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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47화 (47/205)

<47화 용감한 시민상 2>

“용감한 시민상인가···.”

“와우, 내가 용감한 시민상이라니.”

“그런데 족제비는 없네.”

“족제비라니?”

“기주 납치 사건에서 나 도와준 사람.”

“누가 널 도와줬어?”

“재민이 친구?”

“재민이가 친구가 있었어? 너하고 재하 말고 친하게 지내는 애들은 없지 않아?”

“그래서 그런지 재하 문제 해결된 이후로 재민이도 학교 잘 안 나오는 것 같은데.”

“뭐?”

“몰랐어?”

“학력고사 끝나고 애들이 왔다 갔다 하니깐···그 사이에 섞여있겠거니 했지.”

“뭐, 반별로 다른 영화 틀면서 서로 친한 애들끼리 모여서 놀기는 했지.”

“그래도 담임은 알걸?”

“그래?”

“저번에 교무실 가니깐 재민이 부모님한테 전화 거는 것 같던데?”

“그런 줄 몰랐네.”

“나도 그 전화통화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야. 다들 적당히 출첵하고 노닥거리다가 나타나니 신경을 특별히 쓰지 않는 이상 모르지. 그런데 넌 재민이를 어디서 만났는데?”

“학원가 PC방.”

“아하. 거기라면 알 수밖에 없겠네.”

PC방은 많았지만, 게임이 잘 돌아가는 최신식 PC로 깔끔하게 운영되는 곳은 학원가 PC방이 최고였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학원가 PC방으로 향했다. 재민이는 역시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PC방은 어두운 조명에 누가 옆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다들 커다랗게 음향효과를 켜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익숙한 뒤통수를 보고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올렸다.

상대는 내가 누군지 돌아볼 생각도 안 하고 외쳤다.

“씨발, 누구야. 지금 중요한 순간이거든. 조금 이따가 내가···.”

익숙한 반응에 내가 어깨에 올린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하자. 공포영화에서 뒷자리를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뒷모습을 보여주듯 안 돌아가는 고개를 억지로 숙이고 있었다.

내가 친히 눈을 마주쳐주자 비명을 지르면서 고개를 뒤로 돌려 나와 마주했다.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면서 눈으로 나에게 욕을 하고 있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주···주신아?”

“진한 녹색 아××차량.”

“찾았잖아. 그날 족제비랑 같이 갔잖아. 그런데 왜.”

“찾았으니깐 그때 약속한 것 지키려고 온 거지.”

“뭐?”

내가 품에서 손을 꺼내자 놀란 듯 양손으로 머리부터 보호하고 있는 재민이의 모습은 학교에서 거들먹거리던 모습과 달리 눈가에 상처가 많이 나 있었다. 나는 약속했던 돈을 재민이에게 넘기면서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이거 누가 한 거야?”

재민이는 나의 질문보다는 내가 넘긴 현금을 세면서 시시덕거리면서 가볍게 대답했다.

“그날···너 배달형 아니다 BD형 봤잖아? 함부로 불러서 망신 당하게 했다고 좀 맞았지.”

“때린다고 그냥 맞아?”

“그럼 어떻게 그 형 그날 어떻게 내가 어떻게 제압한 건지는 몰라도 유명하다고 학교 졸업하고도 무리 지어서 다니고···.”

“그냥 동네 양아치가 뭐.”

“아니야. 그 형이 그···조폭이랑도 선 있다고 들었는걸?”

“조폭?”

“응···월드파라던가···자세히는 몰라. 괜히 관심 가졌다가 거기 똘만이로 끌려가고 싶지 않거든.”

“그럼 그날 나 태워준 족제비는?”

“족제비? 너라면 그렇게 불러도 되겠지만 나는 태연형이라고 불러.”

“이름이 태연이야?”

“응, 송태영. 학교 다닐 때 유명했는데···그게 잘못 얽혀서 다리 ×× 돼서 원래는 월드카 쪽 라인도 태연이 형이 관리했는데 배달 형이 받아 간 거야.”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그날 모인 애들이 이야기해주지는 않았을 텐데.”

“재하가 말해줬지. 자랑스럽게.”

“재하가?”

“재하 형이랑 나이 차이가 좀 있잖아. 그 형이 학창시절에 그렇게 날렸다고 하더라.”

“그럼 형이라는 사람 따라서 문제아가 된 거야?”

“문제아라니 그저 질풍노도의 시기를 바람같이 조금 즐긴 거지.”

나는 한심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않은 채 재민이를 쳐다보면서 어깨를 툭 치고는 나가서 말하자고 말했다 재민이는 하던 게임을 아쉽게 보더니 밖으로 나왔다.

PC방에서 이야기하면서 느낀 거지만, 주변에 자신의 말이 어떻게 전해질지 걱정하는 표정이 언 듯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끌고 나가자 PC방에 죽치고 있던 아이들은 내가 재민이에게 화풀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관심을 끊었고 PC방 밖에서 나를 기다리던 경수와 종혁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볼일만 금방 끝내고 나온다면서.”

"그러려고 했지.”

“근데 재민이랑 왜···.”

“그냥 그래도 같은 반이니까 충고 한마디 해주려고."

“뭐?”

당혹스러워하는 경수와 종혁이의 표정을 뒤로하고 재민이를 PC방 올라오는 복도에서 말했다.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긴데. 그래도 해야겠다. 너 나쁜 놈 아닌 것 같은데 왜 저런 놈들이랑 어울리는 거야?”

“뭐?”

“재하한테 약점 잡힌 것 있어?”

