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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62화 (62/205)

<62화 체육 교사 살인사건>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나와 종혁이 경수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이 힘든 시간이 지나가기만 바라고 있었다. 인하의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경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를 잡는 힘에 고개를 돌리자 종혁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말했다.

“우리는 조금 있다가 들어가자.”

나는 말 없이 쓴웃음만 지었다.

“그래···.”

나와 경수는 병실 앞 보호자들을 위한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인하···어떤 결정을 할까?”

“후우···.”

“경수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 들어가서 남녀 합반하게 된다고 좋아했는데.”

“인하하고 같은 반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

“응. 지금은 남녀 공학이라고 해도 사실상 만날 일도 거의 없고 그러니까.”

“그렇구나···.”

‘난 얼마나 잔인한 짓을 친구에게 시키는 걸까···내가 무슨···.’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그런 말 꺼내지도 말라고 할까?”

일어나려는 나를 종혁이 붙잡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도 될까?”

“뭐?”

내가 놀란 표정으로 종혁이를 쳐다보자 말을 꺼내기 어려운 듯 입만 몇 번 달싹이던 종혁이 말했다.

“난 주인이 네 제안 듣고 잘됐다 싶었어.”

“···.”

내가 놀란 표정으로 마주 보자 종혁이 눈을 피하면서 말했다.

“나는 인하가 어떤 피해를 당할지 어떤 상황인지 그런 일은 몰랐어.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예 생각도 하지 못했어. 그런데 네가 오늘 경수에게 말하는 걸 들으면서 너는 우리하고 다르다고 느꼈어.”

“무슨···.”

“그러니까···말로 표현하려니까 좀 그런데···.”

“···.”

“그냥 인하가 겪고 있는 피해가 크니까 이렇게 손 놓고 있으면 안돼라는 식으로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도를 생각했다는 게 대단하다고.”

“뭐?”

“왜 다들 쉽게 말하잖아. 힘들면 전학 가라든지. 그런 식으로 말이야. 결국 대책은 피해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건데. 솔직히 전학 가는 것도 쉬운 건 아니잖아. 이사도 가야 하고 부모님 일자리하고 너무 멀어져도 안되고 다 현실적인 문제가 부딪치는데 너는 그런 것도 다 고려해서 인하에게 최선이 뭘까 하고 고민했잖아. 그래서 경수도 화가 난걸 거야.”

“역시 화나겠지? 이건 인하하고 경수 사이의 문제인데···.”

“내가 말하는 화가 난다는 건 그런 걸 해줄 수 없는 자신한테 화가 난다는 거지.”

“하지만 경수는 아직 중학생이고···.”

“너도 중학생이잖아?”

“아···.”

“난 그렇게 생각해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천재가 있고 너도 그런 천재가 아닐까?”

“뭐?”

“사실 이런 말은 내가 한 게 아니라 아빠하고 엄마가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너희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셨다고?”

“응.”

“그렇지 않아 나도 아직···.”

“그래···아직이지. 조금만 지나면 넌 더 대단한 사람이 될 거고 그런 네 옆에서 난 친구로 남고 싶어.”

“지금도 친구잖아.”

“너하고 같은 높이에서 시야를 가진 친구가 되고 싶다고.”

나는 놀란 눈을 하고 종혁이를 바라봤다.

‘난 종혁이가 내 친구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어리다고 그렇게 쉽게 생각한게 아닐까?’

“경수도 그렇게 생각한 걸 거야. 그저 어린 마음으로는 인하를 계속 보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 너와 같은 시선으로 이 문제를 인하를 위해서 해결하고 싶은 거겠지. 그렇지만 슬픈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난···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그저 내 주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길 바라는 거고···이번 일은 내 실수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돼?”

“잘···모르겠어.”

“하하핫”

갑자기 웃는 종혁이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내가 쳐다보자 병실 안 상황을 생각해서인지 간신히 숨죽인 웃음으로 대체한 종혁이가 말했다.

“이럴 때 보면 나 같은 중학생 같은데 말이지.”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될 중학생인 거지.”

‘뭐 회귀 전 삶까지 생각하면 학생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사기인 것 같지만’

내가 양심은 한쪽에 묻어두고 투덜거리듯 말하자 종혁이가 화내지 말라는 듯 뒷말을 이어갔다.

“어른스럽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야.”

‘어른스럽다라···나이를 먹고 몸이 큰다고 전부 어른이 되는 걸까?’

내 반응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종혁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병실 문이 갑작스럽게 열렸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종혁이가 병실 문을 보자 얼굴이 좀 붉어진 경수가 뛰어나오듯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

“경수야?”

인사도 없이 뛰어가 버린 경수의 뒷모습에 놀란 표정을 짓던 우리는 그래도 최소한 인하에게 인사라도 하고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인하의 병실로 들어가자 슬프게 그렇지만 들꽃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인하의 모습을 보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경수에게 말했어요.”

“네?”

동갑이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모든 짐을 나눠진 듯한 무게감에 나와 종혁이는 인하에게 쉽게 말하지 못했다.

“내가 체육을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저···기억이 나진 않아요. 그런데 오늘 형사가 와서 증거라고 보여준 물건 중에 제 옷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했데요.”

