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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43화 (43/205)

<43화 기주 납치사건 3>

어두워져 가는 골목길을 돌아 아무도 없는 익숙하지만, 입안이 쓴 그 길을 빠져나왔다.

‘이제 경수, 종혁이 아니더라도 주신이와 함께 오던 길이여서 그런지 왠지 씁쓸하네.’

나는 마음 한구석에 휑한 기분을 느끼면서 햄버거 가게가 있는 시내로 발걸음을 빨리했다. 대 백공의 술법이 강화되어서 인지. 안 남산 등산로를 향해서 달리던 때처럼 지치거나 힘든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보기에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만 나 스스로를 독촉해 시내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도착했다.

그리고 햄버거 가게 지하에 있는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PC방은 어두운 조명에 누가 옆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다들 커다랗게 음향효과를 켜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익숙한 뒤통수를 보고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올렸다. 상대는 내가 누군지 돌아볼 생각도 안 하고 외쳤다.

“씨발, 누구야. 지금 중요한 순간이거든. 조금 이따가 내가···.”

그러다 내가 어깨에 올린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하자. 비명을 지르면서 고개를 뒤로 돌려 나와 마주했다.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면서 이내 컴퓨터 화면에는 you die라는 메시지와 혼란스러울 정도의 속도로 욕하는 메시지가 도배 되었지만, 재민이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짜··주···주신아?”

“정답, 이름 말고 다른 말로 날 지칭했으면 주먹이 나갔을지 모르는데 내 경고 잘 기억하고 있네.”

하긴 기억하지 못한다면 다시 기억해줄 때까지 둘만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재민이에게 시간을 사용하기는 아깝지만 필요하다면 투자를 해야 하는 법이니까.

나는 PC방 구석으로 재민이를 데리고 나와서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냈다.

“이건?”

갑작스럽게 돈을 꺼내 주머니에 구겨 넣듯이 넣어주니 당황한 듯 재민이가 두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부탁 하나 하자. 요 앞에 영어학원 알지. 초등학생 다니는 학원.”

“어···.”

“거기에서 양 갈래로 머리 묶은 여자애 알아?”

“뭐? 학원 있는 거야 알지만 거기 다니는 애들을 네가 어떻게 알겠어.”

“그럼 진한 녹색 아××차량 수배 좀 해봐.”

“차량번호는···? 차종하고 색만 알면···찾기 힘들 텐데.”

“여기 예상 차량번호. 정확한 건 아니야.”

아쉽게도 당시 급박한 상황에 뛰어온 건 나와 종혁이었다. 나는 한번 본 차량 번호를 전부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 못했고 종혁이는 숨이 차서 차량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경수가 봤다면 차량번호를 전부 외웠겠지만.’

“뭐?”

“이 차량 찾아내면 방금 준 것만큼 더 줄게.”

‘학교 밖 폭력적인 무리와 엮이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들 문제는 이쪽이 정보가 가장 빠르니깐.’

진짜를 남발하면서 좋아하는 녀석의 어깨를 꽉 쥐면서 말했다.

“중요한 일이야. 위치 꼭 알아내.”

“아··알았어.”

재민이도 학생한테는 선 듯 돈을 현금으로 주면서 맡기는 일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바로 PC방에서 사용하는 공용 전화기를 잡더니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난 그 모습을 보면서 양 주먹을 초조함을 숨기듯 주머니에 넣고 지켜보고 있었다. 재민이는 아는 아이들에게 다 연락을 돌렸는지 나를 보고는 고갯짓으로 따라 나오라고 표시했다. 나와 재민이가 PC방 밖으로 나가자 보이는 건.

어두워진 하늘과 배달 오토바이로 보이는 오토바이 무리 중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거들먹거리는 덩치였다.

내가 무슨 짓이냐는 듯 재민이를 쏘아보자. 변명하듯 재민이가 줄어든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차량 찾는 건 배달 형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빨라서···.”

“야, 이 ×새꺄, 내가 배달형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BD라고 부르라고.”

재민이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재민이를 향해 돌진하듯 압박하는 배달인지 BD인지 앞을 막아서고 기다릴 것 없이 재민이를 향해 잽을 날리듯 뻗은 오른팔을 감싸듯 관절을 누르고 부드럽지만 단단한 힘으로 내가 원하는 곳으로 힘이 향하도록 하자 재민이를 앞에 두고 등 뒤로 팔이 꺾여서 제압되고 말았다.

내가 등 뒤에서 제압한 팔을 누르면서 힘을 주자 제대로 팔이 꺾였는지 힘을 주지 못하고 아프게 하는 힘의 방향에서 벗어나려는 듯 상체를 흔들면서 다리를 걸려고 시도했지만 오히려 제풀에 지쳐서 무릎 꿇는 듯한 자세가 되어 버렸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저혈압은 아닌 듯 목 뒤가 벌게지면서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너···너···씨벌···.”

나는 화를 내려는 녀석의 얼굴에게 만 원권을 부채 펴듯 펼쳐서 놈의 눈앞에서 흔들어 줬다. 놈은 내게 꺾인 팔이 아파서인지. 내가 들고 있는 돈이 필요한 건지 고함치면서 아무 말 대잔치를 하던 목청에 힘을 뺐다.

“내가 지금 좀 급하거든. 그러니깐 쓸데없는 사족은 빼고 말하자. 진녹색 아××차량 차량번호 중에 81번호가 들어간···찾았어?”

팔을 강하게 꺾으면서 질문하자. 신음 소리와 함께 어깨를 흔들면서 조금이라고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강화된 내 힘에 벗어나지 못하고 작게 욕설을 되뇌더니 이내 이 상태에서는 힘으로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울컥한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야, ×쌔들아 방금 들은 차량 본 놈 나와.”

