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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26화 (26/205)

<026화 재생의 힘>

그날 밤 골목길은 고요함이 내려앉아 아무도 어둡고 어두운 밤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음습하고 차가운 겨울밤이 찾아왔다.

어두워진 반지하 방의 불이 꺼지고 고요해진 골목길 전부 잠이 들었다. 그러자.

잠이 들어 정신이 흐릿해진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익숙해진 공간에 서 있었다.

‘대백공···.’

꿈에 대백공이 찾아온 현상에 나는 대백공의 말을 기다리듯 제자리에 서 있었다.

‘오늘 특별한 일이 있었나?’

의아해하는 이런 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멀리 있다고 느꼈던 대백공이 내 눈앞으로 순간 나타났다.

“어린 친구 반갑다네.”

“오늘은 어떻게···.”

“내가 이렇게 어린 친구 꿈에 현현하게 된 이유는 자네가 오늘 행한 일이 특이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네. 그에 대한 보상을 준비해야 하는데 사실 어린 친구의 보상 덕분에 내가 곤란한 참이야.”

“특이점이요? 전 특별히···한 게 없는 것 같은데요.”

“허허, 자네가 한 일은 작다면 작겠지만 많은 사람이 구함을 받았다네.”

“어···무슨 의미인지···.”

“자네의 신고로 잡혀간 아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인생을 잡아먹고 자랄지 알고 있나?”

“네···?”

“쉽게 말하자면 오늘 자네는 지혜라는 여학생의 인생을 구했고 이전에 고통받던 7명의 학생과 가족들이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네.”

“제가요···?”

“그렇지. 자네의 신고가 아니었다면 다들 그 삶의 생령을 잃어버리게 되어서 결국 죽었을 운명이지.”

“생령이요?”

“인간이 인간으로서 받아야 할 기본적인 자존을 박탈당한다면 더 이상 살아도 산 게 아닌 거지. 결국, 스스로 삶을 끝내는 선택을 하고 말게 된다네. 자네의 신고로 잡힌 여아가 잡아먹을 생령의 숫자가 얼마라고 생각하나?”

“어르신 말씀을 따르면 지혜까지 포함하면 8명 아닌가요?”

“쉽게 생각하면 그렇겠지만. 자네가 회귀 전에 그 여아가 잡아먹은 생령은 100명이 넘는다네.”

“네? 그게···무슨···.”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생령을 잡아먹고 잡아먹어 결국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지. 자네의 신고는 그런 괴물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을 때 해줘서 그 아이의 삶도 구한 것이나 다름없다네.”

“그건···전 그저 상식선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한 건데요?”

“자네 입장에서는 아주 작은 일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타인의 배려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으니. 참 하늘의 뜻은 오묘하고 오묘하구나. 오랫동안 이 땅의 변화를 보면서 느낀 게 무엇인 줄 아나?”

“···.”

“오랜 시간 이 땅의 변화 중 당연한 건 없다는 것을 배웠다네.”

“어르신도 배우는 게 있다는 말씀인가요?”

“땅의 이치를 잘 알기에 내가 이곳에 자리했지. 하지만 그런 이치 속에서 빛나는 기적 같은 순간들을 어떻게···보았음에도 배울 게 없다고 말하겠나.”

“기적 같은 순간들이라면···.”

“이 땅에 아무것도 없던 시절 너무나 까마득한 시간 너머에서 한 알의 이삭이 우연히 뿌리를 내려 피어나는 황금 물결부터 시작하면···자네에게 부여된 지기가 너무 소모되니 가장 가까운 사건을 들라면 자네의 부친과의 계약일 것이고 자네가 알만한 사건이라면 억압된 민중이 스스로 일어나 자신의 권리를 찾을 때일까?”

‘대백공과의 대화는 가끔 허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문답에서 벗어나 내가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 질문했다.

“보상이 결정된 건가요···?”

“이번 일은 단순하게 특이점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라네.”

“보상 때문에 곤란하다는 건···무슨 뜻인가요?”

나는 대백공의 신선 같은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장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특이점으로 주는 상벌은 인세에 내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인과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어린 친구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는 것이네. 그런데 이번에는 시기가 딱 맞는 것이 없어서 내가 참 곤란하다고 할 수 있지.”

“그럼 인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 아닌가요?”

나는 대백공이 준 상을 받고 싶었지만 당장 급할 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계획하는 시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깐.’

“자네도 알다시피 대출을 받으면 이자가 생기는 것처럼. 특이점이 쌓였을 때 보상이 늦어지게 되면 차후에 그에 상응하는 상으로 보상해야 한다네. 그래서 보상을 늦출 수 없다네. 고민하던 중에 나타난 보상이 재생일세.”

“재생이요?”

나는 떨떠름한 기분을 숨기고 덤덤해 보이도록 말했다.

“어떤 효과인가요?”

“자네가 올바른 선택을 할 때마다 재생의 기운이 쌓이고 그 힘이 빛을 발해야 하는 순간에 자네에게 도움이 되어 줄 거네.”

“···?”