“아니···.”

“그런데 왜 학교는 안 오는데?”

“내가 학교 안 간 거 알고 온 거야?”

나는 오늘 경수가 말해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전부터 신경 쓰고 있었다는 듯 눈가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래. 왜 안 나온 거야? 내가 너한테 해코지할까 봐? 나 그런 사람 아니니깐 학교는 편하게 와.”

“그것 때문이 아니야.”

“응?”

경수와 종혁이도 재민이의 대답에 놀란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재민이의 달싹거리기만하고 말이 없는 입술에 집중했다.

“사실···.”

재민이의 대답에 집중했기 때문일까?

우리는 미쳐 우리 뒤에 누군가 다가온 걸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재민이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공포로 물드는 표정을 바뀌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고 고개를 돌렸다.

“너는···.”

“오랜만이네···전학생.”

“별로. 한동안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더니 요즘 의료기술이 좋아진 것 같아.”

“뭐? 내가 너 때문에···.”

분노하는 재하를 무시하면서 재민이를 돌아봤지만 이미 재하를 보면서 말할 마음이 사라졌는지 굳게 닫힌 모습이었다.

나는 재민이의 모습에서 어떤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경수와 종혁이가 있는 상태에서 재하 같은 문제아와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스치듯 지나갔다.

그때 재하의 비릿한 비웃음을 입꼬리에서 본 것 같았지만 더 이상 진창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은 모습에 신경을 끄고 도서관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너 체육 때문에 학교 난리 난 것도 모르겠다?”

“체육? 아직도 선생인 거야? 잘린 거 아니었어?”

“그니까 학교에서 면직? 뭐 그런 거 징계처분했는데 이의제긴가? 그거 해서 난리였어.”

“그리고 체육 아내가 와서 다 어린애들이 자기 남편한테 꼬리친 거라고 그걸 어떻게 다 사실이라고 믿냐고 학교 다닐 때 선생님 좋아하는 애들이 몇 명인지 아느냐고···.”

“난리였지.”

“그날 학교가 완전···.”

“너 학교 안 나오길 잘했지 그거 봤으면 속에서 울화통이 터졌을걸?”

“그런데 그런 체육 일방적 입장을 또 학교가 받아들이더라고.”

“그래서 내가 답답해서 왜 피해자들은 학교에 이의제기? 뭐 그런 거 안 하는지 말했더니···.”

“지혜가 너 걱정된다고 우리 반 왔다가 내 말 듣고 화내면서 말하더라.”

“뭐라고?”

“피해자들이 나서서 말하면 피해자들만 더 나쁜 소리 들으니깐 너도나도 서로 총대 멜 생각을 못 한다고.”

“신문에서 피해자만 20명 넘는다고 한 거 아니었어?"

“피해자들끼리 서로 총대 메주길 바라는 거겠지.”

“지혜가 그러더라고 자기는 사이고가 노린 피해자 그러니까 아직 범죄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범죄 대상이 된 것 자체가 여우짓 하면서 다니니깐 그런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데 체육이랑 그렇고 그런 피해까지 당한 피해자들은 어떤 소리를 듣겠냐고.”

“야. 그건 좀 아니지 않냐?”

“그러니까. 너 일 때문에 마음이 그랬는데 그 소식 듣고 나니깐 아주···.”

“아주 난리쳤다고?”

“그건 아니고 엄마한테 연락해서 최소한 학생들 있을 때 그런 소란은 아닌 것 같다고 했더니 체육이 접근금지 뭐 그런 거 받았다고 하던데?”

“피해자에게 접근금지?”

“그래서 학교에는 오늘도 안 왔잖아.”

“그거 받기 전에는 하루에 한 번씩 와서 피켓 들고 막···.”

“보는 우리가 괴로웠지. 난 체육이 피해자인 줄?”

“체육이 진짜 애들 거짓말에 피해당한 거라는 소문도 돌긴 하더라.”

“그걸 믿어?”

“체육 좋아하던 애들은 믿지.”

“와···내가 이런 소리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종혁이의 말을 경수가 이어받았다.

“왜?”

“내가 사는 곳이 다가구 주택 밀집되어 있잖아. 학교에서 가깝고···.”

“그런데?”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우리 학교 피해자인 애가 사는 것 같아.”

“뭐? 그걸 몰랐어?”

“몰랐지 반도 다른 데다가 개가 학교에 엄청 일찍 가고 늦게까지 야간자율까지 하는가 보더라고 그러니깐 얼굴도 몰랐는데···.”

“몰랐는데···?”

“이번에 이름하고 나이하고 생김새하고 다 알게 됐다니까.”

“응? 갑자기?”

“체육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개 이름하고 나이 그리고 생김새 언급하면서 자기 좋다고 쫓아다닐 때는 언제더니 이제 자기하고 자기 가정을 망치려고 거짓말한다고 막···매도하면서 다니더라고 그러면서 개가 어딜 어떻게 하면 좋아한다든지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고래고래 외치고 다니는데···.”

“왜 그런데? 그럼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신고야 몇 번 한 것 같은데 그래 봐야 노상 방뇨 같은 벌금만 얼마 내는 것 같더라고···.”

“헐···체육은 왜 그러는 거야? 복수야?”

“아니? 뭐···법정에서 판결 받으려면 합의 받아야 한다나? 그런데 합의를 안 해주니깐 그런 식으로 동네방네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한다고 하더라.”

“미친 ××···.”

“이런 이야기하지 말고 우리 다른 거나 말하자. 말하는 입이나 듣는 귀가 썩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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