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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21화 (21/205)

<021화 모범생의 삶3>

“최소한 나랑 같은 반 같은 학교 학생이 맞고 있는데 가만히는 못 있겠는데 그럴 명분이 짱이라면 그깟 짱 내가 해보려고.”

황당해하는 표정의 재하를 밀치듯 떨쳐내고 재하에게 잡힌 목덜미 때문에 움츠러든 재민이를 휘 내 뒤로 던지듯 밀쳤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어어 거리는 재민이를 향해 말했다.

“너는 나중에 나랑 따로 보자고.”

재민이의 움찔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생각보다 강한 내 힘에 놀란 재하가 열 받은 얼굴로 자신의 무리를 향해서 외쳤다.

“장난하나···다 덮쳐.”

그 말이 기폭제가 된 듯 다리 밑에서 교각을 등지고 노닥거리던 놈들이 소란스러운 소리에 내 주위로 몰려왔다.

“애들아 흥분한 건 알겠는데 이러다가 다쳤다고 누구누구한테 맞았어요~하고 가오 빠지는 소리하면 안 된다? 치료비도 청구하면 안 되고?”

야아아.

죽자고 달려들 듯 나를 둘러싸고 몰려오는 녀석들에게 외쳤다.

“묵시적 동의야 알지?”

몰려드는 녀석들의 모습에도 공포심보다는 흥분으로 인한 아드레날린이 샘솟으면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후···애들을 상대로···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힘차게 뛰는 심장 소리가 내 귀를 강타했다.

육체 강화를 통해서 힘 조절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른들 세계와는 또 다른 아이들 세계에서 얕잡아 보인다는 건 학교 생활을 포기한다는 것과 동음이의어였기 때문에 나는 가볍게 발을 들어 진각을 밟듯이 강하게 치고 나가면서 정면에서 다가온 녀석의 복부를 강하게 질러갔다.

회귀 전 어려운 가정형편에 군대를 자원입대해서 특수훈련을 받던 나는 군대에서 장기로 복무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이북에서 넘어온 피난민이라는 사실 때문에 장기를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 힘들었던 특수부대 훈련이 어디 간 게 아니었기 때문에 힘든 회귀 전 삶에서도 발버둥 칠 수 있었다.

‘운동 머리는 없었지만, 꾸준히 명령받은 건 성실히 했지.’

그 덕분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지천명이 넘는 나이에도 절벽에 매달려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런 젊었을 때 훈련을 해왔던 가락이. 회귀 후 대백공의 육체 강화를 통해서 꽃피듯 피어났다.

내가 지나간 자리 뒤로 내 주먹을 복부를 정통으로 맞은 아이의 구역질 소리가 따라왔다.

우···우웩···.

무너지듯 넘어진 그 녀석이 있던 자리를 확보하면서 내 왼편에서 들이치는 녀석의 주먹 아래로 어깨를 넣어 엎어치듯 구역질하고 있는 녀석의 위로 살포시 올려주었다.

퍽.

깔린 아이가 쿠션 역할을 해줘서 인지 유도기술로 매치기를 당한 녀석은 땅 위를 구르고 있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이 없어 보이는 걸 일별하고 내 뒤를 노렸던. 하지만 정면과 왼편 아이를 한 번에 한 차례 식 제압한 덕분에 내가 오히려 오른편에서 접근하게 된 녀석의 다리를 걸어주었다.

앞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발차기를 날리던 녀석은 당연히 중심을 잃고 내 매치기에 바닥을 구르고 있던 아이 위로 강한 중력의 힘을 느끼면서 넘어졌다.

아악.

‘쿠션이 있으니깐. 괜찮겠지?’

쉽게 말해 샌드위치가 된 녀석들을 뒤로하고.

마지막이라고 할지 아니면 어이없다는 듯 황당무계하다는 듯한 표정의 노란 머리 문재하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녀석은 주머니에서 많이 휘둘러본 듯 주머니칼을 꺼내서 위협하면서 뒷걸음질 쳤다. 나는 훈련을 해주던 교관의 말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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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은 교관과 나밖에 없었다. 다른 병사들과 달리 훈련을 따라가지 못하는 덩치 값 못하는 나를 위해서 특별히 시간을 내준 것이다. ‘그런 시간 필요 없다’는 나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었다.

덩치 값하는 교관이 처음 한 소리는 나의 예상에서 벗어난 말이었다.