“그런데 제가 무죄라고 믿고 제가 힘들어할까 봐 저를 위해 이것저것 알아봐 준 경수에게 처음에는 아무런 말도 못 했어요. 그렇지만···그래도···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인하는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제가···제가 죽였다고 말했어요.”

“정말 네가 죽인 게 아니잖아. 그런데 왜.”

나는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자백을 하는 인하를 보면서 당혹 섞인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저···사건 당일이라는 날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그런 저를 믿어달라고 할 수가··없었어요. 왜냐면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학교가 얼마나 잔인한지 저는 겪어봐서 알거든요. 경수가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너는 정말 경수가 네가 살인자라고 알게 되는 게 좋아?”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저···이 상황이 빨리 끝나면 좋겠어요.”

“경수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자신이 자신의 삶을 이렇게 포기하면 도와주는 사람이 뭐가 돼?”

“그러니까···나는 신경 쓰지 말고 일상으로 돌아가요. 경수가 평온한 삶에서 벗어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건···너무 잔인하니까···.”

나는 인하의 말에 화가 나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내 상태를 안 것처럼 종혁이 내 앞을 가로막더니 한마디를 하고 나를 끌고 병실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너 후회하지 않을 거냐?”

종혁이의 말에 그저 들꽃이 사람들의 관심 없이 지는 것처럼 슬픈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인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병실 문이 닫히고 우리는 경수를 찾아서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어디에서도 경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경수 괜찮을까?”

“이게 무슨 일이래. 난···.”

“완전 예상 밖의 상황인데···이런 걸 뭐라고 해야지?”

“첩첩산중쯤?”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보면서 우리는 포기 상태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허 순경이 근무하는 파출소로 향했다. 그러자 보이는 곤란해하는 표정의 허 순경과 매달리듯 허 순경에게 붙어있는 경수의 모습에 안도와 함께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인하가 범인이라는 증거라니 말이나 돼요?”

“아니···그게···.”

곤란하다는 듯 파출소 쪽을 계속 돌아보는 허 순경의 모습에서 계속된 실랑이로 진이 빠진 모습이었다.

나는 경수의 입을 틀어막고 질질 끌 듯이 도서관 뒤편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와 종혁이가 다가오자 이 상황에서 벗어날 기대감에 밝아졌던 얼굴이 내 행동에 흙빛이 되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반항하는 경수를 제압해 인적이 드문 도서관 뒤편에 내동댕이치듯이 경수를 놓아주었다.

경수가 발버둥을 쳤지만, 육체 강화 술법이 걸려있는 내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런 모습을 눈앞에서 본 허 순경과 종혁이의 표정이 압권이었지만 나는 무시하고 경수에게 말했다.

“너···파출소 앞에서 그렇게···.”

내가 말하기도 전에 경수가 발작하듯 외쳤다.

“너네도 인하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아···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머리에 손을 짚으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자 걱정스러웠는지 종혁이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인하 손에 죽을 체육이었으면 이미 옛날에 죽었겠지.”

허 순경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와 종혁이의 머리에 꿀밤을 때리더니 말했다.

“체육 교사가 나쁘다고는 하지만 죽어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잖아. 인하라는 학생도 어디까지나 용의자인 상태인 거야. 물론 인하 학생의 힘으로 체육을 그런 상태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그런 상태라니요?”

“체육 교사 사건에서 피살자가 다발성 골절이 발견되었거든 물론 치명상은 칼에 의한 자상으로 실혈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되지만, 체육 교사만큼이나 상대로 덩치가 있을 걸로 국과수에서는 그렇다고 판단하고 있어.”

“그럼 형사가 오늘 인하를 만나서 범인인지 추궁한 건···.”

“아무래도 용의자이니까 심문하러 간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증거가 있으니까 자백하라고 추궁한다고요?”

경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허 순경이 이제까지와 다르게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너희가 다른 또래들과 다르게 시야가 넓다고 생각했지만 아니구나. 지금 사건은 수사 중이야. 누구에게나 심문을 시도하고 탐문 할 수도 있지 그런데 그중에 그런 수사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찰 앞에서 증거물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될 수도 있다.”

나는 경수가 허 순경이 정한 선을 넘은 발언에 허 순경이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해서 경수를 진정시키는데 노력하면서 동시에 경수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간접적으로 어필했다.

“아무래도 오늘 인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여서 경수가 너무 흥분한 것 같아요.”

“뭐? 인하라는 학생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방금까지 화를 간신히 가라앉히는 듯한 허 순경의 모습이 무색하게 인하를 걱정하는 모습에서 허 순경이 인하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요즘 경찰들이 많이 돌아다니던데 무슨 일 있어요?”

“음···뭐 이건 주민들에게 다 알리고 조심하라고 안내하라고 공개 사건 수사 중이니까···너희도 알아도 되겠지···택시 조심하라는 뉴스 많이 봤지?”

“네.”

“요즘 심야 택시를 탄 여성들이 사라져서 수사 중이야. 그것 때문에 각서의 형사들이 다른 형사사건을 빠르게 정리하고 다들 이 사건에 집중하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온 모양이더라고.”

‘그럼 인하사건을 초동 수사 정도로 빠르게 끝내려고 하는 거구나?’

우리는 허 순경의 말에서 힌트를 찾고 조금이라고 수사 진행 사항을 알고 싶었지만 이미 파출소 앞에서 소란을 피운 경수의 모습을 봤던 허 순경은 우리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각자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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