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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67화 (67/205)

<67화 거짓된 모든 것>

심란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경수 부모님이 와서 경수를 데리고 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종혁이와 종혁이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우리는 오는 내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서로 생각이 많아져서 일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힘들어하는 내 모습에 어머니는 그저 나를 꼭 안아주었다.

“괜찮아. 네가 모두를 구할 수는 없단다.”

이제까지 집에 올 때까지 침묵이 거짓말인 것처럼 난 어머니 앞에서 그저 작은 아이가 되어버리는 마법에 걸리고 말았다.

“엄···엄마···난···.”

떨리는 내 목소리에 어머니는 조근 조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등에 두른 손이 내가 어디로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걱정된다는 듯 굳게 잡는 것처럼 느꼈지만 너무나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은 그 따뜻한 손길이 굳센 철로 만든 사슬처럼 나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엄마는 그 아이 병실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을 외삼촌에게 전달받고 이렇게 생각했어. 그 아이가 어디로 갔을까? 안전한 상황일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엄마는···바보처럼 내 아들도 어딘가로 도망치듯 사라질까 봐 걱정돼서······. 엄마는 그 아이가 사라졌다고 걱정된다는 외삼촌의 전화 통화하면서도···주인이···, 주신이가 그렇게 사라질까 봐 그런 걱정부터 들었단다.”

“···.”

“그래서···그래서···엄마는 그저 주인이 네가 무사히 집에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내 아들이 그저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좋아. 말썽을 부려도 실수를 해도 괜찮아. 살면서 누가 항상 좋은 일만 겪으면서 살겠니···. 이번에도 어떻게든 좋게 일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네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엄마가 정말 작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

“아니야···엄마는···.”

“엄마는 남에게 안 좋은 소리도 못 하고 안 좋은 일을 봐도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고 남들이 쓴소리를 해도 그저 잠깐이면 지나가니까 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우리 아들은 어떻게 남산 씨···너희···아빠처럼 남을 배려하는지···아주 오래된 것 같으면서도 그립다는 생각이 들 때···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이 옳다는 곳을 향해 나가는 걸 보면서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걱정됐단다. 그···아이 일은 안타깝지만 네 잘못이 아니야···. 가끔은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지 결과가 나오는 않는 것처럼···원하지 않을 때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겠지만···그게 꼭 인생의 전부고 끝인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삶은 그렇게 짧지 않단다.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옆에 있는 엄마하고 주신이 생각하면서. 곁에···있어만 주렴···.”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주기만 바라는 것처럼······. 그것처럼···경수도·····인하도···그렇지 않았을까?’

나는 옆에 있어만 달라는 어머니의 애원과도 같은 애절한 마음에 더욱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경수에게 그리고 인하에게 무슨 권리로······.’

나는 터져 나올 것 같은 비명을 애써 감추면서 어머니에게 변명하듯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넘치는 눈물을 숨기듯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소리 없이 울고 말았다.

“나··나는···인하···인하가 정말···행복하게 잘···살기만···그렇기만······.”

“알아. 우리 아들이 얼마나 어른스럽고 엄마도 미쳐 생각하지 못 한 부분까지도 신경 쓰는···내 아들이지만 가끔은 훌쩍 너무 빨리 커버린 게 아닌가 하고 느끼지만···그렇지만 어떤 일이든 결과는 하늘이 정한다고 그 아이는 그저 편해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아니면 이렇게 아이들에게 무책임한 어른들한테 벌을 주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너와 경수 그리고 종혁이처럼 친구들이 자신을 위해 그렇게···너희가 한일···인하를 위해 했던 모든 게 폄하되는 건 아니야. 그저 그렇게 일이 된 것뿐이지.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고 원망하고 싶으면 이렇게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어른을···엄마를 원망해. 엄마는···그저···엄마여서 네 자식만 걱정하게 되는···그런···엄마라서······.”

어머니는 내가 힘들 때마다 괜찮다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했다. 주위의 누가 나를 손가락질해도 언제나 내 편이었던 어머니···

곱던 손이 주름이 가득해 원래 손 모양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야 잡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손이 결국 잡을 수 없는 신기루가 되어서야 그제야 눈으로 마음으로 그리기만 하던 어머니···

‘어머니 제가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은데······.’

어머니 고생 안 시키고 행복하게 하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결국 나는 어머니 품 안에서 어머니의 등을 바라봅니다. 따뜻하고 아늑하고 벗어나고 싶지 않은 어린 나의 든든하고 따뜻한 성채 같은 어머니···

“엄마···엄마가 옆에 있어서 정말···다행이에요.”

그저 이런 바보 같은 나를 바로 옆에서 보면서도 어머니는 나를 위로하며 어느새 작아진 키로 나를 꼭 안아주었다. 따뜻한 품 안에서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어린아이가 된 것 처럼 그저 모든 것이 다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싶어진다.

