다는 듯 끌려가는 형체.

‘저건···.’

틀림없다.

송태연.

‘내가 여기서 왜 나와?’

의문이 가시기도 전에 출발하는 승합차가 어디로 향하는지 살펴보고는 놓치기 전에 택시를 잡았다.

수상하게 느끼지 않도록 앞에 가는 차량 일행인데 자리가 부족해서 따라가는 거라고 설명했다.

승합차는 점점 외진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택시 기사가 불안한 듯 자꾸 뒷좌석의 내 모습을 흘낏 보자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아르바이트 가는데 차에 자리가 부족해서요. 여기 일당 먼저 받은 것 때문에 저도 어쩔 수 없네요.”

하면서 현금을 보여주자 택시 기사는 올라가는 미터기를 잠깐 보더니 이내 승합차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승합차가 외진 곳으로 가다가 멀리 공장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 서는 게 보이자 나는 택시 기사에게 이곳에서 멈춰달라고 말했다.

내 뒷모습을 의심스럽다는 듯 유심히 보는 택시 기사의 시선이 따가웠지만 모르는척 하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아르바이트가 아닌 것 같네요. 그냥 시내로 다시 가주시겠어요?”

의심스럽다는 기색을 지우지는 못했지만, 택시가 나를 다시 시내에 태워다줬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왕복으로 나오는 운임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택시가 멀어지는 걸 확인한 다음 인적을 피해서 택시가 따라가서 장소를 알게 된 공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쫓다가 다시 돌아가는 행동은 분명 시간을 버리는 행동이었지만 택시를 타고 바로 쫓기에는 지금 향하는 공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래서 나는 택시를 타고 위치만 알아낸 다음 사람들을 피해서 다시 이 장소로 돌아왔다.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이 정도 안전장치 정도는 해야지.’

공장으로 접근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공장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CCTV는 없고···완전히 외진 곳에 있는 수상한 공장이라···.’

아무리 공장이라도 주변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황량한 곳에 멀뚱히 세워진 창고 같은 건물이었다.

CCTV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승합차를 지나가면서 블랙박스가 있는지 확인하자 아무것도 설치되지 않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납치나 하는 놈들이 설치할 이유가 없겠지.’

나는 CCTV와 블랙박스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더는 숨죽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공장의 문을 큰 소리로 열어졎히고 들어갔다.

쾅.

오래된 공장에 무거운 철문을 조심스럽지 않은 동작으로 열자 의도하지 않아도 큰 소음과 함께 관심이 집중되었다. 어두워진 하늘 사이로 흐릿한 공장 안의 형광등이 깜빡이면서 눈을 아프게 만들었다.

족제비 아니 송태연이 어디에 잡혀있는지 확인하자 입 모양으로 말했다.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쳤거나 아니면 소리를 내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았다.

‘미친놈?’

처음 나하고 눈 마주쳤을 때 기억하지 못한 게 아니었군?

이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후웅.

거친 무게감 있는 무언가가 내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져왔다.

나는 무게감을 느끼면서도 이전보다 손쉽게 고개를 10cm정도만 움직여서 피했다.

“이걸 피해? 운 좋은 놈이네?”

“난 운이 좋고 너네는 운이 나쁘고.”

“요즘은 고삐×가 머리에 피가 안 말라서 그런가 겁이 없어. 피를 마르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냐?”

지금 떠들고 있는 놈이 주변 덩치들의 형님인 듯 덩치들이 시선을 집중하고 답했다.

“모르겠습니다. 형님.”

“크···크큭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머리를 열어젖혀서 피를 말려주면 되는 거야.”

“훌륭하십니다. 형님.”

삼류 연극이 눈앞에 상연되면서 관객들에게 손뼉 치지 않으면 박살 내겠다는 협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싸구려 연극 같은 덩치들의 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인질 아닌 인질이 된 송태연에게 집중했다.

놈들의 중심에 있었지만, 딱히 묶여 있는 걸로 보이지는 않았다.

‘단지···엄청 맞았군.’

운신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나는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녀석들도 운신하기 힘들면 안전해지겠지.’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덩치들이 덮쳐오기 시작했다. 공장 문이 열리자 내 뒷머리를 노리고 스윙한 물건은

‘철근이냐?’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철근을 두 손으로 쥐고 휘두르는 덩치의 발을 살짝 걸어줬다. 자신이 휘두르던 철근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공장 구석에 처박힌 알 수 없는 여러 물건들과 량데뷰를 했다.

쿠당다탕.

커다란 소음에 덩치와 덩치들의 형님으로 보이는 자가 나에게 관심을 집중했다.

“대가리 좀 확인해보라고 했더니. 왜 자빠지고 지랄이야.”

“아직 햇병아리라서 그런가 봅니다.”

“야, 나중에 정신 교육 똑바로 시키고 저 자식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 우선 한쪽 눈부터 파서 데려와.”

“알겠습니다. 형님.”

