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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41화 (41/205)

<41화 기주 납치 사건1>

오랜만에 등교하는 듯한 느낌에 골목길에 등을 기대고 서 있자 종혁이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이내 반갑게 웃음을 짓다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찡그리면서 고심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종혁이의 어깨를 툭 치고는 말했다.

“뭐해. 늦겠다. 학교 가야지.”

“뭐야···남은···.”

“괜찮지 않은데 오랜만에 학교 가는 것 같아서 늦기 싫어···.”

“뭐야 괜찮지 않다면서 평소랑 똑같잖아.”

“두 번이나 큰일 치르고 나니깐 느끼는 건데.”

“뭐가?”

종혁이가 나를 쳐다보면서 전신주에 머리를 박으려는 걸 어깨를 잡아서 내 쪽으로 끌어오면서 말했다. 내 순간적인 힘에 당황한 듯 어어 거리면서 나와 앞의 전신주를 보더니 중심을 잡고 앞을 보고 걷기 시작했다.

“아 진짜 이 자식···내가 말이야.”

교실에 도착해서 경수를 만나자마자 오늘 등교하면서 있었던 일을 하소연하듯이 쏘다붓기 시작하는 종혁이를 보면서 나는 내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아귀다툼하듯 대화하는 종혁이와 경수 사이에 끼어들었다.

“뭐?”

“오는데 말을 하다가 마는 거야. 사람 궁금하게 덕분에 전신주랑 량데뷰할 뻔했다니까."

“그거 내가 막아줬잖아.”

“그런 걸 병 주고 약 준다고 하는 거야.”

“나하고 경수는 내내 너 걱정했는데.”

“그런데 부모님이 장례식장에는 못 가게 하더라고···.”

“당연하지.”

“뭐가 당연해. 친구 할아버지 장례식인데 처음···그때도 못가고.”

“아직 안 오는 게 더 좋지. 그리고 너네 부모님이 왔다 갔어.”

“그게 똑같냐?”

“나한테는 똑같아. 그리고 주신이 봐주고 있는 것만으로 난 엄청 고맙거든?”

“왠지 주신이랑 동급 취급인 것 같은데 나만 그려나?”

“나도. 야 이 자식 우릴 뭐라고 보는 거냐?”

“이 어린양들 내가 기쁘게 도전을 받아주지.”

내 말에 화가 난 듯 덤비는 종혁이와 경수를 피하면서 책상을 피해 복도로 뛰어가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간지러운 마음이 들어서 크게 웃고 말았다.

내 웃음소리에 더 약이 바짝 오른 종혁이와 경수가 복도 양쪽에 나뉘어서 덮치자 그제야 나의 질주가 멈췄다. 강화된 육체도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에 눌리듯 나는 자연스럽게 벽을 타고 복도 바닥에 드러눕듯 앉으면서 웃어버렸다.

“미친놈처럼 웃지만 말고 너 괜찮냐?”

“아침부터 그것만 묻네.”

“안 괜찮아 보이니깐 그러는 거지.”

“나도 모르겠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회귀한 삶의 기간까지 합쳐지면 상처가 무뎌질 대로 무뎌진 상태였다. 하지만 회 국전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외할아버지 생기자마자 돌아가신 건 그 무게는 나조차 모르겠다.

“뭐?”

“평생을 모르고 지내던 외할아버지하고 만난 지 하루 만에 돌아가셨는데···.”

“그런데?”

“돌아가셨다는 걸 인식하기도 전에 재산분쟁에 휩싸였거든···.”

“뭐?”

고모라는 사람이 외할아버지 유산을 탐낸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돌려서 말했다.

“재산분쟁까지 생길 정도면 유산이 좀 큰 가봐?”

“잘 모르지만 그런 것 같아. 대부분이 땅이어서 감정평가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럼···너 이사 가는 거야?”

종혁이가 이제까지 가장 궁금했던 질문이었던 것 같았다. 불안 하기도하고 기대심도 있는 종혁이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이사···잘 모르겠어. 주신이는 가기 싫은 것 같아.”

“너는?”

“나?”

“아무래도 어머니나 주신이 건강 생각하면 이사 가야 하지 않을까? 반지하라서 곰팡이라든지 그런 것 때문에 기관지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종혁이 너네 집이 싫다는 게 아니라.”

“아니 난 이사 갔으면 해서.”

“뭐?”

내가 놀라서 종혁이를 보자 종혁이가 말했다.

“아빠가 거기 세를 받은 건 돈 벌 생각으로 하는 건 아니라고 들어서···.”

종혁이 말에 나도 모르게 경수를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 도와주려고 하신 거지.”

나와 종혁이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자. 경수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종혁이는 그래서 내가 이사 갈 때 좋아했어. 집이 가까우니깐 친해지는데 친해지면서 그게 신경 쓰였나 봐. 이사 가면 멀어지는데도 좋아하더라.”

“야···넌 말을···.”

“나도 좋았어. 서로 더 편해진 것 같고. 그래도 종혁이네랑 가까운 데서 산 거 후회 안 해. 친한 친구도 만들고 공부도 재미 붙일 기회도 되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목표도 얻었으니까.”

“복도에서 오징어가 되고 싶지 않으니깐 우선 나가자. 주신이 돌봐주느라 고생했으니깐 매점 내가 쏜다.”

‘앗싸.’

기분 좋게 일어난 우리는 매점으로 향했다. 나는 종혁이와 경수가 서로 툭 치면서 장난치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회귀라는 삶의 경험이 있지만, 오히려 종혁이와 경수를 보면서 배우는 게 더 크다는 사실을···

매점에 도착해서 각자 먹고 싶었던 간식을 사서 매점 탁자에 마주 앉자 종혁이가 마음이 쓰인다는 듯 말했다.

