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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44화 (44/205)

<44화 기주 납치사건 4>

‘띠리리.’

족제비의 말처럼 방안은 엉망이었다. 문제는 기주가 안 보이고 전부 덩치로 보이는 놈들만 한가득이란 것이다.

‘이곳이 지옥도일까?’

나는 기주를 눈앞에서 놓친 이후로 높아만 가던 심장의 열기가 순식간에 식어 내리는 참담한 느낌을 경험해야 했다.

‘쫘악’

“이년이···.”

침대 머리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젊은 여자가 무릎 꿇고 배를 툭툭 치면서 쓰레기 같은 놈의 바지춤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조차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 여자의 뺨을 여러 차례 때렸는지 붉게 물들고 피가 흐른 입술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나는 흥분해서 너무 많은 힘을 쓰지 않기 위해서 조절하는 연습을 했었다.

‘세상이 이해할 범주를 벗어나면 실험실로 끌려갈지도 몰라.’라는 두려움이 저변에 깔려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주먹에 들어가는 힘을 의식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하면서 한땀 한땀 공들여서 손을 접었다. 너무 큰 분노에 전신에 힘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위한 의식이었다.

힘 조절을 위해서 했던 연습들이 빛을 발해서 주먹을 꽉 쥐자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방안으로 돌입했다.

갑작스러운 내 난입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덩치들을 무시하고 바로 젊은 여자를 향해 침대를 한달음에 넘어갔다.

“크흑···이 새끼가.”

내 발아래를 구르고 있는 놈이 나를 잡기 위해 손을 휘둘렀지만 사커킥을 덩치의 배를 향해 날려주고 날 듯이 여자를 향해 뛰어올랐다. 여자 옆에 있던 덩치가 여자를 내 앞으로 밀치듯 방어를 했다.

무시하고 놈에게 달려들고 싶었지만, 임산부인 젊은 여자가 넘어질 듯 나를 향해 밀려오자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고 침대 위에 앉게 하려고 했다.

침대를 보자 젊은 여자는 미친 듯이 반항하면서 나를 꼬집고 햘퀴면서 몸을 흔들어 빠져나가려고 했다.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녀를 놓아주었다. 멍하고 생기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녀를 지나쳐 덩치 앞에 섰다.

“저년 미쳤다니깐. 크큭. 도와주러 온 놈한테도 지랄이네.”

놈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 이미 질려버린 나는 말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덩치의 입을 노리기 시작했다. 내 몸놀림이 예상과 다르다고 느꼈는지 교복을 입은 학생 모습인데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더니 어느새 꺼낸 건지 위협적으로 주머니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나는 손이 베이는 것도 무시하고 덩치에게 달려들었다. 모텔 문이 열린 순간부터 가슴 깊은 곤 어디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인지는 모르겠다.

놈이 휘두르는 주머니칼을 손으로 잡아서 주먹을 덩치의 얼굴에 제대로 꽂아 넣듯이 박았다.

놈의 코가 무너지면서 안면에서 피가 터져 나왔지만, 나의 분노를 줄이는 데는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저 속에서 일어나는 불꽃이 먹이를 먹어치우고 커지듯 커지기 시작했다.

“워워 진정하라고 이미 떡이 된 놈을 더 때리면 깽값만 더 나와.”

나는 너무 흥분해서 족제비가 내 뒤에서 나를 말리는 걸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 여성분이 납치된 사람이야?”

“아니 기주야, 초등학생 여자아이.”

“뭐?”

족제비는 방안의 모습이 당혹스러운 듯 둘러보더니 이내 마음을 추스른 듯 벽장과 침대 밑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기절한 덩치들은 한 대만 쳐도 삼도천을 건널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물어보지 못하고 기주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족제비의 모습에서 냉정을 조금 찾고 목덜미를 잡아서 안면이 구겨지도록 때리고 있던 덩치를 바닥에 던지고 인형처럼 아무런 감정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젊은 여자를 일별하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손과 발 그리고 입과 눈이 묶여서 욕조 바닥에서 흐느끼면서 울고 있는 기주를 본 순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나를 넘어 기주의 모습을 본 건지 주머니칼을 집어 들어 기주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익숙하게 칼을 다루는 모습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갑작스러운 문소리에 내 주의는 문으로 향했다.

‘띠리릭.’

“씨벌”

덩치가 한 놈이 더 있었는지 편의점 봉투로 보이는 봉지를 휘두르더니 잽싸게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크흑.’

긴장이 풀렸다가 온몸에 힘을 주니 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지만, 눈앞에서 범인이 도망치는 건 도저히 볼 수 없었다.

‘놓치면 분명 보복에 대해서 두려워할 거야.’

나 스스로를 독촉하듯 모텔 밖으로 뛰듯이 튀어나오자. 녹색 아××차량이 급하게 출발하려고 했다.

나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모텔 광고가 달린 봉을 뽑아서 급출발하려고 하는 차량 바퀴 휠 사이에 끼어 넣었다.

‘키릭키릭···.’

출발하려는 힘과 바퀴가 굴러가지 못하고 휠에 봉이 끼는 소음이 한적한 저녁 이곳에 무슨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듯 큰 소음이 발생하고 차량에 탔던 덩치는 그래도 차량 도주를 포기하지 못했는지 계속 풀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나는 놈이 포기하지 못하자 끌어내기 위해서 조수석 문을 열었지만 열리지 않아 주변에 보이던 벽돌로 창문을 내리쳐 깼다.