나는 내 눈을 처음 본 덩치들에게 상납할 생각이 추오도 없었기 때문에 공장 입구에서 떨어져 있는 고무 패딩을 주워서 양손에 감기 시작했다. 내 느긋한 동작에 덩치들의 형님이 더욱 화가 났는지 덩치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저 자식 여기가 네놈 안방이냐?”

덩치들의 형님의 목소리가 신호탄이나 된 듯 덩치들이 덮쳐오기 시작했다.

‘한 놈은 한동안 정신 못 차릴 것 같고 나머지는 저 찐×같은 새끼 빼면 4명인가?’

덩치들의 형님 내가 마음속으로 찐×라고 부르는 새끼 오른쪽에 있던 덩치가 먼저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자전거 체인을 돌리면서 다가왔고 가장 왼쪽에 있던 덩치는 품에서 사시미를 꺼냈다.

‘뭐, 애들 패싸움 레벨은 아니라는 거지?’

나는 왜 이런 덩치들과 족제비 아니 송태연이 연관되었는지 궁금증을 느끼면서도 강화된 육체를 통해 동체 시력도 강화를 시켰다.

육체가 강화되는 술법으로 좋아진 점도 있지만 오감이 너무 발달하면서 주변의 온갖 가극에 머리가 울리는 듯한 어색한 느낌 때문에 오감을 느끼는 감각을 평소에는 둔화시켜서 생활했었다.

하지만 지금.

오감을 최대치로 올리자 동체 시력이 평소의 몇 배는 증폭된 듯 덩치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한 프레임씩 나눠서 인식될 정도로 집중했다.

찐× 뒤에서 호위하듯 서 있던 놈들이 자전거 체인과 사시미 뒤쪽으로 빠지면서 내 뒤쪽으로 향하는 걸 확인했지만 아직 거리가 있기 때문에 무시하고 주먹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서 감은 고무 패딩을 마저 감았다.

감는 게 끝나는 순간 나는 허리를 숙였다.

그 순간.

휭.

내가 있던 자리를 휘감듯 지나가는 자전거 체인이 주인의 손에 돌아가는 걸 느끼면서 동시에

사시미를 향해 고무 패딩이 감긴 주먹을 날렸다.

턱.

무언가 물리적 접촉이 타점이 벗어나서 만난 것처럼 죽은 소리를 내는 타격음과 함께 나는 사시미를 막아낸 고무 패딩이 감긴 손으로 상대의 타격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어 쳐내듯 공격을 떨쳤다. 사시미가 순간 손의 머리 위로 뜨고 눈앞에 보이는 복부를 향해서 주먹이 아닌 손날을 쑤셔 넣듯 타격했다.

‘실전에서 사용은 처음인가?’

손날을 흉부에 꽂아 넣듯이 쑤셔 넣고 꽉 잡아채면 순간 숨을 쉬지 못하고 기절하게 된다고 배웠지만 실제로 사용한 적은 없었다.

‘잘못하면 횡격막이 찢어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시미는 기절만 했다.

나는 쓰러진 사시미를 일별하고는 찐×를 덮치듯 달려들었다.

어물거리는 자세로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서는 걸 한번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날려준 후 송태연 앞에 섰다.

털썩.

덩치들이 느끼기에는 사시미가 쓰러짐과 동시에 송태연 앞에 서 있는 걸로 인식될 정도의 시간이었다.

“너 왜 여기 있냐?”

“쿨럭···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내가 송태연과 문답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내 뒤를 점하듯 다가오던 덩치가 자전거 체인과 합세해서 덮쳐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찐×가 앉아 있던 철제 의자를 자전거 체인을 향해서 던졌다.

철커덩

자전거 체인과 철재 접이식 의자가 엉켜서 덩치가 의자를 끌어안듯 넘어진 걸 일별하고는 내 사각에서 발차기를 날리는 덩치의 다리를 무식하게 잡아챘다. 원래라면 몸무게 차이 때문에라도 넘어지거나 발차기에 몸이 밀려야 했지만, 무식할 정도로 강화된 내 힘은 그런 물리적 반작용을 무시했기 때문에 다리를 잡아서 발레리나의 꿈을 이뤄졌다.

찌이익.

“끄아아아.”

남자라는 신체적 한계 때문에 찢어지는 각도의 한계를 내가 늘려줬다. 내가 도와준 덕분일까 덩치는 시원하게 찢어진 다리를 붙잡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비명 사이로 내 사각을 노리던 덩치가 슬금슬금 찐× 쪽으로 후퇴하는 게 보였다.

“남자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지?”

나는 찐×를 향해 뒷걸음치는 덩치를 깔끔하게 매치기로 찐× 앞에 머리부터 꽂아 주었다. 어떻게 보면 잔인한 내 행동에 말을 꺼낸 건 비명 지르고 신음하기 바쁜 덩치들보다 송태연 이었다.

“너 이번에는 거리낌이 없네? 저번에는···.”

그들의 업. 즉 카르마가 내 행동을 정당화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신기의 반작용이라면 반작용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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