“나쁘지 않아. 그래서 더 두려워해야 한다네.”

“두려워해야 한다고요?”

“인간의 수명은 하늘이 정한 것이라네. 자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생이 끝난 삶을 이어가게 해줄 수는 없다네. 자네는 붉은 벽돌집 사건에서 ‘막을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했겠지만, 자네가 과거에서 돌아와 다시 산다고 해도 자네 역시 한 명의 인간. 인간 각자의 삶과 순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그만한 힘이 필요하지. 자네가 자네에게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나와의 계약을 통한 회귀를 한 것처럼 말일세. 그런데 모두가 그런 기회를 가질 수는 없지. 그런 규격 외의 힘일수록 어떻게 보면 사용하는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야.”

“그럼···.”

“재생은 쉽게 얻을 수 없는 축복일세. 술법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술법이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이번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건가요?”

“그것이 하늘의 뜻이기 때문이지. 나의 술법이 자네에게 주어진 운명의 힘을 강화할 걸세. 그럼 재생···즉, 생이 끝나가는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 자네의 행동에 따라서 재생의 힘이 축적되어 자네를 도와줄걸세.”

“재생의 힘은 어르신의 술법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건가요?”

“그렇지.”

“그럼···.”

“재생은 나의 힘만으로 걸 수 없는 술법이지만 하늘의 뜻과 동조된 지금. 자네의 행동에 따라서 재생의 힘이 축적되어 자네를 도와주게 나의 술법이 자네에게 이득이 될 방향으로 흐르게 도와줄걸세.”

“···?”

“특이점이 생겼을 때 내가 자네의 꿈에 현몽해 상벌을 준 것처럼. 재생의 술법이 안착한다면 자네의 행동에 따라 힘이 축적되어 자네의 행동에 따라 다른 이들의 삶을 재생할 수 있을걸세.”

“그런···.”

‘오히려 이전에 특이점으로 눈에 보이는 보상을 받았을 때가 좋은 게 아닐까?’

“허헛···.”

이제까지 동네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갑작스럽게 헛기침과 함께 무거운 공기와 압력이 나를 내리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당혹스러웠지만 반응하지 않고 침착하게 사방을 휘몰아치는 기운을 그대로 느끼고 있자. 이내 기운이 가라앉고 대백공이 입을 열었다.

“자네가 아무리 재물을 모아도 하늘의 뜻은 알기 어려우니. 만약 자네가 사고가 나거나 건강이 악화된다면 만 가지 재물과 헤아릴 수 없는 금전이 다 무슨 소용이겠나.”

“재생의 힘은 다른 이의 삶에 기운을 불어넣을 수도 있지만, 어린 친구 자네를 위해 나의 술법이 더해졌으니 자네에게 이득이 될 방향으로 흐를 것일세. 지금은 기운이 약하여 작은 창상만 빠르게 낫는 수준이지만 재생의 기운이 강해진다면 팔다리가 잘려도 그 자리에 잘린 팔다리를 가져다 붙인다면 바로 붙을 것이요.”

“자네가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의 삶을 구한다면 가히 불사라 말하고 다녀도 될 정도가 될 것이네. 이런 천운을 고작 한 줌의 흘러버리고 말 재물과 비교한단 말인가?”

나는 속이 뜨끔해졌지만 대백공에게 질문을 계속하고자 했다.

‘술법에 대해서 제대로 몰라서 대처하지 못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게 되는 거야.’

대백공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는 느낌에 나는 다급하게 몸을 움직이며 외치려고 했지만, 입만 벙긋할 뿐 내 입에서는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식은땀과 동시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주신이의 고른 숨소리가 내가 일어난 곳이 나와 주신이가 자는 작은 단칸방이란 걸 알게 해주었다. 나의 외침에 주신이나 어머니가 깨어났을까 봐 잠시 이부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누워있었다.

어두웠던 골목길에 희미하게 새벽빛이 들기 시작하자 나는 부엌 겸 거실로 사용하고 있는 곳에 펼쳐진 어머니 이부자리를 피해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끼익.

오래된 현관문 특유의 소음에 혹시라도 가족들 잠이 깰까 봐 조심스러웠다.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깨지 않고 조용히 골목길로 나설 수 있었다. 나는 망연히 서서 골목 밖 떠오르는 태양이 안남산 자락에 걸쳐져 힘겹게 오르는 걸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재생의 힘이라고?’

그게 다 뭐지? 나는 그저 나와 내 가족이 그리고 욕심낸다면 주위 친구들까지 행복하게 사는 삶만 그리고 있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아버지 덕분에 기회가 생겼고 회귀 후 가족들 옆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은 아들, 자랑스러운 형이 되고 싶은 어쩌면 평범한 소망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운 좋게도 대백공 덕분에 돈 때문에 아쉽지 않게 모을 방법을 계획해놓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눈앞에 있는 불합리한 상황을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만 나서서 무언갈 할 생각은 없다.’라는 기조를 다지자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면서 떠오르는 태양이 비치는 따뜻한 햇볕을 과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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