다양한 오토바이의 향연 속에서 빨간색 얄쌍한 오토바이를 끌고 있는 붉은 염색머리가 귀에 주렁주렁 이것저것 단 녀석이 나와서 말했다.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웃는 표정이 꼭 족제비를 닮은 것 같았다.

그런 표정과 달리 말투는 어색했지만,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형···그러니깐 그런 차량이 학원가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오토바이가 미끄러져서 병재가 다쳤다고 들었어요.”

그런 족제비 같은 놈의 행태에 이빨을 간 BD는 이내 내가 재촉하듯 팔을 다시 꺾기 시작하자 질문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병재 구역이 어딘데?”

“북서쪽 모텔촌 쪽이요. 목 좋은 곳인데 병재가 드러누워서 JJ가 대타 뛰고 있을 거예요."

“병재 일하던 가게 전화 알아?”

“네. 바로 연락해서 JJ한테 그 녹색 차량 본 적 있는지 확인해 봐.”

햄버거 가게 앞에 있던 공중전화로 바로 전화를 하더니 몇 분 후 공중전화 박스에서 바로 튀어나오듯 화려한 족제비가 튀어나왔다.

“모텔 ××에 주차되어 있는 거 확인했다고···.”

이번에는 계속 고함을 지르고 있는 배달인지 BD인지가 아닌 내 가라앉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어딘데. 10분 안에 데려다주는 놈은 10만 원 즉시 준다.”

“옙, 제가 배달크루에 스피드광 족제비입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나한테 팔이 꺾여서 끙끙대는 자칭 BD 타칭 배달형이라는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 90도 인사를 건네더니 자신의 오토바이를 바로 내 앞에 대령했다.

‘오토바이 타다가 일부러 사고를 일으켜도 이번에 받은 재생술법이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족제비라는 놈의 뒷자리에 앉았다.

“5분안에 도착하면 2배.”

“옙···갑니다.”

‘우르르릉. 삐익.’

바퀴에서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이 날 정도로 가속을 하더니 정말 나를 5분 안에 진녹색 아××차량이 있는 곳에 데려다 놓았다. 나는 놈에게 약속한 돈을 주면서 말했다.

“여기 위치 경찰에 제보해놔.”

“네?”

“여기에 기주 납치범들 있다고 제보하라고.”

이제까지 능글거리던 태도에서 벗어나서 벙진 표정인 녀석을 뒤로하고 나는 모텔로 보이는 건물로 들어가려고 했다.

뒤에서 잡는 손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너···?”

내가 인상을 쓰면서 족제비의 팔을 방금 BD가 당한 것처럼 어깨에 놓인 팔을 꺾어주려고 하자 양손을 들어서 거리를 벌리더니 이제까지 능글거린 게 거짓말인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샌님처럼 보이는 학생이 오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아?”

“뭐?”

“나한테 방법이 있으니깐. 잠깐 기회를 달라고. 너 너무 급해. 아니 급한 게 당연한데. 그러다가 진짜 ×대”

내가 새삼스럽다는 듯 녀석을 쳐다보았다.

이제까지 능글거리면서 건들거린 게 거짓말인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녀석의 말에 진심을 느껴져 잠깐 고민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교복 입고 모텔 출입은 어림없겠지?’

급한 마음에 집에 들렀다가 나왔는데도 아직 교복 차림이었던 나는. 거기다 넥타이까지 제대로 맨 상태였다.

내가 물러서듯 입구에서 멀어지자. 녀석은 익숙하게 오토바이 뒤에 있던 배달할 때 사용하는 중국집 철가방을 꺼내더니 모텔 입구로 물 흐르듯 들어갔다. 대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배달이요.”

“뭐? 객실에서 시킨 것 같은데 알아서 들어가. 노크하는 것 잊지 말고.”

“근데 호실 기억 안 난다고 그냥 알아서 오라고 끊어 버리더라고요.”

“뭐? 또?”

“누가 일일이 호실 기억하고 들어가요. 들어가면 까먹지.”

“나 참, 누구라고 했는데? 저기 주차된 녹색 아××차량이요.”

“거기도 참···,”

“몇 호데요? 진상이에요?”

“305호인데···진상이야. 그 덩치들이 아가씨 하나 가지고 방 하나만 빌리니 뭐.”

“그럼 전 올라갑니다.”

거의 가로막혀 있는 모텔 주인장이 앉아있는 카운터를 가로막은 녀석이 등 뒤로 손짓하자. 나는 비상계단으로 날 듯이 몸을 날렸다. 뛰어서 3층까지 올라오자. 느긋하게 올라오던 엘리베이터.

‘띵.’

“그래도 생각이 있네. 기다려주고?”

“···.”

“생각 없이 들이 박으면 안에 있는 사람만 다치는 거야. 내가 당해봐서 알아.”

“뭐?”

나의 당혹한 표정을 지나치고는 305호 앞에 철가방을 보란 듯이 큰 소리로 내려놓고 노크했다.

“배달왔습니다.”

“뭐? 배달시켰어?”

“아닌데. 다른 곳 아니야?”

안에서 잠깐의 소란 후에 문이 덜컥 열리자.

“젠장, ×됐네.”

녀석은 마음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끌었다.

녀석이 내 힘에 밀리듯 모텔 벽으로 밀려나고 나는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문을 열기 위해서 한 발짝 나와 있는 녀석의 무방비한 목덜미를 주먹으로 짧게 치고는 잠깐 눈이 풀리는 녀석을 잡아채듯 다리를 걸어서 안쪽으로 넘어지게 하고는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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