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거짓된 모든 것 2>
대백공은 간절하게 인생을 다시 살고 싶어 하는 나에게 회귀 후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한 명의 삶을 다시 살게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거기에 내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서 받은 술법의 능력들을 생각한다면······
‘그런 대백공에게 금제를 건 상대는······.’
내가 생각이 길어지는 걸 방해하듯 대백공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타락자의 힘은 점점 커지고 있다네.”
“타락자도 깨어났다는 건 그전에는 잠들어 있었다는 건데 힘이 더 커진다고요?”
“다른 타락자도 주의해야 하지만···자네가 이번에 마주친 ■■■의 경우···역시 이것도 금제의 일부인가···.”
“네?”
“타락자의 진명조차 거짓으로 덮여 더는 부를 수 없는 이름이 되었군···.”
“그 말씀은···.”
“자네가 만난 타락자는 거짓된 모든 것일세.”
“거짓된 모든 것?”
“타락자 중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잠들어 있는 와중에도 강해진다고요?”
“자네는 역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갑자기 역사요?”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일세 그것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는 역사가 적히거든. 그럼 거짓된 모든 자는 역사가 기록되면 기록될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과거 기록물이라는 건 대부분 힘 있는 자들이 소수로 보유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쉽게 기록과 그 기록물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
“그렇다는 건···역사가 기록된다는 것만으로 타락자가 강성해진다는 건가요?.”
“거짓된 모든 것들의 존재는 타락자에게 힘이 될 수밖에 없지.”
“그렇게 강한 존재라면서 사도는 왜 필요한가요?”
“자네가 부자라고 동네방네 전부 소문내고 다니면 어떻겠나?”
“그거야···처음에는 부러워하겠지만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것과 마찬가지네. 타락자도 굳이 자신을 노출해서 목표가 되는 귀찮은 일을 겪을 필요가 없지. 7대 죄악이라고 아나?”
“들어보기는 했는데···정확히는···.”
“그들의 사례를 봐도 고래로 7대 죄악이라고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 과거 그들은 더 강성했네. 하지만 바로 양심 있는 지자들이 몇 백 년간 7대 죄악 잘못된 점을 찾아 악습을 면하게 하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게 되는 것 자체가 그들의 금제가 되는 것이지.”
“그 말씀은···.”
“교만은 겸손, 탐욕은 자선, 질투는 친절, 분노는 인내, 색욕은 순결, 식탐은 절제, 나태는 근면.”
“···?”
“이와 같이 반대되는 개념을 찾아 흐름이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인간들에게 널리 알리고 인간들이 알게 되고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주의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그와 관련된 타락자들을 약화 시킬 수 있다네.”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요?”
“선재라···그 부분을 설명하려면···그래···인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7대 죄악은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들 그 자체에 죄를 묻는 것은 아니라네, 그저 인간들이 빠지기 쉬운 감정들로 인해서 일어나는 악한 행위가 일어나는 걸 말하는 것일세. 즉 시기, 색욕 등을 그 자체로 죄로 판단하기보다는, 시기로 인해 남을 해쳤을 때의 죄, 색욕이 생긴다고 남을 함부로 색욕의 대상으로 하는 죄 등 7개의 죄가 행위적인 죄를 만든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인간들이 가지는 감정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것이야. 아무리 죄에 대한 엄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인간들이 가지는 감정에 대한 유혹들 자체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다네. 오히려 인간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죽이는 행위가 인격모독이고 비윤리적인 것이지. 이와 같이 거짓이 잘못은 아닐세. 진실이라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닌 것처럼. 인간이 거짓에 빠져서 짓게 되는 죄. 그것이 문제인데···.”
“···.”
“이렇게 혼란하고 복잡한 인간사에 어떻게 거짓과 진실을 칼 자르듯 나누고 인간들이 그 개념을 인식하며 수양을 쌓을 수 있겠는가? 방금 7대 죄악은 사도가 없이 힘을 남용하다가 양심있는 지자들의 목표가 되어 몇백 년을 참조해서 정한 정의와 질서에 대한 논파로 인간들에게 개념이 잡혀있지만, 거짓과 진실은···거짓된 모든 것의 진명을 더는 언급하지 못할 정도로 세상에 뿌리 깊게 내려 더는 쉽게 심판하지 못함이니. 타락자라고는 하지만 나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일세.”
“그럼···사람들이 거짓된 것과 진실한 것을 구별하는 게 힘들다는 말씀인가요?”
“아주 교묘하게 기만하는 거짓된 모든 것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이 땅의 대부분의 사람이 저것이 거짓이라고 확신할 때만 거짓된 모든 것을 심판할 수 있는데···과연 지금의 세상에서 그것이 쉽게 가능할까?”
“거짓된 모든 것의 반대는 진실한 모든 것이 아닌가요?”