“내가 이사 가라고 한 게 주변에 아줌마들이 떠드는 소리가 기분 나빠서···.”

“뭐라는데?”

경수가 크게 빵을 한입 물면서 물어봤다.

“주인이네가 짧은 시간에 2번이나 큰일 치르는 걸 보면 저주···받았다고.”

“뭐?”

나보다 경수가 더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주변의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받고는 뻘쭘해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무슨 소문이 그딴 식이냐?”

“인심이 좋긴 한데 좋은 소문이든 안 좋은 소문이든 빨라서···요즘 골목길에 들어서면 다들 인사 안 받아주는 것 같지 않아?”

“난 내가 상심했을까 봐 조심해서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그렇다고 해도 주신이한테까지 그러는 게 마음 쓰이더라고.”

“뭐? 주신이한테?”

"해코지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어릴 때일수록 어른들의 눈초리에서 의도를 잘 파악하잖아.”

“그건···.”

“그래서 그런 거였어.”

“이사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네.”

수업이 없는 교실은 다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오히려 수업을 들을 때보다 빠르게 흐르고는 했다.

“벌써 하교 시간이야?”

“그러게 이제 여기로 등교할 날도 얼마 안 남았네.”

“애늙은이 같은 소리 그만하고 오늘 좀 따뜻하지 않냐?”

“뉴스에서 삼한사온이라고 내일부터는 좀 추워질 거래.”

“너 뉴스도 봐?”

“너넨 안 봐?”

나와 경수가 새삼스럽다는 듯 종혁이를 봤다.

“우리 아빠는 뉴스 아니면 안 틀어. 그래서 뉴스만 본다.”

나는 회귀 전에도 뉴스를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 경찰이 자주 보이잖아?”

“응? 너 뭐 알아?”

“요즘 가짜 택시가 그렇게 많데 그래서 단속한다고 여기저기 순찰 다니는 것 같아. 그래서 자주 보이고.”

“엄마가 택시 탈 때는 뒷좌석에 타라고 말하긴 하더라. 근데 우리가 택시 탈 일이 있냐?”

우리는 가짜 택시를 화제로 계속 수다를 떨다가 백신초등학교 정문이 보이자 발걸음을 빠르게 하기 시작했다.

주신이가 보이지 않아서 우리는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학교 건물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날이 추워지면서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교실에서 기다리라고 말해놨기 때문이다.

우리가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는지 ‘두다다’하는 소리와 함께 주신이가 가방을 메고 달려 나왔다. 나는 주신이가 달려오는 앞에서 격하게 잡아채듯 안아서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겨울에는 위험해.”

“주인이 힘 더 좋아진 것 같지 않냐?”

“주신이도 많이 큰 것 같은데 보디 어택을 그냥 들어버리네.”

뒤에서 종혁이와 경수의 말이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주신이를 안전하게 바닥에 내려줬다. 똑바로 서는 걸 보고서는 한마디 더 하려는 걸 느꼈는지 경수가 주신이를 감싸듯 나한테서 멀어지게 하더니 말했다.

“오늘은 친구들하고 같이 안 가?”

“다들 부모님이 데리러 왔어요. 근데 기주가···.”

“기주?”

“우리 반인데 엄청 공부 잘해요.”

“왜? 예뻐? 귀여워?”

경수는 건수를 잡았다는 물고 늘어졌다. 경수의 질문이 짓궂어질수록 주신이의 볼이 발갛게 익어가기 시작하자. 내가 끼어들어서 말했다.

“기주가 왜?”

“오늘 학원 가는데 모르는 사람하고 같이 가더라고요.”

“모르는 사람?”

“응···멀리서 봐도 기주 엄마는 아니었는데 젊은 아줌마?”

“젊은 아줌마는 또 뭐냐?”

“그게···.”

“말해봐. 뭔데?”

“젊고 예쁜데 배가 엄청 불러서···.”

‘임산부?’

“그럼 기주 엄마인 거 아니야?”

“기주 엄마 봐서 아는데···.”

나는 마음에 걸려 하는 주신이의 모습에 괜한 앙금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시내로 햄버거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뭐? 갑자기?”

“날이 풀리긴 했지만 걷기 멀지 않아?”

“햄버거 내기 어때? 꼬맹이는 깍두기로···.”

종혁이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자. 경수가 자신의 지갑을 꺼내 용돈을 확인하는 걸 봤지만, 모르는 척 그 모습을 가리고 말했다.

“내가 갑자기 결정한 건데 오늘은 내가 쏠게. 주신이 너무 걸으면 그러니깐 버스 타고 갈까? 이제 버스 도착할 시간 된 것 같은데 서두르자.”

사실 금고에 현금을 넣기 전에 따로 챙겨 놓은 만 원권 다발이 있어서 수중에 쓸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그래? 그럼 후식은 내가 살게.”

“주신이 코코아 사줘. 겨울에는 코코아만 먹거든. 엄마는 햄버거라면 난색을 표하지만 가끔은 먹어도 괜찮지?”

우리는 운 좋게 바로 들어오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기주는 그럼 매일같이 영어학원 가는 거야?”

“초등학교부터 학원 보내는 건가?”

“나 때는 말이야.”

겨울철 오후의 버스는 한적해서 남학생 3명에 어린 동생까지 4명이 뒷좌석을 채우고 뒤에서 시끌벅적했다.

‘뭐지?’

알 수 없는 시선에 찝찝함이 몸을 타고 흐르는 순간. 끼익.

“내리자.”라는 종혁이의 담백한 말에 경수가 주신이를 챙겨서 먼저 하차했다. 나는 알 수 없는 시선에 기분이 이상했지만 확인하기 전에 급하게 버스에서 하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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