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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76화 (76/205)

<76화 거짓된 사도 탈출구>

[누구나? 나를 다시 잠재우려 하는 자는?]

“아니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데.”

분통을 터트리는 사내의 모습은 오전 내내 기자와 인터뷰하던 여유로웠던 모습과 완전히 반대인 상태였다.

다시 한번 살펴봐도 팩스로 받은 문서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징계라니···매번 회비만 강제로 뺏더니 이런 쓸데없는 짓을···.”

팩스로 들어온 문서의 내용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귀하를 징계하는 절차에 들어갔다는 내용으로 소명이 필요한 내용은 언제까지 서면 아니면 방문해서 답하라는 내용이었다.

‘우선 팩스로 보내고 우편으로도 보내려는 속셈인가 본데···.’

이런 내용을 받지 못했다고 억울하다고 항변할까 하고 고민하는 순간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손에 든 팩스를 찢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손아귀에 힘을 꾹 주고는 이내 말없이 손을 들어 휴대폰을 받았다. 속에서 열이 올라와서 사내의 얼굴을 야차와 같이 울긋불긋했지만 아무도 사내에게서 대화를 통해서는 그런 감정을 찾지 못할 것이다.

“여보세요. 명이준 변호삽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 열린다는 소문 들었습니다.”

“그건···그런데 누구신지···.”

“하하··핫. 뭐, 일반인은 모르지만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변호사 수임 때 스르륵 패스할 것 같은데···.”

“저의 일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군요.”

“보통은 변호사여도 이 정도 말하면 화를 낼 법도 한데 역시 기사에서 봤던 것처럼 말을 참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만···뭐 아쉽게도 변호사로서 이력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시겠죠?”

“당신 누구야?”

사내도 더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키우고 말했다.

“워···화내실 일이 아니고 저는 제안을 드리려고 합니다. 수임 제안이죠.”

“내가 징계를 받는다고 해서 내가 이대로 무너질 것 같나?”

“물론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입도 잘 놀리시고 손도 빠른 것 같으니 말입니다.”

“뭐?”

“기사에서는 이름을 빼고 발표했지만 뭐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 않습니까? 기인하 학생.”

“너 뭐 하는 자식이야?”

“그래서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인하 학생 아버지한테 합의하려고 사무장까지 발 빠르게 보내다니 아무리 봐도 이렇게 침몰하기에는 선생님 능력이 아까운 것 같아서요.”

“···.”

“제 제안만 받으신다면 이번에 있을 징계도 견책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고 또···유명하면서 돈도 잘 버는 변호사가 될 마지막 기회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무장이 찾아간 인하 아버님 자네들이 붙잡고 있는 건가?”

“붙잡고 있다뇨.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오해하겠습니다. 저는 그저 편하게 쉬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드린 것뿐이고 그분이 집으로 가기를 원하지 않는 건 뭐 별개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후···원하는 게 뭐야?”

“이번에 제가 아는 동생이 곤란한 일에 엮었는데 변호 좀 부탁드립니다.”

“설마···.”

“어깨에 문신 좀 있다고 사람들을 다 눈이 붉어져서 색 안경 끼고 보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너 이 자식···.”

“지금이야 서로 아직 잘 모르는 상황이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인지도 가늠이 안되니까 그딴 식으로 말해도 넘어가 주만 또 그런 식이면 인하 아버지가 열받아서 너한테 고소할 마음이 생길지 어떻게 알겠어?”

“···.”

인하 죽음에 대한 민형사상 사건 관계자가 되는 인하 아버지와 합의가 끝나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칼손잡이가 전화를 건 상대에게 있다는 사실을 사내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침묵은 묵시적 동의라고들 뭘 좀 배웠다는 분들이 말하던데 그렇게 알아들으면 되는 건가?”

처음에 존대라도 해주던 상대는 이내 사내를 놀리기라도 하듯 말을 낮추어 자신의 아랫사람이라도 되는 듯 말했다.

사내는 속에서 올라오는 씁쓸한 맛과 함께 다짐했다.

‘이 자식 언제가 되더라도 짓밟아준다.’

그런 속 마음과 다르게 사내는 처음 통화를 시작했을 때처럼 살갑게 통화 상대방에게 질문했다.

“변호가 필요하다는 그 동생분은 제가 어디서 만나면 되겠습니까?”

“글쎄. 우선 당신 징계 끝나고 보자고. 지금으로서는 당신은 대중들의 관심을 좋아하는 쓰레기에 불과하니까.”

뚜뚜뚜.

사내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집어 던져버렸다.

뚜르르.

“정 사무장 지금 어디야?”

“변호사님 인하 아버지 찾아서 합의해 오라면서요. 지금 집 앞인데 코빼기도 안 보이네요.”

“이미 누가 빼돌린 것 같아.”

“네? 인근 주민분은 도박장 간 것 같다고 하던데···.”

“아마 그쪽 관련 업자가 인하 아버지 붙잡아 놓은 것 같아. 사무실로 들어와”

“네. 그런데 변협에서 징계 관련해서 소문이 돌던데요.”

“그것 때문에도 빨리 들어와. 팩스로 징계 관련해서 들어왔으니까.”

“네? 그럼 거의 징계는 확실한 것 같은데요?”

“뭐? 소명기회 준다고···.”

“보통 우편으로 보내는 징계 관련 문서를 팩스로도 넣은 것 보면 변협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이 신경 쓴다는 건데···뭐 누구한테 미운털 박힌 거 아니에요?”

“뭐라고?”

“변협도 덩치가 있는데 징계 관련해서 그렇게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거면 아마도 뒤에서 누가 이사건 잘 주시하라고 언급하지 않는 이상에야···.”