“어린 친구 자네는 사랑의 반대가 무엇인 줄 아는가?”
“네?”
“무관심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미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서로가 느끼는 그 감정의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말할 수 있지. 거짓의 반대가 진실이라고 하지만 그 진실조차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네.”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는다는 건가요?”
“선재라···쉽게 생각하면 그렇겠지만,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인 것처럼···. 거짓과 진실은 쉽게 칼로 나누듯 생각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네. 한마디로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야.”
“네?”
“어렵군. 어려워. 어른과 아이가 횡단보도 앞 길가에 서 있었다네. 그런데 아이가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지. 그러자. 어른이 아이에게 ‘애야, 길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라고 말하지. 그런데 그 어른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원망을 들어야 했다네. 그 어른은 아이가 길에 쓰레기를 버렸다고 말했고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자신에게 오려고 한 것을 막았다고 했지. 어린 친구 자네는 누가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는가?”
“음···어린아이가 쓰레기를 버린 행동이요?”
“전부 진실을 말한 것이지.”
“네?”
“이번에는 어른과 아이가 방금과 같이 서 있었다네. 그런데 이번에는 어른이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리지. 그러자. 아이가 어른에게 ‘길에 쓰레기 버리면 안 돼요.’라고 말하지. 어른은 자신은 쓰레기를 버린 적 없다며 누가 자신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말했는지 아이에게 물었지. 아이는 자신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네. 그러면 여기서는 어떤 게 진실 같은가?”
“어른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고 했으면···?”
“둘 다 거짓을 말했다네. 자네가 판단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렇듯 세상 사는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기에 너무나 복잡다난한 세상이라는 것일세.”
“네?”
“방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있었던 일을 땅의 기억으로 보여주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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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바뀌듯 나라는 형체가 사라지고 어느 초등학교 등하굣길에서 볼 법한 신호등과 학생들이 보였다. 대백공이 말한 것처럼 아이와 어른들이 횡단보도 앞 무리에 섞여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 틈에 어린아이가 주머니에서 꺼낸 과자를 입에 넣으면서 과자 부스러기가 붙은 비닐 쓰레기를 바닥에 버렸다. 그 쓰레기가 신호를 기다리던 어떤 대학생의 발 아래 떨어졌다. 그 대학생은 떨어진 쓰레기를 자신이 줍고는 아이에게 대백공이 말한 것처럼 말했다.
‘길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
그러자 아이가 겁먹은 것처럼 횡단보도를 건너서 뛰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빨간불이었기 때문에 대학생은 아이를 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파란불로 바뀌자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의 뒤로 숨었다. 그 모습을 본 그 아이의 엄마가 화살을 맞은 멧돼지처럼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누군데 귀한 우리 집 아이한테 뭐라고 해요?’
‘저는 그냥 길에 쓰레기를 버리면···.’
‘당신이 뭐, 청소부라도 되는 거야? 그럼 버린 쓰레기나 주워서 치우면 되지. 다 큰 사람이 어린아이한테 한소리하고 애가 충격으로 트라우마라도 생기면 어쩔 거야?’
큰 소리가 나자 주변의 아이들과 엄마들이 몰려오고 대학생으로 보이던 여학생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그런 여학생의 팔을 억세게 붙잡은 쓰레기를 버린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엄마가 주변에 아이의 친구들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선고하듯이 외쳤다.
‘아동 학대로 신고해야 한다.’
그러자 횡단보도 건너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부모들은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일의 전후를 파악하기도 전에 여론이 몰리기 시작했다.
‘어른이 아이한테 그러면 되냐’, ‘너 어디 사냐?’ 등 인격 모독을 당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다른 장소로 소환되듯 장면이 바뀌었다.
시장으로 보이는 복잡한 시장통에 어린아이 몇몇이 모여서 담벼락 근처에서 돌멩이를 툭툭 건드리면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익숙하다는 듯 담벼락 옆으로 다가온 젊은 남자가 옆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입에 물고 보란 듯이 연기를 아이 쪽으로 뿜어내었다. 한 아이가 기침하는 모습을 즐겁다는 듯 냉소적으로 웃더니 이내 다 피운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밟아 불씨를 꺼트렸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가 대백공이 말한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길에 쓰레기 버리면 안 돼요.’
아이의 말에 기가 차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 젊은 남자는 아이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가더니 말했다.
‘난 버린 적 없거든. 진짜 쓰레기 한번 치워줘? 엄마가 어른한테 대들면 어떻게 되는지 말 안 해줬냐? 꼬맹이야? 어른이 하는 일에 참견질이야?’
“제···제가 안 그랬어요.”라고 하면서 말을 한 아이가 친구의 뒤로 숨어 버렸다.
주변 시장상인들이 행패에 가까운 외침에 깜짝 놀라 다가오려다 그 젊은 남자가 팔에 세긴 문신을 보더니 못 본척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