‘쿠자창’

강제로 문을 열고 끌어내려고 할 때 이제까지 급출발하는 차량을 억지로 붙잡고 있던 봉이 끝내 부려지면서 차량이 쏘아지듯 앞으로 달려나갔다.

조수석 문을 강제로 연 상태로 안으로 뛰어들지 아니면 안전하게 도주하는 차량을 지켜볼지 순식간에 선택의 순간이 왔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하긴 억울하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로 몸을 조수석에 억지로 구겨 넣듯이 밀어 넣으면서 덩치가 잡고 있는 핸들을 크게 꺾었다. 차가 급속도로 튀어나갈지 예상하지 못했는지 덩치도 어어 거리다가 담벼락에 들이박으면서 핸들과 좌석에 머리를 박고 정신을 잃었다.

나는 더 심각한 상태였는데 제대로 자리에 앉아 있지도 않고 안전벨트를 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수석에서 튕겨져 나가서 바닥을 몇 번 굴러야 했다.

‘크흑.’

절로 나오는 신음 소리와 함께 멀리서 경찰차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너무 늦은 거 아냐?’라는 원망과 동시에 기억이 삭제되었다.

희미하게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곳은···

‘병원?’

움직여보려고 상체에 힘을 주자 속에서 앓는 신음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병실 침대 가림막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목소리들이 익숙했다.

“야···나 이제 교실에서 영화는 다 본 것 같아.”

“이게 실제가 맞냐? 찍어 놓기라도 할걸···.”

“꼬맹아, 네 형이라고 따라 하다간 골로가기 십상이다. 그렇게 반짝거리면서 쳐다봐도···.”

“형.”

“어, 정신 차렸어?”

“으윽···.”

“움직이지 마. 너 달리던 차에서 뛰어내렸잖아.”

“뛰어내린 거냐? 튕겨져서 탱탱볼처럼 굴러다닌 거지.”

“어떻···기주는?”

“기주는 무사해.”

”허 순경하고 있다가 네가 차에서 뛰어내리는 것 보고 우리는 바로 병원으로 왔어.”

“그 순경 아저씨가 너 엄청 챙기더라 그리고 기주도 무사하다고 전해줬어. 너 깨어나면 궁금해할 거라면서.”

“···?”

“허 순경이 우리 태워다 준다고 출발했다가 제보 들어왔다고 바로 핸들 돌리고 쫓아갔거든. 아···모를 려나?”

“꼬맹이가 네 형 슈퍼맨이라고 자랑하는 거 잡아 왔으니깐. 잘 지켜봐. 꼬맹이도 장독대에서 뛰어내릴라.”

“크흑···.”

“아, 웃지 마. 숨소리도 조심해서 내. 의사 선생님이 너 갈비뼈 나간 거 같다고 했어.”

“못해도 한 달은 몸조리해야 할 거라던데?”

“어쩐지.”

“정확한 건 이따가 X-레이 찍어보자고 하더라. 지금은 사람이 너무 많다네.”

“사람이 많다고?”

“네 녀석 덕분에 손님이 많아졌지. 응급 손님?”

종혁이와 경수가 주신이를 데리고 병실을 나가자 방금 전의 소란스러움이 거짓말인 것처럼 적막감만 감돌았다.

웃지 못할 상황에 그렇게 아무것도 못 하고 멍하니 병실 침대에서 누워서 밖을 보고 있을 때였다.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작고 큰 발자국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몸은 괜찮아요?”

작은 발자국은 오히려 힘이 넘치고 안정감 있었지만 큰 발자국은 비틀거리면서 오히려 힘이 빠진 느낌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흐읍···기주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흐느끼듯 울음소리와 함께 머리가 지끈거리는 순간. 이제는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자 생각했다.

‘술법이 발동한 건가?’

최대한 많은 내용을 듣기 위해 아찔한 정신을 붙잡았다. 흐릿한 오래된 사진과 멀리서 외치는 듯한 듣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듯한 이상한 느낌을 또 받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흘려 내린 머리는 하늘하늘한 폭포수 같았고 흰 피부에 큰 눈동자가 인상적인 미인이 단정한 원피스 차림으로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애잔한 표정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실내 묵직한 갈색 단상을 사이에 두고 인생의 쓴맛을 본 표정의 냉랭한 표정의 아주머니가 마주하고 있었다.

갈색 단상에는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차가 올라와 있었지만, 양쪽 다 차를 마실 기분은 아닌 듯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고 있었다. 대화가 지나가기 시작한다.

‘이건 누구의 기억이지?’

나는 어제처럼 당혹감에 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주먹을 꽉 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혼하고 싶다고?”

“네···어머니.”

“누가··네 어머니냐? 어디서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년이 들어와서······.”

“그게···저하고 부장 씨는 서로···.”

“서로 뭐? 그런 게 중요한지 알아? 내 아들은 5대 독자야. 독자라고 너 같이 얄쌍하게 생겨서 힘 없는 년이 들어와서 대를 끊어 먹으면 어쩌자는 건데 난 이 결혼 인정 못 한다.”

“어머니···.”

“일 없다. 당장 꺼지지 못해?”

그 뒤로 둘의 대화가 더 이어지지 않고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것처럼 들리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인 모습은 거의 오열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흐읍···감사합니다.”

“일···일어나세요.”

내가 누워있는 병상 침대를 부여잡고 오열하는 모습에 당황스러워서 일으켜 세우고 싶었지만 말하는 것만으로도 가슴뼈가 아파서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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