“음···누구지? 날 이렇게 몰아붙이는 게?”

“저야 모르죠.”

“사무장 경력이 길다고 내가 연봉까지 높여서 데리고 왔으면 뭘 알아야지.”

“경력 없는 사무장 같으면 변호사님 징계 관련 소문 도는 순간 다른데 알아본다고 이력서 쓰고 있지 이렇게 돕는다고 합의서들도 뛰어다니지 않습니다만.”

“미안···내가 지금 좀 여유가 없네···.”

“네···뭐···, 그렇게 보이시는 하네요. 그런데 변협 징계에 영향력을 끼칠 정도의 인물이면 적도 많을 거예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좋게 넘어갈 수도 있어요.”

“그럼 그 전화가 그런 건가?”

“무슨 연락 왔습니까?”

“징계를 견책 수준으로 맞춰줄 테니 깡패 놈 하나 변호해달라고···.”

“흐음···우선 사무실로 들어가서 말하죠. 여기서 말할 내용은 아닌 것 같네요.”

잘 갖춰진 변호사 사무실 문이 열리고 양복을 차려입은 정 사무장이 들어와 사내와 가볍게 인사하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

“전화로 말할 내용이 아닌 것 같아서···.”

“왜 뭔가 감이 와?”

“저번 정권에서 범죄와의 전쟁 이후로 어깨들 전부 감방에 보낸 건 아시죠?”

“전국으로 다 잡아들였잖아.”

“그렇지만 그런 하루살이들 잡는다고 벌레가 다 잡히는 게 아닌 부분인데···이때 어깨들 담당해서 돈 좀 벌었다 싶은 변호사들이 이때다 싶어서 다 이민 가버렸어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돈 많이 벌어도 어깨들이 말만 통하는 상대도 아니고 변호하다가 맞는 변호사들도 있고 어쨌든 위험한 놈들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전부 감방에 넣은 기념으로 어깨를 담당하던 변호사들이 다들 날랐다는 말이네?”

“그렇죠. 돈 욕심 많던 변호사는 재산 정리해서 외국으로 가고 정치 쪽에 관심 많은 사람은 돈 뿌려가면서 뺏지 달고요.”

“그럼···.”

“그렇다고 어깨들이 전부 사라진다는 건 있을 수 없죠. 오히려 낭만이 없는 비겁한 놈들만 남아서···.”

“나한테 온 제의가···.”

“어깨들이 변호사 수급이 어려워지니까.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변호사들을 붙잡는 거죠.”

“그럼 내 이력은···.”

“어깨를 변호하는 시점에서 좀 과하게 깨끗하다고 하는 변호사들하고는 척을 진다고 보면 됩니다. 뭐···돈만 생각하면 나쁠 건 없는데···.”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닌데.”

“변호사님 계획이야 저도 동감했죠. 그런데 역시 드라마가 있는 사람을 찾고 그런 사람한테 수임받는 게 쉽지 않죠···.”

“일이 꼬이는군.”

“그래도 나쁘지는 않아요. 오히려 조직력이 약해진 어깨들 뒤를 봐주면서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일도 가능하니까요.”

“···?”

“어깨들이 하는 일이 뭡니까. 돈 뜯어서 돈 만들어내는 놈들이에요. 요즘 보험 사기 아니면 재개발 재건축으로 돈 버는데···변호사님한테 전화할 정도로 정보력 있는 놈들이면 분명 땅으로 돈 버는 놈들 일 겁니다.”

“그럼···.”

“버는 돈의 단위가 달라요. 뭐, 욕 좀 먹겠지만 평생 쓸 돈 벌고 손 털고 외국에서 떵떵거리면서 살아도 되니까···.”

“그럼 고해야겠군.”

“잘 생각하셨습니다. 아니면 저도 변호사님 접고 다른데 알아보려고 했어요.”

“아니, 자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변호사님 솔직히 서류 처리 제가 다 하지 않습니까. 말은 그렇게 달변인데···기초적인 법률적 지식이···.”

사내는 정 사무장이 더 말을 이어가기 전에 손을 휘저으면서 화를 내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일 도와달라고 자네 뽑은 건데 다른 데보다 2배 가까이 받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정 사무장은 사내의 행동에 더 말해봤자 역효과라고 생각했는지 이내 자리를 정리하고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사내는 정 사무장이 자리를 뜨자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덕구 덕분에 변호사 자격은 손쉽게 손에 넣었는데···.’

사내는 사법연수원에서 힘들게 버텼다.

사법시험 때 높은 점수로 합격하지 않았다면 사법연수원에서 탈락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사법시험 때의 높은 점수 덕분에 사법연수원을 무사히 마쳤다. 사법연수원 때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사내는 당연히 판사와 검사는 선택할 수 없었고 변호사로 개업을 했다.

하지만 부족한 법률 지식으로 누군가를 변호한다는 건 사내가 가진 달변이 아니었다면 사기로 고소를 받았어도 이미 받았을 것이다.

우연히 유능한 사무장을 구하면 변호사 사무실 운영이 편하다는 사실에 대해서 알게 되어 정 사무장을 스카우트했다.

유능한 사무장을 구해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유지비와 그 급여가 만만치 않았다.

‘기하···그년은 그딴 걸 남겨가지고 나를 귀찮게 하지? 어차피 죽을 년이 다른 사람들 좋은 일이나 많이 하고 갈 것이지···.’

사내는 정 사무장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받은 제의를 받아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안 드는 놈들 다 기억해 놨다가 나중에 내가 제대로 통수 제대로 친다.’

[흐··흐···굳이 힘을 쓰기보다 이대로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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