‘칼 든 녀석하고 마주하면 뒤돌아서 도망가.’

‘네?’

어설프게 칼 맞게 되면 근육이 찢어지거나 인대가 끊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경고였다. 작은 칼도 인체에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니면 총을 쏘던가. 그것도 안 될 것 같으면 칼날을 막을 만한 보호대를 끼고 제압하고 이렇게···.’

‘아악···앞.’

‘다시는 어설프게 칼 들고 설치지 않게 제대로 마무리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지.’

어설프게나마 칼을 잡아본 놈들은 결국 계속 칼을 들게 되는 습관이 형성된다는 게 교관의 말이었다. 다시는 칼을 들고 덤비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기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직접 경험하게 만들어줬다.

‘××놈’

무심코 나온 나의 진심 덕분에 나는 특별히 교관과 일대일 교습을 더 연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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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들로 어설프게 설칠만한 녀석이라는 걸 감안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경수에게 받은 목도리를 팔에 둘둘 감아 벙어리장갑처럼 만들었다.

‘당시에는 훈련을 받아도 열에 아홉 번은 실패 판정을 받았지만···.’

녀석이 내미는 칼날을 피해 접근하면서 칼을 잡고 있는 손을 목도리로 감싼 손으로 막아내면서 팔을 꺾었다.

‘지금이라면···.’

팔을 꺾이는 충격으로 몸을 숙이는 노란 머리 녀석의 머리를 누르면서 등 뒤로 향한 나는 오금을 운동화로 강하게 쳐서 바닥에 넘어지게 만들었다. 넘어진 녀석의 등 뒤로 올라가 팔을 비틀어서 강하게 틀어잡았다.

“아악···놔···.”

나는 녀석의 외침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계속 힘을 주기 시작했다.

‘이건 섬세한 작업이니깐.’

뚜둑.

그렇게 크지 않은 소리였지만 공터에 모여있는 무리는 전부 느낄 수 있었다. 이제까지 학교폭력으로 자신들만이 손쉽게 사용했다고 느꼈던 무력이 사실 자신들에게도 너무나 손쉽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전부 패닉을 빠지게 하는 노란 머리의 비명을 뒤로 내가 엄청난 속도로 교각을 향해 달려가는 걸 인식하는 녀석들이 없었다.

나는 전문적으로 파쿠르를 배운 적은 없었지만 강화된 육체를 바탕으로 교각의 틈에 설치된 철제 다리와 홈 등을 밟아가며 순식간에 안남대교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 내 뒤로 약속된 것처럼 경찰차의 사이렌과 공터를 향해 달려오는 순찰차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모습에 관심 두지 않고 빠르게 안남대교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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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앞 파출소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이 나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형.”

“어···넌 어떻게 여기에?”

“계속 얻어먹기만 미안해서 이건 음료수요.”

“학생이 무슨···동생이랑 가져가서 먹어.”

“그래도···.”

“마음만 받을게···.”

뚜르르.

“안남시 중장동 파출소입니다. 네? 네. 이게 무슨···.”

허 순경과 만나는 것까지는 내 계획에 있었지만, 대화 도중에 전화가 울리고 나를 당혹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허 순경과 바로 마주하는 것은 내 계획 밖이었다.

“너···오늘 무슨 사고 쳤냐?”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글쎄요···시험은 쳤는데 사고는 모르겠네요.”

“하아···이건···뭐 부모님 모시고 와서 진술받아야 하는 사건이거든?”

다른 건 몰라도 어머니를 경찰서로 모시는 건 절대 안 된다.

“무슨 일인데요? 어머니 한참 일할 시간이라서 동생도 제가 데리고 왔는데요?”

“뭐?”

“파출소 앞 도서관에서 자주 만나잖아요. 제가 동생 데리고 집에 가기 전에 한 번씩 들리는 거거든요. 도서관 시설도 좋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요.”

“그럼 동생 데리고 도서관에서 계속 있었다는 거니?”

“네···무슨 일인데요?”

“아니···불량 학생들이 패싸움을 한 것 같다고 신고받아서 나갔는데 한 명한테 맞았다고 진술한다고 하는데···그 이름이 백신중학교 남주인 너라는데?”

“말이 안 되죠. 전 여기 있었는데. 친구들한테 물어봐요. 저하고 매번 같이 보는 친구들이요.”