“나도 주인이가 옆에 있어 줘서 정말···정말···.”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오늘 죽은 아들 또래의 아이의 자살에 대한 충격 그리고 그런 충격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한 어머니의 진솔한 속마음 그 마음속에 숨겨진 자신의 자식들이 자기보다 먼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그 모든 게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다. 삶의 정답이 있다면 누군가 그 길로만 가면 삶이 평탄하고 가계가 안정되고 가족이 화목하다고 말한다면 그길로 가고만 싶다. 정말로 그러고 싶은 날이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했지만 결국 나는 잠들고 말았다.

‘두렵다.’

나의 심경은 흥분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이 각각 30%쯤 섞여 있는 이상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계곡 물소리가 들리고 신비한 안개가 느껴지기 시작하자 더 증폭되었다.

‘대백공.’

멀리서 대백공이 침통한 표정으로 평소와 다른 석조상 앞에서 단단해 보이는 지팡이를 들고 서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멀다고 느꼈던 거리감은 순식간에 좁혀졌다. 대백공의 표정을 보고 나는 질책을 들을 각오를 했다.

‘이제까지 특이점을 얻고 남들을 얻을 수 없는 술법을 얻으면서 남의 삶에 간여하는 걸 너무 가볍게 여겼어. 오늘은 그 질책을 듣지 않을까? 혹시나 술법 중 몇 개는 회수는 아니더라도 약화되는 게 아닐까?’

두려움은 그런 내 생각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대백공과의 계약으로 회귀를 한 후 최대의 실수나 다름없었다. 인하의 죽음은 내 손으로 만들어내고 만 것이다. 체육 선생이 죽게 된 사건은 결국 나의 잘못된 판단에서 인하가 이런 안 좋은 일을 결정하게 된 내 잘못이었다는 걸 이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대백공이 어떤 모습으로 나를 볼지 두려워져 시선을 피하고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쉬운 정답지 같은 삶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내 질문에 답하듯 대백공의 무거운 침묵 속에서 입을 열었다.

“어린 친구. 반갑다고 하기에 오늘의 사안이 많이 무겁구나.”

나는 죄책감 때문인지 아니면 나를 옥죄고 있는 이 무거운 분위기 때문인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가 너무···성급하게···.”

“허··어···어린 친구 자네의 잘못이 아닐세.”

“네?”

내가 깜짝 놀라서 대백공의 얼굴을 보자 멀리서 보기에 침통해 보이던 표정이 좀 더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복잡해 보이는 심경 속에서 가장 확실한 건 안타까움이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안타까움? 어째서···?’

“내가 전에 타락자에 대해 말했던 게 기억나는가?”

“네. 힘을 대가 없이 부리면 타락하게 된다는···.”

“타락자 중 한 명이 깨어났으니···그 여파로 내가 깨어나게 된 것일세.”

“···?”

내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궁금증을 표하는 표정을 짓자 대백공이 침통한 표정으로 무거운 음성을 나타내며 말했다.

“깨어난 이유를 나는 계약 때문으로 알았지만, 사실은 닭이 먼저나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선후의 문제일 뿐 타락자가 힘을 쓴 여파로 세상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내가 깨어난 것일세.”

“그전까지는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타락자는 사도가 있어야만 깨어날 수 있지. 그 이유는 대가 없는 힘을 쓴 것으로 세상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편법일세. 하지만 나 같은 존재는 세상의 흐름을 돌보기 때문에 타락자의 공격대상이 되고는 하네. 타락자의 힘은 세상의 흐름을 뒤트는 대부분의 원인이거든. 거기다 나는 땅에서 벗어날 수 없는 특성상 큰 힘을 쓰지 않아도 쉽게 강제로 잠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지. 나는 깨어난 원인을 자네 아버지와의 계약 때문으로 생각했건만···사실은 기억조차 봉인되어 있었던 걸 생각하면 타락자가 대가 없는 힘을 쓴 여파로 판단해야겠지.”

“기억의 봉인이요?”

“그래 계약자인 자네가 나에게 음···어린 친구 자네가 이해하기 좋은 말로 설명하자면 그래. 계약자인 자네가 나에게 키워드를 말해야 그게 물꼬가 되어서 그에 관련한 일에 대해서 기억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게 차이가 큰 겁니까?”

“어린 친구 자네가 나에게 언급한 말에 대해서만 나도 기억하고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이지. 이건 큰 제약일세. 아마도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한 금제일 가능성이 높지.”

“아니 어떻게···그런 일방적으로 당할 수 있죠?”

“나는 토지신일세. 특성상 어디든 드러나 있고 숨거나 피할 수 없지. 그건 내 존재를 부정하는 일일세. 하지만 손자병법에서 말하듯 드러나 있는 적만큼이나 쉬운 상대도 없는 것이지.”

“그럼···.”

“어린 친구 자네가 타락자에 대해서 질문했을 때야 나는 나의 이런 상태에 대해서 감을 잡을 수 있었어. 이번 일로 확신하게 되었고···.”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너무 많은 감당하지 못할 정보가 나를 둘러싸고 린치하듯 주어졌다.

‘대백공에게 금제를 가할 정도의 존재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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