석연치 않은 표정의 허 순경이 모자를 쓰고 나를 따라 도서관 쪽으로 향했다. 독서실에 들어가서 조용히 공부하고 있는 경수와 종혁이의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쪽지로 불러내는 모습에서 허 순경의 친절이 돋보였다.

“안녕하세요. 어 그 순경 아저씨?”

“아저씨 말고 형이라고 불러주면 안 될까?”

“그런데 도서관에는 갑자기···웬일이에요?”

“너희 주인이랑 같이 있었니?”

“네 주신에 데리고 도서관 와서 지금까지 정답 맞히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주인이가 시험날까지 이러냐면서 답답하다고 아는 경찰 아저씨 그러니깐 형한테 인사한다고 나갔어요.”

“그 옆자리는···.”

“주신이 자리요.”

“다 같이 자리 잡은 거니?”

“네. 제가 종혁이하고 주신이 자리까지 잡았어요.”

“그걸 왜···.”

“둘 다 안 해봐서 잘 몰라요. 항상 제가 대신해줬어요. 뭐 힘든 것도 아니고 표만 대신 받는 거니깐요.”

“그래?”

석연찮아 보이던 허 순경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우리에게 내가 줬던 음료수에 간단한 간식거리까지 주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인사하고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후으···어쨌든 한고비는 넘긴 것 같네.”

“야. 너 뭐야? 나 진땀 나서 한 마디도 못 한 거 알아?”

“너 뭐하다 온 거야? 괜찮아?”

“난 괜찮지.”

“그럼 재하는? 재민이는?”

“그건 나도 모르겠고. 이제 주신이 데리고 집에 가자 시험날까지 도서관이라니···.”

“나도 오늘은 올 생각 없었다고. 주인이가 갑자기 도서관 자리 맡아 달라고 해서 오히려 놀랐는데···무슨 일이야?”

“고마워 너네 아니었으면 엄마가 경찰서까지 오실뻔했어.”

“결국 한바탕한 거냐?”

“내가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니깐.”

“재민이랑은 또 무슨 일이야?”

“그날 나만 따로 소각장으로 불러내더라고.”

“뭐?”

“그냥 좋게···좋게···.”

“좋게···좋게?”

“몸을 좀 써서 대화했지.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재하가 나타난 거다?”

“응 난 몰랐는데 재하는 또 누구야?”

“우리 중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교해서 학업에 치중하는 건 알지?”

“그래서 엄마가 전학할 때 이쪽으로 하려고 노력했다는 건 나도 들었어.”

“그런 우리 중학교에 최대 문제아가 문재하야. 이름 따라가는 건지···녀석 아버지가 또 고위공무원이거든. 그래서 쉬쉬하다가 크게 문제 터지면서 전학 간다고 하던데···.”

“전학은 안 가고 자퇴한 모양이야.”

“그런데 재민이하고 계속 연락하고 있을지 몰랐네.”

“왜? 서로 끼리끼리 모이는 것 아니야?”

“사실 재민이가 재하한테 괴롭힘 많이 당했거든···그 사건만 아니었어도 왕따는 재민이가 당했을 거야.”

“왕따? 그런 게 있어?”

“전학 와서 모르는 걸 거야. 선생들이 다 쉬쉬해서 그렇지···없는 학교가 어디 있어? 다 있지.”

“재하가 왕따 놀이로 재미 좀 보다가 일 크게 치른 거지.”

“무슨 일?”

“나도 자세히는 몰라 하도 학교에서 쉬쉬해서 그런데 재민이는 좀 자세히 알걸?”

“아무래도 재하랑 어울렸으니깐.”

“어울리긴 재하 ×××이지.”

“그런데 넌 재민이랑 왜 시비가 걸린 거야?”

“그···종혁이랑 친하게 지내기로 한날.”

“아···겨우 그 일로?”

“무슨 가오가 안 산다나? 어쨌든 시끄러운 거 질색이니깐 조용히 넘어가자고 어디서도 내 이름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나도 너랑 있던 일 잊겠다고 하고 정말 잊고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제대로 뒤통수 맞았네.”

“앞으로 어떻게 하게?”

“어차피 이대로 고등학교 바로 진학하는데 무슨 일이 더 생길까?”

“쉽게 생각하면 그렇지만···.”

“설마···그렇게까지야.”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계속 발생하는 일 중 하나였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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